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2.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12- >
도훈이 질질 싸고 있는 순간에도 테이블 위에선 두 여인의 몸부림이 계속되었다. 한 장의 지폐라도 더 붙이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에, 룸 안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여사는 저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의 이전투구를 지켜보았다. 진흙 대신 오만원짜리로 바뀐 것말고는 영락없는 진흙 판 싸움이었다.
‘하여간 썅년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면서 내숭 떨 때는 언제고, 막상 게임 시작하니까 미친년처럼 날뛰는 것 좀 봐.’
김여사는 느긋이 소파에 몸을 파묻고 두 사람의 알몸 대결을 즐겼다. 당사자에겐 굴욕이 걸린 대결이지만, 보는 사람입장에선 너무나도 즐거운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똑똑히 기억해. 이게 바로 너희와 나의 차이니까. 그러니 앞으론 까불지 말라고.’
두 사람을 밑바닥까지 격하시킨 김여사가 흥에 겨워 술을 비웠다. 술잔이 마르자 눈치 빠른 현성이 곧바로 양주병을 기울였다.
"누님, 잔 받으시죠."
"그래."
김여사는 현성이 마음에 들었다. 얼굴도 귀염상인게 딱 자기 취향인 데다, 강아지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옆에 찰싹 붙는 모습이 자신의 지배욕을 한껏 만족시켜주는 호스트였다.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난 말 잘 듣는 강아지가 좋더라.’
취기가 오른 김여사가 현성의 다리를 더듬었다. 도훈과는 달리 앙상한 허벅지가, 유약한 미소년을 연상시켰다. 비록 돈에 이끌려 내보이는 가식적인 행동일지라도, 싫은 티를 내지 않는 마인드가 좋았다.
‘너도 어차피 돈 때문에 참는 거겠지. 그래도 상관없어. 난 차라리 솔직한 쪽이 좋으니까.’
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건 김여사도 잘 알았다. 졸부가 된 후 제비 같은 남자들에게 뒤통수 맞은 적도 여러 차례.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받으려면 돈보다는 얼굴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만 깨달을 뿐이었다.
그녀라고 살을 빼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전신 성형까지 고려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골격이 나빴다. 살을 빼자 드러나기 시작한 안면 윤곽이, 남자의 그것과 흡사했다. 성형외과 의사는 무리한 성형을 했다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만류했다.
돈으로도 해결 되지 않는 외모 콤플렉스.
그녀는 아예 생각을 고쳐먹었다.
‘마음을 살 수 없다면 몸을 사버리면 그만이지. 섹스가 뭐 벌건가?’
돈만 쥐어주면 잦이 빳빳이 세우고 달려드는 남자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씻지도 않은 음부를 개처럼 핥으라는 명령에도 군소리 없이 따랐다. 결국엔 돈이었다.
마음을 못 가져도 몸을 취하면 똑같다고 생각했다.
"현성아."
"네, 누님."
"너 오늘 나랑 같이 잘래?"
현성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도 사람인지라 비대한 몸집의 김여사가 당연히 싫었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관리 안 한 살덩이가 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촉감은 너무나 끔찍했다.
"저 2차 나가려면 마담에게···."
"얼마면 되는데?"
김여사는 이 바닥의 생리를 꿰고 있었다. 룸녀와는 달리 호빠 선수는 가끔 공떡도 쳐준다지만, 공식적으로 2차를 데리고 나가려면 화대를 지불하는 게 도리였다.
"한 번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현성이 미적대자 김여사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왜? 나같이 뚱뚱한 여자는 별로라서?"
"아, 아뇨!"
현성이 강하게 부정했다.
"왜? 저년들 몸매 좋잖아. 벗겨 놓으니까 볼만하지? 쟤들이랑 자고 싶니? 말해봐. 그렇게 해줄게."
현성이 마른 침을 삼켰다. 화대를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려고 튕긴 것을, 김여사가 오해한 모양이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왜 그러겠어요."
"너도 남자 새끼잖아. 솔직히 말해도 좋아. 둘 중 누구 따먹고 싶은지만 말해. 내가 하게 해줄게."
김여사의 채근에 현성이 자기도 모르게 미숙와 정화를 쳐다보았다. 두 마리 뱀처럼 서로 알몸으로 뒤엉킨 모습이 몹시 관능적이었다. 골반이 발달한 정화나, 가슴이 큰 미숙이나 고추달린 사내라면 결코마다 할 수 없는 성숙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현성은 여자보다 돈이 더 중했다.
어차피 여자라면 질릴 만큼 즐겼다. 하룻밤 쾌락과 한 달간 풍족한 삶을 맞바꾸고 싶지 않았다.
"둘 다 필요 없어요. 전 누님이 제일 좋아요."
"웃기시네? 내가 파트너라서 예의 차리는 거야 지금?"
김여사가 한 번 더 현성을 떠보았다.
하지만 현성은 프로였다.
"아니요. 제 취향이 누님 쪽이거든요."
"취향이라···."
개소리였다.
하지만 뻔한 아분줄 알면서도 듣기 싫진 않았다.
