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9. 중수의 자격-18- >
***
민수는 성미가 급했다.
무슨 일이든 진득하게 기다리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윗선에선 경솔하다는 평이 많았다. 한마디로 삘 받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중간 보스급까지는 무난히 올랐으나, 그로 인한 한계도 분명한 사내였다.
족제비가 도훈을 놓쳤다는 말에 다음날 혼자 찾아갈까 고민하던 민수는 집무실에서 쉬고 있던 중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만? 굳이 학교를 찾아 갈 필요가 뭐 있어? 위치 추적하면 되지 않을까?’
흔히 심부름센터라 불리는 용역 업체가 있다.
간판은 심부름 센터지만 돈만 주면 사람 하나 신상 터는 것은 우습게 해내는 정보력이 있었다. 개중엔 경찰에서나 쓰는 핸드폰 위치 추적까지도 가능한 업체가 있었다. 하는 일이 구리다 보니 대체로 밤 세계와 연결된 경우가 많았는데, 민수 역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인맥이 있었다.
민수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최 사장님, 잘 사시죠?"
-민수 아닌가? 어쩐 일이야? 전화를 다 주고. 요샌 안 바쁜가 보지?
"저희들 하는 일이 늘 그렇죠. 다른 건 아니고 사람 하나만 찾고 싶은데요."
-사람? 누구? 빚쟁이? 아님 마이깡 안 갚고 튄 아가씨라도 있는 거야?
"아뇨. 그냥 대학생이에요."
-대학생? 대학생은 왜? 아차차. 그건 뭐 중요한 건 아니고. 혹시 번호는 알고 있나?
"알아볼 순 있는데 조금 낯부끄러운 상황이라···. 신상만 알려드리면 안 될까요?"
이번 의뢰는 린다 오빠가 큰 형님께 청탁을 하며 시작되었다. 다시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린다를 통해 번호를 받아낼 수 있겠지만, 그것은 너무 무능력해 보이는 방식이었다. 조직의 생리는 무능한 자에게 큰 일을 주지 않는 법이니까.
-아냐, 말해봐. 나이랑 이름, 사는 곳만 알아도 충분하거든. 번호 섭외하는 거 정도야 뭐.
"네. 현재 국성대 재학 중인 학생인데···."
민수가 전해 들은 신상을 일렀다.
심부름 센터의 최사장은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30분이면 될 거야.
통화를 끊은 민수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속 편하단 말이지. 그냥 처음부터 부탁 할 걸 괜히 족제비처럼 얼빵한 새끼한테 맡겨 가지고."
민수는 천성이 건달이었다.
조폭은 조폭만의 영역이 있다고 믿었다. 물론 지금 하는 일이 살짝 쪽팔리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쨌든 모시던 형님의 부탁이므로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또한 조그만 일이라도 제대로 해내면 다음에는 더 큰 건수를 안겨줄 것이라고 믿었다. 한마디로 이것은
자신에 대한 시험인 셈이다.
민수가 나갈 채비를 갖추는 데 30분 뒤 최사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알아보셨습니까?"
그러나 아까 전까지 자신감 넘치던 최사장의 목소리가 영 신통치 않았다.
-씁, 그게 말이지, 조금 이상한 게 있어서. 신상 이거 정확한 거 맞지?
"네? 뭐가 잘못되었나요?"
-흠, 이럴 리가 없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민번 뒤져서 핸드폰 번호까진 알아냈단 말이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이미 민번이랑 이름 정돈 다 데이터베이스 돼 있거든. 중국 쪽 해커들이 아주 열일 해가지고.
"네."
-그데 내가 2시간 전부터 쭉 핸드폰 명으자의 이동 동선을 거슬러 봤는데, 갑자기 증발하듯이 사라져 버리는 거야. 핸드폰을 끈 것도 아닌데.
"네? 사라져요?"
-그래서 왜 그런가 봤더니 음영지역으로 들어가 버렸더라고.
민수는 살짝 짜증을 느꼈다.
그는 단독직입적인 대화를 좋아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돌려 말하지 말고 핵심만 말씀 해보세요. 음영지역이란게 뭔데요?"
-자네, 삼현그룹 알지?
"알죠. 그게 왜요?"
제아무리 조폭이라도 삼현 그룹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삼현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아닌가? 다장 자신의 사무실에 쓰는 TV와 냉장고도 삼현의 메이커가 붙어 있었다.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지점이 바로 삼현 그룹 고회장님 저택이거든.
"···뭐라고요?"
민수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곳은 위치 추적을 방해하는 전파장비가 설치되어 있어. 보안 수준이 군사시설급이라더라고. 암튼 그걸 떠나서 평범한 대학생이 무슨 재주로 거길 들어간 거데? 진짜 대학생은 맞는 거지?
"맞습니다. 제 부하 하나가 직접 따라붙기까지 했는걸요. 학교에서 강의를 들을때도 감시했었고요."
-진짜 희한하네. 아무튼 거기 위치가··· 어? 잠시만!
최사장이 뭔가를 발견한 듯 흥분해 소리쳤다.
-다시 움직인다. 저택 나온 것 같아!
