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9.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9- >
동탁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문고리에 물수건을 걸어 놓는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는 신참이 무슨 재주를 부려 손님들을 꼬드겼는지 궁금했다.
"걔 완전 얼굴 씹창이라지 않았어요?"
"뭐? 어디서 들었어?"
"아니 아까 박실장님이 그러시던데. 와꾸가 호빠 할 사이즈는 아니라면서."
최마담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와꾸는 확실히 호빠 사이즈가 아니지. 근데 그거 아니?"
"네?"
"다른 사이즈는 업소용 맞더라."
"다른 사이즈라뇨? 무슨···, 억? 뭐야, 그 새끼 설마 보도에요?"
보도, 혹은 남보도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노골적으로 성을 사고파는 남성을 뜻하는 은어였다.
정빠에선 어림없는 일이지만, 그보다 급이 떨어지는 곳은 대놓고 윤락을 알선하는 곳도 많았다. 출장마사지라든가 혹은 노래방 도우미를 가장해 1:1로 불려가 떡을 대행하는 전문적인 남창.
호빠 선수로서 자부심을 가진 동탁은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아무리 가게가 어려워도 그렇지 무슨 보도 새끼를···."
"보도라니? 아니야. 듣기론 그냥 대학생이랬어."
"대학생? 대학생이 보도를 뛴다고요?"
"보도 아니래도? 자기 말론 그래. 이런 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그리고 사실 면접은 언니가 봤어. 난 그냥 오늘부터 출근한다길래 그러라고 했을 뿐이고."
"흐음, 정마담님이 그래도 사람 가려 뽑을 텐데···. 가게 안 되니까 설마 업종 전환하는 건 아니죠?"
동탁이 유난히 관심을 보이자 최마담이 한마디 했다.
"근데 넌 반응이 왜 그러니? 막말로 우리가 정빠도 아니고, 지금 그런 거 가려 받을 처지니? 너도 소싯적엔 룸에서 물고 빨고 다 해봤을 거 아냐?"
"아니 그거야···."
동탁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긴 자기가 생각해도 유달리 예민하게 굴고 있었다. 사실 그는 다른 선수들의 일엔 일절 터치하지 않는 주의였다. 그러나 정마담이 특별히 뽑았다는 신참이 자꾸 신경을 거슬렀다.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드는 친구였다.
"설마···. 질투하는 거?"
"네? 제가요?"
동탁이 당황한 듯 되물었다.
"아니 뭐···. 너도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잖아."
"누님. 설마 제가 신참 따위에게 긴장한다는 말씀이세요? 누님, 저 동탁이에요. 오빠호빠 메인 조동탁."
"뭘 그렇게 또 발끈하니? 그냥 해본 말이야. 그리고 내가 업계 선배로서 말해주는데, 이쯤에서 슬슬 스폰하나 물고 은퇴 준비해. 너 요새 간도 안 좋다며? 언제까지 이 생활 계속할 건데? 그러다 한 방에 훅간다?"
"약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 우르샤 잘 챙겨 먹고 다니 거덩요?"
동탁이 광고멘트를 모사해 농담을 던지자 최마담이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입담은 여전하구나. 그쯤하고 룸 들어가. 아무리 지명 손님이라도 자꾸 자리 비우면 서운해한다."
"알았어요. 야식만 대충 먹고요."
동탁은 선수 대기실로 돌아가 후배들이 사 온 분식을 대충 입에 구겨 넣었다.
‘내가 신참을 의식 한다고? 와꾸 빻았다는 풋내기를?’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었다.
이제 20대 후반을 바라본다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잘나갔다. 에이스 중의 에이스. 오빠호빠의 간판이라 불리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지금껏 누구도 그 지위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거참···. 최마담도 말 되게 기분 나쁘게 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참 따위를 어디 나한테 비벼, 비비길?’
플라스틱 포크로 떡볶이를 찌르던 그는 문득 최마담의 말이 떠올랐다.
-와꾸 사이즈는 확실히 아니지. 근데 그거 아니? 다른 사이즈는 업소용이 맞더라.
‘그게 좆나 크단 소린가?’
동탁이 찌른 떡볶이는 딱 새끼손가락 사이즈였다.
‘이거 두 배쯤 되려나?’
두 배라고 해봐야 손바닥 크기.
그 정돈 자신도 가능했다.
‘가만, 근데 최마담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사이즈를 대놓고 광고한 것도 아닐 테고···. 설마 둘이 벌써?’
유흥업에 종사하다 보면 끼리끼리 엮이는 경우가 무척 흔했다. 웨이터와 룸아가씨는 물론이거니와, 마사지 카운터 알바생과 마사지녀, 혹은 호빠 선수랑 다른 업소 아가씨끼리 만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호빠마담과 선수가 얽히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허-. 최마담 아주 웃긴 여자네. 정마담이 잠깐 가게 맡아달랬더니 선수들 맛집 탐방하고 있었던 거야?’
