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4. 중수의 자격-23- >
한참 뒤치기를 이어가던 도훈은 점점 흙밭에 살이 쓸리는 걸 느꼈다. 침대가 아니다 보니 무르팍이 까지는 것이었다.
‘어, 이건 좀 아픈데.’
아무래도 맨바닥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지연아, 안 되겠어. 중력을 이용하자."
"하읏, 주, 중력이라니."
"아무래도 이 자세보단 니가 위에서 내리 누르는게 무게가 더 실리지 않겠어?"
도훈은 여전히 개소리를 지껄이며 체위 변환을 시도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대체?"
"니가 올라타라고."
도훈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대물을 쑥 꺼냈다.
대물이 빠져나가자 지연은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도훈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막상 대물의 부재가 공허감을 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멈추긴 싫어.’
대물을 뽑아낸 도훈은 수풀에 등을 대고 누웠다.
바지를 내린 터라 엉덩이가 흙바닥에 닿았지만 이 정돈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올라와봐."
"하아···, 진짜 여기서 뭐하는 거야."
지연은 궁시렁대면서도 본능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잖아도 하루종일 하다 말고를 반복하다보니 그녀 역시 끝까지 가지 못한 답답함이 남아 있었다.
지연이 결심했는지 천천히 도훈의 위로 올라탔다.
"바닥에 무릎 대지 마. 무릎 다 까질거야."
"으, 응."
격한 뒤치기를 하는 동안 지연도 이미 무릎이 쓸려 벌겋게 생채기가 난 상황이었다. 지연은 푸세식 변소에 앉는 자세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도훈은 좆기둥을 잡고 대물을 움직여 구멍에 정확하게 조준했다.
푸욱-!
그렇게 시작된 기승 위.
지연은 질 안을 가득 채우는 대물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단단해진 유두가 브래지어에 쓸리는 느낌이 유독 자극적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야외에서 도훈과 노상 섹스를 하는 것이 스릴넘치고 짜릿하게 느껴졌다.
쿵기덕 쿵!
지연이 허벅지를 오므렸다 벌리며 엉덩이로 웨이브를 탔다.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내리 찍는 동작이 아닌, 벨리 댄서의 움직임처럼 느낌있는 방아질이었다.
"그렇지. 잘하고 있어. 콱 눌러 죽여버려."
도훈은 거짓말이 들통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벌레가 있다고 우겼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이 결코 속인 게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것, 둘째로 지연의 가질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였다.
즉 섹스가 아니라 해충박멸이라는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다.
"흐읏, 읏!"
흥분한 지연이 도훈의 뜀틀을 넘는 것처럼 도훈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짚었다. 하체를 들어 쿵쿵 내리찍는 동작에 희열이 담겨있었다. 순식간에 호흡이 가빠오고 온몸이 뜨거워졌다.
"하악, 하악!"
"잘한다, 한지연. 그렇게 콱콱 누르는 거야!"
도훈의 부추김에 지연도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죽어! 죽어버려!"
푹찍푹찍!
지연은 벌레를 죽이겠다는 건지 도훈을 압사시키겠다는 건지 모를 만큼 힘차게 방아를 찧어댔다. 어찌나 힘차게 내리 꽂는지 바닥에 깔린 도훈이 엉덩이가 밑으로 푹푹 패일 정도였다. 도훈은 유난히 흥분한 지연의 모습에 흡족했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상천외한 방법을···.]
‘장난 아니지? 진짜 쪼아서 죽일지도 몰라.’
[그 말이 아니라 어떻게 삐친 한지연 양을 공략할 발상을 하셨냐는 거지요. 그것도 야외에서요.]
‘후훗-. 언제나 내가 말했잖아. 정작 중요한 건 뭐다? 일단 잦이 박히면 게임 끝이라고. 박히기 전이 어려운 거지.’
그러나 지연의 말타기가 계속될수록 도훈은 엉덩이에 자갈이 박히는 느낌에 점점 고통스러워졌다. 아무래도 바닥을 고르지 않고 아무데나 눕다 보니 자리를 잘못잡은 모양이었다.
‘나참, 그나저나 어떻게 누워도 둘 중 하나는 고통 받는 구나. 안 되겠어.’
결심한 도훈이 지연을 향해 말했다.
"엉덩이 아파."
"응?"
"우리 일어나자."
"이, 일어나다니?"
"밖에 사람이 아직도 있는지 확인도 할 겸."
도훈이 복근에 힘을 주더니 팔꿈치를 지지대 삼아 상체를 일으켰다. 갑자기 경사가 기울자 지연이 뒤로 넘어갈 듯 휘청였다.
"목 잡아."
"으, 응!"
지연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반쯤 상체를 세운 도훈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도훈은 그 자세에서 다리에 힘을 주더니 안간힘을 발휘해 일어섰다. 여자 하나를 안은 채 누운 자세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실로 놀라운 하체힘이 아닐 수 없었다.
"으차!"
"꺄, 꺄아! 뭐, 뭐하는 거야?"
도훈이 수풀에서 몸을 일으키자 놀란 지연이 물었다.
"밖에 좀 보게."
