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0.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10- >
아무리 봐도 도훈의 성기엔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특히 여자들은 몰라도 남자인 현성은 잘 알았다.
‘크긴 크네. 화장실에 본 게 진짜였어. 근데 왜 저렇게 질질 흘리는 거야?’
쿠퍼액도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저렇게 주르륵 흘려대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헤어포르노(노모자이크)작품을 봐도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가 물을 많이 흘리진 않았다.
‘엄청 특이체질인가 보네. 다음에 병원이라도 가봐야 할 것 같은 데 저 정도면···.’
현성은 도훈이 테이블에 몸을 바짝 붙이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그도 눈칫밥이 있는 터라 도훈이 자신을 위해 나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우야, 힘내라!’
세 명의 저주와 한 명의 응원을 받게 된 도훈은 최선을 다해 지폐를 붙였다. 그가 지폐를 붙이는 방식은 현상과 사뭇 달랐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쿠퍼액을 지폐에 묻혀대자 지폐의 일부가 젖으며 끈적해졌고, 이를 몸에 밀착시키는 방식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 그만."
2분이 경과 후 김여사가 종료 선언을 했을 때 도훈의 몸에 붙은 지폐는 먼젓번 현성의 그것보다 월등히 많은 양이었다.
"미, 미친!"
"몸에 딱풀을 발랐나?"
특히 사타구니 주변과 대물에 집중적으로 붙은 5만원권 지폐들은 도훈이 몸을 일으키는 와중에도 찰싹 붙어 떨어지지도 않았다.
곧 벌칙을 수행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미숙이 소리쳤다.
"자, 잠깐. 이건 반칙이야."
"왜요?"
"왜?"
다들 미숙의 입을 쳐다보았다.
"앞서 현성이가 땀을 많이 묻혀 놓아서 그런 거라고. 아니면 저렇게 차이 나게 많이 붙을 수가 없어!"
쉽게 말해, 후발 주자로서 유리한 환경에서 게임을 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다 도훈이 대번에 반박했다.
"하지만 숙이 누님. 저는 그만큼 지폐가 부족한 상태로 게임 했는데요?"
"뭐라고?"
"처음엔 50장 있었죠?"
"그렇지."
"현성이 형이 게임 끝나고 80만원 받아갔으니 16장이 빠진 34장으로 시작했잖아요. 오히려 불리한 건 제 쪽인거 같은데요?"
도훈의 예리한 지적에 미숙이 할 말을 잃고 주춤했다.
김여사는 판관 포청천에 빙의한 것처럼 손뼉을 치며 수긍했다. 실제 생긴 것도 이마에 초승달만 그리면 비슷했다.
"옳거니. 정우 말이 일리가 있네. 불리하면 불리했지 유리하진 않은 걸로."
"어, 언니는 누구편이에요?"
"누구 편이냐니? 룰은 공정해야 하는 거 아냐?"
"그, 그래도···."
미숙이 배신감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사실 그게 문제였다.
이들은 유흥을 즐기기 위해 결속된 무리.
특히 물주인 김여사의 헤픈 씀씀이로 맺어진 인연이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의리랄 게 없었다. 사실상 김여사는 두 사람을 자신의 꼬붕 정도로 생각했고, 정화나 미숙도 김여사가 돈이 많지 않았다면 거들떠도 안 봤을 만큼 외모적인 차이가 극심한 편이었다.
셋이 있을 땐 그럭저럭 죽이 맞아 굴러가는 것 같지만, 둘만 모이면 없는 하나를 흉보는 그런 사이인 것이다. 특히 미숙과 정화는 서로 미모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은근히 라이벌 의식이 강해서 틈 만 나면 뒤에서 호박씨를 깠다.
미숙은 정화가 남편 관리를 못해 이혼한 돌싱이라고 무시했고, 정화는 미숙은 그 나이 먹도록 시집도 못한 노처녀라고 낮추어봤다. 또한 김여사는 두 사람을 돈도 없는 주제에 남자만 밝히는 화냥년들이라고 버러지 취급했다.
