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2. 중수의 자격-51- >
***
띠리링-
기계음과 동시에 잠금장치가 열리더니, 벌어진 문틈 사이로 나연이 뻘쭘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드, 들어오세요."
"응."
나연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롱티셔츠에 돌핀 팬츠 차림이었는데, 아마도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최대한 편한 복장을 하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뜸 전화를 걸어 그녀의 자취방에 들어간 나는, 신발을 벗자마자 허락도 없이 소파에 걸터앉았다. 나연은 갑작스러운 나의 가정방문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저, 음료라도 내어 올까요?"
"응. 마실 물 좀 있으면 갖다 줘."
나연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컵에 따르며 물었다.
"근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최대한 태연한 내색을 하고 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등지고 서 있지만 컵을 따르는 팔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훗-. 쫄았네.’
하긴 아무리 뻔뻔한 사람이라도 지은 죄가 있으니 마음이 편치는 못할 것이다. 연두와 함께 커피숍에서 나를 골탕 먹인 죄. 그리고 택시를 타고 미행까지 한 것은 스토킹에 준하는 범죄행위니까.
전화로 통화할 때만 해도 얼굴을 보지 않으니 편하게 말했겠지. 본래 사람이란 수화기 너머로는 잔인할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법이니까. 게다가 연두까지 함께 있을 땐 나를 상대하는 게 좀 더 편했을 거다.
이렇게 단둘이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는 길에 심심해서. 왜, 저번에 한 번 자고 간 적도 있었잖아."
나는 굳이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연두랑 나연과 쓰리썸을 하던 그 날의 이야기를.
"흠, 그렇기는 한데···."
그때 일이 떠오르는지 나연이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예전부터 느끼는 건데 나연과 연두는 늘 단짝처럼 붙어 다니지만 결이 참 다른 아이다. 연두가 왈가닥에 대범한 타입이라면, 나연은 훨씬 여성스럽고 새침한 면이 있다.
"또 만나서 할 얘기도 있고."
나연이 물컵을 건네며 나란히 쇼파에 앉았다.
"저한테 할 얘기라뇨?"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
시작부터 직설적으로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정작 당사자에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나연이 고개를 떨구며 사과부터 했다.
"···죄송해요. 커피숍에서 일은."
"아니 그거 말고."
"그거 말고요?"
"너희들 나 미행하지 않았어? 택시 타고."
"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그거 스토킹인건 알지?"
"오, 오해에요."
나연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발뺌했다.
"오해?"
"그, 그게···."
눈동자를 왼쪽 위로 굴리는 걸 보니 대뇌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인간은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때 대뇌 번연계를 활성화한다.
과연 얼마나 창의적인 변명을 내놓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팔짱을 끼고 나연을 지긋이 응시했다.
"그러니까 그게···."
나연은 쉽사리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계속 추임새만 덧붙였다. 생각보다 머리 회전이 빠른 타입은 아닌 것 같다.
[당황한 티를 너무 내는 군요.]
‘그러게. 거짓말에 능한 타입은 절대 아니네.’
[거짓말은 주인님이 정말 재능있으신데 말이죠.]
‘어째 비난조로 들린다?’
[설마요.]
‘거짓말도 머리가 좋아야 잘하는 거야.’
[네? 뻔뻔해야 하는 게 아니고요?]
‘그건 패시브지. 일단 얼굴에 철판 딱 깔고 시작하는 게 기본이거든. 나연은 일단 포커페이스가 안돼.’
[그래 보이네요. 얼굴이 너무 상기됐는데요.]
‘그리고 둘째. 이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데, 거짓말은 신속성이 생명이야.’
[신속성요?]
‘상대가 설마 거짓말이라고 눈치를 못 챌 만큼 재빨리 받아쳐야 한다는 거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쉽습니까? 오히려 아무렇게나 대답했다가 앞뒤가 안 맞으면 더 들통나기 쉬울 텐데요.]
‘아니지.’
