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9. 중수의 자격-78- >
"저기 저 사람입니다."
웨이터를 따라가자 등빨 좋은 사내 하나가 등을 돌리고 멀뚱히 서있었다. 다부진 어깨에 범같이 잘록한 허리, 쭉 뻗은 다리가 인상적인 청년이었다.
‘고놈 비율하난 참 좋네. 선수 뛸 사이즈가 아닌데?’
뒤태하나는 끝내주는 사내였다. 보통 호빠 선수들이 가늘고 호리호리한데 비해, 남자다운 박력이 넘쳤다. 호빠 선수보다는 오히려 조폭에 가까운 첫인상이었다.
"누구···."
김상무의 말에 사내가 등을 돌렸다.
그 순간 김상무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개 빻았다!’
그랬다. 상대는 훤칠한 몸에 비해 미천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괜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이목구비의 부조화가 너무 불협화음이었다.
‘쯧쯧, 저렇게 좋은 몸뚱이에 하필 개빻은 얼굴이라니···.’
"안녕하세요. 저번에 한 번 면접 보러 왔는데 기억하시나요?"
"글쎄···. 내가 그렇게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말이지."
수트를 걸치고 온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김상무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저렇게 생긴 사람이 있었던가? 빻은 얼굴의 사내가 재차 얘기했다.
"정사장님께서 전화를 드렸다고."
"누가? 사장님이?"
"네, 오늘 출근한다고 연락드렸더니 병원에서 전화 넣어 주신다고···."
금시초문이었다.
하루에 두 어번씩 연락을 주고 받긴 했지만, 딱히 새로운 선수가 온다는 언질은 없었다. 사내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컨디션이 떨어진 정마담이 깜빡하고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찌됐건 기억에 담아두지 않을 만큼 별 볼일 없는 사내라는 뜻이리라.
"나는 아직까지 들은 바는 없어. 어쩌면 최사장님에게만 전화를 했을 수도 있겠는데."
"아, 그런가요?"
"아무튼 사장님이 면접으로 뽑아주셨단 말이지? 예전에?"
"네, 한 달 조금 안됐습니다."
"음···."
김상무가 턱을 괴며 고민에 빠졌다.
가게에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긴 했다. 멀쩡하게만 생기면 아무라도 잡아넣어 얼굴을 비춰주는 쪽을 손님들은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급이 떨어지는 선수를 투입했다간 오히려 역효화가 날 수도 있었다. 특히 깐깐한 몇몇 손님들은 수질관리 안하냐면서 역정을 낼지도 몰랐다.
‘이 녀석을 어쩐다.’
도훈은 한마디로 계륵이었다.
몸은 훌륭하나 와꾸가 받쳐주질 못했다. 근육질의 남성을 좋아하는 일부 취향도 있다지만, 그래도 호빠 선수라면 기본적인 기본빵 와꾸라는 게 있었다.
‘나 혼자 판단하긴 곤란하겠는데.’
김상무는 정마담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이내 생각을 고쳤다. 정마담은 심한 고열과 기침으로 목소리도 제대로 못내는 상황이었다. 이런 사소한 문제로 괜히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최마담에게 결정하게 하는 게 낫겠어.’
어찌됐건 가게의 명목상 운영자는 현재 최마담이다.
전권을 위임받은 이상 판단은 최마담에게 맡기는 편이 가장 좋아 보였다.
"따라와, 최사장님께 결정하도록 하지."
"네."
도훈은 김상무를 따라 최마담을 만나러 갔다.
최마담은 룸에 앉아 스폰서와 톡을 주고 받고 있던 중 노크소리를 듣고 자세를 고쳐앉았다.
똑똑-
"김상뭅니다."
"응, 들어와."
김상무 앞에서는 늘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는 최마담이 브라의 뽕을 치켜 올리며 맞이할 준비를 했다. 김상무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환히 웃는 최마담에게 뒤이어 커더란 덩치가 하나 따라 들어왔다.
"누구···? 아, 새로 들어온 기도분?"
최마담은 자연스럽게 도훈을 클럽 문지기쯤으로 생각했다.
보호비를 내고 있는 조직에서 파견된 사람쯤으로.
"네가 직접 설명해."
김상무가 옆으로 물러서자 도훈이 상황을 짧게 요약했다.
"선수라고?"
"네."
"푸핫-. 그 몰골로?"
"네?"
"아냐, 아냐. 말이 심했지? 미안 내가 좀 직설적이라."
도훈은 면전에서 굴욕을 당하자 자기도 모르게 당황했다.
아무리 얼굴로 영업하고 몸 팔아 먹고 사는 직업이라지만 외모에 대한 가차없는 평가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수준이었다.
‘이것들이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
"언니도 이제 한 물 갔구나. 무슨 이런 애를 선수라고···."
"최사장님!"
정마담을 뒷담화하자 대번에 김상무가 발끈했다.
그의 충성심을 익히 아는 희령이 뜨끔하며 말을 바꿨다.
"농담이야 농담. 호호, 살짝 놀라서 그랬어. 언니가 뽑았다면 뭔가 특별한 게 있겠지. 넌 이름이 뭐니 근데?"
