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795화 (763/2,000)

< 777.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27- >

***

어젯밤도 지명손님과 므흣밤 밤을 보낸 동탁은 느즈막한 오후쯤 눈을 떴다.

최근들어 그는 정력이 떨어지는 걸 체감하고 있었다. 한창 잘나갈 때는 하룻밤 두탕을 뛰고도 발딱발딱 했으나, 지금은 한번만 하고 자도 진이 빠지는 걸 느꼈다.

동탁은 옆에서 홀딱 벗고 누워 있는 여자가 왠지 거추장 스럽게 느껴졌다.

'애도 단물 다 빠진 거 같은데 적당히 핑계대서 치워버리던가 해야지.'

동탁은 샤워도 않고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여자가 동탁에게 물었다.

"으,음 탁이 일어났어?"

"누님, 깨셨어요? 더 주무시지 않고요."

"미안. 숙취가 너무 심해서 아까 깼다가 다시 잠들어 버렸어. 탁이 아침 챙겨줘야 하는데."

"벌써 해가 중천이에요. 누님."

"진짜?"

탁이는 피식 웃으며 머리맡으로 다가가 여자의 머리를 헝클었다.

"더 주무세요, 누님."

탁이 다가오자 여자가 부스스한 눈으로 물었다.

"빨아줄까?"

손을 뻗어 바지춤을 만지려드는 모습에 탁이 한발 물러섰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서."

노골적인 여자의 욕망에 탁이 속으로 끌끌 혀를 찼다.

'하여간 30대 아니랄까봐 아침부터 덮칠 생각뿐이군. 요샌 왜 이렇게 성욕 넘치는 애들이 징그럽게 느껴지지?'

탁이도 한 때는 선수가 아니라 순수한 남자로서 섹스를 즐길 떄도 있었다.

그때는 굳이 돈이 아니어도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최선을 다했다. 하룻밤 2,3번은 물론이고 아침부터 눈을 떠 모닝섹을 하는 일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일이 반복되고, 손님과의 하룻밤이 돈으로 치환되면서 섹스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는 받은 만큼만 했다.

받은 이상으로 해주는 일은 추가요금을 받을 떄 뿐이다.

하지만 어젯밤 동탁을 침대로 끌어들이드라 많은 돈을 쓴 여자의 재정은 개털이었다.

애초에 돈이 많은 여자도 아니었고, 동탁을 만나기 위해 월급쟁이가 무리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탁은 알고 있었다.

'쯧쯧. 애도 개털이야. 다음 월급날에나 다시 연락해야지.'

"누님. 더 주무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볼게요."

"진짜 가려는 거야?"

"네. 아는 지인 결혼식이 있는 걸 깜빡했어요."

때는 토요일 정오를 조금 넘은 시각.

결혼식은 좋은 핑계가 됐다.

"아쉽네. 다음엔 더 오래 있어줘."

"당연하죠 누님. 그럼 또 연락해요."

도망치듯 여자의 집을 빠져나온 동탁은, 건물 입구를 나오자마자 가래침을 캬악- 뱉었다.

"퉤, 어딜 재수없에 개시부터 공떡을 치려고."

그는 담배를 꼬나물고는 어젯밤 대리기사가 주차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장미 : 탁이 오빠, 새벽에 연락했더라? 무슨 일 있어?

장미는 그가 알고 지내는 화류계 동생이었다. 예전에 손님으로 왔다가 동탁과 연을 맺게 된 사이로, 그쪽 업계에선 제법 잘나가는 에이스였다.

-동탁 :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연락하는 사이야?. 요새 발길이 뜸하길래 고객 관리차 연락했지.

-장미 : ㅋㅋㅋ. 말은 예쁘게 잘해. 관리 좀 더 해봐. 혹시 알아? 오늘 밤 놀러 갈지?

장미는 평소에는 유쾌하고 성격이 좋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술만 들어가면 개차반으로 변해 선수들을 괴롭혔다.

특히 그녀와 함께 오는 친구들도 하나같이 진상이라 가게에선 블랙리스트에 올릴 정도였다.

화류계 여성들을 주로 상대하는 호빠에서 치를 떨 정도였으니 이들이 얼마나 심하게 난장을 피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장미 : 안그래도 요새 진상들 많아서 짜증났는데 가서 스트레스나 풀고 올까?