술 먹고 즐겁게 떠들 때야 언니 동생 부르는 사이지만, 막상 돌아서면 서로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무리인 것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도훈의 도발로 인해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김여사는 동생들이 나체로 벗고 뒹굴든 말든 눈 하나 깜빡 안 할 위인이었다.
"정화. 카운트 해."
"···네."
결과를 예감한 정화가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성의 몸에 붙은 지폐를 뗄 때는 숫처녀 고쟁이 벗기듯 들뜬 모양새였다면, 지금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두려워하며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하나···. 두울···."
지폐를 몸에 떼어낼 때마다 포스트잇을 떼는 것처럼 끈적한 것이 묻어 나왔다. 정화는 도무지 그것을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뭐지 대체? 어디서 이런 물기가···.’
도훈은 특히 사타구니 주변으로 사자갈퀴처럼 지폐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므로 정화는 그곳을 하나씩 하나씩 떼며 이내 정체불명의 액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서, 설마 이 새끼··· 싼 거 아냐?’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냄새 속에 남성의 밤꽃 향기 묻어 나왔다. 지폐를 떼다말고 정화가 다급히 소리쳤다.
"어, 언니!"
"왜?"
"이건 정말 반칙이에요!"
"또 뭐가 문젠데?"
포청천에 빙의한 김여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벌칙을 받기 싫어서 동생들이 떼를 쓴다고 여긴 것이다.
"이 새끼 쌌어요!"
"싸다니?"
"뭐라고?"
정화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쌌다니까요? 이 조루 새끼가 뒹굴면서 정액을 잔뜩 묻혔다고요."
"진짜?"
"그 사이에 그게 가능?"
지폐를 떼다 말고 정화가 도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똑바로 말 해! 쌌지?"
"안 쌌는데요?"
"그럼 이건 뭔데? 뭐가 이렇게 끈적끈적 묻은 건데?"
정화가 손에 든 지폐를 도훈의 면상에 들이밀었다. 도훈이 과감하게 정화의 손목을 붙들며 대답했다.
"안 쌌으면 어쩔 건데요?"
"아, 아앗, 무슨 힘이 이렇게! 아, 안 놔?"
도훈에게 손목을 잡아 채인 정화는 꼼짝없이 붙들렸다. 도훈이 강하게 나오자 김여사 역시 재차 정화에게 물었다.
"그래. 안 쌌으면 어쩌려고 반칙이라니?"
정화가 애처로운 눈으로 김여사에게 말했다.
"지, 진짜 확실하다니까요? 이것 보세요. 푹 젖은 거."
"그러니까. 아니면 어쩔 건데? 정우 네가 말해봐."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건방진 도훈을 짓밟으려던 김여사는, 나머지 두 사람이 쩔쩔매는 모습에 갑자기 타겟을 바꾸고 말았다.
‘하여간 썅년들. 쥐뿔도 잘난 것도 없는 것들이 얼굴 좀 반반하다고 나를 개무시했다 이거지? 어디 한 번 이 자리에서 개 쪽이나 당해봐라. 뭐? 이럴 때만 언니? 나 없을 때 맨날 돼지 같은 년이라고 욕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실제로 정화는 미숙을 험담하기 위해, 미숙은 정화를 험담하기 위해 서로의 잘못을 쪼르르 일러바치는 편이었다. 미숙은 김여사를 쿵쾅이라고 불렀고, 정화는 김여사를 육덕찌게라고 놀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잘못을 일러바칠수록 김여사의 증오는 점
점 쌓여갈 뿐이었다.
‘내가 일부러 말 안하고 눈감은 것도 모르고, 배은망덕한 년들이 같으니. 차라리 잘 됐어. 이 기회에 버릇을 단단히 고쳐놔야지. 모은 돈이라곤 한 푼 없는 거지 발 싸게 같은 년들이 같이 좀 어울렸다고 같은 급인 줄 알지? 니들은 나 없으면 딱 업소년 수준이야.
이번에 한 번 느껴봐.’
아까부터 은근슬쩍 자신을 편드는 김여사의 모습에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던 도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옳거니. 그렇게 된 거였군.’
[이건 뭐 서로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진데요?]
