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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802화 (770/2,000)

< 784.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34- >

도훈이 태연히 대답했다.

"아, 이거요?"

"응. 뭐하는 거예요?"

도훈은 갑자기 기막힌 생각이 났다.

"앉을 데 실수로 폰을 떨어뜨린 것 같아서."

"진짜? 어뜩해. 내가 꺼내 볼까?"

여름이 물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굉장한 수준의 미인이었다. 이곳에 놀러 온 여자들이 모두 텐프로 출신임을 감안 하더라도 군계일학. 굳이 비율로 따지면 원프로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와, 윤솔이나 로즈도 예쁘지만 얘는 차원이 다르네. 어쩌면 현역 아이돌 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데?’

도훈의 비교는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는 아이돌로 데뷔했던 린다나 미소, 링링하고도 살을 맞댄 적이 있었다. 여름은 그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니 손색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더 빼어난 수준이었다.

특히 나이도 어리고 피부도 뽀얘서 그런지 몸 전체에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그 넘치는 생기는 남자라면 응당 홀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건강하고, 천진하고, 순수한 느낌.

어찌 보면 길들이지 않은 망아지 같은 천진난만함이었다. 도훈은 이번 공략을 들어 처음으로 진심으로 설렘을 느꼈다. 만약 그녀가 공략 대상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흑심을 품었을 거라 확신했다.

‘괴, 굉장한데.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옆에 앉으니까 존재감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야.’

[확실히 기세가 남다르네요. 역시 텐프로란 것일까요?]

‘이건 텐프로 정도가 아니지. 그렇게 따지면 여기 있는 여자들 다 텐프로인데. 여름은 텐프로 중의 텐프로야. 상위 1% 안에 든다고 해도 과장이 아냐.’

[여자를 많이 접한 주인님인 첫눈에 이런 호감을 느낄 정도면 외모가 대단하긴 한 것 같군요.]

‘그러게. 이런 여자는 정말 오랜만이야. 저번에 아이돌을 만날 때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그만 침 흘리고 대답이나 하시죠. 대화가 끊기고 있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죠. 보다시피 전 손이 커서."

"고맙죠가 뭐야, 고맙죠가. 나보다 오빠 같은데 존댓말 왜 써."

"그래도 초면인데."

"몇살인데?"

"스물 셋."

"풉- 갑이네. 말 편하게 하자. 난 여름이라고 해. 이여름."

"아, 전."

"이름이 정우지? 아까 들었어. 암튼 내가 도와줄게. 나 때문에 빠뜨린 것 같으니까."

여름이 소파 매트리스 틈으로 고사리 같은 손을 밀어 넣었다. 때는 바야흐로 동탁이 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바지를 내린 시점이었다.

"우욱! 잠잠한가 싶더니 왜 또 갑자기!"

동탁의 항문이 또다시 벌어지며 내용물(?)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아까처럼 야구방망이를 쑤셔 넣는 충격은 아니었지만, 조그맣고 뾰족한 것이 직장을 벅벅 긁어대는 느낌이었다.

"커흑,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영문을 모르는 동탁이 화장실에 갇혀 똥물을 줄줄 흘리던 시점, 룸 안에선 여름이 소파 사이에서 손을 꺼냈다.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아, 손톱 빠질 뻔."

"진짜?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로 떨어졌는데."

"그럼 너가 이쪽 손으로 벌려볼래? 자꾸 팔꿈치가 걸려서 끝까지 못 넣겠어."

도훈은 동탁의 항문에 ‘RIP’를 외치며 소파와 소파 사이를 좌우로 활짝 열었다.

"이 정도면 되겠어?"

"아니, 조금만 더."

여름은 아예 소파에 바짝 엎드려 팔 전체를 밀어 넣었다. 그 덕에 원피스 앞이 열리며, 옷 사이로 윗가슴 라인이 훤히 드러났다.

‘오, 몸매도 지리네. 최소 C컵은 돼 보이는데?’

[아니 이 와중에!]

도훈이 여름의 가슴을 훔쳐보는 사이, 바깥 남자 화장실에선 원인 모를 절규가 터져 나왔다.

"흐억, 억, 1, 119!"

동탁은 갑자기 괄약근이 찢어지는 느낌에 변기를 두 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이건 마치 장정 두 명이 양쪽에서 엉덩이를 붙잡아 열어젖히는 고통이었다.

"으흑,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장이 꼬여버린 건가?"

변기에 얼굴을 처박은 동탁이 고통에 겨워하는데 갑자기 대장으로 뭔가 쑥 들어박혔다.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 이제까지 주먹 하나 깊이로 들어왔다면, 이번에는 팔 전체가 후장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끄아아아아아앙!"

여름은 아무것도 모른 체 열심히 안을 뒤지다가 끝내 빈손으로 나왔다,

"없어. 아무리 뒤져도."

그때 도훈이 민망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미안. 폰이 그쪽에 빠진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아까 자리에 놓고 왔네."

"뭐, 진짜?"

"미안. 나 때문에 괜히 고생만 했네."

