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7. 중수의 자격-6- >
범용성은 높지만 강한 부작용을 가진 스킬.
폭발적인 한 방을 보여줄 수 있지만, 용도가 한정된 스킬.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3일간 발기부전이라···. 시간제한 미션이나, 램덤하게 등장하는 이벤트에 너무 취약해지는 게 문제로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3일이란 시간은 상당한 패널티거든요.]
‘그렇다고 폭주피스톤이 지금 당장 꼭 필요한 스킬은 아니야. 현재 보유한 스킬들과 겹치는 부분도 많고.’
[무슨 말씀이지요?]
‘내가 가진 스킬과 아이템을 봐. 혀끝에 모터, 듀얼쇼크, 몸에 좋은 크림, 커져라 여의봉, 뒤치기의 제왕···. 여태껏 이 스킬과 아이템을 조합해 보내지 못한 여자가 없었잖아. 막말로 상대가 나랑 맞먹는 플레이어급이 아닌 이상 폭주피스톤까지 사용할 일이 얼마나 있겠냐는 거지.’
[활용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 이건 마치 손오공의 원기옥 같은 거야.’
[원기옥이요?]
‘필살의 한방. 하지만 나오면 엔딩각.’
[아하!]
‘좀 더 고민해 볼 여지가 있어. 근데 두 스킬의 레벨이 다르군.’
[네. 쿨타임 제로는 1레벨, 폭주피스톤은 3레벨입니다.]
‘그건 왜지?’
[초기에 주어지는 스킬 레벨 또한 랜덤하게 부여 됩니다. 스킬 레벨이 높다는 건 레벨의 효용성 역시 높다는 의미고, 스킬 레벨이 낮으면 그것대로 포인트를 통해 레벨을 올리는 비용이 절감된다는 의미죠.]
‘그거네!’
[네?]
도훈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잘 봐. 레벨 상승은 산술급수지만, 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은 기하급수잖아.’
[그렇죠. 1레벨에서 2레벨로 올리는데는 100포인트. 하지만 2레벨에서 3레벨은 200포인트, 그 다음은 400, 800, 두 배씩 증가하니까요.]
‘다시 쿨타임 제로의 상세 설명을 보라고. 레벨이 오를수록 패널티 시간이 짧아지잖아.’
[아하! 그렇군요. 레벨당 10%씩 절감되니까!]
‘게다가 쿨타임 제로는 1레벨 짜리 스킬이지. 지금 쌓여있는 스킬 포인트로 6레벨까지만 올려도 무려 50%의 패널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야.’
[정확히 50%는 아닙니다. 처음 레벨업 시엔 10%가 줄지만, 두 번째는 총량 90에 대한 10%므로 9%, 그 다음엔 81에 대한 10%니까 8.1%···.]
‘효율이야 줄겠지만, 절반 가까이 주는 것은 맞잖아?’
[계산해보니 정확히 59.049%로 줄어드는 군요.]
‘그럼 6레벨까지 승급에 패널티가 하루하고 반나절 조금 넘게 바뀌겠군.’
[맞습니다.]
‘그리고 스킬 레벨업 비용은 100, 200, 400, 800, 1600이니까 토탈 3100 포인트가 필요하고?’
[정확합니다. 웬일로 계산이 정확하신데요?]
‘이건 산수잖아!’
[아무튼 3100포인트를 투자해 6레벨짜리 스킬로 만들면 발기부전의 패널티는 정확히 42시간 30여분 정도로 단축됩니다. 주인님 말씀처럼 하루 반나절이 조금 넘는 시간이네요. 어차피 포인트도 남아도는데 좀 더 쓰시진 않구요?]
‘아니야. 거기서 3200포인트를 더 써봐야 줄일 수 있는 시간이라곤 고작 6%야. 6%면 끽 해봐야 3시간 반 정도인데 그걸 줄이자고 피같은 3200 포인트를 날릴 순 없지. 수지가 안 맞는다는 말씀이야.’
[아하, 거기까지 계산하셨군요. 역시 치밀하신 분.]
‘지금 가용 포인트가 얼마나 되지?’
[방금전 지애양과의 섹스로 또 포인트가 쌓여서 현재 22,800 포인트가 조금 넘습니다.]
