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828화 (796/2,000)

< 810. 기말 시즌-10- >

***

"오빠. 혹시 손교수님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세요?"

날카롭게 파고든다.

서현은 늘 눈치가 빨랐다.

특히 남녀 관계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때 스토킹을 할 때, 심증만으로 나의 여성 편력을 모두 꿰뚫어 본 바가 있다.

일단은 부정해 본다.

"···아닌데?"

"왜 근데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보자고 하죠?"

"나야 모르지.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

서현은 얼마 전까지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리고 당시 상식 개변을 통해 그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혹시 상식 개변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물어볼 수도 있죠. 오빠랑 저 사이면."

"너랑 나랑 무슨 사인데?"

일단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의도를 알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

서현이 실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파트너 하자면서요, 언제는."

‘휴. 다행히 금제가 풀린 건 아니었군.’

[그러게요. 저도 식겁했습니다.]

"목소리 좀 낮춰.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닐 셈이야?"

"솔직히 섭섭해요. 퇴원하고선 잘 만나주지도 않고."

"미안. 바빴어."

"그러면서 다른 여자랑은 잘도 만나고 다니고."

"손교수님은 진짜 아니라니까 그래."

"교수님 말고도요. 아까 정음이랑도 톡 했잖아요. 제가 모를 줄 알았어요?"

‘와, 대체 이 계집애는 눈이 몇 개나 달린 거야?’

"정음이랑 그런 사인건 예전부터 알고 있지 않았어?"

"알아요. 그치만···. 오빠가 저만 따돌리는 거 같아서 좀 서운해요. 무슨 파트너가 그래요?"

대화를 나눠보니 딱히 상식 개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다만, 파트너라고 해놓고 만나주지 않은 것에 서운함이 쌓인 것 같았다.

‘이건 정말 피곤하군. 2학기 땐 우리과 애들하고 수업을 따로 듣던 가 해야지. 만날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다니.’

[관리하는 여자분이 너무 많아 그렇습니다. 조금은 줄이는 게 어떤가요?]

‘내가 정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솔직히 서현은 손절 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당시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녀를 매몰차게 잘라내기 미안했다. 괜히 범인으로 오해한 것도 있었고.

나는 서현에게 말했다.

"알았어. 이번 주에 한 번 시간 내볼게."

"이번 주요? 오늘은 안되고요?"

"오후에 조모임 있어."

"설마 거기서 또···."

"아니라니까? 나를 무슨 여자만 보면 달려드는 껄떡쇠로 보는 거야?"

[사실이지 않습니까?]

‘모르는 게 약이지.’

"···암튼 이번 주라는 거죠?"

"응. 시험공부를 같이 해도 좋고."

"기말시험요?"

"응, 너 공부 잘하잖아."

박서현은 1학년 탑이다. 수석 입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은 체육교육과의 엘리트 출신.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

"오빠도 공부 잘하시잖아요."

"어차피 서로 학년이 다르잖아. 경쟁하는 관계보단 협력적인 파트너가 되는 편이 서로 좋지 않겠어?"

"흐응, 오빠랑 저는 이래저래 파트너 사이로군요."

서현은 살짝 기분이 풀어진 것 같았다.

그녀가 나를 향해 말했다.

"솔직히 오빠가 누굴 만나고 다니건 상관 안 해요. 어차피 서로 구속하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치만, 저를 너무 방치하진 말아주세요. 저 질투심 강한 거 아시잖아요."

"알지. 알다마다. 이번 주에 꼭 한번 봐."

"약속한 거예요?"

"응. 연락할게."

들러붙는 서현을 겨우 따돌려 보냈다.

과거 스토킹할 때에 비하면 훨씬 양호해지긴 했지만, 늘 버거운 상대임엔 틀림없다.

‘어휴, 내가 진짜 2학기 수강신청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듣고 만다.’

[되도록 마주치지 않는 게 좋긴 하겠네요.]

서현의 참견으로 다소 늦게 손교수의 연구실에 도착한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교수님, 안에 계세요?"

"응, 들어··· 헉헉, 와."

가쁜 숨소리에 살짝 긴장한 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느새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은 손교수가 실내 싸이클 위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는 중이었다.

다리에 바짝 달라붙는 레깅즈가 늘씬한 각선미를 드러냈고, 탱크탑 브라 위로 드러난 쇄골에선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떨어지고 있었다.

수업 끝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고 있었던 건가?

"운동하고 계셨어요?"

"어, 아니 잠깐. 하루에 30분씩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페달을 멈춘 손교수가 목에 수건을 걸고 안장에서 내렸다. 에어컨이 켜지긴 했지만, 땀을 뻘뻘 흘린 손교수는 탄력적인 몸매를 과시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어휴, 덥다. 시원한 물이라도 한잔 줄까?"

"저보단 교수님이 마셔야겠는데요?"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소파에 앉아."

"네."

소파에 앉자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낸 손교수가 물컵에 찬물을 따라 가져왔다.

"여기."

"교수님부터 드세요."

"그럴까?"

