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6. 기말 시즌-36- >
"아앗!"
뒤늦게 자신의 바지 상태를 파악한 정희가 후다닥 두 손을 모아 가렸다.
"보, 보지 마요!"
문득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참치마요도 맛있는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건 무슨 맛일까 싶어서.’
[아니 설마···. 주인님의 변태력이 나날이 상승하는군요.]
‘농담이었어.’
"보려고 한 게 아니라 너무 티가 나길래."
"···무, 물이에요! 물이 묻은 거라구욧!"
"안 물어봤는데?"
"네?"
"그게 뭔지 안 물어봤다고, 나는."
"으, 으음."
일부러 면박을 줬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황당무계한 변명이라는 걸 깨닫으란 의도였다. 수치심이 들었는지 입술을 앙다문 정희가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다 오빠 때문이에요."
"뭐라고?"
"이렇게 된 게 다 오빠 때문이라고요."
"무슨 소리야. 내가 뭘 했다고?"
"몰라요, 진짜!"
밖으로 나가지도, 그렇다고 모텔에 머물지도 못하게 된 정희는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아버렸다. 마치 골이 잔뜩 난 어린애가 길바닥에서 떼쓰는 모양새였다.
"이게 뭐야, 진짜. 하-."
"정희야. 바지는 다시 말리면 돼. 너무 속상해 마."
그때 잦아들었던 옆방의 신음이 또 시작되었다.
이번엔 좀 더 격렬하게.
어찌나 심하게(?)하는 지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정희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벽면을 손바닥을 팡팡 두들겼다.
"작작 좀 하라고! 쫌!"
쾅쾅쾅!
그 모습이 어찌나 박력 있던지 나도 모르게 움찔 놀랐다.
평소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
[오, 정희 양도 화내니까 한 성깔 하는군요.]
‘동생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지. 저러니 되바라진 정란이도 언니 앞에서 꼼짝 못 했겠지.’
나는 옆 방에 화풀이를 해대는 정희를 만류했다.
"정희야. 그러지 마."
"아니 왜! 대낮에 모텔에 와서 소리 다 들리게 저러는 건데요? 모텔은 스터디 하러 오는 데잖아요!"
정희가 화낸 이유를 언급하자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저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람?
[상식개변 때문입니다.]
‘아차! 그렇지 그녀의 상식이 뒤집혀 있구나!’
[현재 정희양에게 모텔은 까페보다 합리적인 도서관의 대용품으로서 개념이 강합니다. 주인님이 그렇게 세뇌하셨으니까요.]
‘어쩐지. 그래서 저리도 불같이 화를 냈구나. 돈 내고 독서실 끊었는데 옆자리에서 방해한 것처럼 느꼈겠네.’
[그렇죠.]
‘아무래도 저 뒤바뀐 상식이 문제로군. 다시 고쳐야겠어.’
[어떻게요?]
‘조건부를 붙여야지.’
[조건부요?]
‘모텔은 스터디도 할 수도 있지만, 가끔 떡을 치기도 하는 곳이라고.’
[어째 앞뒤가 바뀐 것 같지 않으십니까? 보통은 그 반대인데요.]
"잠깐만 정희야, 내 상식에 따르면···."
조곤조곤 모텔에 대한 상식을 조정했다.
모텔은 조모임을 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일부 발정 난 커플은 대낮에 가끔 떡을 치기도 한다면서. 그걸 나무라는 건 비 매너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희가 커다란 눈을 껌뻑이더니 갑자기 자신이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드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설마 옆방 손님이 저희한테 찾아오진 않겠죠?"
"아닐 거야. 지금쯤 한참 정신없을 테니. 그래도 잠잠해진 걸 보면 부끄럽긴 했나 보다."
"아···."
"그나저나 바지는 어떻게 할 거야?"
"아, 맞다."
정희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의자에 후다닥 앉았다. 젖은 걸 들키지 않으려는 심리였다.
"말릴게요."
"옷 입고?"
"화장실 들어가서 후딱 말릴게요."
"말했지만 드라이기가 고정식이야."
"아, 어떡하죠."
"이렇게 하자. 저기 가운이 하나 남아 있으니까 그걸로 갈아입어. 그리고 나서 말리면 되잖아."
"그, 그치만."
"여기선 더 못하겠다며? 바지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단 그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아니···, 그게 아니고."
정희가 대답을 머뭇거렸다. 바지를 벗고 가운으로 갈아입는 것도 민망하지만, 현재 노팬티 상태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리라.
"얼른. 마냥 기다릴 수도 없잖아."
"···네."
정희가 벽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어쨌든 이곳에 계속 있는 것은 정희에겐 곤욕이었다. 점점 더해가는 자극 앞에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후후-. 순진하긴.’
정희가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가운을 여미고 나왔다. 위에 티를 입은 채 바지만 벗을 꼴이라 가운 아래로 늘씬한 다리가 노출되었다. 한 손에 바지를 든 그녀가 말했다.
