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8. 중수의 자격-17- >
***
도훈이 뱀처럼 간교한 입술을 속삭였다.
"아까 소파에서 다 봤다고 했지? 어땠어? 은성이의 표정은? 좋아하는 모습 아니었어?"
지연은 저도 모르게 살색의 향연을 다시 떠올렸다.
도훈은 은성의 몸을 침대 삼아 엎드려 있었다.
탄탄한 그의 엉덩이가 보조개처럼 조여졌다 풀어졌다.
은성은 그때 분명···.
"대답해봐. 직접 봤다고 했잖아. 은성이 강제로 당하는 모습이었어?"
"···아니."
"엄청 좋아하지 않았어?"
"그건 몰라. 얼굴을 못 봤으니까."
지연은 부정했다. 보지 못했다. 거부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은성이 어떤 표정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도훈이 재차 물었다.
"그렇다면 소리는?"
"소리?"
"그래. 질퍽질퍽한 소리가 나지 않았어?"
귓가로 찰박거리는 소리가 재연되는 듯 했다.
젖은 점막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 물기가 많은 곳을 반복적으로 두들길 때 나는 음탕한 사운드.
"좋아하지 않고서 그렇게 젖어 버리는 여자가 있을까?"
"······."
"소파가 흥건해질 만큼."
도훈이 계속 상상력을 자극했다. 지연은 그의 말만 듣고도 당시의 장면이 영상처럼 재생되는 것 같았다.
"그, 그게 어쨌다는 거야? 결국 네가 아가씨랑 한 건 변함없잖아."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지. 나는 분명 말렸어."
"말렸다고?"
"그래. 이러면 안 된다. 이러는 건 옳지 않다."
"네가 그렇게 말했다고?"
"그래. 하지만 흥분한 은성이는 막무가내였지."
"말이 되는 소릴 해! 아가씨가 그랬을 리 없어.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넌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어."
지연이 끝까지 반박했다.
"그래. 하지만 육탄 돌격해 오는 여자를 거부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거야."
"육탄 돌격이라니?"
"은성이가 대뜸···."
도훈은 숨을 멈추고 빳빳이 세운 대물을 바지 위로 붙잡았다.
"···이걸 빨아버리더라고."
"빠···. 음."
지연은 말문이 막혔다.
예의 바르고 교양있는 아가씨가 설마 그런 짓을···.
하지만 섹스할 때 적극적인 모습을 봐선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도훈을 집으로 불러달라는 사람도 은성이었다. 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집으로 끌어들였던 걸까?
"그 상황에서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거야. 고자가 아닌이상."
"네가 무슨 고자야?"
"그래. 내가 고자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 더욱이 너랑 간만 보다가 은성일 보러 갔으니···."
"흠···."
"차라리 그때 무리해서라도 빼버렸어야 했는데."
"야!"
"그렇잖아. 네가 빼주었으면 그런 일도 없었을 거야. 남자는 한 번 싸고 나면 성욕이 팍 죽는단 말이야. 그럼 은성이가 내걸 빨아도 참아냈을 거고···."
"그럼 이렇게 된 게 모두 내 탓이라는 거야?"
"아니. 은성이 탓이지. 네가 모시는 아가씨 말이야."
"···치."
도훈이 간사하게 혓바닥을 굴렸다.
"은성이 오빠를 생각해봐. 고성민이 어떤 녀석인지 잘 알지?"
"그건 왜?"
"고성민과 고은성은 같은 피를 이어 받았어. 그 호색한인 고성민의 여동생이, 과연 네가 아는 것처럼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가씨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은 전혀 달라!"
"그래. 물론 다르지. 서로 정반대의 인격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어. 결국 색을 밝히는 몸은 똑같다고. 그 오빠에 그 동생이랄까?"
지연은 망나니처럼 살아온 고성민에 대해 잘 알았다.
돈만 있으면 어떤 여자든 눕힐 수 있다고 믿는 사상 최악의 쓰레기. 잘난 얼굴과 배경으로 수많은 여자를 건드리고 다니던 희대의 난봉꾼.
따지고 보니 도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결국엔 같은 피다.
은성에게도 그런 기질이 없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다.
원하는 남자를 어떻게든 손에 넣고야 마는 것은 제 오빠와 똑같았다.
"어떻게 아가씨가···."
"아니야. 은성이 잘못은 아니야. 끝내 거부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내가 나쁜 놈이야."
도훈이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지연은 갑자기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그를 집으로 불러들인 건 자신이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저택으로 끌어들여 은성에게 갖다 바친 꼴이 되었다. 남녀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면 범죄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었다.
‘도훈이는 아무 잘못 없어.’
지연이 결론을 내렸다.
‘나쁜 건 아가씨야. 그리고 더 나쁜 건 아가씨가 어떤 의도로 도훈을 부른지도 모르고 그를 끌어들인 나고.’
