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5. 기말 시즌-35- >
‘따, 땀일 거야. 분명.’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안 되는 방안에서 창문까지 닫아 놓느라 땀을 많이 흘렸다. 겨드랑이는 물론 사타구니도 흠뻑 젖었으니 팬티에 묻은 것도 땀이라고 생각했다.
정희는 팬티의 면 부분을 손끝으로 훔쳤다.
‘끈적해.’
땀이 이렇게 끈끈할 수 없었다.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려고 해도 그것은 자기도 모르게 흘린 애액이었다.
‘아, 대체 왜 오빠만 만나면 이러는 거야.’
정희는 자신의 음란한 몸을 견딜 수 없었다.
알아도 모르는 척, 있어도 관심 없는 척 순진하게 살아왔지만 자신도 결국 동생 정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는 이런 것 마저 똑같았다.
정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세면대에서 팬티를 빨기 시작했다. 어찌나 젖었는지 도로 입기가 찝찝할 정도였다.
‘주머니에 몰래 넣어서 가져가면 되니까.’
팬티를 빨며 정희는 생각했다.
동생인 정란이 그렇게 막나가게 된 것도 어쩌면 이런 음탕한 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좋아하는 남자 곁에만 있어도 즉각 반응이 와버리는 예민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면, 무작정 동생을 탓할 순 없을거란 생각이었다.
‘그래. 란이도 나와 똑같겠지. 다만 나는 그걸 숨겨왔을 뿐이고.’
정희라고 모범생 같은 생활을 늘 즐거운 건 아니었다.
화가 나도 화를 참아야 했고, 하기 싫은 공부를 엉덩이 붙여가며 해야할 때도 있었다.
자신도 때론 놀고 싶었고,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그럴 땐 자유로운 정란이 부러웠다.
동생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학원이 싫증이 날 땐 학원을 땡땡이쳤고, 남자를 만나고 싶으면 얼마든지 사귀었다. 그런 동생을 늘 어르고 달랬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정란의 자유분방함이 샘났던 마음도 없지 않았다.
자신도 5분 일찍 태어난 언니가 아니었더라면.
그래서 부모님과 어른들의 기대를 감당해야 하는 장녀가 아니었더라면.
차라리, 동생처럼 받아쓰기 문제를 하나 더 틀려버렸더라면.
사소한 차이였다.
둘은 분명 비슷했지만, 아주 미묘한 차이가 지금의 두 사람의 인생을 만들었다. 긴가민가한 문제를 찍어서 하나 더 맞을 정도의 사소한 행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둘을 생김새만 갖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란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망설이지 않겠지?’
아직 해도 떨어지지 않은 오후.
조모임을 핑계로 모텔로 온 젊은 남녀.
어느누구도 그녀의 일탈을 지적할 수 없는 밀폐되고 은밀한 공간.
그리고 밖에는 가까이만 있어도 밑을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남자가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은 거리에.
‘정란이라면 분명 해버렸을 거야. 분명.’
정희는 자신이 정란이 아니라는 사실이 서글펐다.
순결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치열하게 지키고 사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스스로를 자기검열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느냔 말이다.
팬티를 빤 정희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샤워기로 물을 뿌렸다. 너무 차지 않은 미지근한 물이었지만, 머리에서부터 쏴아아 흩뿌려진 물이 정희의 구석구석을 훑고 흘러내렸다.
정희는 뿌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신을 보았다
완연한 여성의 곡선은 자신이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녀의 부모님은 쌍둥이 둘에게 축복받은 유전자를 남겨 주었다.
‘내 몸이 이렇게 예뻤구나.’
정희는 스스로의 몸매에 흡족하며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감싸 쥐었다. 찬물에 꼿꼿해진 유두가 손끝에 스치자 찌릿한 자극이 밀려왔다.
"아···"
한번 달궈진 몸은 찬물로도 쉽게 식지 않았다.
특히 문하나를 두고 도훈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아닌 외간남자 앞에서, 이렇게 홀딱 벗어본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딱딱해진 유두가 스위치가 된 듯 정희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몸을 쓸어내렸다. 풍만한 밑가슴을 지나 허리를 타고 골반으로 미끄러진다.
"맞아 비누칠."
정희는 비겁한 자기합리화를 시도했다.
지금 자신은 애무를 하는 게 아니라, 몸에 비누칠을 하는 것 뿐이라며. 몸을 쓰다듬고 만지는 게 아니라, 비누를 구석구석 바르는 것 뿐이라면서.
비누를 든 정희가 목덜미부터 가슴에 이르는 곳을 미끌어 내려왔다. 비누로 인해 피부가 미끈해지자 자극이 한층 심화되었다. 정희는 거품을 낸 손으로 가슴 언저리를 한참 만지더니 서서히 배를 타고 다리 사이로 비누를 들이밀었다.
‘그냥, 씻는 거 뿐이니까.’
하지만 스스로도 비겁한 자기기만이란 걸 잘 알았다.
비누는 의도적일 정도로 젖은 계속 사이를 반복적으로 스치웠다.
"아, 아아!"