"최대한 빨리할게요."
"그래."
정희가 드라이기를 꺼내 들더니 열심히 바지를 말렸다. 나는 여유롭게 지켜보다 질문을 던졌다.
"근데 어쩌다 거기가 젖은 거야?"
"몰라요. 물이 튀었나 보죠."
정희가 대답을 회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아마도 속으론 지금 상황을 얼른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모텔까지 따라와 빤쓰까지 내린 여성을 이대로 보내는 건 남자로서 예의가 아니다. 나는 그녀를 도와주는 척 뒤로 다가갔다.
"내가 도와줄게."
"괘,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그냥 보고 있으니 심심해서 그래."
"안 그러셔도 돼요."
"도와준다니까 그래."
"제가···, 아, 아!"
옥신각신 다투는 사이 우연처럼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또다시 자극을 받은 그녀가 다리를 오므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나는 그녀를 부축하는 척 계속 몸을 더듬었다.
"괜찮아?"
"아, 아앙··· 오, 오빠 만지지 마요."
"응? 무슨 소리야?"
"제, 몸··· 아, 아··· 오빠가 그러니까···."
"응? 내가 뭘?"
드라이기를 멈춘 정희가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
"···오빠가 가까이 오면 제 몸이 이상하단 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린데?"
"모, 몰라요. 그냥 저한테 접근하지 마요."
나는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여전히 저항이 거셌다.
무턱대고 들이댔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
‘쩝, 역시 만만치 않네. 이대로 안 무너져?’
[그냥 메저키스트의 밧줄을 쓰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지금쯤이면 밧줄의 허용범위 호감도는 넘겼을 것 같은데요.]
‘물론 그 방법도 있지. 하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이야.’
[왜죠? 미션만 달성하면 되는 것을. 제약 조건도 달리 없구요.]
‘처녀잖아.’
[네?]
‘말 그대로 버진. 인생의 첫 경험을 의식도 없는 상태로 겪게하고 싶지 않아.’
[이상한 고집이군요. 이래 하나 저래 하나 결과는 똑같은 거 아닙니까?]
‘아니지. 이건 내 만족감의 문제기도 해.’
[만족감이요?]
‘그래. 최대한 납득을 시켜야 해. 스스로 원할 정도로. 세뇌를 시키면 단백질 인형이랑 하는 기분이란 말이야.’
[아아···. 정말이지 주인님은.]
‘내가 쉽게 포기할 것 같아? 이래 뵈도 아다폭격기라 불리는 남자라고.’
정희는 자극을 참기 힘든지 한동안 허벅지를 바짝 붙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 지경이 될 정도인데 끝끝내 순결을 지키려는 마음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희야, 너는 할 만큼 했다.
"알겠어. 가까이 안 갈게."
"미, 미안해요. 오빠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닌데···."
실망한 표정을 짓자 정희도 미안했는지 곧바로 사과했다.
"싫어서 그런 게 아니면?"
"그, 그냥 모르겠어요. 오빠랑 있으면···. 제가 막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요."
침대로 물러나 걸터앉은 나는 내담자를 상담하는 상담자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그녀를 차분하게 설득해야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상해 지는데?"
"···말 못 해요."
"좋아. 불편하면 말하지 않아도 돼. 근데 나는 조금 섭섭해."
"네?"
"너랑은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거든. 어제 술 마실 때 내 손 잡았던 건 기억나?"
"···네."
"그땐 왜 그랬어?"
"···모르겠어요. 많이 취했나 봐요."
"원래 취하면 남자 손 막 잡는 스타일인가?"
도발적인 질문에 정희가 발끈했다.
"아니에요! 지금 저를 뭘로 보고!"
"그게 아니면 더 이상하잖아. 나는 단지 도와주려고 했을 뿐인데 네가 너무 질색하니까.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단 말이에요."
나는 화장대 위에 널린 바지. 그리고 구석에 말려진 젖은 팬티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 이유가 혹시 저것 때문이야?"
"······."
"맞구나, 옷이 젖은 이유가 물 때문이 아니었지?"
"······."
"난 네가 나한테 솔직했으면 좋겠어, 정희야. 혹시 나랑 있으면 야한 생각 드니?"
정희가 귀밑까지 얼굴이 빨개졌다.
설마하니 대놓고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때론 단도직입이 먹히는 법이다. 정희처럼 꽉막힌 여자라면 더더욱.
나는 재차 물었다. 낯뜨거운 질문이었다.
실패해도 최후엔 세뇌라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랑 하고 싶어?"
"······."
고개를 푹 숙인 정희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침대 모서리 쪽에 앉아 있다가 그녀가 앉은 화장대 부근으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옮겼다. 정희는 내가 다가오자 움찔했으나, 이번만큼은 거부하지 않았다. 계속 싫어하는 티를 내면 내가 오해할 것을 걱정하는 듯했다.
"정희야. 그건 나쁜 생각이 아니야. 어쩌면 당연한 거야."
