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4. 중수의 자격-13- >
"은성아, 돌아누워 볼래?"
지연이 막 나서려는 데 두 사람이 체위를 바꾸었다. 은성이 엉덩이를 내민 채 소파에 배를 깔고 엎드리자 도훈이 그 위로 샌드위치처럼 포개졌다.
‘아, 아니···.’
완벽히 일자로 겹치진 도훈이 위에서부터 허리를 튕겼다.
후배위와는 조금 다른 각도로 삽입이 이어지자 은성이 소파 가죽에 얼굴을 파묻으며 끅끅대는 신음을 쏟아냈다.
"흐끅, 흑, 오, 오빠, 아앙!"
훔쳐보던 지연은 수직으로 펌프질을 하는 도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조개가 달린 것처럼 홀쭉해진 둔근이 조여졌다 풀어지며 옹골차게 내리꽂았다.
푸욱-푸욱-
압도적인 포퍼먼스에 말문을 잃은 지연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주먹이 굳게 쥐어지고, 숨이 멎을 것처럼 찌르르한 감각이 밀려왔다.
그것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남몰래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을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이었다.
배신감. 좌절. 분노와 회한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도훈을 불러들이면 뻔히 이렇게 될 것이란 걸 알면서도, 그것을 막지 못한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나쁜 새끼.’
지연은 차마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벽에 등을 붙인 채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교성에 부르르 몸을 떨 뿐이었다.
아직 문수가 당도하기까지 시간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문수는 아가씨의 별채를 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산책로가 있는 야트막한 야산을 싸고 돌만큼 넓은 자택은 거대한 성이나 마찬가지였다. 점검할 곳도 많고 둘러볼 곳은 더욱 많았다.
거기다 문수는 전적으로 자신을 믿고 있었다.
자신이 아가씨를 맡은 뒤로, 딱히 터치한 적이 없었다.
믿고 맡겨두면 어련히 잘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난 정말 최악이야.’
믿어 준 조직에 대한 배신. 그리고 도훈이라는 난봉꾼에게 경호 대상을 갖다 바쳤다는 자괴감이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일에 있어서만큼 프로페셔널하다고 믿어 왔는데, 오늘 이후로 다신 자신할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게 도훈의 탓이었다. 이도훈이 인생에 끼어들면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를 끝내 미워할 수 없었다. 버젓이 다른 여자랑 눈앞에서 놀아나는 데도 그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그 모순이 지연을 괴롭게 했다.
지연이 조용히 별채 밖으로 나갔다.
말릴 수 있었지만, 말리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발각되면 마음에 가진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몰라. 그냥 될 데로 돼버리라지.’
자포자기한 지연이 별채의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고개 숙인 그녀의 어깨가 축 처졌다.
***
순찰을 시작한 문수는 무더운 여름을 실감했다.
땡볕을 걸을 때마다 겨드랑이가 푹푹 젖는 느낌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덥군. 옛날엔 중동 사막에서 몇 달을 먹고 자면서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어.’
그땐 용병이었고, 지금은 경호팀장이라는 차이일까?
늘 전장을 누비며 살던 늑대 같은 사내가, 이제 정장을 차려입은 말끔한 직장인이 되었다
야성을 잃은 맹수.
그는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고 느꼈다.
탄탄했던 복근에 지방이 끼고, 발은 더욱 무거워졌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였다.
‘아냐. 그런 생각 말자. 아직 한창이야.’
문수는 금세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여전히 힘이 넘친다.
‘···20대 아가씨랑도 사귈 수 있을 만큼 말이지.’
문수는 30대 중반이 넘어간 지금껏 솔로였다.
프랑스 외인부대에 근무하면서 외국 생활을 하다보니 제대로 된 연애를 즐길 수 없었다. 늘 긴장하고, 늘 사선에 선 기분이었다. 연애는 사치였고, 결혼은 언감생심.
삼현의 고회장에게 발탁이 돼 비서실 경호실장에 올랐을 때도 바쁘게 살아왔다. 말이 경호실 총책임이지, 실제론 고회장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고회장의 수족이 되어 심복으로 살아간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고회장이 쓰러지면서 상황이 바뀌자 문수도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실제 하는 일이 뭐든 간에, 그는 어엿한 국내 대기업의 비시설 소속이었다. 말끔하게 정장을 입고 출근하고, 연봉도 어지간한 부장급은 찜쪄먹을 정도로 많이 받았다. 회사에서 값비싼 차량까지 제공했다.
한국에도 어느 정도 자릴 잡은 만큼, 이제는 여자를 만나도 되지 않겠나 싶었다. 사실 휴가 때 맞선도 몇 번 본 적 있었다. 부하직원들에겐 비밀로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성에 차는 여자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늘 직장에서 맞부딪히던 여자가 마음에 걸렸다.
‘한지연.’