"다시 위치가 잡힌다고요?"
-어. 확실히. 차를 탄 모양인데? 속도가 상당히 빨라.
최사장은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도훈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위치 불러봐요. 아니 통화 끊지 마시고. 지금 바로 차타고 나갈 게요."
급한 성격의 민수가 차 키를 쥐고 뛰었다.
-그래. 멈출 때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줄게. 잘됐네. 이게 멈춰 서 있으면 기지국 반경 300M 밖에 못 잡거든. 근데 이렇게 길 따라 움직이면 훨씬 찾기가 편해.
민수는 급히 차에 오르며 생각했다.
‘뭐야 이 새끼 정체가? 지하철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이번엔 삼현 그룹 회장 저택에서 등장했다고?
민수도 슬슬 도훈에 대해 흥미가 돌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서도 오늘 중으로 낯짝을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차를 타고 한참 달려가는데 통화 중이던 최사장이 말했다.
-차가 멈췄어. 까페 들어갔나 봐.
"까페요?"
-어. 지도에 보면 인근으로 다른 건물이 전혀 없는 곳이야. 서울 외곽에 위치한 까펜데, 간판은···.
최사장에게 도훈의 위치를 전달받은 민수가 엑셀을 더욱 밟았다. 그의 고급 세단이 빠르게 도로를 질주해 달려갔다.
한참 빠르게 속도를 올려 달려가는데 최사장이 다시 말했다.
-얼래? 다시 움직이는데?
"뭐라고요? 방금 까페에 들어갔다면서요?
-어, 분명히. 테이크 아웃이었나봐.
"나 참. 그래서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어요?"
-있어 봐. 지금 막 도로상에서 움직이기 시작했거든. 정말 성가신 친구네.
민수가 알려준 주소에 거의 도착했을 때 최사장이 말했다.
-이거 좀 애매하게 됐는데.
"또 왜요?"
-차가 다시 멈추긴 했는데, 근방이 전부 모텔촌이야.
"모텔요? 어느 모텔인지는 모르고요?"
-어. 건물이 너무 많아서 특정하기 힘들어. 위치 추적기술이란 게 또 엄청 정밀한 건 아니란 말이지. 뭐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경찰이 범죄자들 싹 다 잡아넣었겠지만.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요? 위치나 말해줘요."
민수는 점점 짜증이 솟구쳤다.
계속 위치를 바꾸는 도훈의 행동에 똥개 훈련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예상 가능한 건물 하나씩 일러줄게. 지금부턴 직접 발로 뛰어서 탐문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원래 우리도 불륜 잡을 때 그렇게 해.
"아니 내가 무슨!"
민수는 자신을 심부름센터 직원 취급하는 최사장의 태도에 버럭 성을 냈다. 그의 성미를 아는 최사장도 언성이 높아지자 황급히 사과했다.
-아이고, 미안하네. 그런 뜻이 아니고···.
"주소나 얼른 부르쇼."
어쨌든 민수는 자신보다 10살이나 더 많은 최사장에게 막말을 할 순 없었다. 게다가 최사장은 호의로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입장이었다.
‘하여간 새끼, 진짜 찾기만 해봐라.’
저녁도 되지 않은 시각에 모텔로 입성했다는 도훈을 보자 민수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대충만 봐도 여자 문제가 꽤 복잡한 남자였다. 애초에 이번 의뢰도 여자에게 사과영상을 찍어 보내는 내용이었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여자를 꼬아 놀아난다는 생각에 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좆대가리 함부로 놀리는 새끼들치고 정신 제대로 박힌 새끼가 없다니까. 하여튼 너 오늘 임자 만난 줄 알아라.’
민수가 더욱 강하게 엑셀을 때려 밟았다.
그의 볼에 패인 상처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
지연은 생각했다.
‘도훈이를 최대한 기쁘게 해줘야 해. 내가 아가씨보다 잘난 게 있다면 어쩌면 이런 부분일지도 몰라.’
객관적으로 보아 은성과 비빌 구석이 없었다.
자신은 평범한 서민의 딸, 은성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의 여식.
배경 뿐인가? 나이도 어리고, 예쁘기는 연예인 뺨친다. 곁에 서면 한때 육사 여신으로 불렸던 자신의 별명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그러나 은성에게 없는 것이 자신에게 있었다.
‘바로 피지컬이지.’
어려서부터 유도를 익히고 꾸준히 운동을 해온 자신과 온실 속에서 화초처럼 자란 은성은 체력부터 달랐다. 물론 은성도 전문 트레이너에게 관리를 받는다지만, 은성이 패션으로 완성 시킨 보여주기식 몸이라면 자신은 실전으로 다듬어낸 노력의 집결체였다.
도복이 흠뻑 젖을 만큼 유도를 연마했고, 육사 생도 시절에는 매일같이 아침 3Km 구보로 체력을 길렀다. 남자가 몸이 건강해지면 정력이 강해지듯, 여자 또한 건강할수록 성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도훈처럼 강한 남자를 상대할 때는 여자쪽 체력도 무시하지 못하는 요소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여주겠어.’
지연이 입술을 꽉 깨물며 허리를 돌렸다.