‘캬, 저번에 승부의 신과의 내기에서 받은 만 포인트가 개꿀이구나.’
[주인님이 개미처럼 착실하게 포인트를 모은 결과지요. 계속 쓰긴 했지만, 미션으로 벌어들인 포인트가 지출보다 늘 많았으니까요. 게다가 금태 둘렀냐 업적 때 받은 기적의 복리 계산기 효과도 무시할 수 없구요.]
‘맞아. 사실 그것 때문에 악착같이 모은 거거든. 복리 효과를 보려면 일단 자본이 커야 하니까. 아무튼 2만은 넘는다는 거지?’
도훈이 빠르게 머릴 굴렸다. 지애와 질펀하게 한 발 빼고 나서인지, 잡념이 들지 않고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남자들이 사정 후에 흔히 겪는 현타증상이었다.
‘좋아. 스킬 레벨업으로 패널티를 줄인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쿨타임 제로의 값어치가 훨씬 상승했달까?’
[그렇죠.]
‘폭주피스톤도 물론 좋은 스킬임은 부정할 수 없어. 내가 만약 정말 감당 못 할 옹녀를 만나게 된다면 분명 필요하겠지.’
도훈은 최근에 만났던 방중술의 달인 링링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가진 여러 스킬과 아이템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굳이 폭주 피스톤이 아니라도 말이야.’
[그건 맞습니다.]
‘대신 쿨타임 제로는 부작용만 잘 관리하면 일시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닐 수 있을 거고.’
[활용 여부에 달려있겠죠.]
도훈은 고심 끝에 쿨타임 제로 스킬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쿨타임제로다. 받자마자 스킬 레벨업 시켜서 패널티를 줄여야 겠어.’
도훈이 두 개의 보물 상자 중 1번을 골랐다. 조잡한 이펙트와 함께 보물상자가 사라지더니 스킬창에 ‘쿨타임제로’ 스킬이 추가되었다.
그 무렵 샤워실에 수건을 두르고 나온 지애가 물었다.
"도훈이 넌 안 씻니?"
만족스러운 스킬을 받은 도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원래 샤워는 섹스가 끝나고 하는 거야."
"응? 방금···."
"무슨 소리야? 이제 겨우 첫 코를 땠을 뿐인데. 자, 내 안에 있는 정액을 다 뽑아내 보라고."
도훈이 가랑이를 벌리며 대물을 까딱거렸다.
과시하듯 흔들리는 대물아
***
다음날.
지애와의 뻑적지근한 밀회를 마치고 학교에 나간 도훈은 오전부터 한지연의 메시지를 받았다.
갑작스럽게 친구 추가된 깨톡 아이디에서 잠입 일시와, 필요한 복장을 수령 할 수 있는 위치가 전송되었다. 도훈이 안부를 묻기 위해 답장을 보냈지만, 어느새 아이디는 탈퇴처리된 상태였다.
<탈퇴한 회원에게는 메시지는 보낼 수 없습니다.
"헐, 뭐가 이렇게 순식간이람?"
"형 누구랑 톡해요?"
수업을 같이 듣던 우선이 물었다.
"아냐. 그냥 스팸인가봐."
대충 둘러댄 도훈은 메시지에 일시를 확인했다.
‘오늘이군.’
[그렇군요. 근데 방문 시간이 오후 수업하고 겹칠 것 같은데요?]
‘쓰읍-. 수업 빼먹고 가긴 싫은데···.’
오후는 마침 손교수의 수업이었다.
도훈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미리 손교수에게 연락했다.
-이도훈 : 교수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오늘 결석할 것 같아요.
휴강시간이었는지 손교수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손은주 교수 : 도훈이 어디 아프니?
-이도훈 : 살짝 감기가 들었나봐요. 머리가 계속 아파서···. 병결 처리하려면 결석계 내야 하나요?
-손은주 교수 : 무슨 결석계까지?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게. 도훈이 혼자 사는 데 아프면 힘들겠네. 저녁에 내가 병간호하러 갈까?
도훈은 손교수의 수작에 피식 웃으며 대충 둘러 넘겼다.
‘누님이 속 보이는 짓을 하는군.’
-이도훈 : 혹시 너무 아프면 연락드릴게요.