손교수가 고개를 위로 젖히더니 한 손을 옆구리를 받치고 꿀꺽꿀꺽 찬물을 들이켰다. 헤어밴드로 묶은 머리에서 솜털이 삐져나와 목덜미에 붙은 모습이 너무나 섹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적인 섹스어필 같았다.

꿀렁이는 목덜미를 타고 주륵 흘러내린 땀방울이 깊숙한 골짜기 안으로 스며 들어갈 땐 나도 모르게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작정한 모습이군요.]

‘네가 봐도 그렇지? 교수가 학생을 저렇게 대놓고 유혹하도 되는 건가?’

물컵의 물을 반쯤 마신 손교수가 남은 잔을 내밀었다.

"자, 너도 마셔."

유리컵에서 손교수의 진한 립스틱 자국이 묻어 나왔다.

"교수님 드시던 건데 제가 먹어도 괜찮으세요?"

손교수가 피식 웃었다.

"뭘 어때? 우리 사이에."

손교수가 자꾸 친밀함을 강조했다. 나는 일부러 립스틱이 안 묻은 쪽으로 물을 마셨다. 빈 물컵을 내려놓고 보조 소파에 앉은 손교수에게 물었다.

"근데 무슨 일로 절···."

"어, 그냥 얘기 좀 하자고 불렀어."

"무슨 얘기요?"

"곧 기말시험이잖아."

"네."

"중간 성적도 좋아서, 기말만 잘 보면 A+ 나올 것 같더라?"

"열심히 해볼게요."

"마음 같아선 시험 내용이라도 미리 알려 주고 싶지만···."

"아뇨.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힘으로 해보고 싶어요. 충분히 할 수 있고요."

"응. 알지. 네가 거절할 것 같아서 그 얘긴 안 하려고."

"그럼 왜?"

"혹시 용돈 벌이 필요하나 해서."

"용돈이요?"

[돈은 지금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아무리 살 맞대는 사이라도 돈에 얽히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데.’

예단해서 거절의 의사를 밝히려고 하는데, 손 교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아, 오해는 말고. 이번에 붙은 신입생 모집 포스터 봤거든."

"포스터요?"

"응. 이번 단과대 포스터 모델, 도훈이 너 맞지?"

"아···."

저번에 정음이랑 함께 찍은 사범대학 신입생 모집 포스터가 나온 모양이다. 교수들에게 미리 시안이 내려간 걸까?

"전자결재 공람을 보니 익숙한 얼굴이 나왔더라고."

"저희과 조교 선생님이 추천해 주셨어요. 사례금도 조금 나온다고 해서."

"응. 나도 그래서 너한테 도움 줄 게 있나 싶어서. 이번 여름 방학 때 정부 지원으로 프로젝트가 하나 떨어졌거든."

"프로젝트요?"

"응. 산업디자인 관련 대학원생 대상인데, 대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이야."

"근데 전 전공이 미술분야가 아닌데···."

"아아, 아니. 디자인 분야가 아니라 체험 부분이야. 우리과 대학원생이 개량한 제품을 시험해 보고 체험 후기를 작성해해주는 일인데 이건 전공이랑 상관없거든."

"무슨 임상테스트 비슷한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지. 그냥 인터넷으로 물건 사서 제품 후기 남기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어떠니?"

알고 보니 손교수가 부른 이유는 여름 방학 단기 알바 제안이었다. 성적과 관련해서는 내가 한 번 거절한 이력이 있어서 인지 꺼내지도 않았다.

[확실히 방학이 가까워지긴 한 모양입니다. 이래저래 일자리도 많이 들어오고요.]

‘저건 백퍼 명분이지.’

[명분이라뇨?]

‘꿍꿍이속이 뻔하잖아. 어차피 정부에서 연구 보조로 주는 돈, 겸사겸사 용돈도 챙겨줄 겸 프로젝트 핑계로 방학 때 자주 보며 배꼽 좀 맞춰보자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치자는 소리랄까?’

[아하, 그런 의도가 숨어 있군요.]

‘딱 보면 척이지. 모르겠어? 수업 마치자마자 옷까지 환복해서 몸에 딱 달라붙는 옷 입고 땀 흘려 대는 모습 보면. 자기 따먹어 달라고 이마에 써 붙인거나 마찬가지지.’

"어때? 생각 있니?"

"음···."

"테스터 알바치곤 보수도 괜찮은 편이야. 원래는 우리과 학부생 추천해 달랬는데, 내가 일부러 너 추천한 거거든."

"어? 그럼 괜히 저 때문에 곤란해지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 괜찮아. 테스트할 제품이 홈트레이닝 관련 물품이라서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 1순위 거든. 사범대 모집 포스터 보는 순간 딱 도훈이 네가 하면 좋겠다 싶더라."

"아···. 그렇군요."

"너 몸 좋은 거, 내가 잘 알지."

손교수가 야시시하게 웃더니 내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아직도 땀이 식지 않은 몸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채취가 흘러나왔다. 자세히 보니 탱크탑 아래 브라도 받쳐입지 않아 가운데 젖꼭지가 도드라져 있었다. 왠지 돌기된 모습은 기분 탓일까?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할거야

"네. 뭐, 그냥 노는 것보단 좋겠죠. 알바비도 챙겨 주신다니."