동탁은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했다.
그리곤 떡볶이를 먹다 말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님, 다 안 드시고 가시게요?"
후배 하나가 쭈뼛거리며 군침을 흘리자 동탁이 선심 쓰듯 말했다.
"별로 입맛 없다. 너가 먹고 치워라."
"앗, 잘 먹겠습니다."
허겁지겁 달려드는 후배들을 뒤로하고 동탁이 대기실을 나왔다. 그는 자신의 지명 손님이 기다리는 룸으로 향하지 않고, 물수건을 걸어 놓았다는 3번 룸을 말없이 응시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출근하면서부터 내내 얼굴도 보지 못한 신참의 존재가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었다. 일주일 새에도 수없이 들어오는 뉴비가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데, 이번 신참은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쓰읍. 나도 은퇴할 데가 되긴 됐나 보네. 이런 걸 의식 하는 거 보면.’
동탁은 조심스럽게 3번 룸으로 다가갔다. 룸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밖에 안을 볼 수 없도록 가려져 있었다. 단단한 문 사이로는 어떤 소리도 새어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동탁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귀를 바짝 붙여 안에 소리를 감청하려고 했다.
‘대체 뭘 하길래 물수건까지 걸었을까? 진짜 안에서 떡이라도 치는 건 아니겠지?’
그는 한참을 귀를 기울였으나 당연히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완벽한 방음. 룸 안은 그 자체로 밀실이었다.
"쳇, 나중에 현성이 나오면 물어봐야지."
동탁은 별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자신의 손님이 기다리는 방으로 돌아갔다.
***
동탁이 문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간 그 시점.
룸 안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발적으로 역제안을 건 도훈과, 그것을 받아친 김여사가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게 된 정화와 미숙은 똥씹은 표정이었다.
‘아씨, 이게 아닌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지?’
미숙을 골탕 먹이려던 정화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 되자 분을 못 참고 씩씩거렸다. 도훈이 만에 하나 알몸 구르기를 성공한다면 이제 자신도 나체가 되어 테이블을 뒹굴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제발 망해라. 제발.’
반면 상의 탈의를 마치고 하의를 벗기 시작한 도훈은 로시와 계속 대화 중이었다.
‘로시, 아이템이나 스킬은 대상자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 상관없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몸에 지폐가 잘 달라붙도록 끈적거리게 할 아이템 같은 거 없을까?’
[끈적거리게요? 글쎄요, 무슨 그런 아이템이···.]
‘뭐라고? 난 지금 너 믿고 배팅했단 말이야. 천상계엔 없는 것이 없다며?’
[그거야 그렇지만, 몸에 지폐가 잘 달라붙게 하는 아이템을 무슨 이유로 만들겠습니까? 상식적인 경우가 아닌걸요.]
로시의 대답에 벨트를 풀던 도훈이 주춤하고 말았다.
자칫 내기에 실패한다면, 김여사의 노리개로 전락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벗다가 말아? 자신 없어진 거 아니지?"
멈칫하는 도훈을 보고 김여사가 비아냥댔다.
"그럴 리가요."
도훈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바지를 훌렁 벗었다.
불룩 튀어나온 팬티의 외형만 봐도 그의 커다란 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었다.
"흥, 얼굴은 못 생긴 게 고추는 제법이네."
"얼굴이 못생겼으니 고추라도 커야죠."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번 까 봐. 얼마나 대단한지 내 눈으로 보자."
김여사가 으름장을 놓는 순간에도 도훈은 끊임없이 로시와 얘기했다.
‘응용할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거 없을까? 이대로 가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단 말이야.’
[그러게 왜 갑자기 계획을 틀어, 내기를 하신 겁니까?]
‘열 받게 하잖아! 저 씹돼지 년이! 현성이한테 어떻게 했는지 너도 봤지?’
[그것은 현성군 문제지요. 게다가 억지로 떠민 것도 아니고 자진해서 한걸요.]
‘어쨌든 보는 내가 화가 나는 걸 어떻게 해? 방법이나 찾아줘.’
[으음, 그렇다면···. 이런 아이템은 어떻습니까?]
‘뭔데? 뭐가 있어?’
[물이 계속 나와, 아이템입니다.]
‘뭐가 나온다고?’
[물이요.]
‘아니 어디서 물이 나온다는 건데?’
[성기입니다. 보통 선천적으로 애액이 부족한 마른 여성들이 애용하는 아이템으로, 윤활제 없이 몸 안에 호르몬 분비를 바꾸어 끊임없이 물을 흐르게 하는 아이템이죠.]
‘인마, 그렇다고 내가 애액을 흘릴 순 없잖아?’
[아, 이 아이템은 성별의 구별이 없습니다.]
‘뭐?’
[남성이 사용하면 쿠퍼액이 계속 나오거든요.]
‘아니 무슨···.’