자극이 거세지자 정희가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혹시나 밖에 있는 도훈이 들었을까봐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미, 미쳤어. 어쩌자고 이상한 소리를!’
아마도 계속된 자극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연히 켠 티비에서 낯뜨거운 장면이 송출되고, 창문을 너머 옆방에선 듣기도 민망한 신음이 파고 들었다. 우연처럼 계속된 자극으로 인해 정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버린 것이었다.
한참 입을 틀어막은 정희의 귓가에는 쏴아아- 분사되는 물소리만 들렸다. 다행히 도훈은 못 들은 것 같았다.
‘휴-. 하마터면 큰 일날 뻔. 샤워실 들어가서 이러고 있는 걸 도훈 오빠가 알면 나를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하겠어?’
정희는 더 이상의 일탈을 멈추고 서둘러 몸 전체에 비누를 묻혔다. 한 번 더 그곳에 자극을 주었다간 다시는 못 참을 것 같아 근처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비누칠을 끝내 정희가 샤워기 해드를 손에 쥐고 구석구석 비누 거품을 행궜다. 목덜미부터 겨드랑이, 가슴을 지나 배 그리고 사타구니.
사타구니가 문제였다.
"아, 아앗."
물살이 조금 세었는지 밑에 닿자마자 찌르르한 자극이 밀려왔다. 하필 샤워기 물줄기가 성감대를 때린 것이었다.
‘기, 기분이 이상해져버려···.’
정희는 뭔가 홀린 사람처럼 샤워기 물줄기를 계속 쏘아댔다.
한 번 물꼬가 트인 이후 점점 겉잡을 수 없이 변해가는 정희였다.
"아, 아앙, 아아···."
***
"아, 아앙, 아아···."
꿀꺽-
절로 침이 넘어갔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안에서 응큼한 짓을 하고 있을 줄이야.
실은 아까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내부에 음향증폭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일전에도 선보인 바 있는 초소형 도청장치였다.
[주인님은 정말로 음흉하시군요.]
‘뭐가?’
[샤워하는 소리를 도청하다니요. 변태도 아니고.]
‘나라고 이리될 줄 알았나? 근데 정말 의외다. 정희가 저렇게 달아오를 줄이야.’
[주인님이 계속 자극을 주셨으니 그렇죠.]
‘난 그래도 참을 줄 알았거든. 혼전 순결 주의라면서.’
[순결한 사람도 욕망은 있는 법이니까요.]
‘어쨌든 이제 거의 다 넘어왔어. 이제 옆구리만 쿡 찔러도 다리 벌리고 해달라고 애원하게 될걸.’
[과연 그리 쉬울까요? 상대는 꽉 막힌 처녀인데요.]
‘처녀는 뭐 평생 처년가. 아다를 뚫어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렇지. 간만에 아다 폭격기 출동하겠구만.’
신음소리가 천천히 잦아들고 잠시 후 물소리가 뚝 그쳤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끌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희가 가까스로 자제한 모양이었다.
샤워가 끝났으니 곧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는 척 책을 펼쳐 열심히 발표 내용을 요약했다. 한참 정리를 하고 있으니 샤워실 문이 열리며 정희가 옷을 입고 나왔다. 머리엔 하얀 타올을 두른 채였다.
"오빠 미안해요. 좀 늦었죠."
"아니야. 여자들은 씻는 게 오래 걸리잖아. 근데 머리감았어?"
"아,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머리에 물을 뿌려 버려가지고. 감지는 않았는데 좀 말려야 할 것 같아요."
"여기 드라이기 줄까?"
"아니에요. 심하게 젖진 않아서 그냥 놔두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얼른 과제 해야죠. 아직 한참 남았는데."
‘심하게 안 젖긴. 엄청 젖었으면서. 머리가 아니라 밑이.’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정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두 볼이 빨갛게 상기된 모습이 여전히 흥분의 여파가 남은 모양이었다. 금방 끓고 금방 식은 남자와 달리, 여자는 한 번 달아오르면 그 흥분이 가라앉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정희는 여전히 젖어 있을 것이다. 속까지 촉촉하게.
"아니야. 젖은 머리로 나가면 좀 그렇잖아."
"괜찮아요. 추운 날씨도 아니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뭐요?"
"음, 사람들이 괜히 오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오해요?"
"여긴 모텔이니까."
"아, 아! 어머, 어떻게 그런···."
정희가 화들짝 놀랐다.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니 물론 우리는 순전히 조별 과제 정리하러 온 거잖아. 모텔이 커피숍보다 더 합리적이니까."
"그쵸."
"근데 괜히 머리가 젖어서 나가면 사람들이 쓸데없는 오해를 할 수 있으니 말리는 게 좋겠다는 뜻이지."
"듣고 보니 오빠 말이 맞네요.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큰 일 날뻔이 아니라 이제부터 큰일 날 일만 남았는데.’
나는 화장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정희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앉아. 의자가 이것뿐이라."
"괜찮아요. 저쪽 가서 제가 말릴게요."
"그게 아니라 드라이가 고정식이야."
"아. 왜 저렇게 붙박이로 해놨죠? 쓰기 불편하게."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나 봐. 남의 물건이라고 함부로 하는."