"잘 생각했어. 여기 지원서 줄 테니까 채워줄래?"

손교수가 테이블 위에 준비된 지원서와 볼팬을 건넸다.

성명, 소속학과, 이름, 주소 등을 채우고 있는데 어느새 소파 뒤로 돌아온 손교수가 내 어깨에 손을 짚었다.

"아니. 거긴 공란으로 놔둬 돼."

"아···, 네."

"지원 동기는 적당히 맞춰 쓰고."

한 번 어깨에 손을 짚은 손교수는 물러날 생각이 없는지 자꾸 등받이에 상체를 기울였다. 지원서 쓰는 것을 코치하는 척 점점 달라붙는 모습이 왠지 웃겼다.

‘수작부리는데?’

[손교수도 은근 노골적이군요.]

‘골드미스라 화끈한 구석이 있긴 하지.’

열심히 빈칸을 채우고 있는데 갑자기 정수리에 물컹한 덩어리가 얹어졌다.

"어?"

"어머, 닿아버렸네?"

손교수는 아예 대놓고 문지르는 중이었다. 얇은 탱크탑을 두고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근데 너 어깨가 좀 뭉친 것 같네? 요새도 운동 많이 하니?"

손교수는 은근슬쩍 젖가슴을 문지르며 두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는 군소리 없이 계속 필기를 이어가며 대답했다.

"운동은 좀 쉬고 있어요. 기말 시험 대비해야 해서."

"벌써부터? 2주나 남았는데?"

"2주밖에 안 남은 거죠. 공부할 양이 은근히 많아서요."

"도훈이는 정말 뭐든 열심히구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하아, 근데 좀 땀을 너무 많이 흘렸네."

어깨를 주무르던 손교수가 갑자기 열이 나는 듯 손부채를 흔들었다. 왠지 사인을 주는 느낌에 고개를 뒤로 돌리자 손교수가 목에 건 수건으로 탱크탑을 들추며 땀을 훔치고 있었다. 손교수는 내 시선을 즐기며 의도적으로 도발했다.

"가슴이 크니까 참 불편한 게 많아. 조금만 운동해도 이렇게 땀이 차버리니까."

"아···네."

[이야, 이건 좀···.]

‘몸이 단단히 단 모양인데.’

[얼른 조모임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게 말이야. 근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나는 손교수의 풍만한 가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교수님?"

***

"···제가 도와드릴까요, 교수님?"

"어머. 그래 주면 고맙지. 이게 너무 타이트해서."

손교수가 상기된 표정으로 수건을 건넸다. 수건을 받아든 도훈은 소파에서 일어서서 탱크탑 주변에 묻은 땀을 닦기 시작했다. 쇄골에서부터 겨드랑이, 그리고 골짜기로 이르는 부분을 구석구석 닦아내자 자극을 받은 손교수의 숨결이 조금씩 거칠어 졌다.

"아···아. 밑에도 좀···."

"밑이요?"

"응. 내가 가슴이 큰 편이라 밑에 자꾸 땀이 참거든."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건으로 가슴 밑 부분을 훔쳤다. 그러나 탱크탑이 살짝 허리까지 내려와 있어, 접힌 부분을 닦기엔 역부족이었다.

"상의를 살짝 들춰야겠는데요?"

"너 편할 데로."

손교수는 두 팔을 옆으로 벌렸다.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무언의 사인이었다.

도훈은 탱크 탑을 위로 들춰 밑가슴을 꺼냈다. 꼭지까지는 들추지 않았어도, 맨살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숨 막히는 라인이었다.

"아···."

"그치? 가슴이 크니까 접히는 부분 때문에 밑에 땀이 그렇게 차버리네."

"그렇네요 정말."

도훈은 땀과 섞인 손교수의 살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성숙한 여인이 풍기는 육향은 남자를 올가미처럼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크흐, 죽겠네 정말. 확 벗겨서 쪽 빨아버리고 싶네.’

[역시 주인님은 쉬운 남자군요.]

‘내가 뭘?’

[그냥 조금만 유혹해도 바로 넘어 가버리니 말입니다.]

‘이 정도로 노골적이면 100이면 100 다 넘어가지.’

손교수의 풍만한 밑가슴에 흥분한 도훈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닦을게요."

"응, 부탁해."

도훈이 수건을 들어 접힌 밑가슴을 살짝 들어 올렸다.

손에 닿는 탱탱한 살결이,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탄력적이었다. 특유의 폭신한 촉감과 함께 꼭지가 보일 듯 말 듯 감추어진 모습 또한 너무도 섹시했다.

‘아으, 못 참겠는데 이건.’

[역시 주인님은 가슴에 너무 취약하셔서 문젭니다.]

도훈이 끝내 자제를 포기했다.

"교수님, 옷 때문에 걸리적거려서 안 되겠어요. 그냥 확 벗어버리세요."

< 810. 기말 시즌-10-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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