"···미안해."
"응?"
"듣고 보니 내가 다 잘못한 거 같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난 정말 그럴 줄 몰랐어. 아가씨가 순수하게 너를 보고 싶어 하는 줄로만 알았어."
"지연아."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도훈이 속으로 씨익 웃었다.
은성을 나쁜 여자로 만들고 순진한 지연을 속인 건 미안했지만, 어쨌든 이것으로 이로써 지연에게 마음의 짐을 안겼다. 이제 그녀는 더더욱 자신을 따르게 될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한지연양은 이걸 믿을 수 있죠?]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믿거든.’
[네?]
‘지연은 은성에게 밀렸다고 생각했을 거야. 자기보다 어리고 예쁘고 돈 많은 여자에게 나를 빼앗긴 셈이니까. 자존심이 많이 상했겠지.’
[그런데요?]
‘하지만 내가 불가피하게 당했다고 한다면 자존심이 다치지 않거든. 진실을 떠나 그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말이지.’
[아···.]
‘나는 그녀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 거야. 지연도 그것을 믿고 싶을 거고.’
[정말 주인님은 타고난 거짓말 쟁입니다.]
‘거짓말도 머리가 좋아야 하는 법이거든.’
[퍽이나 좋은 곳에 그 머릴 쓰시는 군요.]
‘미션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이야.’
"아니야. 아까 말한데로 난 구제불능인가 봐."
"네 잘못이 아니야. 자책할 필요 없어."
"그게 아니고···."
도훈이 여전히 빳빳하게 서 있는 대물을 들이밀었다.
"···네가 옆에 있다고 이렇게 또 커져버렸잖아."
"아, 앗! 바, 방금 하고 왔잖아!"
"그러게? 이상해. 분명 그랬는데 네가 옆에 있으니까 금세 또 이렇게 되어버렸어."
"아···. 진짜···."
"너만 보면 이렇게 되버리나봐."
"뭐야, 심각한 얘기하는데···. 얘는···."
지연이 얄미운 표정으로 도훈의 물건을 툭 건드렸다.
단단하게 발기된 대물은 오뚜기처럼 옆으로 흔들렸다가 다시 하늘로 우뚝 섰다.
"자꾸 만지지 마."
"왜?"
"그러면 발기가 안 풀린단 말이야."
"흥! 나빴어. 얘가 제일 문제야!"
"맞어. 나쁜 녀석이야. 혼쭐 내줘."
"어떻게 혼내?"
"몰라. 그냥 네가 알아서···."
지연은 발기된 대물을 만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점점 달아올랐다. 더욱이 아까 끝내지 못한 섹스가 여운이 남은 상태였다.
‘하··· 진짜. 나는 왜 이렇게 이 녀석에게 끌려다니는 거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다.
사실 도훈을 굳이 다시 만난 건 종지부를 찍고 싶어서였다.
경호원으로서도 여자로서도 모든 것이 최악인 하루였다. 더욱이 은성과 엉겨 붙어 있던 그 장면이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차라리 그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그의 변명을 듣다 보니, 오히려 자신이 더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
미안해진 마음에 도훈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들어주고 싶었다.
"나랑 하고 싶어?"
"응."
"아가씨랑 벌써 했는데도?"
"은성이보다 네가 훨씬···."
"거짓말 하지마."
"진짜야. 이것 보라고. 얘는 절대 거짓말을 못 한단 말이야."
도훈이 다시 발기된 대물을 꿈틀거렸다.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솟구친 녀석은 당장 꺼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치···."
지연은 자신을 보고 바짝 꼴린 대물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외곽에 위치한 까페다 보니 손님이 드물었고, 특히 뒤뜰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넌 진짜···."
지연이 스스륵 지퍼를 끌어내렸다. 노팬티 상태라 붉은 좆대가리가 두더지처럼 빼꼼 머릴 내밀었다.
"못 말리는 아이구나."
지연이 허리를 숙이더니 곧장 대물을 입에 담았다.
"흡!"
도훈이 머리를 뒤로 젖히며 가랑이를 벌렸다.
‘아···. 역시. 좆 빨릴 때가 최고라니까.’
[말도 안 돼. 한지연양이 대체 왜.]
‘놀랍냐?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니까 서비스해주는 거지.’
[아, 아니 그래도···. 방금 다른 여자랑 하는 걸 똑똑히 봐놓고서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구나.’
[네?]
‘남자는 자기가 처음이길 원해. 그래서 처녀성에 집착하지. 근데 여자는 정 반대거든.’
[반대요?]
‘자기가 늘 마지막이길 원해. 그 사람의.’
[아···.]
‘내가 은성이랑 한 것은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어. 결국 지금 내 좆을 빨고 있는 건 자신이니까.’