"드, 들키면 어쩌려고!"
"안 들켜. 넌 꽉 붙잡고만 있어."
당연히 들킬 리가 없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도훈이 몸을 세우자 지연은 이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두 팔로 목을 감싸고, 허벅지는 허리를 휘감았다. 발목은 엉덩이 위에서 크로스로 교차되었다.
도훈은 그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두 손으로 엉덩이를 받쳐들며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었다.
뿍찍뿍찍
"하, 하악!"
대물이 깊숙이 들어오자 지연이 더욱 세차게 매달렸다.
"갔나?"
"흐응, 응!"
도훈은 여전히 밖을 보는 척 기웃거리며 연신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지연의 시선은 반대를 향해 있었기 때문에 도훈이 보는 곳과 반대를 보고 있었다.
"안 보이는데?"
"그, 근데 왜 자꾸, 흐윽, 흑, 들썩, 학!"
흔들흔들!
도훈은 멈추지 않고 흔들어 대자 지연도 그제야 도훈이 단지 체위를 바꾼 것임을 깨달았다. 도훈이 온 힘을 다해 사타구니로 내리 찍으며 말했다.
"이래야."
쿵!
"학!"
"서로 무르팍이."
쿵!
"하악!"
"까지는 일 없지."
"흐으으응! 너, 너 또 나 속였지?"
"뭐가?"
"바, 밖에 사람 없잖아!"
"무슨 소리야. 아깐 있었다니까."
"지, 지금은."
"없어. 없으니까 실컷 하자."
도훈이 기마자세를 취하더니 힘차게 내리 찍었다.
쿵떡쿵!
"학!"
"아으! 지연이 넌 왜 이렇게 쫄깃한 거야."
"하악! 하, 하지마 그런 말."
"좋으면서 괜히 그런다."
"시, 싫어!"
쿵떡쿵!
"아악!"
"으으, 지연아."
"하앗, 하앗!"
"안에 싸도 돼?"
"흐으응! 모, 몰라 바보야."
"그냥 너 내꺼 해라."
쿵떡쿵!
도훈이 점점 더 속도를 끌어 올렸다.
팔뚝엔 핏줄이 돋을 만큼 부풀었다.
아무리 힘이 좋은 그라도 더 버티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다.
‘가자. 보낸다. 가버려엇!’
팟팟팟팟팟팟팟팟팟팟팟팟팟팟!
"하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속도가 거세질수록 지연은 더욱 도훈을 끌어안았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온힘을 다해 꽂아대는 도훈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밉다가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남자였다.
"아아아아아앙, 아아아아!"
팟파바바밧 팟팟!
"도훈아아아아아앙!!!!!!"
"으으으으으으으!"
찍-!
마침내 3번에 걸친 간헐적 섹스가 종지부를 찍었다. 참으로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미션이었다.
"허억, 허억."
"으아아앙!"
두 사람은 섹스가 끝나고도 한참을 서로 부등켜 안고 여운을 즐겼다.
***
"전에도 말했잖아. 나 반쯤 고자라고. 안심해도 돼."
돌아오는 길에 도훈이 지연을 위로했다.
하지만 지연은 그 말이 왠지 더 섭섭했다.
‘아쉬워. 차라리 임신이라도 해 버렸으면 좋으련만.’
화해의 섹스(?)가 끝나고 나자 도훈에게 더욱 미련이 생긴 지연이었다.
"···그건 신경 안 써."
"그럼 왜 말이 없어?"
"아니야.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연은 말을 아꼈다.
마음 같아선 도훈을 독차지하고 싶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복잡했다.
경호대상인 은성과 의리도 지켜야 했고, 조직의 배신도 감당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도훈을 놓고 싶지 않은 자신의 욕심이 모순을 일으켰다.
이제 다시 스킬을 쓸 수 있게 된 도훈은 그녀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았으나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녀 스스로 고민하도록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 왔네."
어느새 지연의 차를 주차해놓은 까페로 돌아왔다.
지연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아무튼 다음에 다시 연락할 게."
"응."
"도훈아."
"응?"
"···아, 아니야. 그럼 이만."
작별 인사를 마친 지연이 차에서 내리더니 빠르게 자기차로 걸어갔다. 마지막 순간 그녀의 마음의 소리를 들은 도훈이 씁쓸하게 웃었다.
‘미안하네, 괜히.’
[사람이라면 응당 그래야죠.]
‘마지막 소리 들었지? 다음엔 단 둘이서 만나고 싶다고.’
[주인님이 은성양과 만나기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입니다.]
‘뭐, 꼭 그런 건 아니야. 지연이든 은성이든. 둘 다 매력있는 여자니까.’
[대체 여자가 몇이나 되야 만족하실 참인가요?]
‘세상 여자 다 따먹어 볼 때까지?’
[쯧쯧. 그러니 주인님이 안 되는 겁니다.]
‘농담이야. 내가 무슨 미친 정력왕도 아니고.’
지연과 헤어진 도훈은 다시 집으로 차를 돌리며 오늘의 미션 보상을 확인했다.
‘그나저나 미션 성공했으니까 이제 스킬북을 받을 수 있는 거지?’
