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1.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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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룸.
모텔에 먼저 도착한 장미와 윤솔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TV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재밌는 게 없나 연신 채널을 돌리던 장미는, 화면 가득 살색이 등장하자 저도 모르게 리모컨을 멈추었다.
"아, 아앙, 아아아!"
국산 애로 채널에선 헐벗은 여성의 작위적인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업소녀 출신인 두 사람은 입꼬리에 미동조차 없었다. 윤솔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주 연기를 해라."
"연기 맞는데?"
"그런가? 언니도 혹시 신음 내면서 해?"
"나?"
윤솔의 물음에 장미가 골똘히 생각했다.
‘하긴 나도 억지로 낼 때가 많지. 하나같이 시원찮으니 원.’
경험이 많은 장미는 어지간한 삽입으론 만족하지 못했다. 살짝 허벌인 그녀로선, 대물이 아니고선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때 기둥이랑 할 땐 진짜였는데.’
"분위기 깨지 말라고 적당히 맞춰 주는 경우가 많지. 그렇게라도 안하면 섰던 좆도 죽어버리니까. 솔이 넌?"
"나? 나는 뭐···."
윤솔은 자신이 언제 끈적한 섹스를 해봤는지 떠올렸다.
2차를 잘 나가지 않는 그녀로선 떠올릴만한 추억이 많지 않았다. 몇 안 되는 추억 속에서도 오르가즘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식을 싫어하는 그녀 성격에, 당연히 신음을 쥐어짤리도 없었다.
"솔직히 내본 적도 없어."
"없어?"
"응. 예전에야 있었지. 외국 살 때는."
"유학 갔을 때 말이지?"
"응."
"거긴 다들 대물이라며?"
"아니야. 언니 흑인이라고 다 클 줄 알지? 천만에."
"정말?"
"그렇다니까?"
"영상에 보면 흑인들은 죄다 크던데."
"그거야 흑인 중에서도 큰 애들을 섭외하니까 그런 거지. 물론 동양인 평균보다야 크긴 한데, 막 영상에 나오는 그런 애들이 흔한 건 아니야. 흔하지 않으니까 배우를 하는 거고."
"그렇구나."
"그래도 제법 큰 애들은 있었어. 한국와선 거의 못 봤지만."
"맞아. 우리나라에 대물이 흔한 건 아니지."
윤솔의 물음에 장미는 곧바로 기둥을 떠올렸다.
이름처럼 커다랗고 뜨거웠던 불기둥.
그 우람한 좆대가리가 인정사정없이 밀고 들어온 기억은 아직까지 뇌리에 또렷히 남아있었다. 그 생각만 하면 자기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는 장미였다.
"맞다. 언니 저번에 진실게임 때 말했잖아. 나이트 갔을 때 대물 만난 적 있다고."
"맞아. 진짜 엄청났어."
"그렇게 컸어?"
"말이라고. 크기도 크긴데 정력도 끝내줬어."
"언니가 제대로 못 쪼인 거 아니고?"
"내 기술 의심하니?"
"나야 모르지. 듣기만 들었으니까."
"잔기술 같은 건 통하지도 않더라. 그냥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데···. 어우."
TV에선 여전히 남녀의 므흣한 정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노출도 없고, 어설픈 체위라지만 계속 보다 보니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예열되기 시작했다.
‘아···. 저거 보니까 급 땡기네. 기둥이 오면 얼른 애들 재우고 한 판 해달라고 해야지.’
윤솔 역시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늘이 배란기가 맞나 보네. 평소보다 너무 민감한 거 같아.’
말없이 영상을 쳐다보다 민망해진 장미가 입을 열었다.
"근데 술 사러간 애들은 맥주 발효시켜서 오니? 왜 이렇게 늦어?"
"그러게. 혹시 딴 대로 세진 않겠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여름이 붙여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에이, 설마. 여름이가 그렇게 무책임하려고."
"아까 룸에서 못 봤니? 여름이가 정우한테 들이대던 거."
"그냥 장난친 거지. 여름이가 뭐가 아쉽다고 그렇게 못생긴 애를."
윤솔은 대답을 하다 스스로 모순을 느꼈다. 도훈이 못생긴 것과 별개로 자신도 조금은 끌리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여름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하긴. 충동적인 여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설마 이 계집애가 진짜 우리 몰래 재미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두 사람이 슬슬 걱정하는데 때마침 벨이 울렸다.
"왔나 보다."
"거봐, 여름이 그런 애 아니라니까."
자신도 의심한 처지에 윤솔은 끝까지 쿨한 척했다. 문을 열자 도훈과 여름이 양손 한가득 캔맥주와 안주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좀 늦었죠? 옆방이 대실 끝나고 청소 중이라고 해서 기다리다 왔어요."
"일찍도 온다. 술 기다리다 잠들 뻔."
네 사람은 침대 밑 공간에 빙 둘러앉았다.
육포와 과자, 김과 견과류 등의 다양한 편의점 안주가 깔리고 6팩짜리 맥주캔 3박스가 위로 쌓였다.