"아니야.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다."

여름이 해맑게 웃었다.

이름처럼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여자애였다. 여름날 속옷도 없이 나시티 하나만 걸친 뽀얀 속살의 숫처녀 같달까?

특히 방금 전 가슴골을 몰래 구경한 터라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대박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름이는 꼭 공략해야 겠다.’

도훈이 두고 온 폰을 도로 찾으려고 하자 여름이 그를 말렸다.

"가지 마."

"응?"

"솔이 언니가 오빠 안 좋아하잖아. 괜히 쿠사리 먹지 말고."

"아···."

"그냥 나중에 찾아."

도훈은 여름이 자신을 크게 싫어하는 것 같지 않자 솔직하게 물었다.

"근데, 솔이 누님은 원래 저래?"

"언니? 응. 되게 시크해. 오해하진 마. 사실 모든 사람한테 저런 식이니까."

"츤데레구나"

"응? 뭐라고?"

"아, 아니야."

"근데 오빠한텐 내가 봐도 심하더라. 아까 계속 구박받던데."

"봤어?"

"응. 난 사실 내 파트너보다 오빠가 더 마음에 들었거든."

의외의 대답에 도훈이 놀라서 물었다.

"나, 나를?"

세상에 다양한 취향이 있다지만 빻은 얼굴을 좋아하는 취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런 어마어마한 미인이.

"난 남자다운 사람이 좋거든. 너무 곱상한 스타일보단."

"아."

알고 보니 현성이 못생겨서가 아니라 깡마른 그의 체형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또 도훈이 딱히 취향이라기보단 얼굴이 못생겨도 체격이 건장한 남자쪽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꿩대신 닭이었고, 도훈이 바로 운좋은 닭이었다.

"근데 오빠 진짜 노래 못 하더라. 아까 웃겨 죽을 뻔 했잖아."

"좀 그렇지?"

이정우는 본래 음치였다. 이제껏 오늘은 내가 가수다 아이템을 이용해 노래 잘 부르는 대학생 코스프레를 해왔지만, 실제 그의 노래 실력은 밑바닥에 가까웠다.

하지만 필사적이었다. 기왕 못하는 노래 열심히라도 불러보고 싶었다. 그래야 욕을 덜 먹을 것 같아서.

다행히 그의 태도를 좋게 본 사람이 있었고, 그게 바로 여름이었다.

"그렇게 못하면서 어떻게 그 노랠 부를 생각을 했어? 그냥 못 한다고 하면 되지."

"그래도 손님이 주시는 신청곡이니까."

"앙, 역시!"

여름은 도훈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

못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서 근성을 엿봤다.

기왕 같이 놀 거면 더 잘생긴 사람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얼굴만 잘생긴 사람보단 차라리 웃기고 열정적인 사람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름은 도훈이 그런 남자라고 오해했다.

‘휴, 이건 불행 중 다행인 건가. 한 명이라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미션 시작도 못 해보고 쫓겨날 뻔했네.’

도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구석에 혼자 앉아있던 로즈가 슬슬 짜증을 냈다.

"아씨, 근데 탁이 오빠는 왜 이렇게 안 와? 변빈가?"

로즈는 혼자 궁시렁대다 은근슬쩍 도훈 옆으로 자릴 옮겼다.

"너흰 무슨 얘기를 그리 재밌게 하니?"

동탁의 부재로 도훈은 난데없이 양쪽에 여자를 낀 꼴이 되고 말았다. 로즈의 접근에 여름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언니 파트너는요?"

"몰라. 두 탕 뛰러 갔는지, 돌아올 생각을 안 하네."

"정우 오빤 건드리지 마요. 제 파트너니까."

여름의 날 선 반응에 장미가 으쓱 어깨를 들어 올렸다.

실은 장미는 도훈을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라, 그의 정체가 궁금해서 접근한 것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번에 나이트 봤던 애랑 비슷하단 말이지.’

"안 뺏어가 이것아. 으휴! 근데 넌 이름이 정우라고?"

"네, 반갑습니다. 술 한잔 드릴까요?"

"고맙지."

도훈이 공손히 로즈의 잔에 술을 채웠다. 그녀는 유심히 도훈의 행동을 관찰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행동에서 과거에 만난 기둥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비교했다.

‘쓰읍. 이상한데. 생긴 건 전혀 다른데, 희한하게 느낌이 똑같단 말이지. 마치 얼굴만 다른 이란성 쌍둥이처럼.’

술을 받은 로즈가 잔을 들었다.

"우리 짠할래?"

"네."

"뭐야, 둘이서만! 나도 껴."

도훈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서 술잔이 밀려왔다. 여름은 장미가 도훈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알고 경계했다. 애 같은 구석이 많은 여름은 누군가 자신의 것을 빼앗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하지만 장미의 의도는 전혀 다른데 있었으므로, 개의치 않고 도훈에게 계속 말을 붙였다.

"정우가 혹시 실명은 아니지?"

"네. 선수명이죠."

"그럼 본명은 뭐야?"

"왜 그러시죠?"

