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0. 기말 시즌-40- >
"···도훈이 형?"
태영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전히 정란이 도훈을 꼬시기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눈치 빠른 정란이 곧바로 태영의 마음을 읽고 말을 덧붙였다.
"아니···. 네가 도훈 오빠랑 친한 것 같아서. 친한 사이면 그냥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무슨 소리야?"
"괜히 뒷담화까는 것처럼 보일까 봐."
"도훈이 형을? 아···."
"솔직히 아까 네 말 듣고 엄청 기분 나빴거든. 내 딴에는 친해져 보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 그럴 필요 전혀 없을 것 같아. 내가 쓸데없는 고민 했나 봐. 도훈 오빠 진짜로 나쁜 사람이야."
잠자코 듣고 보니 정란이 도훈을 흉보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다. 태영은 둘 중 누구의 편에 서야 하나 갈등했다.
‘정란이가 도훈이 형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었나 보구나. 이걸 좋아해야 맞는 건가?’
아까 통화 할 때 도훈에 대한 비밀을 밝혔을 때, 내심 그녀와 도훈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속내가 있던 태영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결과가 나오자 스스로 너무 야비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여자 때문에 도훈이 형을 배신하다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도훈은 그에게 늘 친절했다.
먹을 것도 자주 얻어먹고, 조별 과제를 할 때 도훈의 뛰어난 능력에 얹혀간 적도 많았다. 심지어 어제는 여자를 꼬시는 법까지 알려주겠다고까지 했다.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태영이 인식하는 도훈은 늘 아낌없이 후배를 위해 베푸는 마음씨 좋은 선배였다. 그러나 둘 사이에 정란이 끼어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여자는 요물이랬는데···.’
태영이 갈등하는데 갑자기 정란이 발꿈치로 지긋이 태영의 양물을 눌렀다. 그러고는 화들짝 놀란 척 소리쳤다.
"어머, 미안. 내가 이상한 걸 밟은 거 같은데. 괜찮니?"
누가 봐도 고의적인 행동. 그러나 보빨에 미친 태영은 그 순간 이성이 마비되어 버렸다.
‘그, 그래. 이번 한 번만 눈 딱 감자. 못 듣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는 데 좋아하는 여자 비위 좀 맞춰주는게 어때서?’
태영이 정란의 말에 응수했다.
"···솔직히 도훈이 형이 여자한테 좀 함부로 하는 게 있긴 해."
"그치? 나만 착각하는 거 아니지?"
"응. 잘생겼잖아. 얼굴값 하는 거지 뭐."
"그게 뭐가 잘생겼니? 난 태영이 네가 훨씬 남자답고 멋있는데."
"저, 정말?"
"응. 도훈 오빠는 너무 선이 곱잖아. 눈매도 서글서글하고, 콧대도 높고. 난 차라리 너같이 쌍커풀 없고 각진 스타일이 더 낫더라."
태영은 흉을 보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긴가민가 했지만, 어쨌든 정란이 좋다고 하니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흐흐. 내가 좀 특정 취향을 저격하는 얼굴이긴 해. 유난히 그런걸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더라고."
정란은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태영을 보며 욕이 목구멍까지 솟아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하여간 저 병신 새끼는 주제도 모르고 좋아하는구나.’
"학과에서 평판은 어때?"
"누구, 도훈이 형?"
"어. 거기서도 좋은 소린 못 듣지?"
"음, 그게 그러니까···."
태영은 정란의 말에 맞장구쳐주고 싶었지만, 사실 도훈은 학과에서 인기 있는 편이었다. 선배 후배 동기 할 것 없이 심지어 교수들까지도, 그를 아는 사람은 모두 그를 좋아했다.
"···뭐, 평판은 그럭저럭인데 여자들 사이에선 안 좋은 소문도 돌긴 했어."
"여자들? 어떤 소문?"
태영은 학기 초에 잠시 떠돌던 유언비어를 침소봉대해 부풀렸다.
"형이 후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거든. 그러다 보니 따르는 후배도 많고, 짝사랑하는 애들도 제법 있는 편이야."
"헐! 너네 과 애들도 눈이 완전 삐었구나? 그런 사람이 뭐가 좋다고?"
"형이 좀 애매모호하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어. 나쁘게 말하면 어장관리를 한 달까?"
"어장관리? 그러니까 여자애들을 데리고 논다는 소리야?"
태영은 우물쭈물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라 과씨씨 트라우마 때문인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정란이 비위나 맞춰야지.’
"아마 그런 식일 거야."
"와, 완전 밥 맛이다 진짜. 난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사람이 제일 싫던데."
"근데 그게 꼭 도훈이 형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기엔···."
"뭐야? 너 설마 도훈 오빠를 감싸는 거야?"
"아, 아니 그게 약간의 오해도 있고."
"김태영.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같은 남자라고 남자 편이나 들고. 실망이야."
"아, 아니야. 내가 무슨 편을 들었다고 그래?"
"그럼 내 편이야?"