"맥주 뿐이야? 이럼 시시한데?"
"당연히 더 있지롱."
여름이 봉지 안쪽에서 소주 4병을 꺼냈다.
맥주 18캔에 소주 4병.
남녀 4명이 먹기엔 살짝 과한 양이었으나, 워낙에 주당들이 많았기에 오히려 중간에 술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살짝 부족할 것 같은데."
"이게?"
"나 혼자 소주 5병도 마시는 거 몰라?"
장미가 주당을 과시하자 여름이 맞받았다.
"나는 6병까지 마셔봤는데?"
"넌 마시긴 하는데 금방 취하잖아."
"어쨌든 마시잖아요."
"일단 마시다가 부족하면 또 사오자. 편의점 근처에 있지?"
"네. 참, 거기 정우 전 여친 닮은 애 있어요."
"뭐?"
"전여친?"
"아니라니까 그래."
도훈이 부정했지만 이미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여름은 도훈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인지 계속 떠들었다.
"정우, 얘 취향이 확고하더라고요."
"취향이 어떤데?"
"가슴 큰 여자."
"가슴 큰 여자?"
그 말을 들은 윤솔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나한테 들이댄 거야? 귀여운 녀석.’
"아니라니까요. 여름이가 오해한 거라고요."
"뭐래? 계속 힐끔거렸으면서. 얘 바람둥인가봐. 얼굴도 못 생긴 게 엄청 밝혀."
여름이 계속 공격하자 도훈도 슬슬 약이 올랐다.
‘이게 치사한 구석이 있네. 아까 자기 제안 거절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무안 주는 거 봐.’
[확실히 그래 보이네요.]
당하고는 못사는 도훈이지만, 여기서 성격을 드러낼 순 없었다. 지금은 그저 샌드백처럼 맞아주는 수밖에.
"술이나 얼른 마시자. 목말라 죽겠어."
장미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먼저 맥주캔을 깠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맥주를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목구멍을 열어 젖히고 들이붓는 솜씨가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크아! 역시 여름엔 맥주라니까? 너희도 얼른 마셔."
장미는 다른 여자들을 취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자꾸 술을 권했다. 그때 여름이 말했다.
"나 먼저 좀 씻고오면 안 될까요?"
"씻다니? 지금?"
"편의점 걸어갔다 오느라 땀을 많이 흘러서요."
실제로 여름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상의를 손끝으로 잡더니 앞으로 펄럭거렸다. 벌어진 옷 사이로 가슴골과 잘록한 허리가 드러나자 도훈이 눈을 떼지 못했다.
‘어우, 진짜 저건 요물이네.’
[일부러 저러는 걸까요?]
‘뻔하지. 아까 거절당하고선 약이 바짝 올랐을테니까.’
"그래 그럼. 옆방에서 씻고와."
"뭘 굳이 옆방까지."
"여기 정우 있는데?"
"뭔 상관? 야, 니가 남자야?"
어느새 자리에 일어선 여름이 발가락으로 도훈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며 시비를 걸었다. 도훈은 도를 넘는 행동에 부아가 치밀었으나 쉽사리 말려들지 않았다.
도훈이 반응이 없자 여름이 벽걸이에 걸린 가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암튼, 나 씻고 올게요."
여름이 씻으러 가자 장미가 이번엔 윤솔에게 술을 권했다.
"뭐야, 솔이 넌 안 마셔?"
"저 원래 술 못 마시잖아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우리가 무슨 손님도 아니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같이 마시니?"
"흐음. 술 약한데."
"괜찮아. 취하면 옆에 누워 자면 그만이지."
맏언니인 장미의 강권에 윤솔도 어쩔 수 없이 맥주 캔을 깠다. 소주 반병이 주량인 그녀로선, 맥주 한 캔이면 충분했다.
그녀의 주량을 훤히 아는 장미가 건배를 외쳤다.
"자, 원샷!"
세 사람이 캔을 부딪힌 뒤 목을 꺾었다. 장미는 일부러 윤솔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남은 술을 모두 털어냈다. 아이템을 이용해 술에 면역이 된 도훈 역시 갈증을 달래기 위해 꿀꺽꿀꺽 마셨다. 그렇게 되자 혼자 남은 윤솔도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들이켰다. 평소
라면 누가 권해도 절대 안 마시겠지만, 다 같이 모텔까지 놀러온 마당에 계속 빼는 것도 민망한 일이었다. 게다가 모텔 침대가 바로 옆에 떡 있으니, 취해도 누워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오, 윤솔. 제법인데?"
"끄아, 쓰다."
맥주 한 모금에 윤솔이 오만상을 찌푸리자, 도훈이 눈치를 살피다 재빨리 안주를 대령했다.
"누나, 이거."
"어?"
윤솔은 자신을 챙기는 도훈이 밉지 않았다.
‘짜식. 자꾸 보니까 정감이 가는 얼굴이네.’
술을 마신 윤솔은 점점 도훈의 얼굴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녀는 취한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는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훈의 역용술이 슬슬 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주, 주인님.]