"넌 돈 많은 여자 좋아하는구나?"
현성은 잠시 갈등하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괜한 핑계를 대는 것보다 그게 나을 것 같았다.
"네."
김여사가 웃었다.
"새끼, 솔직한 건 마음에 드네. 여기 에이스급은 얼마 주고 나가니?"
"에이스급이면···."
"아니 됐어. 그냥 그 두 배로 준다고 해."
현성이 재빨리 머릴 굴렸다. 마담에게 줄 2차 찡대는 비율이 높다. 두 배로 쳐봐야 자신에게 떨어지는 돈은 손해다.
"굳이 그러실 필욘 없어요. 마담에게 더블을 주느니 차라리···."
현성은 너무 속물처럼 보일 것이 두려웠지만 대놓고 말했다.
"그냥 그 돈을 저한테 주심 오늘 밤 누님한테 끝까지 충성할게요."
김여사가 입을 벌리고 웃었다. 입김에서 쉰내가 밀려왔지만, 현성은 낯빛조차 바꾸지 않았다. 역시 프로였다.
"그렇게 해 그럼."
그때 맞춰 둔 타이머가 울렸다.
"그만!"
김여사가 소리쳤다. 추상같은 호령에 테이블을 뒹굴던 두 사람이 아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제부터 손대면 몰수팬 거 알지?"
낙엽처럼 떨어지는 지폐를 잡아보려던 정화가 김여사의 경고에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두 사람의 몸에 붙은 지폐는 육안으로는 쉽게 구분이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엇비슷했다.
"카운팅 해봐야 알겠는데? 야, 멀대."
김여사가 도훈을 불렀다.
"네?"
"네가 카운트 해라."
원래는 중립적인 현성이 나서야 옮지만, 그를 마음에 쏙 들어하는 김여사가 일부러 도훈을 시켰다. 현성은 오롯이 자기 애완견이었다.
"알겠습니다."
도훈이 싱글벙글 다가갔다. 다시 옷은 입고 있었지만 바지춤이 불룩한 모습이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자세였다.
"근데 누구부터 세죠?"
가만히 서 있는 동안 떨어지면 손해기 때문에 서로가 자신을 호명했다
"나부터 해."
"야 잊었어? 내가 니 파트너라고."
"지금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오는데?"
두사람이 옥신각신 다투자 김여사가 한 방에 정리했다.
"둘 다 동시에 때."
"아, 그러면 되겠군요."
도훈이 알몸이 된 두 여자의 중심에 섰다. 붙은 지폐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나는 살색이 오히려 음험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럼 시작합니다."
도훈은 무르익은 30대 여체를 보자 음심이 치솟았다.
‘아, 미션이고 뭐고 그냥 확 따먹어 버리고 싶네.’
[여기서요? 다른 사람 다 보는데 괜찮겠습니까?]
‘뭔 상관? 아는 사람들도 아닌데. 그리고 그런 건 이미 일본에서 면역된 지 오래라고.’
도훈은 일본에 가서 AV배우로 촬영한 적이 있었다. 수 많은 스텝 앞에서 섹스를 하다보니 이 정도 소규모 룸 따위야 애들 장난처럼 여겨졌다.
‘어디 장난 좀 쳐볼까?’
도훈이 먼저 정화의 가슴에 얹어진 지폐를 잡았다.
"정화 누님 먼저 한 장."
지폐가 떼어지자 갈색의 젖꼭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훈은 종이를 떼며 일부러 젖꽂지를 터치했다. 고의임을 깨달은 정화가 말했다.
"지금 어딜 만져?"
"안 만지고 뗄 수 있나요?"
"그게 아니라···."
"조용히 해. 말할 때마다 돈 떨어진다."
지켜보던 김여사가 충고했다. 그녀의 말처럼 입을 열 때마다 미세한 흔들림으로 겨우 붙어 있던 낱장들이 바닥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정화는 억울하지만 손해를 볼까 두려워 입을 꾹 다물었다.
"이번엔 숙이 누님 것 한 장."
그들이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되자 도훈의 행동이 더욱 과감해 졌다. 미숙의 큼직한 유방을 뭉개는 것처럼 콱 움켜쥐더니 지폐를 떼어냈다.
"으읏!"
번갈아 돈이 떨어져 나갈수록 두 사람은 누드비치에 놀러 간 사람처럼 올누드로 변해갔다. 도훈은 자신의 지위를 십분 활용하며 온몸 구석구석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 댔다. 도훈의 노골적인 행동에 미숙과 정화가 수치심이 귀밑까지 빨개졌다. 그러나 누구 하
나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거의 끝난 거 같네요. 이제 밑에만···."
상반신에에 붙은 지폐는 대부분 떨어지고 이제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그리고 가랑이 사이만 남았다.
"지금까지 얼마야?"
"현재는 둘 다 5장으로 팽팽합니다."
"누가 이길지 모르겠군."
"계속하겠습니다."
도훈은 이제 두 사람의 등 뒤로 돌아섰다. 미숙은 굴곡진 엉덩이 위에 간신히 돈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떨어지려는 돈을 지탱하느라 오리처럼 뒤로 뺀 엉덩이가 너무나 우스꽝스러웠다.