"아···."
정희가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다. 나는 드라이기를 빼 그녀의 머리위에 가져갔다.
"아앗, 오빠. 제가 할게요."
"아니야. 언제 또 말리고 있어. 금방이면 되니까 말려줄게."
"정말 괜찮은데."
정희는 한사코 거부했지만 이미 드라이기를 켜고 말리는 나를 막을 순 없었다.
휘이잉- 따뜻한 바람이 나와 그녀의 젖은 머리를 말리기 시작하자 정희도 결국 포기한 듯 두 팔을 내려 놓았다. 내가 굳이 나서서 그녀의 머리를 말리려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을 직접 터치할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되기 때문이었다.
‘어디 한 번, 몸에 좋은 크림 맛 좀 볼까?’
한 손엔 드라이기를, 나머지 한 손으론 두피 부근을 흩트리며 머리를 말렸다. 당연히 손끝에는 크림이 묻어 있었다.
"아, 아앗!"
두피에 닿자마자 정희가 움찔 몸을 떨었다.
"왜 그래? 너무 바람이 뜨거워?"
"아, 아니 그게···."
씻고 나온 그녀는 또 한 번 지리고 말았을 것이다.
후후-.
이제부터 중요한 건 자극과 반응 사이에 맥락을 넣은 일이다. 나의 터치로 성감대를 자극받고 있지만, 정희는 그 연유를 정확하게 모른다. 마치 전기 자극에 반응하는 개구리 뒷다리처럼 성감대를 쿡쿡 찌르니 몸만 뜨거워지는 셈이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녀를 진정으로 벌리게 하기 위해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정희는 머릿결이 참 곱구나."
"네, 네?"
"아니. 이렇게 만져보니까 머릿결도 미인이네."
"오, 오빠···."
"얼굴만 미인인 줄 알았더니 말이야."
"왜 그러세요, 민망하게. 아, 아아아앙!"
또다시 목덜미를 가볍게 터치.
자극을 받은 그녀가 자지러지는 신음을 토했다
"왜 그러는 거야? 간지러워?"
"아, 아니 그게···."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은 없으리라.
손만 닿아도 지리고 있다고 어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크림의 위력에 새삼 놀라며 다시 한번 그녀의 두피를 어루만졌다.
"흐아앙, 아앙, 아아!"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정희는 결국 흐느끼는 신음과 함께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그녀의 뒷주머니에서 뭔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어?"
그것은 젖은 헝겊처럼 보였다. 돌돌 말려진 그것은 너무도 작아서 처음엔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무심결에 그것을 집어든 나는 정희의 뒤에서 천천히 펼쳐 보았다. 드라이가 멈추가 정희는 무슨 일인가 하고 거울로 나를 보다가 대경실색하며 소리쳤다.
"아, 안돼요!"
"이게 뭔데 그래?"
"안 된다니까요!"
정희가 바락바락 소릴 질렀지만 이미 젖은 물건이 양 옆으로 펼쳐진 뒤였다.
"···이건 팬티."
"앗, 줘, 줘요!"
정희가 빼앗듯 팬티를 훔쳤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정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항변했다.
"그, 그게 아니라 패, 팬티가 젖어가지고."
"팬티가 젖어?"
"아,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샤워하다가 팬티가···."
"팬티를 입고 샤워를 했다고?"
"아, 아니···."
정희는 더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푹 떨궜다.
팬티를 빤 연유는 대충 짐작이 갔다.
‘좋아 타이밍이다. 로시, 지금 영상 재생. 한국 걸로.’
[지금요?]
‘그래. 바로 지금이야. 음원은 꼭 한국걸로 해야해. 아까처럼 서양걸로 하지 말고.’
[넵.]
침묵에 휩싸인 모텔룸 안으로 흐느끼는 신음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벽면을 타고 넘어오는 소리였다.
"아아, 아, 오빠, 더, 더 세게 박아줘. 아앙!"
"그래, 오늘 한 번 뚫어줄게!"
쿵-쿵-!
초소형 스피커에 달린 우퍼가 정말로 반대편에서 벽을 치는 것처럼 낮은 울림을 만들어 냈다. 누가 들어도 옆방에서 떡을 친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는 현장감있는 사운드였다.
안 그래도 부끄러워 수치사를 할 것 같던 정희는 옆방에서 흘러나오는 신음과 진동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팬티를 빨아서 숨긴 것도 모자라, 이젠 옆방에서 다 들리게끔 떡을 치고 있었다.
더이상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는지 정희가 말없이 테이블로 가더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이라고 해봐야 노트북과 교재가 전부였다.
"그, 그냥 저희 나가요 오빠. 여기선 더 이상 못하겠어요."
"잠깐."
나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정희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괜찮겠어?"
"네?"
정희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반문했다.
나는 말 없이 그녀의 스키니 진을 쳐다보았다.
하얀빛이 감도는 청바지 사타구니 가운데 커다란 물자국이 뚜렷하게 보였다. 노팬티 의자에 앉아 애액을 흘려댄 결과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너 지금 노팬티잖아."
< 835. 기말 시즌-35-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