[이럴 수가.]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할 거야. 은성에게 밀렸던 자존감이 회복되는 거지. 봐라, 끝내 이 남자를 차지한 건 나라고.’
[인간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군요.]
‘뭐, 나도 여자심리를 완벽히 안다는 건 아니지만.’
도훈은 자신의 설득이 먹힌 것에 만족스러워하며 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까페 야외테라스에서 미모의 여성에게 좆을 물리는 지금의 상황이 몹시 만족스러웠다.
"하아···하아···."
한참 좆을 빨던 지연이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못 참겠어."
"나도."
"가자."
"어딜?"
"편하게 할 수 있는데로."
"알았어."
두 사람은 차를 몰아 근교의 모텔로 향했다.
***
은성은 도훈이 무사히 저택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박살 난 노트북 따윈 아무렇지 않았다.
어차피 똑같은 걸 다시 사면 그만이니까.
"휴-. 너무 무모했어. 다음엔 집으로 초대하지 말아야지."
그녀는 혼자 별채에서 쉬며 느즈막한 오후를 즐겼다.
소파에 몸을 기대 눕고 있자, 도훈과 몸을 섞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 오빠가 여기서 나를···."
오랜만에 만난 도훈은 여전히 끝내줬다.
특히 마지막엔 질싸까지 하면서 끝까지 자신을 품어 주었다.
"임신하면 어떡하지?"
은성이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었다.
도훈의 애를 배면, 집안에서 그를 받아줄까? 오빠인 성민이 도훈을 아무리 싫어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오빠랑 결혼하고 싶다."
중독의 정액 탓인지 도훈이 떠난 뒤에도 자꾸만 그가 아른거렸다. 특히 도망치듯 이층에서 뛰어내리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언니가 돌아오면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달래야지."
은성이 보드라운 쿠션을 끌어안으며 도훈과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를 생각하자 다시 그곳이 촉촉이 젖어갔다.
한편 그 시각.
도훈과 지연은 근처의 모텔에 입실했다.
지연은 방문을 닫자마자 도훈에게 달려들었다.
"키스해줘."
이미 몸이 바짝 달아있던 지연은 도훈에게서 입술을 떼지 못했다. 그 상태로 하나씩 옷을 벗자 순식간에 두 사람이 알몸이 되었다.
"안 씻을 거야?"
"몰라, 그냥 하고 싶어."
지연은 흐름을 끊기고 싶지 않았다. 곧바로 침대로 직행한 뒤 도훈을 바닥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오늘은 내가 위에서 할 거야."
"원하는 데로."
도훈은 베개를 끌어 머리에 받친 후 지연의 나신을 감상했다.
운동선수같은 몸매였다.
늘씬하다는 느낌보다 탄탄하다는 인상이 먼저 들었다. 깊이감이 느껴지는 쇄골에서 빗장뼈로 이어진 라인이 무척이나 섹시 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볼록 튀어나온 가슴. 윗가슴이 발달한 체형이라, 전반적으로 물방울 같은 유방 안에 선홍색의 젖꼭지가 돌기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잘록하게 들어간 옆구리와 11자가 선명한 복근.
도훈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배를 쓸었다.
"와···. 요새도 운동 엄청 하나보구나."
"직업이 직업이니까. 그리고 아가씨 PT받을 때마다 옆에서 같이 운동을 했거든. 아가씨가 심심해 하셔서."
"역시. 운동으로 만든 몸매가 최고지."
도훈에게 올라탄 지연은 발기된 대물을 배꼽 쪽으로 붙인 뒤 그 위를 슬라이딩하듯 미끄러졌다. 단단한 대물이 젖은 가랑이 사이를 레일처럼 지나갔다.
"하, 하악!"
좆기둥에 봊이를 비비던 지연이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제풀에 쓰러졌다.
"넌 진짜 물건 하난 잘가지고 태어났구나."
"모르시는 말씀. 물건만 크다고 다가 아니야."
"그럼?"
"아무리 좋은 붓도 명필이 쥐어야 작품이 나오는 법이랄까?"
"네 스스로 명필이라는 거야?"
"아니라고 할수있어?"
도훈은 대물 위를 슬라이딩하는 지연의 구멍에 쏙 하고 밀어넣었다. 워낙에 젖어있던 봊이라 단숨에 대물이 박혀들어갔다.
지연은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전기가 찌릿 통하는 느낌을 받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그의 물건은 최고였다.
박히는 순간만큼은 이루말할수 없는 충족감을 선사했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엄격한 생활을 유지하는 경호원이란 직책마저 망각할 수 있었다. 도훈은 자신을 천국으로 이끄는 열쇠같은 사람이었다.
다시금 전율을 느끼며 지연이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은 평생 그의 좆에서 헤어나지 못 할 거라고.
"하악. 도훈아 날 끝까지 채워줘."
지연이 오열하듯 소리쳤다.
< 688. 중수의 자격-1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