정란이 태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예쁜 얼굴이었다. 그런 정란이 태영의 무릎에 다리를 올리고 물으니 태영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태영은 보빨에 미친 한남이었다.
"나, 나야 물론 정란이 네 편이지."
"도훈 오빠가 나쁜 거 맞지?"
"그, 그래."
"나한테 바람 맞히자고 너 꼬드긴 것도 잘못한 거지?"
"으, 응. 그건 미안해."
"아니. 사과 하지마. 넌 잘못 없어. 다 도훈 오빠가 시킨 일이니까."
"그, 그런가···."
태영은 왠지 정란의 화법에 말려드는 기분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정란의 다리를 주무르는 상황에 두뇌가 마비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용무를 마친 정란이 다리를 거두며 벤치에 똑바로 앉았다.
"주물러줘서 고마워. 한결 나아진 것 같아."
"더, 더 안 주물러줘도 돼?"
태영이 조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종아리를 지나 더 위로 올라가기 직전이었는데 정란이 칼같이 끊은 게 야속했다.
"이제 괜찮아."
"그럼 택시 타는 데까지 업어줄까?"
태영이 질척거렸다. 그녀 마음에 들려고 도훈의 흉까지 본 이상 좀 더 스킨십을 얻어내야 했다. 등에 업으면 정란의 커다란 가슴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친 새끼. 내가 너한테 왜 업혀? 하여간 주제도 모르긴.’
정란은 괜찮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아니야. 굳이 수고스럽게 그러지 마. 혼자 걸을 수 있을 거 같아."
"아···. 그, 그래."
"대신 택시 타는 곳까지만 바래다줄래?"
정란이 여우처럼 태영을 홀렸다.
남자를 가지고 노는데 선수였다.
"으, 응!"
정란의 부탁에 태영은 그녀의 남자친구라도 된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예쁜 여학생과 캠퍼스를 함께 누빈다고 생각하니 절로 잇몸이 만개했다.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부러워 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정란은 전혀 다른 속셈이었지만.
‘태영이 이 녀석은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겠어. 이제 이놈을 이용해서 도훈 오빠한테 한 방 먹여야하는데.’
택시 정류장으로 걷던 정란이 물었다.
"태영아. 너 혹시 폰 좀 잠깐 빌려줄 수 있어?"
"폰? 내 폰 말이야?"
"응. 내 빳데리가 다 돼서. 엄마한테 전화 좀 하려고."
"아, 응, 그래."
태영은 한 점 의심 없이 정란에게 폰을 빌려주었다.
"잠금 패턴은 ‘ㄱ’자로 풀면 돼."
"응. 고마워. 나 근데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 게."
태영의 폰을 빌린 정란은 갑자기 캠퍼스 주변의 화장실로 뛰어갔다. 순식간에 폰을 빼앗긴 태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자 화장실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화장실로 들어간 정란은 곧바로 태영의 폰을 잠금해제한 뒤 연락처를 뒤졌다.
‘도훈이 형. 찾았다. 내가 연락하면 쌩깔테니 태영이 폰으로 문자 남겨야 겠다.’
정란은 태영을 가장하면 문자를 남겼다.
-김태영 : 형 오늘 저녁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여자 문제 때문에요. 10시에 대동아파트 놀이터에서 잠깐 봐요. 참, 베터리가 다 돼서 연락이 안될지도 몰라요. 기다릴게요.
문자를 남긴 정란은 발신 메시지를 삭제하더니 그대로 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남의 폰을 망가뜨리면서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모습이었다.
쿵-
하지만 튼튼한 폰은 쉽게 고장나지 않았다. 액정에 살짝 금이 간 걸 확인한 정란은 발뒤꿈치로 힘차게 폰을 짓밟았다.
여러 번 내 찍자 마침내 폰 액정이 박살나면서 폰이 꺼졌다. 깨진 폰을 집어든 정란은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울상을 지었다.
"미, 미안해 태영아!"
"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내가 화장실에서 니 폰을 떨어뜨려버렸어."
"뭐? 괘, 괜찮아."
태영은 속이 쓰렸지만 실수로 그랬다니 정란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정란은 더욱 가증스럽게 연기했다.
"그게 아니라···. 액정이 이렇게···."
태영은 정란이 내민 폰을 받았다.
무슨 트럭이 밟고 지나간 것처럼 액정이 산산조각으로 바스러져 있었다. 단순히 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안으로 움푹 들어간 것이 기판까지 손상이 간 듯했다.
"내가 물어줄게. 진짜로 미안."
"아니··· 이게···."
단순히 액정만 갈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태영은 스마트폰 상태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정도면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걸 누가봐도 알 수 있었다.
‘아, 아니 어떻게 멀쩡했던 폰이···. 어우 진짜 이걸 화낼 수도 없고.’
태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으나, 정란이 울먹이면서 쩔쩔매는 모습에 도저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는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남자답게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점수를 딸 것 같았다.
"하하! 어차피 약정도 거의 끝나서 조만간 바꿀려고 한 거야. 신경쓰지마."