[남성의 쿠퍼액 역시 윤활제 성분을 합니다. 정액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폐를 붙일 정도로 끈적하고요.]
‘그러니까 쿠퍼액을 질질 흘려서 그걸 돈에 묻히자고?’
[그렇죠. 그렇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아 놔. 무슨 구멍 난 하수관도 아니고 쿠퍼액만 질질 싸게 생겼네.’
[모양새가 좀 빠지긴 하지만 승부는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면을 보십시오.]
도훈이 앞을 바라보자 비대한 몸집의 김여사가 입술을 씰룩거리고 있었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도도리아를 닮은 그녀는, 보기만 해도 구토감을 유발시켰다.
‘으윽, 저 씹돼지.’
[저런 여자의 노예가 되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야. 절대 그럴 순 없지. 당장 아이템 준비해. 사용은 어떻게 하면 되지?’
[알약 형태로서 삽입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가격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얼른 구매해.’
[넵, 팬티 안으로 전송하겠습니다.]
도훈이 팬티를 내리는 장면에선 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미숙이 일전에 말한 것도 있고, 스스로도 자신감이 대단하니 과연 얼마나 큰지 한번 보자는 심산이었다.
"자 그럼···."
도훈이 팬티를 내리며 안으로 전송된 알약 하나를 손에 쥐었다. 로시가 다시 말했다.
[혹시 못 들으셨을 까봐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경구 투여 방식이 아니고 좌약입니다.]
‘잠깐, 뭐라고?’
[좌약이라고요. 항문으로 삽입해야 즉효를 발휘합니다. 경구 투여 방식으로 하시면 약효도 떨어질뿐더러 3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니 씨발, 무슨 물이 질질 나오는 것도 더러운데 똥꼬에 꽂으라니···.’
하지만 도훈은 이미 팬티를 내리는 중이었으므로,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몰래 손에 쥔 알약을 항문 사이로 밀어 넣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불알이 바짝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오오, 제법인데? 뻥이 아니었네?"
"거봐 내가 크다고 했잖아. 직접 만져봤다니까?"
도훈이 완전히 발가벗자 정화와 미숙이 호들갑을 떨었다. 김여사 역시 노발기 상태로 10cm를 훌쩍 넘는 도훈의 물건에 살짝 충격은 받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인정하기 싫다는 듯 괜히 시비를 걸었다.
"어디서 듣기론 남자들은 발기하는 사이즈가 천차만별이라지?"
"네?"
"그게 전부 아냐? 커져도 딱 그 크기 인 거 아니냐고."
"눈으로 보고도 못 믿으신다니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니지.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한 번 세워서 보여 주던가? 원래 사이즈는 꼴린 상태를 말하는 거 아냐? 그렇게 축 늘어진 거 말고."
김여사의 트집에 도훈은 옳거니 하며 대답했다.
"세울 순 있습니다. 대신 좀 도와주실 분이 필요한데요."
"도와?"
"전 여자가 도와줘야 서거든요."
"내가 할게."
도훈의 물건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정화가 대끔 먼저 치고 나섰다. 미숙이 정화를 아니꼽게 쳐다보았으나 김여사의 결정은 이미 내려진 상태였다.
"그래. 정화 니가 한 번 세워줘라. 세웠는데 작기만 해봐."
정화가 도훈에게 다가왔다. 그때 이미 약효가 발효되었는지 도훈의 대물에선 조금씩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일단 공사했는지부터 확인 좀?"
정화는 도훈의 늘어진 물건을 손으로 움켜쥐며 힘껏 주물렀다. 만약 외과적인 시술을 했다면 뭔가 이물감이 느껴질 것이다.
주물주물.
"구슬 같은 건 없는 전혀 안 느껴지는데?"
"분명 자연산이라고 했는데요."
"모르지. 요샌 확장 수술도 많이 한다는데."
"자세히 보십시오, 그럼."
정화는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대물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눈을 씻고 찾아도 수술 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진짜 자연산이 이렇게 크다고? 물건 하나는 타고 났구나, 얘는.’
정화는 도훈의 사이즈에 만족하며 천천히 물건을 쓰다듬었다. 반응이 있는지 대물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으읏, 뭐, 뭐야? 너 오줌 쌌니?"
"왜 그래?"
"아니 여기서···."
"제가 좀 나오는 편이거든요, 그게."
정화는 줄줄 흘러나오는 쿠퍼액을 보고 식겁했다.
‘무슨 물을 저렇게 흘려댄담? 물건이 커서 그런가? 정액도 왕창 싸겠네, 진짜.’
어느덧 대물은 완전히 꼴려 늠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높이 세워진 모습에 정화가 미숙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말 크긴 하네."
김여사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이즈 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잦이 큰 거랑 별개로 내기는 내기니까. 그럼 시작한다?"
"네. 준비 됐습니다."
쿠퍼액을 줄줄 흘리는 도훈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 759.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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