[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타고난 이야기꾼하고 비슷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너 소설가가 설마 뒤를 생각하고 앞을 전개하는 거 같아?’
[아니었습니까?]
‘어림없는 소리. 소설가도 사실 결말이 어떻게 될 줄은 몰라.’
[그럴리가요?]
‘진짜라니까? 그냥 일단 적고 보는 거야.’
[그럼 아귀가 안맞으면···.]
‘아니지. 그리고 뒤를 맞추는 거지. 어쨌든 이야기가 앞뒤가 맞기만 하면 되니까.’
[오호.]
‘지금 나연이는 완벽한 거짓말을 하려다 보니 오히려 대답이 늦어지고, 그러다 보니 티를 팍팍 내는 거야.’
"어, 그러니까. 연두랑 택시를 탔는데···."
"탔는데?"
"그, 그 앞에 우연히 오빠가 탄 차가···."
"내가 그 차를 탄 건 어떻게 알고?"
"그건···."
압박.
나는 질문에 꼬리를 물고 계속 나연을 몰아붙였다.
순발력이 좋은 이라도 이 정도로 대응하면 쩔쩔매는데, 나연이처럼 회전이 느린 아이라면 금방 허점을 드러낼 것이다.
"타는 걸 봤어요."
"그러니까, 내가 커피숍에서 나와서 경관님 차를 타는 걸 훔쳐보고 있었다?"
"후, 훔쳐 보다뇨. 우연히 그냥."
"그래. 우연히 봤다고 치자고. 그런데 우연히 택시를 탔는데 우리를 뒤쫓아 따라 왔다는 거야? 우연히?"
나연이 고개를 푹 숙였다.
"···네."
"거참 우연이 많았구나."
"그, 그러게요."
"이나연."
나는 나직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나연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맹한 얼굴로 당황하는 모습이 퍽 귀여운 맛이 있었다.
"나한테 왜 거짓말을 하지?"
"아, 아니 전··· 그게···."
"연두가 꼬셨구나?"
"연두가요?"
궁지에 몰린 나연에게 탈출구를 열어 주었다.
그것은 넌지시 준 힌트같은 개념이었다.
친구를 팔아.
없는 자리선 나릿님도 욕한다는데.
"너처럼 착한 아이가 나를 스토킹하자고 했을 리가 없잖아. 그치?"
"······."
나연이 혼란스러운 시선을 나를 응시했다.
입술을 벙긋거리는 게 뭐라도 대답을 하고 싶은데 차마 자기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그런 내용 같았다.
그럴 땐 슬쩍 거들어 주면 된다.
"맞네. 연두가 시켰네. 어쩐지 까페에서도 엄청 눈치를 주더니만."
"그, 그러니까···."
"그리고 나와서는 택시 타고 미행까지 하자고 그러고. 맞지? 연두가 시킨 거?"
나연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연두 진짜. 이거 못 쓰겠네?"
나는 짐짓 화난 얼굴로 셔츠 윗단추를 풀어 헤쳤다.
그리고는 스마트 폰을 꺼내 전화를 거는 시늉을 했다.
"오, 오빠. 뭐하세요?"
"네가 그랬잖아. 다 연두가 시킨 일이라고. 너는 그저 따라다닌 것 뿐이라고. 전화로 따지려고."
"아, 안돼요!"
나연이 다급히 나에게 달려들어 전화기를 붙들었다.
"하, 하지마세요."
"왜?"
"그, 그게··· 여, 연두가 잘못하긴 했지만···."
"그러니까 뭐라고 한소리라도 해야지. 솔직히 의대생이라고 사칭한 건 내 잘못이긴 해. 그렇다고 대낮부터 택시타고 사람 미행하면서 스토킹한 것이 잘한 것도 아니지. 그거 범죄라고."
"죄, 죄송해요."
"놔, 이거. 그냥 두면 안 되겠어. 아무리 친한 선후배라도 이건 경우가 아니지."