"아니, 그래도···."
"진짜라니까? 이거 겉만 멀쩡하지 사실 잘 터지지도 않아서 버릴려고 했던 거야."
사실 24개월 약정 중에 20개월이 남은 상태였지만, 태영은 쓰린 속을 달래며 거짓말을 했다.
"정말 괜찮아? 비싸보이던데."
"뭐 이런 걸 가지고. 정 미안하면 나중에 밥이나 한 번 사."
"응, 내가 꼭 그럴게.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태영은 ‘그건 너.’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왠지 드립을 심하게 쳤다간 겨우 얻은 점수를 까먹을까봐 겨우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도훈을 같이 씹으며 부쩍 친해진 느낌에 정란과 잘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도훈이 형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형도 분명 이해해 줄 거야. 형이 코치 안 해줘도 이렇게 여자를 꼬실 수 있다는 걸 알면 대견해 할지도 몰라.’
비겁한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 태영은 정란을 택시 승강장까지 에스코트했다. 심지어 택시가 잡히자 기사님께 현금 만원을 꽂아주며 귀가를 부탁했다.
"오늘 너무 고마웠어, 다음 조모임 할 때 봐."
"응. 조심히 들어가."
떠나는 택시를 한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든 태영은 문득 주머니에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들고 나온 현금을 모두 써버린 것이었다.
‘···괜찮아. 집까지 걸어가면 되지. 어쨌든 이걸로 정란이랑 친해졌으니 그거면 됐어.’
태영은 30분을 털레털레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 박살 난 휴대폰이 자꾸 신경 쓰였지만, 정란을 여자친구로 사귈 수 있다면 그 정도 댓가는 치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빨 한남의 뒷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
"오, 올라오라니요? 그, 그걸 어떻게 해요."
"별거 아니야. 위치만 서로 바꾸는 거야."
"···부, 부끄럽단 말이에요."
여상 상위를 해보자고 계속 꼬드겼지만 정희는 한사코 거부했다. 처음 섹스를 하는 마당에 말타기까지는 무리였을까?
"어쩌면 그 자세가 더 편할지도 몰라."
"더 편하나요?"
"네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니까."
"아···."
"일단 한 번 해보고 힘들면 금방 바꾸면 되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박혀있던 대물을 꺼냈다. 그러나 처녀막이 찢어져 흘린 피가 보이질 않았다.
‘어라? 뭐야, 처녀라면서? 왜 피가 안 묻어 나오지?’
[만능 윤활제의 효과 때문일 겁니다.]
‘윤활제 때문이라고?’
[모르셨습니까? 만능 윤활제에는 성교 중 발생하는 물질들을 생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뒷치기를 할 때 관장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위생을 유지할 수 있는 거구요.]
‘설마 그럼 만능 윤화제가 나온 처녀혈을 다 분해해 버렸다는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완전히 분해되어 애액과 섞여 버린 것 같습니다.]
‘쳇. 아쉽네-.’
물건을 빼자 정희도 몰래 밑을 확인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피가···."
"응 안 나온 모양이야."
정희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느낌인지 황급히 변명했다.
"저, 처녀 맞아요!"
"응. 믿어. 안 나올 수도 있지."
"진짜에요. 저 오빠랑 처음하는 거예요."
"믿는다니까. 내 말은 사람에 따라서 처녀 혈이 안 나오거나, 이전에 자기도 모르게 찢어져서 본인이 모를 수도 있다는 소리였어."
"그치만··· 피를 따로 흘린 적이."
"생리할 때 섞여 나오면 모를 수도 있겠지."
"아···."
나는 침대 머리맡에 베개를 받쳐 누웠다.
"자, 올라와봐."
"어, 어떻게 하라는 지 모르겠어요."
"내가 알려줄 테니까 천천히 해봐."
나는 망설이는 정희를 손을 잡아 허벅지 위에 올라타게 했다.
"일단 다리를 허벅지를 최대한 벌려야 해."
"시, 싫어요."
"다리를 모은 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말 위에 탄다는 생각으로 내 배 깔고 앉아봐."
"부, 부끄러운데."
"괜찮아. 할 수 있어."
정희를 설득해 겨우 배 위에 앉혔지만 정희는 영 어색한지 좀처럼 자세를 잡지 못했다.
"그럼 내가 넣을 테니까 그대로 있어봐."
"자, 잠깐만요! 어, 어디에 넣는다는···."
"넌 그냥 내 위에 엎드려 있으면 돼."
나는 정희의 등을 끌아 안아 내 몸에 엎드리게 하고는 한 손으로 대물을 움직여 벌어진 구멍 사이로 쏙 밀어 넣었다. 글도 한번 뚫어놨다고 처음보다 훨씬 잘 들어갔다.
"하, 학!"
"넌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돼."
나는 초보인 정희를 배려해 직접 말타기를 시키지 않고 허리를 위로 들어 올리며 올려치기를 시도했다.
< 840. 기말 시즌-40-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