"당연한 거라고요?"
"실은 나도 너랑 똑같거든."
"네?"
나는 과감하게 하체를 가리고 있던 가운을 옆으로 젖혔다.
잔뜩 발기한 대물이 팬티를 뚫고 나올 것처럼 팽창해 있었다.
처녀인 정희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입을 크게 벌렸다.
"뭐, 뭐에요 지금!"
정희가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거부감보다는 부끄러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보라고. 나도 아까부터 이렇게 커져있는 걸."
"아, 아니. ···아까부터라고요?"
"그래. 아까부터."
정희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나마 다 벗지 않고 팬티를 입은 상태라서인지 용기를 내 대물을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됐어요, 오빠는···."
"네가 옆에 있어서 그런 가봐."
"저 때문에요?"
난 이쯤에서 한 발자국 더 옆으로 다가섰다.
의자에 앉은 정희와 손을 닿을 거리였다.
"응. 마침 나도 너랑 비슷한 생각 했거든."
"아···."
팔을 뻗어 천천히 그녀의 손을 어루만졌다. 정희는 빼려고 힘을 주었으나, 시늉에 그쳤다. 이내 자극이 밀려들자 정희가 허리를 비틀며 괴로워했다.
"하, 아앙···아···."
"나랑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어때?"
"아, 아앙, 모, 몰라요. 그냥··· 막···."
"막?"
"하윽. 오빠가 손만 잡아도 저는···."
"손만 잡아도?"
"흐아앙, 하앙···. 저, 젖어버린다고요."
"정말?"
정희는 그 말을 하느라 용기를 다 쥐어 짜냈는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역시···. 팬티가 젖은 게 그 이유맞구나."
"패, 팬티는 제가 빨아서 그런 거예요. 그 정도는 아니라고요."
"빨았어? 아까 샤워할 때?"
끄덕.
"많이 젖어서?"
끄덕.
"그리고 바지는 팬티를 안 입고 있다가 젖어 버렸고?"
끄덕.
정희의 다리가 열리며 허벅지 안이 살짝 비추었다. 어찌나 물이 많이 나오는지 사타구니 주변부가 촉촉하게 물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쪽에 와서 앉아봐."
나는 침대 가장자리를 손바닥으로 팡팡 두들겼다.
정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부했다.
"시, 싫어요."
"괜찮아. 안 잡아먹을 테니까 잠깐 앉아."
"······."
정희는 싫다고 해놓고 화장대 앞에서 일어나 쪼르르 내 옆에 앉았다. 말고 행동이 따로 놀았다. 이미 몸이 달아올라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나는 정희의 어깨를 팔로 두르며 말했다.
"정희야."
"네, 오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남자 물건이 커지고, 또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여자가 젖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저, 전 처음이란 말이에요. 정말로."
"원래 평소엔 안 그랬어?"
"전혀요. 근데 오빠 앞에선, 아, 아아앙!!"
팔을 내려 손목을 붙잡자 정희가 자지러지는 신음을 토하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미 몸을 가눌 수도 없을만큼 강력한 자극에 두 눈이 완전히 풀린 표정이었다. 색욕은 인간의 3대 욕구 중 가장
강렬하다. 때론 마약보다.
"내 앞에서 도저히 못 참겠어?"
"···네."
내 어깨에 완전히 밀착한 정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박아달라고 애원하는 눈빛. 하지만 처녀인 그녀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알지 못한다.
‘후후.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 같은데.’
[몸에 좋은 크림을 바른 손으로 그 정도로 만져댔으니 버틸 재간이 있겠습니까?]
‘이제 다 왔어. 종착점이 코앞이야.’
"그럼 참지 마."
"시, 싫어요."
"내가 싫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전 결혼할 사람이랑만···. 결혼할 사람하고만 사랑을 나누기로 했단 말이에요."
정희의 고백에 내가 놀란 듯 되물었다.
"너 설마 처녀야?"
정희는 차마 대답을 못하고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미안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왜요? 제가 경험 있는 여자처럼 보이셨어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흔치 않잖아."
"저 이제 대학교 1학년이란 말이에요."
"모든 1학년이 너 같진 않지."
"네?"
"정란이만 봐도."
"아니···. 걔는···."
"정란이는 아니지? 그럴 것 같더라. 당장 네 동생만 봐도 아니잖아. 스무살인 것고 처녀인 것은 별개란 말이지."
"그, 그치만···. 암튼 전 결혼할 사람이랑만 할 거예요."
나는 내 품에 꼭 안긴 정희를 그윽하게 내려보며 속삭였다.
"나랑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네?"
"결혼 말이야. 나는 해당 없어?"
"아, 아니 그게···. 저흰 만난 지도 얼마 안 됐고···."
"사랑에 시간이 중요해? 네 몸의 반응을 봐. 딱 보면 모르겠어?"
"······."
"그리고 네 몸을 보라고."
나는 과감하게 허벅지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 836. 기말 시즌-36-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