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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824화 (792/2,000)

< 806. 기말 시즌-6- >

정보창 추천 멘트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시무룩해 있던 수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진 것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는지, 그녀는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거짓말."

"정말이야."

"보고 싶다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요? 제가 얼마나 오빠 답장을 기다렸는데."

"그땐···."

도훈이 거짓말을 떠올렸다.

"···그땐 좀 혼란스러웠어."

"혼란스럽다뇨?"

"자신이 없었달까?"

"무슨 소린 줄 모르겠어요."

수지가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소개팅 이후 이따금 연락을 주고받다 빈도가 뜸해지며 흐지부지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한 일.

수지는 도훈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계륵.

남 주긴 아깝고 갖기엔 싫은.

사귀자기 애매하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미련이 남을 것 같은 딱 그 정도의 감정이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SNS에서 노출을 일삼는다는 걸 들켰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수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건 그녀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어떤 남자라도 소개팅녀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거리낌 없이 노출하는 여자라는 걸 알고 나면 망설여질 것이다.

음탕한 댓글에 흥분하며, 익명의 요구에 원하는 데로 포즈를 취해주고, 얼굴만 빼놓고 전신을 모두 드러낸 인터넷 창녀에게 어느 누가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거기만 안 뚫렸을 뿐, 이미 고교 시절부터 애널섹스를 즐긴 이력 또한 그녀를 움츠러들게 했다.

도훈이 대답했다.

"모르겠어.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

"······."

"왜 그럴 때 있잖아? 머릿속 복잡할 때. 그러다 보니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보내자니 뒷북치는 거 같고."

"무슨 뜻인 줄 알겠어요."

"그렇다고 그게 수지 네가 싫다는 말은 아니야. 아까 말한 데로 계속 네가 생각났거든."

"네."

수지는 스스로 허물이 있었기 때문에 도훈의 우유부단 태도를 더 따지지 않았다. 다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준 데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다.

‘그래도 조금은 미안했나 보네.’

기분이 조금 풀린 수지가 화제를 바꾸었다.

"참, 저 인스타 탈퇴했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도훈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대답했다.

"네."

"팔로워 엄청 많지 않았나?"

"많았죠."

요즘은 인플루엔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SNS상의 인기가 인싸의 척도가 되는 시대. 그런 인기 많은 계정을 스스로 없애 버렸다는 말에 도훈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깝겠다."

"아깝긴요. 건전한 내용으로 인기를 끈 것도 아니었는데."

"음."

수지는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돌이켜 보니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결국엔 협박까지 당했으니까."

"협박한 사람이 더 나쁘지. 남의 약점을 그렇게 이용하다니. 그건 비겁한 짓이야."

"저도 잘한 건 없어요. 얼굴만 안 드러낸다고 그런 짓이 용납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 아무튼 잘 생각했어."

"그리고 솔직히 오빠 때문이기도 했어요."

"나 때문이라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얼굴도 모르는 다른 이성에게 아무렇게나 알몸을 보여주는 취미가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말이에요."

"아···."

"저라면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왠지 내 껄 빼앗기는 기분도 들것 같고."

"그랬구나."

"그냥, 오빠 앞에서 조금이라도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도훈이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정말 잘 했어. 그리고 고마워.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었다니. ···하지만 살짝 아쉽긴 하다."

"아쉽다뇨?"

"네 계정에 있던 사진들 말이야. 나도 몰래 구경하고 그랬거든."

"아···!"

갑작스러운 도훈의 고백에 수지의 얼굴이 빨개졌다.

"미안. 근데 안 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

"그, 그걸 다 보신 거예요?"

"응. 사진에 남긴 댓글에 대댓글까지 전부."

"아, 아···."

수지가 부끄러운 듯 빨개진 두 볼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당시 수지가 올린 사진에는 ‘댓글 강간’이라고 불릴 만큼 심한 성희롱이 난무했다. 더욱이 그것을 은연중에 즐긴 수지는 만족스러운 댓글에 직접 음탕하기 짝이 없는 대댓글로 응답하기까지 했었다.

지금은 탈퇴하면서 모든 기록이 사라졌지만, 도훈이 그것을 일일이 다 읽었다고 생각하자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노출증을 들켰다는 생각에 살짝 흥분됐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처녀 빗치 습성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그걸 정말로 다 읽어보셨다고요?"

"응."

"···창피해요."

"아니야. 누구나 의외의 면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

"그렇다고 네가 실제로 문란하게 행동한 것도 아니었잖아."

"맹세컨대 그걸 이용해 누구와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알아. 내가 어찌 그걸 모르겠어."

도훈이 은근슬쩍 그녀와의 첫 경험을 상기했다.

"안 그래?"