‘흐흐. 나이트에서 당일로 만난 조각들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아주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군.’
[이제 어쩌시려고요?]
‘차라리 잘 됐어. 이렇게 되면 김여사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도와줘야지. 김여사는 나보다 저 둘이 더 꼴보기 싫은 모양인데.’
"제가 안 쌌으면···. 누님이 싸게 해주시던가요."
"뭐, 뭐라고? 그게 무슨 개소···."
"그래. 정우 말이 맞네. 괜히 멀쩡한 사람 의심했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진짜로 쌌다니까요? 지폐가 축축해요! 보세요!"
"확인해. 그럼 알 것 아니야?"
정화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허겁지겁 지폐를 떼어냈다. 그녀의 손이 빨라질수록 사자갈퀴가 한 꺼풀씩 벗겨지더니 이내 온전한 대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니!"
정화는 당혹감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도훈의 대물이 여전히 팽팽하게 솟구쳐 있었던 것이다.
"이래도 제가 쌌어요?"
"말도 안 돼! 그럼 이 물은 다 뭔데?"
"말이 안 되는 건 누님이죠. 사람 의심이나 하고. 그리고 설사 제가 쌌다고 쳐요. 그게 왜 반칙이죠? 이 게임의 룰은 손쓰지 않고 몸에 최대한 돈을 많이 붙이는 것 아니었나요?"
"정우 말이 맞아. 이번엔 정화 네가 실수한 것 같은데? 그래서 모두 얼마야?"
정화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폐를 셌다. 그녀 말처럼 축축히 젖은 지폐는 서로 낱장끼리 붙어서 쉽게 떨어지지도 않았다.
"···여, 열일곱, 열 여덟장이요."
"많이도 붙였네. 그 두배로 계산해서 줘."
"아니요."
도훈이 김여사를 보며 말했다.
"전 분명히 돈 같은 거 관심 없다고 했는데요?"
김여사의 입 꼬리가 씰룩거렸다. 도훈은 잘 몰랐지만, 그것은 김여사가 기분이 좋을 때 짓는 표정이었다.
"아, 그렇지? 우리 다른 내기 했었지? 너희 둘."
김여사가 사악한 표정으로 떨고 있는 미숙과 정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쩌니? 내기는 내긴데. 여기서 벗어야겠는데?"
"어, 언니!"
"진짜 벗으라고요?"
"정화는 거기에 하나 더 얹었지? 정우 물 빼주기로."
"언니!"
정화가 빼액- 소릴 지르자 김여사가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찌나 호되게 내리쳤는지 주변에 술병이 나자빠지며 콸콸 술이 쏟아졌다. 놀란 현성이 넘어진 술병을 일으키는 사이 김여사가 말했다.
"니들 지금 나랑 장난해?"
엄청난 박력.
도도리아의 전투력이 스카우터를 깨질것처럼 차올랐다.
확실히 덩치가 있다 보니 어지간한 남자들은 한 주먹에 쌈싸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내 말이 우스워? 방금 애들 앞에서 약속 다 해놓고 얼렁뚱땅 넘어가자고?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요···."
"언니, 진정하시고···."
김여사의 기세에 쫀 두 여자가 깨깽하고 꼬리를 내렸다.
이젠 명분도 잃고, 실리도 없는 상황.
정화와 미숙은 서로를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정화가 먼저 나섰다.
"그, 그럼 속옷은 입어도 되죠?"
***
"자깅~ 오늘따라 너무 말이 없는데? 누구랑 톡하는 거야? 설마 애인?"
"에이, 누나 또 그러신다. 나 애인 없는 거 알면서."
손님을 받고 있던 동탁이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해맑게 웃었다. 원체 잘생긴 얼굴 탓에 웃기만 했는데도 주변이 밝아지는 착각이 들었다.
"탁이는 웃는 게 너무 이뽀. 뽀뽀!"
동탁은 마지못해 뽀뽀를 받아주며 말했다.
"실은 저희 가게 사장님이 폐렴으로 입원하셨거든요. 걱정되서 한 번 연락해 본 거예요."
"맞어. 올 만에 왔더니 마담언니 바뀌었더라?"