동탁은 문자를 보고 피식 쪼갰다.

"여기선 니들이 제일 진상이야 이것아."

하지만 속 마음을 굳이 밝힐 필욘 없었다. 차에 오른 동탁은 문자만으론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장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짜로 오게?"

-후후, 오빠 급했구나? 전화까지 다 걸고. 왜 이렇게 영업에 열심인데? 마이낑이라도 땡겼어?

장미가 연유를 묻자 동탁이 슬그머니 말꼬리를 돌렸다.

"마이낑은 무슨. 나도 클라스가 있는데."

-오빠 잘나가는 건 나도 알지. 근데 선수들도 공사 당하기도 한다며?

"그런거 아니고, 진짜 순수하게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나 보고 싶음 오빠가 우리 가게 놀러와도 되는데? 찐하게 놀아 드릴게.

"에이, 접대는 내가 해야지. 마침 신입들도 많이 들어왔어."

-신입? 오, 와꾸 좀 괜찮아?

동탁은 현성과 도훈을 떠올렸다.

"뭐 다들 개성있게 생겼지. 그래도 엄청 잘 노는 애들이야."

-잘놀긴 우리도 잘놀거등요?

"그건 알지. 너희들이랑 놀면 우리가 돈을 줘야 겠더라야."

-크크크. 이 오빠 손님한테 말하는 것 좀 봐? 암튼 알았어. 오빠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내가 지난 정을 생각해서 애들 설득 해 볼게. 근데 설득하려면 뭔가 서비스가 있어야지 않을까?

교묘히 보상을 요구하는 장미의 말에 동탁이 속으려 혀를 끌끌 찼다.

'누가 업소년 아니랄까봐 흥정부터 하고 보네.'

"오케이. 내가 양주 한병 쏜다. 사비로."

-에게, 그거야 기본 아냐? 좀 만 더 쓰지?

"장미야, 오빠도 힘들다. 좀 봐주라."

-현찰 박치기 할 테니까 마담한테 디씨 좀 까달라고 해.

"얼마나?"

-음, 얼마가 중요한 건 아니고.

눈치빠른 동탁이 곧바로 장미의 의도를 알아챘다.

"아하, 빽마진을 너한테 달라고?"

-히히, 오빤 역시 눈치가 귀신이란 말이야?

"알았어. 어차피 할인 해 줄거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지."

-역시 오빤 얘기가 잘 통해서 좋아. 지금 나 포함해서 3명 생각중인데 선수는 있어?

"30명도 가능."

-에이, 쭉정이들 빼고 말이야. 알지? 우리 애들 까탈스러운 거.

동탁이 눈치를 보다 슬쩍 미끼를 던졋다.

"그럼 초이스하지 마."

-초이스를 하지 말라니?

"내가 괜찮은 선수로 추천해 줄테니까 아예 지명으로 박고 가. 우리도 그 편이 TC 더 받아서 좋으니까."

-정말? 괜찮은 애들이면 우리야 그것도 상관없지. 우리 와꾸 많이 보는 거 알지?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 재초이스 시켜줄게. 콜?

-콜. 그럼 애들 물어보고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응. 너밖에 없다 장미야."

-조까세요. 크크. 어젠 어떤 년이랑 뒹굴었어?

"에이, 그건 비니지스잖아."

-오빠 근데 접때 보니까 영 시원찮더라? 약이 라도 먹는 게 어때?

유쾌하게 통화를 이어가던 동탁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안 그래도 신경쓰이는 부분을 장미가 대놓고 건드린 것이었다.

'하-. 썅년 진짜 적당할 줄 알아야지. 좀만 잘해주면 이렇게 기어 오른단 말이야?'

그러나 동탁은 뼛속까지 선수였다.

그 정도 도발에 흔들릴정도로 멘탈이 약했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오지도 못 했을 것이다.

"안그래도 약 사러 가는 길이야. 너 감당하기 힘들까봐."

-호호호, 누가 오빠 준데? 나도 선택권 있는데?

"물론 당연하지. 손님이 떙기는 데로 골라 잡는 거지."

-암튼 나중에 봐. 난 해장국 먹으러 왔어.

"그래."

