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8.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18- >
-네, 주인님. 막 출발했어요.
"연락한 지 한참 지났잖아? 왜 이제야 출발해?"
도훈은 역정을 냈다.
하지만 그는 불과 5분 전 문자 하나를 달랑 보냈을 뿐이다.
"죄송해요. 주인님 본다는 생각에 화장 고치고 나오느라···."
민주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녀에게 있어 도훈은 절대적인 존재. 어떤 경우라도 저항해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아씨, 짜증나게."
-죄송해요. 민주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지?"
-네. 바로 나오지 못한 민주 잘못이에요.
억울할 법도 한데 민주는 저자세를 유지했다. 실제로 그녀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으면서도 실제로도 머리를 조아리는 중이었다.
"마음에 안 들어."
-하, 하악.
"그냥 택시 타고 갈래."
-주, 주인님! 그, 금방이면 돼요! 방금 네비 찍었어요.
"됐어 오지마."
뚝-
도훈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의 매몰찬 태도를 본 로시가 나무랐다.
[방금은 진짜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왜?’
[민주양한테만 왜 그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기다려봐.’
통화가 끊기자마자 곧바로 민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도훈은 부르르 떠는 전화기를 쳐다보다니 한참 만에 전화를 다시 받았다.
"왜 또?"
-주인님 민주가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도훈이 씩 웃었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던 것처럼.
"잘못했지?"
-네, 모두 민주 잘못이에요.
"말로만?"
-네?
"말로만 잘못했다면 다냐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지."
민주가 도훈을 뜻을 알아채고 물었다.
-제가 뭘 하면 주인님이 화가 풀리실까요?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분부만 내려주세요.
도훈이 지체없이 대답했다.
"지금 뭐 입고 있어?"
-오, 옷이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블라우스에 치마를···.
"스타킹은?"
-커피색 팬티스타킹요.
"차 출발했으면 잠시 길가에 정차시켜."
끼익-
수화기 너머로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다.
-멈췄어요, 주인님.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네, 주인님.
"난 네가 늦게 출발한 게 몹시 기분 나빠."
-죄, 죄송해요, 주인님.
"내 말을 무시한 것 같단 말이지."
-절대 그런거 아니에요, 주인님.
사실 민주는 도훈의 전화만 기다리며 새벽 2시 넘도록 폰을 붙잡고 있었다. 먼저 연락했다가 괜히 도훈의 알바를 방해할까 두려워 기약도 없이 뜬 눈으로 깨어 있던 것이다. 혹시라도 잠이 들까봐 진한 블랙커피를 두 잔이나 내리 마시며.
그런데 문자에 주소지만 달라 적어 보낸 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차를 출발하지 않았냐며 역정을 내는 것은 누가 봐도 도훈의 고의적인 트집 잡기였다.
"내가 너 때문에 늦은 새벽 길바닥에서 멍 때리고 있어야겠냐고, 어!"
-아, 아, 주인님. 저 때문에 주인님의 소중한 시간을···.
"해서 난 너의 행동에 매우 짜증이 난 상황이야."
-충분히 그러실 것 같아요. 민주를 혼내 주세요, 주인님.
"그래. 혼 나야지. 너는 좀 창피를 당해봐야 해."
-아, 아 창피를··· 민주는 창피를 당해도 싼 년이에요.
신기한 것은 도훈이 막무가내로 꾸짖고 몰아붙일수록 통화를 하는 민주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진다는 사실이었다.
‘봤지? 좋아 죽는 거. 얘는 혼날수록 흥분한다니까, 그래.’
[···정말이지. 민주 양도 못 말리겠군요.]
‘명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어차피 자기도 의미 없는 말장난 이란걸 알고 있어. 더 중요한 건 이렇게 해줘야 그녀가 달아오른다는 사실이지.’
[설마 주인님은 그것 때문에 일부러···.]
‘아무렴 나라고 미친놈도 아닌데 괜히 짜증을 내겠어. 솔직히 민주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나 때문에 잠도 못자고 기다렸을 텐데.’
[알긴 아시는 군요.]
‘이게 다 민주를 생각해서야. 나도 사람 괴롭히는 거 취향 아니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훈은 다시 목소리를 깔고 민주에게 명령했다.
"스타킹 벗어."
-네, 네!
들썩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한 참 뒤 민주가 말했다.
-벗었어요.
"치마도 벗어."
-치, 치마를···.
"얼른."
-네, 네!
또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버, 벗었어요.
"그럼 지금 팬티만 입고 있겠네?"
-네, 주인님. 저는 혼나도 싼 여자예요. 더 혼내주세요.
"당연하지. 빤스도 내려."
-팬티를···.
"얼른."
-네, 바로 벗을게요.
차 안에서 혼자 옷을 하나씩 벗어내던 민주는 곧 하의가 완전히 실종되었다. 팬티를 벗을 때 끝이 살짝 축축함을 느낀 민주는, 반나체로 외출한 스스로에 급속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시트가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다 벗었어?"