[운전 중에는 운전에만 집중하십시오. 주인님이 플레이어긴 하지만 초인은 아니니까요. 사고 나면 죽는 건 똑같습니다.]
‘아, 그렇지?’
한 번 죽어봤기에 죽음에 초연할 줄 알았는데, 막상 죽는다는 얘기를 듣자 도훈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특히 지금처럼 여자가 많아 행복에 겨운 상황에서 죽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참, 그나저나 아까 그 자식은 뭐였을까?’
[누구 말입니까?]
‘아니 지하철까지 나 따라오던 사람. 족제비같이 생겨가지고 말이야. 혹시 PK단과 연관된 것은 아니겠지?’
[아닐 겁니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저번에 로시 네가 그랬잖아. PK에게 협조하는 일반인 무리도 있다고.’
도훈은 대학 내 존재하는 오타쿠 써클을 떠올렸다.
음험한 눈빛이 제 정신이 온전이 박히지 않은 사람들로 보였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주인님의 정체를 알았다면 그렇게 대놓고 미행을 했으려고요.]
‘그것도 그런가? 아무튼 조심해야겠어. 중수가 되고부턴 괜히 신경쓰인단 말이지.’
[늘 몸을 사리셔야 합니다. PK단은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기왕 받을거면 전투 스킬이나 하나 받았으면 좋겠네.’
[전투 스킬요?]
‘만나면 확 때려 눕히게.’
[운이 좋으면 가능하겠죠. 아앗, 그러고 보니···.]
‘맞다! 운빨 대폭발! 집까지 가서 확인할 일이 아니구나. 차 세우자!’
무심결에 집으로 복귀하던 도훈은 현재 자신의 운이 최고조에 이른 걸 뒤늦게 깨달았다. 지연와 섹스를 하고 났으니 그 뒤로 한 시간동안 운빨 대폭발의 패시브가 발동되는 타이밍인 것이다.
‘하마터면 놓칠 뻔 했네.’
갓길에 차를 댄 도훈은 곧바로 스마트워치를 터치했다.
‘스킬북은 어떻게 받지?’
[미션 창을 클릭하십시오.]
미션창을 클릭하자 이제껏 해결된 미션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스크롤을 내리자 마지막으로 지연을 공략했던 미션이 나왔다.
‘이건가?’
-위대한 떡정-
<제한 시간내에 미션을 완료하셨군요. 성공 보상의 랜덤 스킬북이 제공됩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Yes] or [No]
도훈이 긴장된 표정으로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조잡한 도트그래픽이 연출되며 마법서가 좌르륵 펼쳐졌다.
‘오오, 이게 바로 스킬북이구나.’
[내용을 확인해 보십시오.]
반짝이는 마법서를 누르자 스킬창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찰나의 지배자(2Lv)]
-스킬을 발휘한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갑니다.
-상대적으로 당신의 움직임이 평소의 2배속이 됩니다.
-체력소모가 극심하므로 남용을 자제 바랍니다.
-다음 스킬레벨로 올리기 위해선 200포인트가 필요합니다.
-다음 스킬레벨에 도달하면 상대속도가 0.1 배속 더 증가합다.
-다음 스킬레벨에 도달하면 스킬유지의 체력소모가 3% 감소합니다.
‘오오! 이것은!’
[감축드립니다! 굉장한 스킬을 획득하셨군요!]
‘이거 그 능력 맞지? X맨에 나오는 퀵실버?’
[음, 비슷한 개념이긴 한데 그 정도로 월등한 효과는 아닙니다.]
‘아무튼 내가 두배로 빨라지는 거잖아.’
[그건 맞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원리를 이용해 상대속도를 빠르게 하는 스킬입니다. 중력에 따라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르는 것은 알고 계시죠?]
‘상대성 원리? 그 정도야 뭐.’
[바로 그것을 시전자 개인에게만 적용시키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스킬 설명에도 제시된 것처럼 체력적으로 굉장히 부담되는 스킬입니다. 중력의 변화를 고스란히 몸으로 이겨내야 하거든요.]
‘음. 어쨌든 속도가 빨리지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잖아. 가령 적을 만나면 재빨리 도망간다던지···. 아니지. 내 근력에 스피드가 두배가 되면 직접 싸워도 되겠는데?’
[가능은 하지만 추천드리고 싶지 않군요. Pk단의 능력을 모르는 이상에는요.]
‘아, 그것도 가능하겠다.’
[뭘요?]
‘폭주 피스톤.’
[네?]
‘왜, 빠르게 몰아칠 때 말이야. 속도가 두배가 되면 엄청 빠르게 꽂아 버릴 수 있잖아. 그럼 여자들도 좋아하지 않겠어?'
[아니 어떻게 그 스킬로 그런 운용을! 주인님은 자나깨나 그생각 뿐이군요.]
로시의 핀잔에도 훌륭한 스킬을 받은 도훈이 씩 웃었다.
역시 랜덤보상은 운빨 대폭발을 활용할 때가 최고였다.
'운이 좋군.'
도훈이 어디선가 들어본 대사를 읊조렸다.
< 694. 중수의 자격-2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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