지연은 누구나 인정하는 미인이었다. 늘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모델처럼 우아하게 걸었다. 항상 다나 까로 끝나는 군인 특유의 말투도 귀여웠다.
그런 그녀를 매일 마주하니, 다른 여자들이 성에 찰리 없었다. 지연에 비하면 나이도 많고, 능력은 더욱 형편없게 느껴졌다. 끼리끼리 만난다고 군인 정신이 몸에 밴 지연에게, 문수는 점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언제까지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다.
그것을 망각할 만큼 개념 없진 않았다.
‘게다가··· 나이 차가 너무 많으니.’
무려 10살 터울. 스물여섯인 지연과 서른 여섯에 접어드는 자신의 나이 차였다. 다섯 살만 차이나도 도둑놈이란 소릴 듣는 판국에, 묘령에 아가씨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문수에게 지연은 그런 존재였다.
‘근데 처녀일까?’
순찰 중이던 문수는 뜬금없이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딱히 처녀만 좋아하는 취향은 결코 아니었지만, 왠지 한지연은 처녀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긴 출신을 생각해 보면···.’
지연의 프로필은 완벽히 꾀고 있다.
그녀를 발탁한 것도 그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육군 사관학교 입교.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잘해야 들어갈 수 있는 학교다 보니 방탕한 생활을 즐기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육군 사관학교의 삼금정책은 생도시절의 이성교재를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선 바로 삼현에 입사했고.’
경호팀에 배속된 이후의 행적이라면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VIP 밀착 경호는 사실상 사생활이란 게 불가능한 구조다. 심지어 혹시 모를 미연의 사태를 위해 계좌나 핸드폰까지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감사팀의 보고에 따르면 지연
의 사생활은 백지처럼 깔끔했다.
‘흐음···. 스물 여섯에 숫처녀라.’
지연을 생각하자 문수의 발걸음이 자꾸 별채 쪽으로 옮겨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기도 모르게 보고 싶고, 말 걸고 싶어지는 심리였다.
그는 티를 안 낸다고 생각했지만,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지난번 임무 실패 후 병가로 쉬고 돌아온 지연이 갑자기 VIP경호를 맡으면서 승진을 한 이후로 더욱 둘 사이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눈초리가 많아
졌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문수의 미필적인 고의일지도 몰랐다.
은근슬쩍 상황을 몰아가며, 빼도 박도 못하는 관계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문수가 지연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게 진실이든 아니든, 소문이 그렇게 나고 나면 지연을 노리는 남자들이 알아서 떨어져 나갈 테니까.
‘그럼 계속 지연도 숫처녀일 테고.’
문수는 자꾸 숫처녀에 집착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생에 유니콘이었을리도 없는데, 왜 그렇게 순결에 목을 매는지···.
‘음음, 처녀 밝히는 게 어때서? 사람마다 취향이란게 있는 법이니까.’
워낙에 개차반인 고성민을 가까이 보다보니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그는 문란한 여성을 극도로 혐오했다. 돈만 주면 가랑이를 벌리는 지조 없는 여자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최소한 지연이라면, 돈에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여자가 그 정도 자존심은 있어야지. 안 그래?’
하지만 그는 몰랐다.
돈에 흔들리지 않는 지연이 좆에 흔들리는 여자라는 걸.
"은성 아가씨는 지금 뭐하고 있다고 했지?"
문수가 자신을 수행하는 부하 직원에게 물었다.
"네, 과외수업 끝나고 지금은 별채에서 쉬고 계십니다."
"회장님 병세가 위중하니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알려드려야겠군."
고회장 핑계를 댄 문수가 별채로 발걸음을 돌렸다.
정확히는 은성을 만나자는 것보다, 은성을 경호하는 지연을 보고 싶어서였다.
***
지연이 현관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시각.
도훈의 떡방아는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었다.
사실 그는 지연이 잠시 훔쳐보고 간 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장관리 어플의 경보기능은 일정 이상의 호감도를 지닌 다른 대상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그러나 지연이 처음부터 근접 거리에서 문밖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그것에 대해 간과해 버린 것이었다.
"너는 어째 더 맛있어진 것 같은데?"
도훈이 은성을 향해 노골적으로 야한 말을 쏟아냈다.
"제, 제가요?"
"응. 못 본 사이 숙녀가 다 되었어. 외국물이 좋긴 좋나 보지?"
"하앙··· 저는 오빠가 있는 한국이 더 좋아요. 이제 여기 평생 살 거니까."
"평생?"
"네."
"나한테 올라 타볼래?"
소파에 등을 대고 앉은 도훈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은성을 지시했다. 은성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도훈의 허벅지 위로 다리를 벌리고 섰다. 도훈이 좆기둥을 빳빳이 세우고 조준하자, 은성이 정확히 구멍을 맞추어 내려앉았다.
"흑!"