통화를 끝낸 동탁이 차량 윈도우를 내리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비싼 외제차였지만, 선물로 받다보니 차량 내에서 흡연하는 것도 아무 거리낌 없는 동탁이었다.

"하-. 진짜 좆같은 년. 말 좆같이 하는 건 여전하네."

동탁은 마지막 장미가 건넨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오빠, 영 시원찮더라? 약이라도 먹는 게 어때?

사실 지난 번 2차를 나가 장미와 모텔을 갔을 때 너무 빨리 싸는 바람에 구박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동탁이 많이 쇠해지기도 했지만, 룸망주부터 텐프로 급까지 밟아 온 장미의 테크닉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세워보려 했지만, 한 번 석이 죽은 양물은 영 신통치 않았다.

-오빠, 그냥 손으로 해줘.

오죽하면 장미가 시큰둥하게 그렇게 요구할 정도였다. 좆보다 손이라니.

남자로서 그만한 굴욕도 없을 것이다.

그때일이 다시 떠오르자 동탁은 다시 짜증이 올라왔다. 섹스만 잘해선 절대 선수가 될 수 없으나 선수는 기본적으로 밤일을 잘해야 한다고 믿는 동탁으로서는 자존심을 구겼던 사건이었다.

'하, 오늘은 내가 약 처먹고 응급실 실려가는 일이 있어도 너 보내버리고 만다.'

이를 간 동탁은 이어 선수로 함께 차출된 현성과 도훈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우리 신입 신고식 한 번 거하게 치르겠네. 얘네들 진짜 감당 힘들텐데.'

동탁은 도훈이 면전에서 쪽 당할 걸 생각하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모르지만 자꾸 심기를 거슬리는 아이였다.

그런 후배는 미리 싹을 밟아줘야 직성이 풀렸다.

***

"궁금해요, 설명해 주세요."

정란의 물음에 내가 살짝 뜸을 들였다.

"하, 근데 이런 얘기는 좀 친해지고 해야 맞는 거 같은데."

하지만 정란은 집요했다.

"오빠 나랑 친해지기 싫어요?"

"응? 아, 그건 아닌데."

"저는 은근쓸쩍 말 놓길레 벌써 친해 진 줄?"

정란의 말처럼  어느새 그녀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사실 초면에야 존댓말을 쓰는 편이지만 상대가 스무살 밖에 안됐다고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음, 미안."

"아니, 안 미안해도 되고요. 친해지기 싫냐고요."

"아니?"

"그럼 우리 친한 사이니까 얼른 말해줘요."

"좀 야한 말인데 괜찮겠어?"

"풉-. 제가 순진해 빠진애 같아요?"

"아니 아직 어리니까."

"오빠랑 몇살차이 난다고요. 저도 알 건 다 알아요."

"그래?"

하긴, 중딩 때부터 까졌으니 남자를 일찍 알긴 했겠네. 어차피 따먹을 건데 좀 막나가 볼까?

"그 쫀득하다는 말은 보통."

"보통?"

"감이 좋다는 뜻이야."

"무슨 감이요?"

"뭘거 같아?"

"에이, 자꾸 떠넘기기 있긔없긔? 제대로 알려줘야죠."

에라이 모르겠다.

"떡감."

"떡감?"

"응, 떡감."

"떡감이면 뭐, 그렇고 그런거요?"

"그렇지."

말을 하고 나니 한결 후련했다.

어차피 상대가 발랑 까졌다 보니 더 이상 순진한 척 할 필요도 없었다.

"헤에, 야한 말 맞구나. 정란이가 남자들한테 인기 많은 이유가 있었네."

"그러게. 근데 쌍둥이면 다 같지 않을까?"

"뭐가요?"

정란은 노골적으로 관심을 드러냈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대놓고 들이대는 걸 보면, 얼마나 해프게 살았을지 눈에 훤했다.

"뭐가 같다는 건데요?"

"음, 그러니까 쌍둥이면 몸도 똑같으니까."

"저도 정란이처럼 떡감이 좋을 것 같다고요? 쫀뜩쫀뜩해보여요?"

'어우씨, 이건 무슨 필터링도 없이 막 쏟아 붓네.'

쉬워도 이렇게 쉬울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그냥 차세우고 바로 팬티에 손 넣어도 무죄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함정임을 깨달았다.

