< 841. 기말 시즌-41- >
***
정란은 한때 일진이었다.
중학생 시절까진 언니를 의식해 조금 까진 정도였지만, 머리가 굵어지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남학생들의 경우 대개 싸움을 잘하거나, 혹은 깡이 좋거나, 잘 노는 애들이 일진에 합류 하지만 여학생들은 우선 예뻐야 했다. 그런 면에서 정란은 타고난 일진녀였다.
얼굴도 무척 예뻤지만, 싸가지 없기로도 유명했으니까.
이미 고1 겨울 방학 넘어가면서 선배들도 그녀를 어려워할 만큼 위세를 떨치게 되었다. 그녀가 가진 힘의 원천은 바로 학교 짱을 남자친구로 둔 덕.
그녀는 자신이 파워가 어디서 나오는 줄 잘 알았고, 남자친구가 권좌에서 밀려나면 언제든 새로운 권력으로 갈아타는 처세술도 능했다.
모범생인 언니와 달리 날라리 생활을 반복하며 껌 좀 씹던 정란은, 고3에 들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입을 준비했다. 원체 타고난 머리가 좋았던 탓에 수능 대박을 맞고 언니를 따라 인서울을 성공했다.
그 뒤로는 자연스레 일진 생활을 접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학교 다닐 때 알고 지냈던 불량한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그녀가 단톡방에 말했다.
-차정란 : 아, 씨박 새끼 존나. 짜증나게 하네.
-양아치 : 왜? 우리 정란이 무슨 일이야?
양아치는 한때 자신을 짝사랑하던 동창이었다.
지금은 당당히 배달의 기수를 자청하며 요식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빡빡이 : 누가 우리 정란이를 짜증나게했어?
빡빡이는 양아치의 둘도 없는 단짝으로 군입대를 앞두며 당구장 알바를 하고 있는 친구였다. 좆고딩처럼 빡빡민 머리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걸레년 : 어떤 썅년이니? 언니한테 말만 해.
걸레년은 정란과 함께 어울리던 친구였는데, 별명답게 최근엔 룸망주로 맹활약을 하고 있었다. 모든 일진들의 말로가 그렇듯,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하고 논 대가는 혹독했다. 다들 배달업이나 알바, 혹은 유흥에 종사하면서 초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일진들 사이에서 정란만이 유일하게 4년제, 그것도 인서울에 성공한 엘리트였다. 정란은 그들에게 있어 일진들도 얼마든지 신분세탁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이자 정신적인 지주와 같은 역할이었다. 그런 정란이 간만에 대화창에 등장해 푸념을 했으니 모두가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차정란 : 년이 아니고 놈. 어떤 새끼가 자꾸 껄떡대잖아, 짜증 나게. 싫다고 했는데 스토커처럼 집착하고.
-달건이 : 뭐야? 누가 내 깔을 건드려?
달건이는 한때 정란의 남자친구였는데 고3이 되면서 헤어졌다. 그는 일진 중에서 실제 조폭의 세계로 넘어간 몇 안 되는 부류였는데 지금은 조직에서 따까리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물론 그조차도 후배들이 볼 때는 대단히 성공했다는 착각을 주기엔 충분했지만.
-차정란 : 미친, 내가 무슨 니 깔이야?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어?
정란이 칼같이 끊자 달건이도 머쓱한지 바로 말을 바꿨다.
-달건이 : 아니, 그래도 전 여친은 맞잖아. 누군데 그 새끼가? 내가 확 줘패줄까?
-양아치 : 이런 일에 현역이 나서면 쓰냐. 나랑 평구랑 둘이서도 충분해.
-빡빡이 : 그래. 우리 선에서 끝낼 게 창건아.
실은 단톡방에 저장된 이름은 정란이 멋대로 수정한 것이었다. 다들 모르고 있지만, 정란은 자기 멋대로 깨톡 이름을 바꿔 놓는 버릇이 있었다.
-차정란 : 근데 둘이선 힘들걸? 그 새끼 키도 엄청 크고 힘도 무지 세. 들어보니까 운동 좀 배웠다는 것 같더라고.
정란을 일부러 도훈을 추켜 올렸다. 일진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시절 날고 긴 애들이 많았고, 여전히 철이 안 들었기에 호승심이 대단한 편이었다.
정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화창이 시끌벅적해졌다.
-빡빡이 : 운동? 왜? 복싱 좀 배웠데? 확 그냥 쇠파이프로 대가리부터 깨고 들어가 줘?
-양아치 : 스트릿은 전혀 다르지. 글고 싸움을 덩치로 하냐. 악으로 깡으로 하는 거지.
-달건이 : 야. 나 오늘 형님한테 말해서 시간 비울 테니까 바로 튀어와. 씨바, 내가 오늘 업장 수금하러 가야 되는데, 정란이가 부르면 안 갈수가 없네.
정란은 예상했던 반응에 흡족했다. 여전히 단순한 놈들이었다. 의리에 죽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류였다.
‘흐흐. 달건이가 싸움은 쫌 하지. 그래도 우리 지역에선 통 먹었던 앤데.’