"그 분은 사장님 아는 동생인데 당분간만 가게 봐주시기로 했데요."
"아항. 우리 탁이도 이제 사장님 소리 들어야 할텐데···."
"누님이 하나 내주시게요?"
"아잉, 내가 그런 돈이 어딨니."
동탁은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혀를 끌끌 찼다.
‘이 년도 개털이구나. 공사 견적도 안나오겠다.’
동탁은 별 볼일없는 지명 손님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누님. 죄송한데 저 사장님이랑 잠깐 얘기할 게 있어서 톡 좀 할게요. 선수 관리 때문에요. 아시다시피 제가 여기 메인이라서 밑에 애들도 어느정도 관리하거든요."
"응, 그래."
동탁은 마침 연락이 닿은 정마담에게 톡을 날렸다.
-탁이 : 안 주무셨네요? 늦은 시간이라 주무신 줄 알았어요.
-정마담 : 기침 때문에 자다 깨다 계속 그래. 가게는 좀 어 때?
-탁이 : 그럭저럭요.
-정마담 : 출근했니?
-탁이 : 네, 지명 들어와서 손님보고 있어요.
-정마담 : 그래. 믿을 건 너밖에 없다. 돈 장난 안치는 애는 최마담한테 맡겨놓긴 했는데 영 불안하네.
-탁이 : 근데 최마담 말이에요. 스폰 물어서 은퇴한 거 맞죠?
-정마담 : 어. 스폰 아주 빵빵하지. 나이가 좀 많아서 그렇지. 먹고 살만 한 거 같더라, 왜?
-탁이 : 좀 켕기는 게 있어서.
-정마담 : 뭔 일인데?
-탁이 : 아니에요. 제가 오해했을 수도 있어요. 괜히 말했나 봐요.
-정마담 : 탁아. 내가 너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거 알지?
-탁이 : 그럼요. 저도 누나랑 같이 하려고 여기 붙어 있는 거잖아요. 아시면서.
-정마담 : 알지. 내가 그래서 너한테 얼마나 고마운데. 말해봐. 켕긴다는 일이 뭔데?
-탁이 : 오늘 새로 들어온 애 있잖아요. 정우라는 애. 걔 사장님이 뽑으셨다 그랬죠?
-정마담 : 어. 맞아. 얼굴에 안면마비 온 애 말하지?
-탁이 : 안면마비요?
-정마담 : 못 들었니? 아차, 내가 연락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약 기운 때문인지 자꾸 자다깨다 해서.
-탁이 : 아무튼, 걔랑 최마담이랑 좀 썸씽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정마담 : 진짜? 오늘 출근한다고 그랬는데?
-탁이 :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어요. 암튼, 좀 촉이 와가지고요.
-정마담 :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둘이 했데?
-탁이 : 살짝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요.
-정마담 : 이게 스폰서 나이 먹어서 시원찮다더니···. 가게 애들을 건드렸다고? 하-. 내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나.
-탁이 : 확실한 건 아니에요. 근데 걔 사장님이 뽑으셨다면서요? 왜 뽑으신 거예요? 들어보니까 와꾸 사이즈가 전혀 안 나오는 애 같던데.
-정마담 : 정우? 내가 면접 본 거 맞아. 와꾸 빻은 건 아까말한 안면마비 때문에 그런 거야. 원래 얼굴은 잘생겼어.
-탁이 : 잘생겼다고요?
-정마담 : 어. 지금 에이스 없다고 난리잖아. 안면마비 돌아오면 충분히 에이스 감은 될 걸? 그리고 그걸 떠나서 애가 특별한 게 있어.
-탁이 : 특별한 거요?
-정마담 : 너 중고차 영어하는 박팀장 알지? 왜, 가끔 우리 가게 와서 놀고 갔던 애.
-탁이 : 알죠.
-정마담 : 실은 걔가 추천해 준 얘거든. 정우 걔가 나이는 어린데 밤일 하나는 끝내준다 더라고. 요즘도 생각난다나 어쩐다나?
정마담의 메시지를 읽던 동탁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 760.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1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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