'어쩐지 신이 내준 도전 과제가 이렇게 쉬울리가 없지.'

[왜요?]

'이번 과제는 순서가 제일 중요하잖아. 동생보다 언니 먼저. 그리고 쓰리썸까지.'

[그렇죠.]

'근데 보니까 정란이는 마음먹으면 지금 당장 빤쓰 내리고 꽂아도 받아줄 것 같단 말이야.'

[오히려 그렇게 실패를 유도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지금은 최대한 기분 안 상하게 유혹을 피해야 하는 상황인거지. 참나, 진짜 줘도 못 먹게 될 줄은 몰랐네.'

"하하, 그 대답은 더 친해지면 해줄게."

"난 벌써 오빠랑 친해진 것 같은데?"

"정말?"

"제가 원래 사교성이 좋거든요. 남자들이 나랑 좀만 친해지면 들이대더라니까요?"

정란은 말실수를 했다.

정희를 연기해야 하는데 슬슬 자신과 정란을 헛갈리고 있었다. 나는 그 점을 물고 늘어졌다.

"응? 들이대다니? 동생이 훨씬 인기 많다지 않았어?"

빈틈을 찌르자 정란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 그쵸. 인기는 정란이가 훨 많죠."

"근데 들이댄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요. 음, 그니까 남자들이 작업을 걸긴 하는데 저는 잘 안받아 주는 편이에요."

"왜? 눈이 높아서?"

"아니 뭐 딱히 그런건 아니지만. 아, 오빠 저 커피숍 갈까요?"

궁지에 몰린 정란이 갑자기 길가에 프렌차이즈 커피숍 하나를 가리켰다.

나는 잘됐다는 마음에 커피숍 주차장에 차를 댔다. 정희를 연기해야 하는 정란은 한동안 쉽게 도발을 걸진 못할 것이다.

커피를 시킨 뒤 정희와 얘기했던 내용으로 간략히 조별 과제를 알려줬다. 하지만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정란은 들은 체 만 체 하며 자꾸 추파를 던졌다.

"오빠."

"응?"

"내가 소개팅 시켜 줄까?"

"갑자기 왠 소개팅?"

"오빠 솔로라면서. 되게 괜찮은 애가 있는데 오빠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정란도 어느새 말을 편히 하고 있었다.

남자랑 친해지면 나이차를 구애받지 않고 말을 놓는 게 습관인것 같았다.

"누군데?"

"되게 이뻐."

"응?"

"나이도 어리고. 나랑 동갑."

"오, 좋은데?"

"근데 같이 살아."

"같이? 설마 네 동생?"

"응. 어때?"

정란은 정희로 위장한 상태로 자신을 셀프 소개팅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정희를 연기하는 마당에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은 모양이었다.

"동생 인기 많다지 않았어?"

"많지."

"남친도 있을 거 아냐?"

"헤어졌을 걸?"

"졌을 걸은 뭔데?"

"몰라. 얼마전부터 연락도 안하더라고."

"막 헤어진 사람 만나는 건 좀 별로던데."

"왜?"

"그냥 전남친 못 잊고 막 그러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에이, 아냐 걔는."

"응?"

"그런거 전혀 신경 안써. 아, 아니 그니까 뭐 별로 오래 사귀지도 않았다고."

"근데 동생을 나한테 소개 시켜주려는 이유가 뭐야?"

"오늘 보니까 오빠 괜찮은 거 같아서."

"그래?"

"응. 동생이 좋아할 스타일이야. 키도 크고 잘 생기고. 오빤 별로야?"

"아니 근데 별로고 말고 전에 누군지도 모르잖아."

"나 보면 되잖아."

정란이 몸매를 뽐내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나랑 똑같이 생겼어."

"음, 예쁘긴 하겠다."

"응. 그리고 쫀득하기도 하고."

"아. 그건 좀."

"왜? 오빤 그런거 별로야?"

"아니, 소개시켜주는 사람 앞에서 그런 얘길 어떻게 해."

"호호. 아무튼 마음은 있는 거?"

자꾸 셀프 소개팅을 시도하는 정란에게 내가 응수했다.

"너도 남친 없지 않아?"

< 777.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27-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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