-차정란 : 정말로 도와줄 수 있어? 근데 너희들 우리 동네까진 좀 멀지 않아? 우리 집 이사했잖아.
-양아치 : 오토바이 타면 금방이지. 동생들 좀 더 불러서 갈게. 어디야?
정란은 아까 태영의 폰으로 도훈을 불러낸 장소와 시간을 알려줬다.
-차정란 : 거기서 보자.
-달건이 : 그래. 후딱 끝내고 오랜만에 술이나 진탕 빨자고.
달건이는 여전히 정란을 미련에 두고 있는 듯 했다.
아니, 정란을 위해 모이는 남자들 대부분 시커먼 속셈이 있었다. 물론 정란이 호락호락 주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지만.
‘이도훈. 내가 치사해서 이런 짓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한 번 밟혀봐야 정신 차리지.’
***
"아, 아앙! 오, 오빠 아아아아앙!"
도훈의 올려치기에 정희의 몸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마치 로데오를 타는 기수처럼 온몸을 덜덜 떨면서 오열을 했다.
"흐아아아앙! 오, 오빠 너, 너무 쎄, 흐앙!"
도훈은 사실 기승위로 바꾸면서 조금씩 대물의 제한을 풀고 있었다. 정희가 생각보다 빠르게 대물에 적응하는 느낌이었으므로 슬금슬금 크기를 원상복귀 시키는 중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
도훈은 여전히 올려치기를 멈추지 않은 채 눈앞에 주렁주렁 매달린 정희의 젖가슴을 쪽쪽 빨았다. 위아래로 동시에 자극이 들어오자 정희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때쯤 정희도 슬슬 쾌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도훈의 박음질이 계속될수록 온 몸의 솜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로 강한 자극을 느끼고 있었다.
‘하, 하악! 워, 원래 이렇게 섹스가 격렬한 건가? 그, 근데 너무 좋아. 몸이 막 허공에 붕 떠있는 거 같아.’
정희는 자위도 안 하고 살았기에 살면서 이렇게 강한 쾌감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우연히 자위를 깨달은 남자 중학생이 느끼는 쾌감 이상으로 강렬했다.
"하아아앙, 아아앙! 오, 오빠 아아앙!"
절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억지로 쥐어짜는 게 아니라 대물이 박힐 때마다 조건반사처럼 폐부에서 치미는 신음이었다. 아랫배를 휘젓는 것처럼 밀고 들어오는 대물이 처녀인 정희를 초토화 시켰다.
"아학, 학, 학! 도, 도훈 오빠, 나 기분이가, 기분이가 이상해여!"
정신 줄은 놓은 정희는 평소에 정갈한 언어습관이 퇴행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온몸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라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퍽퍽! 퍼억!
‘으으, 존나게 쪼이네. 역시 처녀봊이가 최고다.’
대물은 거의 꽉 끼일 만큼 꽉 차서 전진이 힘들 정도로 뻑뻑했다. 강한 조임은 사정감을 불러왔고, 도훈은 그대로 피니쉬에 들어갔다.
"이제 갈게, 정희야."
"가, 가다뇨? 무, 무슨!"
마지막 사정을 위해 도훈의 동작이 커졌다. 엉덩이 전체를 터질 것처럼 꽉 붙잡아 절구질하듯 쿵쿵 내리찍었다.
"학! 하악!"
쿵쿵!
"하아앙, 오, 오빠아앙!"
쿵쿵!
빠른 속도로 힘껏 내리치자 전립선을 타고 찌르르한 사정감이 차올랐다.
‘처음은 역시 질싸지!’
도훈은 그대로 참지 않고 정액을 뿜어버렸다.
"억!"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희가 정신이 들었지만 이미 도훈은 마지막 깊숙한 한방을 끝으로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오, 오빠 설마 안에다 싸신 거 아니죠?"
"미안. 나도 모르게 못 참고."
"아, 안 돼!"
정희가 놀라서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구멍에서 주르륵 허옇고 진득한 정액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아, 아! 저 위험한 날이란 말이에요!"
정희가 울상을 지었지만, 도훈은 머쓱해하며 뒤통수를 긁적일 뿐이었다. 어차피 위대한 유산 옵션 때문에 임신은 불가. 도훈이 차분히 말했다.
"괜찮아. 임신 그렇게 쉽게 안 돼."
"아, 아니 그래도···."
정희가 허탈감에 주저앉자 도훈이 그녀를 백허깅하며 모로 눕혔다.
"걱정마. 나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 아니니까."
정희는 심란했지만, 도훈의 말을 듣고 다소 안심했다.
"저 임신하면 책임지실 거에요?"
"당연하지."
"······."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 그리고 내 경험상 아무리 배란기라고 해도 임신 그렇게 쉽게 되는 거 아니야."
"하-. 어떻게 그래도 처음인데···."
"처음이니까."
"네?"
"처음이니까 꼭 안에 싸주고 싶었어."
"오빤 나쁜 남자에요."
도훈에게 안겨있던 정희가 도훈의 팔뚝을 살짝 깨물었다.
"윽!"
"저 씻고 올게요."