이야기가 갑자기 야한 주제로 흘러가자 수지는 모처럼 심장이 콩닥거렸다. 도훈을 그리워한 이유 중 하나가 그에게 처녀를 바쳤던 순간의 즐거웠던 기억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빤, 정말 사람 부끄럽게 하네요. 민망해서 눈을 못 마주치겠어요."

수지가 시선을 내리깔며 고개를 푹 숙였다.

노출을 그만두고 착하게 살기로 했지만, 한때 처녀 빗치로 불렸던 음탕한 자아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저 꽁꽁 봉인되어 있을 뿐.

"그럼 정말 계정에 있던 사진들 싹 다 날려 버린 거야?"

"···그건 왜요?"

"아쉬워서. 이럴 줄 알았음 폰에 저장이라도 해둘 걸 그랬네."

"무, 무슨 소리예요, 그게!"

"농담이야."

도훈이 말을 돌렸지만, 슬슬 몸이 단 수지는 점점 흥분하고 있었다. 노출증이라는 변태적인 성향은 여전히 그녀의 강력한 아이덴티티 중 하나였다.

"···보고 싶으세요?"

"응?"

"계정은 탈퇴했지만, 사진은 아직 폰에 있긴 해요. 오빠가 보고 싶음 보내 드리려고요."

"진짜?"

"어차피 오빠는 다른 사람하곤 다르잖아요."

"뭐가?"

"실제로 다 보셨으니까."

"아."

수지는 살짝 상기된 목소리였다. 이미 시동이 걸린 그녀는 점점 주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지금 보내드릴까요?"

"여기서?"

도훈이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열람실 밖에 마련된 휴게실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원체 많았다. 이런 공공장소에서 음탕한 사진을 주고받는다는 행위 자체가 무척이나 외설적인 행위였다.

‘수지가 살짝 몸이 단 것 같지?’

[주인님이 열심히 유도하시던데요?]

‘내가 뭘. 그냥 찔러본 것뿐인데.’

"너무 보는 눈이 많지 않아?"

"그렇다고 남의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폰을 꺼내든 수지가 비번으로 잠금 된 갤러리를 열었다. 한쪽에 모아둔 비밀 폴더를 열자 온통 살색의 향연이 조각모음처럼 펼쳐졌다.

"싹 다 보내드릴까요?"

도훈은 수지의 목소리 톤이 떨리는 걸 느꼈다.

‘개과천선했다더니 노출증은 여전하네.’

"아니. 몇 개만 골라서."

도훈이 사진을 클릭하자 화면 가득 음란한 포즈의 사진들이  확대되었다. 대부분 얼굴이 짤린 사진들. 하지만 몸매만 봐도 수지의 것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도훈은 음미하듯 천천히 한 장씩 슬라이드 했다.

음모 노출은 기본이고, 자위를 하는 장면에 이르러선 수지도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즐기고 있구나.’

[네?]

‘자신의 벗을 몸을 보는 나에게 흥분하는 거야.’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군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이 바뀌긴 한 거지. 뭐 본질은 똑같지만.’

"이 사진 마음에 드네."

사진을 넘기던 도훈이 동작을 멈추었다.

침대에 누운 자세로 노출된 밑을 찍은 사진이었다. 손가락 두 개를 V자로 벌려 대음순을 열어젖힌 음탕하기 짝이 없는 사진. 사진을 고른 도훈은 일부러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확대시켰다. 수지는 정말로 도훈이 손가락을 그곳에 갖다 댄 것처럼 흥분했다.

"아, 아···."

벌어진 구멍의 검은 부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수지는 도훈이 자신의 알몸을 구석구석 살피는 모습에서 점점 숨이 가빠졌다.

"색감이 좋아."

"······."

"털은 민 건가?"

"···네. 비키니 라인 때문에."

"왜 이렇게 젖어 있어?"

"어, 어떻게 아셨어요?"

수지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응?"

그제야 도훈의 말뜻을 오해한 걸 깨달은 수지가 갑자기 손사래를 치며 폰을 테이블에 뒤집었다.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도훈은 그녀의 말실수를 캐치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너 설마."

도훈이 빤히 가슴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수지가 허벅지를 바짝 오므리며 말했다.

"죄, 죄송해요. 지금 그러냐고 묻는 줄 알고."

"젖었니?"

수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 아니에요. 그냥 저 혼자 흥분해 버려서."

"여전하구나?"

"네?"

"그 노출증."

"···네."

"내가 네 벗은 몸 보고 있어서 그런 거야?"

"하아-,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래서 인스타도 탈퇴했는데."

"남이 너 봐주면 흥분되고 그래?"

"···네."

"많이 젖었니?"

"···네."

"어떡하지? 여긴 도서관인데."