그때 열려진 문틈으로 웨이터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사장님, 주류가 지금 들어왔는데···. 앗, 죄송합니다. 손님 계신 줄 모르고."
웨이터는 사장룸 안에 사람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김상무는 함께 있는 게 귀찮았으므로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제가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김상무가 자리를 뜨자 자연스레 두 사람만 남았다.
"이···도, 아니 이정우라고 합니다."
"정우? 이름은 그럴싸 하네. 근데 얼굴이랑 매칭이 영 안된다야. 담배 피우니?"
"네?"
도훈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금속 케이스에서 가늘고 긴 담배를 뽑아든 희령이 입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 붙여봐."
"아, 네!"
도훈이 잽싸게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도훈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던 희령이 담배연기를 그의 얼굴을 향해 내뿜으며 말했다.
"넌 기본이 안되어 있구나?"
"네?"
"누가 손님한게 불붙여주는데 그딴 싸구려 라이터를 쓰니?"
도훈은 딱히 비싼 라이터를 쓴 적이 없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어디 식당에서 굴러다니는 대리기사 광고가 붙은 사은품이었다.
"버려, 당장."
"아···. 네."
도훈은 재빨리 쓰레기통에 멀쩡한 라이터를 내다 버렸다. 허둥대는 도훈의 모습에 희령이 속으로 혀를 찼다.
‘완전 초보잖아 이거? 면접이나 제대로 볼려나 몰라.’
면접은 호빠 선수들이 박스 단위로 룸으로 들어가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을 말했다. 희령은 얼굴도 빻은 도훈이 심지어 경험도 없어 보이자 그를 낮추어 보았다.
"정우야. 미안한 얘긴데 너는 다른 일 알아보는 게 낫지 않겠니?"
"아, 그 이전 사장님께서···."
"그래. 너를 면접에서 뽑아줬다고? 언니가 요 며칠 많이 아팠어. 순간 판단이 흐려졌을지도 모르지."
도훈의 속에서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런 썅. 내가 뽑힌 건 정마담이 쌩쌩하던 한 달 전이라고.’
"임시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업장 관리는 내 소관이야. 따라서 난 우리 가게 선수들 물 관리할 책임도 갖고 있고. 너 내 보냈다가 잘못되면 내가 욕 받이 되는 거라고. 그러고 보니 김상무 이것도 응큼한 데가 있네? 은근히 나한테 토스하는 거 봐?"
"······."
"실망했니? 내가 좀 솔직한 성격이라서 그래. 아무리 가게에 선수가 없어도 옥동자를 땡겨 쓸 순 없잖니? 그래도 선수들은 가게 얼굴인데."
"제가 지금 사정이···."
"무슨 사정?"
"안면···."
도훈은 안면마비로 일시적으로 얼굴이 틀어졌다고 대답하려다가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지. 어차피 이번 미션은 빻을 얼굴 상태로 진행해야 하잖아? 차라리 이 사람들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얼굴에 대한 얘기는 안하는 게 좋겠다.’
"안면? 안면도에서 왔니? 어쩐지 좀 얼굴에 촌티가 나더라."
"네, 시골서 상경해서 오갈 데도 없습니다. 사장님."
"그거야 니 사정이고요. 여기가 무슨 어중이떠중이 다 받아주는 보호손 줄 아니?"
"음···."
도훈은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야 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마담이란 든든한 후원자가 없어진 지금은 도훈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상황이었다.
"정사장님이 저를 좋게 보신 이유가 있습니다."
"언니가? 왜? 몸 좋아서? 너 잘 모르나 본데, 여자들 근육 많은 애들 그렇게 안 좋아해. 있긴 있지. 머슴 같은 스타일 좋아하는 여자도. 그래도 불호가 더 많을 걸?"
"그게 아닙니다."
"아니면 뭐? 어디 가서 떡 좀 쳐봤니? 푸훗-. 그렇게 까부는 애들 여기 한 트럭이야. 그리고 그 와꾸면 면접에서 예선 탈락인데 대체 뭘 보여주···."
도훈은 더 이상 설명을 생략하고 수트를 벗기 시작했다.
마이를 벗고 셔츠 윗 단추를 끌르기 시작하자 최마담이 흥미로운 눈으로 도훈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얘가 은근 곤조가 있구나. 보통 이 정도로 괄시받으면 쪽팔려서 나갈텐데. 멘탈은 괜찮네.’
도훈이 순식간에 상의를 벗어 던지자 그의 우람한 근육이 드러났다. 군살하나 없이 탄탄한 몸은 시즌을 치르는 바디빌더만큼 선명도가 올라가 있었다.
"흐음. 내 앞에서 매력 어필 하는 거니?"
"아직 다 안 보여드렸습니다."
도훈은 이어서 벨트까지 풀더니 훌렁 벗어 던졌다.
팬티만 남은 그의 몸에 최마담이 속으로 감탄했다.
‘캬-. 몸뚱이 하나는 진짜 좋네. 얼굴이 보통만 됐어도 써먹을 데가 있었을 것 같은데···.’