-네, 주인님. 민주는 벌을 받고 있어요.
도훈이 사악하게 말했다.
"무슨 그게 벌이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네, 네?
"창문 내려."
-차, 창문을···.
"운전석 윈도우 내리라고, 당장."
민주가 차창을 바라보았다. 진하게 썬팅 된 차창 덕에 팬티를 벗어도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러나 차창을 내리라는 도훈의 명령은, 지나가던 행인에게 본인의 변태적인 행위를 들키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요구였다.
-주인님···.
"어쭈? 너 지금 내 말에 거역하는 거야?"
-아니에요. 내릴게요. 당장.
지이잉-
윈도우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자 도훈이 다시 말했다.
"창문 다 내렸어?"
-네, 민주는 창문도 모두 내렸어요.
"그럼 아까 벗은 스타킹하고 치마 팬티 있지?"
-네.
"그거 밖으로 던져."
?!
통화를 하던 민주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지금 것은 강도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아무리 벗고 있어도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것하고, 밖으로 나가질 못하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었다.
-주, 주인님 도저히 그건···.
"이것 봐. 이럴 줄 알았다니까? 혼나겠다더니 다 말뿐이었어. 네가 그렇지 뭐."
-아, 아니에요! 민주는 주인님 말 잘 듣는 착한···
뚝-
도훈은 또다시 매몰차게 전화를 끊고는 여유롭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정말로 잔인하시네요. 방금은 너무 심하신 거 아닌가요?]
‘두고 봐. 또 전화가 걸려 올 테니.’
[민주 양은 엄연히 주인님 전공과 조교입니다. 심지어 과 선배기도 하고요. 아무리 피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이렇게까지···.]
그러나 로시의 우려와 달리 민주에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도훈이 말했다.
"봤지? 민주는 내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니까, ···여보세요?"
-주, 주인님 다시 전화가 끊어져서.
"어. 내가 끊었어. 네가 벌 받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아니에요, 주인님. 민주는 주인님 말에 절대 복종해요.
"무슨 복종이 그래? 솔직히 차 안에서 팬티 벗는 거? 그게 무슨 벌인데?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안 그래? 썬팅 다 된 차 안에서 팬티만 입고 있던 스타킹만 입던, 아니면 홀딱 다 벗고 있던 알게 뭐냐고? 누가 네 차에 관심 갖고 들여다 본다고, 이 새벽에."
-마, 맞아요.
"고작 그거 했다고 내 말을 잘 따랐다고 하는 거야? 고작 그걸로 벌을 다 받겠다고?"
도훈이 말을 빨리하며 언성을 높이자 민주가 주눅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주인님. 제 생각이 짧았어요. 아둔한 민주를 용서해주세요.
"용서고 뭐고, 버리라니까? 버리면 용서해 줄게."
-버렸어요.
"버렸어?"
-네, 바로 버렸어요.
"잘했어. 영상통화로 돌릴 테니까 인증해."
도훈이 폰 화면을 터치하더니 음성통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했다. 민주의 폰 카메라는 핸들 귀퉁이를 가리키며 차량 전면부를 향해 있었다.
"밑으로 돌려."
-네.
민주가 폰 카메라를 돌리더니 시트에 앉아 있는 모습을 비추었다. 블라우스 아래로 하얀 허벅지살만 비추는 게 명백한 하의실종 상태. 도훈이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팬티랑 치마 버린 거 맞지?"
-네, 확실히 밖으로 던졌어요.
"잘했어."
-이제 어떡할까요?
"전화 끊을 테니 그대로 내가 보내준 주소지로 이동해."
뚝-
도훈은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두고봐. 이제 도착하기도 전에 밑이 흠뻑 젖어 있을 테니까.’
[거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10분이 넘어 민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도착한 것 같아요. 주인님은 어디···. 아, 저기!
교차로 맞은편에서 익숙해 보이는 차가 상향등을 두 번 깜빡였다. 어느새 민주가 도착한 것이었다.
도훈은 차를 대기 편한 곳으로 이동했다.
곧 신호가 바뀌고 민주가 차를 길가에 대자 도훈이 차에 차지 않고 보조석 윈도우를 똑똑 노크했다.
민주가 주먹하나 들어갈만큼 창문을 내렸다.
"···주인님? 안 타세요?"
"열어줘야 타지."
"아, 아앗."
도훈은 실제로 민주가 차 문을 열어주기 전까진 손 하나 까딱 안 할 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새벽이라도 번화가 교차로엔 차량은 물론 행인도 여전히 많은 편이었다.
민주는 도저히 하의실종 상태로 차에서 내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뭐해? 계속 세워둘 거야?"
"자, 잠시만."
결국 민주가 안전벨트를 풀더니 운전석에서 보조석까지 엉금엉금 기어와 보조석 차 문을 열어주었다.
"여, 열었어요."
도훈은 안에서 열린 차문을 심드렁하게 쳐다보더니 겨우 열린 차문을 다시 발로 차 닫아버렸다.