‘왜?’
[거울을 좀.]
‘거울을?’
도훈이 무심결에 화장대에 있는 거울을 보다 흠칫 놀랐다.
망가진 얼굴이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뭐야? 설마 벌써 시간 다 되는 거야?’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길어야 2시간 훕니다. 2시간이 지나면 본래 얼굴로 돌아올 것입니다.]
‘젠장. 그럼 빻은 얼굴 미션도 나가리잖아?’
[그렇죠.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도훈이 조바심을 내는데 샤워를 마친 여름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차림을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헐!"
"여름아!"
"아, 아니."
여름이 원래 옷을 벗고 가운만 걸치고 나타난 것이었다.
가운데 벌어진 틈으로 허벅지 안이 훤히 보이는 것으로 보아, 속옷을 입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옷은 왜?"
"땀에 젖어서 입기 찝찝하더라고. 뭐 어때? 우리끼리 있는데."
"그래도 정우가 있는데···."
장미가 지적하자 여름이 다시 도훈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얘? 신경쓰지마. 남자도 아니니까."
"정우가 왜 남자가 아니야?"
"그럴 일이 있었어."
여름은 대답을 생략하고 빈 자리에 앉았다.
하필 그 자리는 도훈의 맞은편이었는데, 여름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자, 아슬아슬하게 허벅지 안이 훤히 드러났다. 게다가 헐겁게 묶은 가운 끈 사이로 상의가 벌어져 가슴 골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었다.
장미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역정을 냈다.
‘저 미친년. 저럴려고 샤워했네.’
여름은 평소에도 워낙 특이한 행동을 많이 했으므로, 두 사람 모두 어이없어 할 뿐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 윤솔 역시 혀를 찼다.
‘왜 저래 진짜? 정우 앞에서 자빠질 셈인가?’
도훈은 도훈대로 난감했다.
‘어우 진짜. 아주 대놓고 나 잡아 드쇼도 아니고.’
[정말 여름양은 예측 불허이군요. 역대급으로 독특한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역대급 또라이겠지.’
[그래도 뭐 예쁘긴 하니까.]
‘아무튼 동시 공략을 위해선 여름이를 자제 시킬 필요가 있겠어.’
"나도 맥주 좀."
샤워를 마치고 온 여름은 갈증이 이는지 도훈 옆에 쌓여 있는 맥주캔을 가리켰다. 도훈이 캔을 하나 건네자 여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가 매너가 없니? 그런 건 까서 줘야지."
"참나."
도훈이 맥주캔을 까는 데 오다 흔들렸는지 갑자기 맥주가 뿜어져 나왔다. 당황한 도훈이 맥주를 옆으로 치우는데 하필 캔을 들고 있던 장미와 부딪혔다.
"어어!"
맥주가 장미의 옷으로 쏟아졌다.
"얼씨구."
"정우 사고 쳤네."
장미의 상의가 맥주에 흠뻑 젖고 말았다. 도훈이 황급히 사과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명백한 과실이었다.
"죄송합니다. 얼른 휴지를."
"놔둬, 그냥."
"네?"
장미는 젖은 부위를 바라보다가 찝찝한지 그대로 상의를 벗어 버렸다. 순식간에 브라만 입은 장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더운데 좀 벗고 있지 뭐."
"와, 언니 화끈하다."
"비키니 입고도 잘만 다니는데 이게 뭐라고."
장미는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그러잖아도 여름이 자꾸 도훈을 유혹하는 꼴이 못마땅하던 차였다.
‘니가 그렇게 나오는데 나라고 못 할 줄 알고?’
한 명은 샤워 후 가운만 걸치고, 또 다른 한 명은 아예 상의를 벗고 브라만 남기자 이제 난감해진 사람은 오히려 윤솔이었다.
‘뭣들 하는 거람 진짜? 교양 없게.’
하지만 다들 서로의 섹시함을 어필하는 데 윤솔이라고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사실 몸매만 따지면 이 중에서도 가장 월등한 사람이 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윤솔은 단순히 가슴만 큰 게 아니었다.
허리는 잘록하고, 골반은 서양인처럼 발달한 서구형 체형. 드레스를 입혀 놓으면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완벽한 바디의 소유자였다.
윤솔은 기회를 틈타 자신도 얼른 몸매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그때 장미가 제안했다.
"그러고 보니까 여자 둘이 벗었는데 정우 넌 왜 가만히 있니?"
"네? 저, 저요?"
"그래. 이건 불공평하지."
"맞아. 너도 벗어."
"아니 제가 왜···."
도훈이 반발했으나, 몰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특히 여름은 당장이라도 도훈을 벗기려고 달려들 기세였다.
"알았어요, 저도 위에 벗으면 되죠?"
도훈도 성화에 못이겨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근육질의 상체가 드러나자 다들 눈을 크게 뜨고 그의 탄탄한 몸을 감상했다. 확실히 얼굴은 빻았어도 몸매 하나는 일품인 도훈이었다.
< 791.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4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