"그래. 우리 나갈 시간 다 된 거 같다."
"벌써요?"
시간을 보니 어느새 대실이 끝날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모텔을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고, 미션을 완수한 도훈은 조금은 홀가분하고 여유넘치는 표정이었고 느닷없이 처녀를 빼앗긴 정희는 초조하고 긴장되어 보였다.
정희가 도훈을 향해 말했다.
"오빠, 우리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
"뭐? 조별 과제?"
도훈이 장난처럼 넘기려고 하자 정희가 정색했다.
"아뇨! 우리 사이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그녀는 혼전순결을 생각했을 만큼 남녀관계에 있어 신중한 편이었다. 도훈은 정희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속 만나야지. 일단은 조별 과제에 집중하자는 소리였어."
"아···."
"우리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밝히면 애들이 놀랠 거 아냐. 네 동생도 있고."
"그럼 정란이한테도 말하지 마요?"
"음, 조별 과제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알겠어요."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지만, 정희는 도훈이 정확한 기한을 정해줬기 때문에 수긍하기로 했다. 들어올 때와 달리 어느새 사위가 어두워진 시간이었기 때문에 도훈은 정희를 집 근처까지 바래다 주었다.
정희는 도훈의 손을 꼭 잡고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제 그만 작별이네."
"네, 오빠."
"참, 과제는 어떻게 하지?"
"제가 밤 늦게라도 해놓을 게요."
"아니야. 그걸 어떻게 혼자 다하려고. 내가 할게."
"혼자 아니에요. 정란이 있잖아요."
"정란이?"
"네. 걔도 오늘 놀았으니까 제가 어떻게든 시켜서 해놓을 게요. 오빠는 발표도 하시니까 그것만 신경쓰세요."
"음, 그래도 미안한데."
"저한테 안 미안해하셔도 돼요."
정희는 어느새 도훈에게 푹 빠진 것처럼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왔다. 처음으로 순결을 바친 남자니 만큼 진심을 다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그래. 그럼 나는 이만."
"네, 오빠. 조심히 가세요."
정희와 헤어진 후 도훈은 천천히 밤거리를 걸었다.
[허어, 주인님도 완전 양아치 다 됐군요. 어쩌자고 저런 순진한 분을 꼬드겨서는···. 이제 어쩌실 겁니까? 진짜로 사귀시려고요?]
‘일단 미션 다 끝날 때까진 애인 모드로 잘 지내야지.’
[그 다음엔요?]
‘정리할 방법이야 많지 않겠어?’
[순진한 분 상처 주지 않도록 잘 하십시오. 못된 짓을 하면 분명 업보로 돌아옵니다.]
‘이런 일로 업보가 쌓였다면 이미 난 지옥으로 떨어졌을 걸.’
[···사후에 두고 보면 알 일이지요.]
로시의 말은 유난히 여운을 남겼다.
찝찝해진 도훈은 신호등 앞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동시에 핸드폰을 여는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정희의 휴대폰을 수신차단 시키느라 자신의 폰까지 먹통이 되는 바람에 뒤늦게 문자가 수신된 것이었다.
"엉? 태영이?"
문자를 확인한 도훈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아무리 신호가 가도 묵묵부답이었다.
전화를 끊은 도훈은 다시금 문자의 내용을 확인했다.
"전화기 빳데리가 떨어졌나? 근데 놀이터로 왜 부르는 거지? 설마 정란이랑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도훈은 태영의 입단속을 못 한게 못내 마음이 걸렸다.
자신이 정희를 공략하는 동안 정란과 태영이 접선을 했다면 자칫 일을 그르칠 염려가 있었다.
‘가봐야겠는데.’
[지금 시간에요?]
‘전화를 안받는데 태영이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정란이한테 회유를 받았을 수도 있고.’
도훈은 지도를 뒤져 태영이 남긴 놀이터의 위치를 찾았다. 다행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도보로 10여 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도 우연히 딱 맞아 떨어졌다.
저녁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놀이터는 한산했다. 조그만 정글짐과 밑에 타이어가 깔린 시소, 그리고 그네 만이 외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훈은 그네에 걸터 앉아 태영을 기다렸다.
"10시 5분. 올 때가 됐는데?"
당장 전화가 되지 않으니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으슥한 곳에서 껄렁껄렁해 보이는 삼인조가 나타났다. 복장부터가 불량해 보이는게 동네 양아치들로 보였다.
도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저 양아치들은?’
과거의 이정우였다면 똥이 더러워서 피하냐는 식으로 슬그머니 물러났을 것이다. 괜히 양아치들과 시비가 걸려봐야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도훈은 무서운 게 없었다.
덩치도 덩치지만, 누구와 싸워서 얻어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체가 없는 인간이었다.
도훈을 발견한 양아치 무리가 천천히 그네로 다가왔다.
뚜렷한 목적성이 보였기에 도훈이 의아해하며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뭘 꼬나보냐 씹새끼가."
빨간 머리로 염색한 양아치 한 녀석이 도훈을 향해 시비를 걸었다. 도훈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 841. 기말 시즌-4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