"흠. 몸은 봐줄만 하네.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너무 소수취향··· 어머어머 너 지금 뭐하니?"
유흥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최마담이었지만, 이번만큼 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말았다. 도훈이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훌렁 벗어 던진 것이었다.
‘미, 미친!’
최마담은 두 가지 의미에서 놀랐는데, 도훈이 처음 보는 자신 앞에서 나체로 서는 과감성과 뻔뻔함에 그리고 첫눈에 보아도 기가 막히는 사이즈 때문이었다.
"너, 너···."
"이게 정사장님께서 저를 뽑아주신 이윱니다."
꿀꺽-.
최마담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 꺼놓으면 딱이구나.’
"너 대물이구나?"
"네."
"설마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지? 가끔 안꼴리 큰 애들도 더러 있어서."
"확인시켜 드릴까요?"
"해봐.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으니까."
도훈의 우람한 물건은 노발기 상태에서 굉장한 크기를 자랑했지만, 최마담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도훈은 민망함을 무릅쓰고 천천히 왼손으로 대물을 주물렀다. 그의 물건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더니 어느덧 바짝 꼴린 채 지면과 경사각 60도를 이루었
다.
‘우, 우아. 쟤는 업소용도 모자라 가정파괴용이네? 어쩐지 언니가 머리가 총 맞지 않고서 얼굴 씹창난 애를 뽑을 리가 없지.’
도훈의 대물에 놀란 희령이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도훈에게 다가갔다. 유흥계에 종사하면서 맛 본 물건이 수백은 넘을 터지만 도훈은 그중에서도 손 꼽히는 대물이었다.
"인테리어 아니지?"
"아닙니다."
"확인해본다?"
"네,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도훈이 검열을 받는 군인처럼 열중쉬어 자세로 섰다. 여전히 꼿꼿하게 우뚝 선 대물을 희령이 조심스럽게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녀는 특히 귀두 부분을 집중적으로 만졌는데, 혹시나 구슬이 있는지 점검해보는 차원이었다.
‘매끈해. 이물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아. 순도 100% 대물이야.’
희령은 대물을 보고 만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살짝 흥분했다. 특히 처음보는 자신 앞에서 과감하게 바지를 훌렁 까는 과감함에 남자다운 매력을 느꼈다.
‘생긴것처럼 상남자 스타일이네. 이러면 상품성이 없진 않겠어. 특히 이거.’
희령이 도훈의 대물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강도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도훈은 여전히 열중쉬어 자세로 꼼짝도 않고 버텼다.
희령이 악력의 최대치까지 끌어냈으나, 도훈의 단단한 물건은 조금도 눌리지 않았다. 그의 물건엔 쇳덩이라도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대단해. 특등품이야. 언니 눈이 삔게 아니었구나. 이런 녀석을 발굴하다니···.’
"···너 좀 하는구나?"
"감사합니다."
대물을 가까이서 확인한 최마담은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손바닥에 살짝 땀이 나는 것으로 보아, 자신도 모르게 도훈의 기세에 긴장했던 모양이었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게 그의 남성다운 매력에 조금은 호감을 느끼는 듯 했다.
‘별일이네. 얼굴은 개 빻아가지고···. 나를 긴장시키다니.’
희령은 전형적으로 얼굴만 보는 여자였다. 도훈을 보자마자 축객령을 내렸던 이유는, 도무지 얼굴이 견적이 안나왔기 때문.
하지만 도훈의 적극적인 매력 어필로 인해 그에 대한 마음이 살짝 열린 상태였다.
‘미남 성애자인 내가 살짝 흥분할 정도면···. 통할지도 모르겠어. 남성다운 면도 있고.’
"이정우라고 했니?"
"네."
"바지부터 입어. 누가 보면 오해하니까."
"네."
도훈은 재빨리 팬티와 바지를 끌어 올렸다. 그때 똑똑- 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김상무가 들어왔다.
"사장님, 주류업자가 자금 사정 때문에 저번달 대금을 결제해 달라고···. 앗."
김상무는 웃통을 벗고 있는 도훈의 모습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말을 멈추었다.
"괜찮아, 김상무. 들어와. 면접 좀 본 거야."
"네."
김상무가 결재판을 들고 와 싸인을 받는 동안, 도훈이 남은 셔츠를 모두 입었다. 사인을 마친 최마담이 김상무에게 말했다.
"쟤 밥부터 먹여."
"네?"
"오늘부터 바로 투입해도 될 것 같아. 정우 너 저녁 안 들고 왔지? 일 생각보다 늦게 끝나니까 든든히 배 채우고 와."
"네."
김상무는 생각했다.
‘뭐야? 방금 전까진 당장 쫓아낼 기세더니···. 저 녀석이 어떻게 최마담을 구워삶은 거지?’
김상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도훈을 데리고 나가자 의자에 앉아있던 최마담이 담배 연기를 내뿜더니 중얼거렸다.
"후-. 이정우라고 했나? 한번쯤 맛보고 싶어지는 녀석이네."
최마담은 자신의 팬티 끝이 살짝 젖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뒷말을 덧붙였다.
"···불 끄고 하면야 뭐."
< 749. 중수의 자격-78-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