쾅-!
"나랑 장난해?"
"네, 네?"
"나와서 직접 열라고. 넌 주인님을 그렇게 모시냐?"
"아, 아아···."
차량에 앉은 민주가 안절부절 못 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달랑 블라우스 하나만 입은 반 나체 상태였기 때문이다.
민주가 머뭇거리자 도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시키는 일은 다 한다며? 고작 이 정도 여자였어? 차 문도 하나 못 열어 주는? 그냥 택시 탈 걸 괜히 기다렸어."
도훈이 다시 돌아서려고 하자 다급해진 민주가 소리쳤다.
"내, 내려요! 민주 내려욧!"
민주가 차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밑으로는 휑한 상태였지만, 다행히 위에 입은 블라우스가 아슬아슬 허벅지 끝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본다면 그녀의 엉덩이가 다 비추는 걸 알 수 있었다. 운전석을 나와 보조석으로 달려온 민주가 황급히 차문을 열었다.
"여, 여기."
도훈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지나가는 차량을 빼곤 아무도 없다는 게 아쉬웠다.
‘흐흐, 스릴 넘치네. 대로변에서 이런 짓을 시키다니.’
도훈이 차에 오르자 다시 민주가 쪼르르 달려가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잠깐 사이였지만 그녀의 숨결이 급속도로 가빠져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왜 그래? 체육과 출신 맞아? 그거 좀 움직였다고 숨을 헐떡거려?"
"하아, 하아··· 죄, 죄, 죄송해요. 너, 너무 긴장···."
"누가 볼 까봐 무서웠어?"
"네, 네··· 미, 민주는 야외 노출이 하아, 하아, 처음···."
"가랑이 벌려."
도훈의 요구에 운전석에 앉은 민주가 다리를 활짝 열었다.
도훈이 손을 뻗어 그녀의 밑을 쓱 훔쳤다.
놀랍게도 그녀의 계곡은 시작도 전에 물난리였다.
"환장하겠네. 왜 이래 여긴 또?"
"하아, 하앗, 하앗, 미, 민주가 음탕한 아이가 그래요."
"설마 벗고 운전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흠뻑 젖허 버린 거야?"
"마, 맞아요. 누가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막··· 무, 물이 주르륵···."
"보니까 시트도 다 젖었네. 누가 보면 오줌 싼 줄 알겠다."
"아, 아니에요. 이건 오줌이 아니라···."
도훈은 뭔가를 떠올리는 듯 중간에 말을 끊었다.
"그것도 괜찮겠네."
"···네?"
도훈이 또 사악한 표정을 짓자 민주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언제나 저런 얼굴을 할 때면 도훈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제시한 것이다.
"너, 여전히 반성하고 있지?"
"민주는 반성중이에요."
"아니. 아직 부족해. 이제 한 가지만 더 하면 늦은 걸 용서해 줄게."
민주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한 가지 더요?"
"응. 너 노상방뇨 해봤어?"
"노상···."
민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취객들이 가끔 전봇대를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여자가 노상방뇨를 했다는 소릴 듣도보도 못했다.
"그래. 노상방뇨. 나한테 진짜 미안하고 용서받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서 오줌 싸고 와."
"아, 아··· 주, 주인님."
민주가 울먹이자 도훈이 표정을 딱딱히 굳혔다.
"왜? 못해?"
"그, 그래도 민주는···. 그것만은···."
"그럴 줄 알았어. 넌 언제나 그딴 식이지. 말로만 잘못했다고 할뿐 하나도 나아진 게 없어."
"주인님···."
"아니. 왜 그러세요, 조교선생님? 주인님이라뇨?"
도훈이 태도를 싹 바꾸자 민주는 숫제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도훈이 단둘이 있을 때 반말을 하지 않고 존댓말을 쓴 는 것은 이제 롤 플레이를 그만두겠다는 신호였던 것이다.
민주에겐 그것이 연인의 이별 통보와도 같았다. 특히나 도훈과 오랜만에 하룻밤을 보낸다는 생각에 초저녁부터 들떠 있던 민주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아, 아니에욧, 주인님! 죄송해요 민주가 정말 잘못했어요. 할게요! 시키는 건 다 할게요! 주인님 오줌도 받아 먹을 수 있어요 저는!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주인님 제발!"
민주가 울고 불며 매달리자 도훈이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참, 이럴 거면서 왜 자꾸···. 이제 말 잘 들을거지?"
"네, 주인님! 민주는 말 잘드는 아이에요."
"그래. 이번 한 번만 봐줄게. 그리고 오줌을 왜 먹니? 그냥 한 번 노상방뇨만 해보라니까."
"아···, 네. 하, 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차 출발시켜봐. 좋은 곳으로 안내할게."
민주가 헐벗을 다리로 엑셀을 밟았다.
그녀가 앉은 직물 시트로 젖은 자국이 커다랗게 보였다.
< 768.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1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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