운동으로 단련된 매끈한 허리가 미꾸라지처럼 요란하게 돌아갔다.
밑에 누워있던 도훈은 지연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씩 웃었다.
‘어쭈. 제법인데?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을까?’
지연은 나이에 맞지 않게 경험이 미숙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법 연륜있는 여자처럼 능숙하게 허리를 돌려댔다.
허리를 돌릴 때 포인트는 물건을 꽉 끼운 채 빠지지 않게 자극을 주는 기술인데, 초보에 가까운 지연이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어디서 영상 보고 연습 좀 했나?’
질퍽질퍽-.
지연이 허리를 돌릴수록 찰박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잦이를 끼운 채 맷돌처럼 돌려대는 엉덩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음탕해 보였다.
"오늘 좀 다른데?"
"그래?"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어?"
"영상 보고 흉내 내본 거야."
"호오."
확실히 운동신경이 좋을수록 섹스도 곧잘 했다. 특히 운동을 좋아하는 여자들일수록 성욕도 강하고, 지칠 줄을 몰랐다. 과회장 마유미가 그랬고, 섹스 천재인 육정음이 그랬다. 따지고 보면 지연도 전형적인 운동녀에 속하는 부류였다.
"이런 것도 할 줄 안다고."
도훈의 칭찬에 자신감이 생긴 지연이 가랑이를 넓게 벌리더니 푸세식 화장실에 앉는 것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두 팔은 가슴을 짚고 상체를 살짝 기울인 채 엉덩이를 아래위로 들썩였다.
쿵쩍쿵쩍!
"으읍!"
"아앙, 아아아!"
이른바 방아 찧기라 불리는 요분질의 한 체위였다.
강한 삽입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즐겨 하는 자세로 무게를 실어 내려찍기 때문에 한 번 내리꽂을 때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두들기는 느낌이었다.
"흐앗, 핫!"
쿵쩍쿵쩍!
도훈은 아랫배가 울릴 만큼 강한 방아질에 한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즐거운 고통이었다.
‘역시! 질투만큼 여자를 흥분시키는 미약은 없단 말이야.’
[질투요?]
‘응. 지연이가 오늘따라 무척 열심히잖아. 왜 그렇겠어?’
[왜 그런데요?]
‘바로 전 은성이랑 나랑 붙어먹은 게 무지 열 받는 거지.’
[오호.]
‘사람 마음이 그래. 평소엔 별 마음 없다가도, 경쟁이 붙으면 괜히 더 약이 오른단 말이지. 남주긴 아깝고 자기가 갖기엔 아쉬운 그런 심리랄까?’
[지연양이 알게 모르게 은성 양에게 열등감이 있었나 보군요.]
‘그럴 수밖에. 사실 따지고 보면 은성이란 지연이 엄청나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잖아. 둘 다 물오른 20대란 말이지. 근데 한 명은 현대판 귀족이라는 재벌가의 막내딸이고, 자신은 그런 여자를 지키는 보디가드란 말이야. 마치 춘향전의 향단이 같은 존
재랄까?’
[에이. 그건 너무 나갔는데요? 지연양이 은성양의 몸종도 아닌데요.]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향단이라고 이몽룡이 멋지지 않았겠어? 잘생겼지, 부자지, 나중에 장원급제까지 할 정도로 똑똑한 청년을? 그나마 향단이 곁에는 방자라는 대체제가 있었거든. 꿩 대신 닭이라고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단 말이야. 하지만 지연이에겐
방자의 역할이 없잖아. 그러니 더 질투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주인님이 이몽룡이었다면 필시 향단이도 건드리셨을 걸요?]
‘그래서 지금 건드리고 있잖아.’
"흐아앙, 아앙, 도훈아 내가 더 맛있지?"
방아를 찧어대던 지연이 제풀에 흥분해 소리쳤다.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할 대사였다.
"응. 맛있네. 역시 우리 지연이가 최고야."
지연을 한껏 기쁘게 해준 도훈은 본격적으로 리드에 나섰다.
밑에 누워서 서비스를 받는 것도 좋지만, 그는 역시 주도권을 잡을 때 더 흥분하는 스타일이었다.
"으쌰!"
도훈이 엉덩이를 강하게 올려치며 지연을 앞으로 눕혔다.
말캉한 가슴끼리 부딪히며 지연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하앗, 뭐, 뭐하려고."
"이젠 내가 해줄게."
도훈은 지연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끼워 넣고는 등 뒤에서 강하게 껴안았다. 마치 상대를 압착하는 포옹에 지연이 옴짝달싹을 못하고 결박되고 말았다.
"지연이 빠른 거 좋아하니?"
"으, 응?"
"내가 속도가 뭔지 보여줄게."
지연을 꼭 껴안은 도훈이 한 손을 밑으로 내려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한 손은 등을 감싸고, 다른 한손은 엉덩이를 뒤에서 짓누르는 자세였다.
‘스킬도 봉인된 거 순수하게 본실력으로 보내주지.’
도훈이 허리를 들어 올리며 올려치기를 시작했다.
< 689. 중수의 자격-18-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