도훈이 살짝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미가 부연설명했다.

"혹시 기둥이라는 이름 들어봤어?"

"기둥요?"

"언니 설마 기둥서방 말하는 거야?"

두 사람의 대화에 여름도 호기심을 드러냈다.

도훈은 금시초문인 것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혹시 제가 그분하고 닮았나요?"

도훈이 일부러 정면에서 장미를 응시했다. 비교적 어두운 조명 탓에 도훈을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으므로 장미는 꼼꼼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역용 마스크로 변형된 얼굴은 가족이 와도 몰라볼 정도였다.

결국 장미는 자신이 착각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 전혀 다른 사람이구나. 하필 목소리까지 흡사해서는.’

체형도 그렇지만 목소리가 닮은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도훈과 나이트에서 만난 지도 몇 달이 지나서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어쩌면 그를 보고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억이 왜곡시켰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사람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보

니까.

"아니구나. 내가 착각했나 봐요."

"아! 그때 그 사람이지? 언니가 말했던!"

여름이 뭔가 생각난다는 듯 소리쳤다.

"왜, 예전 가게에 있을 때 나이트 가서 엄청 잘하는 남자 만난 적 있다면서. 그 사람 이름이 기둥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응, 맞어."

여름이 도훈을 향해 재차 설명했다.

"그러니까 기둥이란 사람이 누구냐면-."

여름의 설명을 들은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진짜 이름이 기둥이었을까요? 세상에 그런 이름도 있나요?"

도훈이 의문을 표시하자 장미도 동의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무슨 별명 같은 걸 썼지 않나싶어."

"근데 그분이 되게 인상 깊었나 보네요. 지금도 못 잊으신 걸 보면."

"누구. 기둥이? 엄청났지. 말도 마."

장미가 너스레를 떨자 여름이 덧붙였다.

"저번에 우리 셋이서 술 마시다가 그 얘기 한 적 있거든. 지금까지 자본 남자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이 누구였냐고."

"아아."

"그때 장미 언니가 그러더라고. 우연히 나이트 클럽 부킹을 나갔는데, 진짜 어마어마한 대물을 만났다면서. 크기가 막 이따만하다지 않았어?"

여름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과장했다.

장미가 피식 웃었다.

"그 크기면 사람이니? 말도 아니고. 암튼 엄청 컸어."

도훈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신기하면서도 궁금한 듯 물었다.

"그분이 가장 커서 기억에 남으신 거예요?"

"아니."

장미는 불쑥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낯빛이 붉게 물들었다.

"크기가 큰 사람은 많지. 더 큰 남자도 본 적 있는걸?"

"그럼요?"

"기둥이가 상대한 게 나 혼자만이 아니었거든."

도훈은 다 알면서도 놀란척 되물었다.

"나이트에서 부킹으로 만나셨다지 않았어요?"

"응, 지금처럼 룸에서."

"근데 누님 혼자가 아니었다고요?"

"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땐 지금 가게아니고 다른 가게 다녔거든. 거기 친했던 동생들하고."

"동생들이면."

"나까지 셋."

"와, 동시에 셋을···."

도훈은 본인이 직접 해놓고도 쌩 판 모르는 사람이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장미는 계속 그때 일이 떠오르는지 술잔을 홀짝거렸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으으. 내가 별 얘길 다했구나. 근데 진짜 탁이 오빤 어떻게 된 거야? 진짜 지명 불러놓고 더블 뛰고 있는 거면 완전 실망인데."

동탁의 상황을 훤히 아는 도훈이 그를 위하는 척 변명했다.

"배가 많이 아파 보이던데 갑자기 배탈 난 게 아닐까요?"

"배탈이 낫다 쳐. 그래도 우린 돈 주고 노는 건데, 사람이 부족하면 쪽수라도 맞춰줘야지."

"죄송해요, 누님. 제가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볼게요."

"아니야. 그냥 있어. 너까지 나가면 쟤 혼자 우리 셋을 어떻게 감당하니. 덩치도 작아 보이는데."

장미가 은근 현성을 디스하며 말했다. 아무리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해도, 비쩍 마른 현성을 볼 때 텐프로 여자 셋을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그때 장미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차라리 쟤가 가고 정우 네가 남으면 모를까."

"네?"

장미의 말에서 수상한 낌새를 챈 여름이 즉각 반발했다.

"뭐에요, 진짜. 아무리 언니라도 이렇게 남의 파트너 탐내기 있어요?"

"탐내다니? 그냥 그렇다고 말한 건데. 그리고 우리가 언제 초이스라도 했니? 아까부터 자꾸 정우보고 네 파트너라는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거든? 탁이 오빠 역시 내 파트너가 아니고."

"뭐에요. 그럼 어쩌자고요?"

기가 센 여름도 지지 않고 곧바로 받아쳤다. 평소 친하게 지낼 땐 친언니처럼 살갑게 지내다가도, 한번 눈이 돌아가면 물불 안 가리는 그녀의 똘기가 드러난 것이었다.

< 784.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34-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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