잦이와 봊이가 찰지게 만났다.
도훈은 양손으로 은성의 엉덩이를 붙잡은 뒤 천천히 끌어내렸다.
푹찍푹찍!
젖은 봊이에서 음탕한 소리나 났다. 은성은 반사적으로 도훈의 상체를 끌어안으며 찰싹 발라붙었다. 도훈이 소파의 쿠셔닝을 이용해 허리에 반동을 주면서 은성을 따먹었다.
"하앗, 하앗···."
"나랑 이렇게 하고 싶었어?"
"······."
은성이 부끄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도훈은 기어코 대답을 듣겠다는 마음으로 재차 물었다.
"대답해봐. 나한테 이렇게 박히고 싶었어?"
"하앙, 네···. 오빠한테···."
"나한테 따먹히고 싶어서 집까지 초대한거야?"
"하읏, 흣, 마, 맞아요. 은성이는··· 오빠한테 따먹히려고···."
"귀여워."
"핫!"
도훈이 힘차게 피스톤 질에 들어갔다.
엉덩이에 손자국이 날 정도로 꽉 잡아채고는 사타구니로 푹푹 내리 눌렀다. 수직으로 선 대물이 자궁 안쪽으로 사정없이 때렸다.
"하아악! 악!"
은성의 허리가 활처럼 젖혀졌다.
자궁을 압박하는 대물에 아랫배가 엉망진창이 되버리는 기분이었다.
"흐아앙, 아아아앙!"
그러나 아프면서도 좋았다.
일전의 섹스는 사라라는 존재 때문에 어딘가 불편했다.
오롯이 도훈을 차지한 지금, 그녀는 자신이 진정 도훈의 여자라고 느꼈다. 그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아아아아앙, 오빠아아아앙!"
은성이 점점 절정으로 치달아가 갔다.
타이밍을 잡은 도훈은 속사포처럼 몰아 붙였다.
한손으로 허리를 휘감고 다른 손으로 어깨를 내리누르며 빠른 속도로 허리를 들어올렸다. 씨알이 굵은 대물이 가려린 은성의 봊이 사이로 줄기차게 꽂혀 들어갔다.
푸욱! 푸욱!
저 가려진 몸으로 어떻게 대물을 온전히 받아내는지 미스테리할 정도였다.
‘으으으으, 존나 맛있네!’
은성이 명기나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금테를 두른 봊이라 그런지 정복감이 쩔었다. 은성을 따먹고 있으면, 삼현 그룹을 통째로 강간하는 기분이었다.
"은성아, 너 내꺼 맞지?"
"아흑, 흐으응! 오, 오빠 꺼에요! 저, 전!"
"으으으으으으으!"
도훈이 사력을 다해 피스톤질을 이어갔다.
어찌나 속도가 빠른지 아웃사이더의 속사포 랩보다 반비트 빠른 수준이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너 내꺼 하자. 알았지?"
"흐아앙, 오빠, 전 영원히 오빠 꺼에요!"
"흐으윽! 싸, 싼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앙!"
도훈이 그대로 정액을 싸질렀다.
어차피 임신도 안되는 거 굳이 질외사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부악!
정액이 솟구치며 은성의 자궁을 두들겼다.
오르가즘을 느낀 은성은 그대로 흰자를 드러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질 안을 가득 채웠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은 무슨일이 벌어져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허억, 허억!"
정액을 한껏 쏟아낸 도훈이 은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옆으로 내려주었다.
"아, 이거 어떻게 닦지?"
은성의 봊이에서도 끈적한 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나 남자가 밑에 앉은 자세였기 때문에 빼는 동시에 정액이 좆기둥을 타고 흘러 도훈의 사타구니도 엉망이었다.
"휴지나 수건 같은 거 없나?"
"잠시만요."
지쳐 있던 은성이 힘을 냈다.
"제가 씻겨 드릴게요."
"응? 뭘로?"
은성이 말없이 도훈의 대물을 혀로 핥았다.
정액이 잔뜩 묻은 대물을 싹싹 핥아대는 모습에 도훈이 감격했다.
‘아, 이, 이걸···.’
입싸를 해 받아 마셨다면 모를까, 관계가 끝나고 잦이에 타고 흐르는 정액을 핥아 먹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훈은 그런 은성을 말릴까 하다가, 정액에 담긴 특수 효과를 떠올리고는 그냥 잠자코 내버려 두었다.
그가 가진 패시브 스킬 마법의 정액의 효과로 인해 정액을 먹게 되면 몸에 좋은 것이 많았다. 더욱이 정액을 먹게 되면 중독의 정액이란 패시브까지 발동했다.
그가 좆을 갈구하고, 다른 남자를 못 받아들이는 스킬이었다.
‘후후. 이것으로 은성은 완전히 내 것이 되었구나.’
도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 684. 중수의 자격-13-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