"오, 오빠아!"
나연이 계속 폰을 빼앗을 것처럼 덤벼들었다.
그녀의 가녀린 몸으로 나를 힘으로 이기기는 당연히 역부족.
그녀는 한참을 낑낑거리며 매달리다 내가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소파에 앉은 내 위로 쓰러져버렸다.
"흐윽!"
나는 위로 포게진 나연을 향해 물었다.
"괜찮아?"
"괘, 괜찮아요. 근데 오빠 연두한테 전화 안 하시면 안 돼요?"
"왜?"
"제가 잘 타이를게요. 연두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흠···."
나는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그보다 나연이 나에게 찰싹 붙어 있는 게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당황해서 잘 모르겠지만, 봉긋한 가슴이 팔꿈치에 닿아 물컹한 촉감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중이었다.
"제발요···. 오빠, 저를 봐서라도 한 번만···."
나연이 간청했다. 예쁜 얼굴로 사정하듯 매달리는 나연을 보자 나도 모르게 음심이 동했다. 맨날 연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단둘이 자취방에 있게 되니 뭔가 색다른 기분이었다.
"좋아. 나연이 너를 봐서. 더 따지지는 않을게."
"고마워요. 오빠."
"근데 대신 네가 책임을 져 줘야겠어."
"책임이라뇨?"
나는 내 위에 포개진 나연의 허리를 한 손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허리를 감싼 상태로 나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들 때문에 망친 내 연애사업에 대해서 말이야."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나연이 얼굴이 빨개진 채 물었다.
"여, 연애사업이라뇨?"
"너희들이 훼방만 안 놓았아도 잘 될뻔 했단 말이야. 그 여경님이랑."
"아···."
"근데 괜히 껴들어가지고 다 망쳐버렸잖아."
"죄, 죄송해요. 저흰 그냥···."
"어쩔 거야?"
"제가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시겠어요?"
나는 말 없이 그녀의 예쁜 얼굴을 내려 보았다. 찰싹 품에 안긴 그녀를 보고 있자니 과연 체육과 No.2 라는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정음이만 없었어도 얘가 체육과 짱 먹을 건데.’
[안타깝긴 하죠. 나연양도 어디가서 절대 빠지는 외모는 아닌데 말입니다.]
‘게다가 무용 오래해서 그런지 몸매도 엄청 좋아. 유연하고.’
[나연양도 한 몸매 하긴 하죠.]
‘그럼 죄책감을 핑계로 한 번 따먹어 볼까?’
나는 지긋한 시선으로 나연을 내려보며 물었다.
"질문이 틀렸어."
"네?"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릴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화를 풀어 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야지."
"아···."
"네가 하는 걸 보고 화를 풀지 말지 생각해 볼게."
나의 역제안에 나연이 침을 꼴깍 삼켰다.
시키는데로 따르는 여자는 재미없다.
시키지 않아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
나연은 마음을 굳힌 듯 손바닥으로 쓸 듯이 내몸을 어루만졌다.
"오늘 일로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그 언니랑 잘 안된 것도 죄송하구요. 제가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어요."
"응. 해봐."
나는 뻔뻔한 얼굴로 두 팔로 팔베개를 만들어 목덜미를 받쳤다. 소파에 편하게 누워 나연의 서비스를 받아볼 참이었다.
"자신은 별로 없지만···."
가슴을 쓰다듬던 나연이 셔츠의 윗단추를 하나씩 끄르기 시작했다. 여름이다 보니 맨살 위에 걸친 셔츠를 벗기자 순식간에 상반신이 모두 드러났다.
나연은 셔츠를 양옆으로 풀어해치더니 갑자기 내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할짝할짝-
‘어우, 뭐, 뭐야? 이건 애무잖아?’
[아, 나연 양이 연두 양이랑 하던 습관이···.]
‘아 맞다. 연두 고 계집애한테 배웠네. 연두가 바이잖아. 그러니까 둘이 가끔 서로 물고 빨고 했나 보네.’