‘볼기짝을 한 번 때려주고 싶군.’
도훈은 일부러 찰지게 엉덩이를 때리며 지폐를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스팽킹에 미숙이 화들짝 놀라 그를 째려보았다.
"아앗!"
"죄송해요. 막 떨어지려는 걸 붙잡느라."
다음은 정화의 차례.
웃기게도 정화는 엉덩이골 사이에 지폐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가만 보니 떨어져 나가던 지폐를 엉덩이에 힘을 주어 억지로 붙잡고 있는 형국이었다. 어찌나 괄약근에 힘을 주는지 엉엉이가 부들부들 떨렸다.
‘풉-. 설마 똥꼬 사이에 낀 거야?’
[나름 필사적으로 보이는군요.]
‘그렇겠지. 대결에 지면 내 좆물받이가 될 테니까. 근데 생각해보니까 안 지려는 이유가 기분 나쁜데?’
[왜요?]
‘내가 잘생긴 이도훈이 아니라 못생긴 이정우라서 기피하는 것 같잖아.’
[그보다는 창피함이 더 크지 않을까요?]
‘창피함?’
[호스트 빠를 드나든다 한들 이들은 엄연한 일반인입니다. 남들 앞에선 정숙한 채 하는 숙녀분들이란 말씀이죠.]
‘근데?’
[이렇게 알몸으로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것도 부끄러울 텐데, 이 자리에서 벌칙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하긴. 이건 내 얼굴이 빻은 거랑 상관없구나.’
로시의 말을 들은 도훈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도훈은 일부러 돈을 잡는 척하며 엉덩이골 사이로 중지 손가락을 훅 찔러 넣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몰랐지만, 중요 부위를 찔린 정화가 움찔 놀라 어깨를 떨었다.
‘흐흐, 예상대로 푹 젖었군.’
정화의 그곳은 유독 축축했다.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고 서 있다는 수치심이 그녀를 자극한 것 같았다. 도훈은 그녀가 눈치챌 수 있도록 한 마디만 살짝 찔러 넣더니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너, 너 지금 어딜!"
그러나 급격히 몸을 비트는 바람에 정화의 허벅지 사이에서 5만원권 한장이 떨어져 나왔다.
"아, 아앗!"
"저런, 조심하셔야죠. 떨어진 돈은 카운팅이 안되는 거 알죠?"
도훈은 정화가 현성을 놀릴 때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정화는 더 화를 냈다간 다른 돈까지 떨어질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 했다.
‘좆같은 새끼. 얼굴도 빻은 새끼가 손버릇 더러운 것 좀 봐.’
하지만 그녀 역시 밑이 축축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근데 왜 이렇게 젖어 버렸지? 손가락만 넣었는데 밑이 근질근질 거리지···. 혹시 나 변탠가?’
정화는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특히 도훈의 부푼 바지춤을 볼 때마다 아까 본 대물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하아, 그냥 일부러 져버릴까? 어차피 쟤는 미숙이 언니 파트너잖아. 아까 보니까 둘이 번호도 주고받는 것 같던데, 언니는 내키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난 다신 못 볼지도 모르잖아?’
성욕이 치밀자 정화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미숙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으므로, 어쩌면 그를 빼앗은 것이 미숙을 더 골탕먹일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 때론 지는 게 이기는 것이 될수도 있지.’
결심을 마친 정화가 갑자기 다리 사이에 있던 지폐를 털어냈다. 허벅지 안쪽에 붙은 지폐가 떨어져 나가자 가운데를 정확하게 가진 한 장이 유일하게 남았다.
"앗, 이런. 실수를."
정화가 어색하게 연기했다. 누가 봐도 고의. 특히 옆에 서 있던 미숙은 그녀가 다리를 터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아니, 저 미친년이 갑자기 왜 저래?’
미숙의 입장에선 괜한 대결에 자신을 끌어들여 놓고 게임을 내던지는 정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음부에 붙은 지폐가 촉촉이 젖은 것을 보고 이유를 깨달았다.
‘헉, 미친년 다 젖은 거 봐. 설마 정우랑 하고 싶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정화의 속셈을 깨달은 미숙도 가만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네 뜻대로 하게 해줄 줄 알고? 어림없어!’
갑자기 미숙이 "에취!" 하고 크게 기침을 쏟아냈다.
그 바람에 몸에 붙어 있던 지폐들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 역시 공교롭게도 가운데 한 장만 달랑 남겨진 상태였다.
김여사가 도훈을 향해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 남은 장수 똑같은 거 맞지?"
"네. 그리고 떼어낸 지폐도 같습니다."
"허-. 이것 참. 그럼 이제 먼저 떨어진 쪽이 지는 거네?"
"그렇죠."
김여사가 고민했다.
둘 다 한 장씩 남은 상황.
도훈이 직접 카운트를 한다면 무승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김여사는 같은 일을 반복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럼 카운트는 중단해. 둘 중 먼저 떨어진 쪽이 지는걸로 하지."
과연 포청천다운 명판결이었다.
< 762.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1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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