"화, 화장실 다녀올게요."

일어서려는 수지를 도훈이 손목을 붙들어 앉혔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

"나도 오랜만에 네 사진 봐서 흥분했거든."

"아···아."

"나갈래?"

"어, 어디로요?"

"어디든."

수지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

도훈은 수지를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보조석에 앉은 수지가 민망했는지 괜히 차량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차가 있으신 지 몰랐어요."

"아, 너 만난 이후에 샀어. 중고차야."

"그러셨구나."

"수지야."

도훈이 수지의 손등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네, 네?"

"난 솔직히 미안했어."

"뭐가요?"

"그냥. 너랑 소개팅한 날. 처음 본 날 그런 짓까지 해버렸잖아."

"아···."

"그러고 나서 연락도 잘 안 하고. 네가 먹튀라고 생각 했을 까 봐 미안하더라."

"···알긴 아시네요."

"당연하지. 나도 양심이 있는데."

수지가 손등을 뒤집더니 도훈의 손가락에 깍지를 끼며 꽉 잡았다.

"아니에요. 먹튀."

"응?"

"먹었지만, 튀진 않았잖아요. 이렇게 다시 보게 되었으니."

손을 꼭 잡은 수지가 몸을 운전석으로 기울이더니 도훈에게 기습키스를 했다. 엉겹 결에 당한 도훈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이번엔 본인이 전투적으로 달려들었다.

"수지야!"

혀를 들이밀어 키스를 퍼붓자 수지의 몸이 금세 뜨거워졌다. 입술을 잡아먹을 것 같았던 키스가 끝나자 수지의 숨결이 흐트러지며 가쁜 숨이 몰아 나왔다.

"하아, 하아···. 오빠. 나 못 참겠어요."

도훈 역시 흥분이 밀려왔지만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

"여기서? 안 돼.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다 보일걸?"

"아···."

"어디 한적한 데로 갈까?"

"···네."

시동을 건 도훈이 차량을 출발시켰다.

이미 몸은 예열된 지 오래였으나, 대학교 안에 좋은 곳은 찾기가 어려웠다. 도훈이 으슥한 곳을 찾아 헤매는 사이 수지는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중이었다. 낌새를 보아하니, 집에 조금 늦는다고 연락을 취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저지르고 말았군요. 대체 어쩌시려고요?]

‘저렇게 몸이 달아있는데 어떻게 그냥 두고 봐?’

[아니 무슨 주인님이 인간 딜도입니까? 달아오는 여자마다 다 식혀주고 다니게.]

‘그런 게 아니잖아. 수지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두 번 미안 했다다간, 결혼이라도 해줄 판이군요.]

‘잔소리 말고 장소나 물색해봐.’

[그런 기능은 저도 없습니다. 아, 그 스킬이 있으면 딱 좋을텐데요.]

‘무슨 스킬?’

[이번에 미션 보상으로 나온 역학 스킬 말입니다.]

‘그 처녀 보살 미션?’

[네. 역학의 세부 스킬인 ‘명당’ 스킬에 장소를 섭외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음기가 충만한 곳을 안내해 주지요.]

‘그거 좋네.’

[기왕이면 모텔은 어떻습니까?]

‘그건 너무 본격적이고. 그냥 차에서 해결할래.’

한참을 차를 몰고 다니던 도훈은, 불 꺼진 건물 하나를 찾았다. 교직원들도 일찍 퇴근했는지, 주차장에 차도 거의 보이지 않는 으슥한 곳이었다.

‘여기가 좋겠다.’

차를 주차한 도훈이 말했다.

"수지야."

"네."

"나는 좀 더 너를 알고 싶어."

"어떤 의미에서요?"

"소개팅 한 번 했다고 바로 사귀는 것도 웃기잖아."

"저랑 썸타자는 얘긴가요?"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썸타면서 이렇게 하기도 해요 원래?"

도훈이 슬그머니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자 수지가 물었다.

"요샌 썸 탈 때 몸도 탄다더라고."

"오빤 여전히 야하네요."

"그래서 별로야?"

"아니요. 야한 남자라서 더 좋아요."

수지가 도훈을 손을 끌어당기더니 치마속으로 불쑥 집어 넣었다. 이미 축축해진 팬티는 흥건히 젖어 밖으로 물기가 스며나올 정도였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

"오빠한테 사진 보여주면서부터요."

도훈은 손가락을 문질거리며 팬티위로 자극을 주었다.

"이거 꽤나 심각한데."

"오빠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화장실가서 닦고 오려고 했는데."

"내가 닦아 줄게."

"어, 어떻게요?"

"입으로."

도훈이 짐승처럼 수지에게 달려들었다.

< 806. 기말 시즌-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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