예상대로였다.
나연은 한참 젖꼭지 주변을 혀로 핥더니 갑자기 유두를 물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으, 으음."
어린 여자애에게 유두를 빨리자 기분이 이상했다. 애초에 나는 잦이에 성감대를 몰빵했기 때문에 유두 애무는 무척 낯선 느낌이었다.
나연은 눈을 위로 치켜뜨며 내 눈치를 살폈다.
"계속해봐."
나연은 내 말에 용기를 얻은 듯 이번에는 반대쪽을 빨면서 아까 침을 묻힌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빙빙 돌렸다. 기분이 좋다기보단 간지러웠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 유두 애무를 하는 나연을 보자 관두라고 말하기가 민망했다.
"어때요?"
"좀 이상한데."
"기분 좋지 않으세요?"
"근데 이건 어디서 배운 거야? 전에는 한 번도 안했었잖아."
"음, 연두랑···."
"연두랑? 연두 젖꼭지도 이렇게 빨아주니?"
"아, 아니 그게···."
"말해봐. 괜찮으니까."
"···네."
"연두가 이렇게 빨아 달랬어?"
"아, 아뇨. 그냥 연두가 먼저 해주거든요. 그럼 저도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둘이 자주해?"
"자주는 아니에요. 저는···. 저는 남자가 더 좋아요."
"근데 왜 연두랑 같이 자는데?"
"자는 건 아닌데···. 연두가 같이 놀다가 갑자기 삘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럼 막 제 몸 만지고 그러다 보면 저도 흥분해서···."
"흥분해서?"
"그냥 서로 만져주다가 끝내요. 끝까지 가진 않고. 전 남자가 더 좋아요."
"연두는 여자를 더 좋아하고?"
"아니에요. 연두는···. 모르겠어요. 둘 다 좋은가 봐요. 저는 연두가 하도 조르니까 맞춰주는 거예요."
"그렇구나. 남자가 왜 더 좋은데?"
"당연히 남자가 더 좋죠."
나는 어느새 바지 위로 바짝 꼴린 대물을 꿈틀거렸다.
하루에 다섯 번을 내리 싸고도 끄떡없는 나의 정력에 나조차도 놀랄 지경이다.
"이거 때문에?"
"아, 아앗."
내가 부푼 바지춤을 가리키자 나연이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몰라. 너랑 같이 있으니까 이렇게 돼버리네?"
"아···. 오빤, 진짜···."
"대답해봐. 이것 때문에 남자가 더 좋은 거지?"
"음···."
"여자들은 이게 안 달렸잖아."
"그죠."
"그러니까 넣어주지도 못하고."
"맞아요."
"넣고 싶은데 이것만큼 좋은 것도 없고."
"그런 것 같아요."
"꺼내봐."
"네."
나연이 들뜬 표정으로 천천히 바지 지퍼를 내렸다.
노팬티 상태라서 그런지 순식간에 대물이 지퍼 사이로 용솟아 올랐다.
"어, 어?"
노팬티라는 걸 눈치 챈 나연이 놀라서 물었다.
"왜 팬티를 안 입으셨어요?"
"응. 더워서."
"더워서요?"
"집에 팬티를 다 빨아가지고 삼각 밖에 없더라고."
"그거라도 입으셔야죠."
"삼각은 나한테 작아."
"작다고요?"
"봐. 이걸 다 담을 수 있겠어?"
나는 바짝 꼴린 대물을 아래 위로 껄떡거렸다.
바지를 뚫고 나온 대물은 한 뼘 만큼 튀어 나와, 한눈에 봐도 팬티에 들어갈 사이즈처럼 보이지 않았다.
"난 여기가 갑갑한 게 싫거든. 밑에 땀이 차서. 그래서 그냥 안 입었어."
"아···."
"근데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을 거야?"
나의 재촉에 나연이 천천히 사타구니로 내려왔다.
< 722. 중수의 자격-5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