-손은주 교수 : 그러렴.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럽잖아.
-이도훈 : 네
‘됐어. 출석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고. 복장 수령할 곳이 어디랬지?’
[당산역 락커로 되어 있습니다.]
‘당산? 나참, 멀리도 가져다 놨네.’
도훈은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차를 타고 당산역으로 달렸다. 전자식 무인 로커의 번호를 찾아 알려준 비번을 입력하자 커다란 지퍼백에 담긴 의복과, 목에 거는 패찰이 나왔다. 어디서 구했는지 사진도 도훈의 것이고, 옷은 국내 유명 가전 브랜드의 AS 기사복이었다.
‘헐,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했대? 하여간 재주도 좋아.’
[한지연 양도 나름 알아주는 엘리트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은근 허당끼가 있단 말이지.’
[그런가요?]
‘저번에 송이든으로 위장해서 나 쫓아다닐 때 봐. 미술과 학생이라고 화통 들고 다닐 때 티 다 났잖아.’
[하긴 그랬죠.]
‘근데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일까?’
[아닙니다. 아까부터 저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치? 저 뒤에 검은 모자 눌러 쓴 놈.’
[네. 학교에서부터 주인님을 따라다녔습니다.]
‘국성대에서 당산역까지 동선이 일치할 확률은 거의 없을테니 나를 감시하는 게 맞겠네. 혹시 Pk단은 아니겠지? 중수 되자마자 따라붙은거야?’
[아닙니다.Pk단이면 주인님의 경보장치가 작동했을 겁니다.]
‘그럼 놈들의 끄나플?’
[확실히는 모르지만, 굳이 부딪힐 필요는 없겠죠.]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백팩에 챙기고는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
족제비.
하관이 뾰족 튀어나오고, 눈매가 가늘게 찢어졌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강남 일대를 주름잡는 석산파의 마당발 족제비는 이도훈의 감시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형님, 이 자식 뭔가 이상한데요?"
-왜?
"아무래도 평범한 대학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오전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듣더니 느닷없이 차를 타고 당산역으로 이동하지 뭡니까?"
-당산역? 거긴 왜?
"저도 수상해서 계속 감시를 했는데 락커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눈치를 보면서 가방에 구겨 넣더라고요."
-거기다 짐을 놔뒀나 보지. 가만 뭔가 이상하긴 하네. 국성대랑 당산역은 상당히 떨어져 있잖아?
"그렇죠. 게다가 이도훈의 수업 시간표를 입수했는데, 수업도 째고 나온 겁니다."
-땡땡이라도 쳤다는 거야?
"맞습니다."
-흠. 지금 뭐하고 있어?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앞에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일단 계속 따라붙어. 여기 일 마무리되는 대로 민수 형님 모시고 갈 테니까.
"근데···. 대학생 하나 족친다고 저희가 나서는 것이···."
-인마. 큰형님이 시키셨다잖아.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마.
"넵."
그때 모자를 눌러쓴 AS 기사 한 명이 족제비의 옆을 지나가면 어깨를 툭 부딪혔다.
"앗, 죄송합니다."
"어이, 앞 좀 보고 다녀."
족제비는 도훈과 비슷한 덩치에 고개를 갸웃하며 그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전혀 다른 용모의 소유자였다.
‘흠, 근데 이 자식은 변비인가 왜 이렇게 안 나와?’
족제비는 20분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야? 설마 이 새끼 뽕쟁인가?’
뽕쟁이. 쉽게 말해 마약중독자. 최근 들어 클럽으로 우후죽순 퍼지며 중독자들이 증가는 추세였다.
자신의 조직은 마약 쪽엔 일절 손을 대지 않지만, 밤 세계에 있다 보니 그쪽 생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대충 들은 바가 있었다.
‘그렇구나! 어째 무인로커에서 뭔갈 꺼내는가 싶더니!’
마약을 주고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주 거래하는 단골이 되면 이런 식으로 무인로커를 통해 시간차 교환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돈을 입금하면 약봉지에 든 물건을 로커에 넣어서 위치를 알려주는 식이다. 서로 접점이 없다 보니 함정수사에 걸릴 리도 없고, 받는 사람 또한 신뢰만 있다면 얼마든지 약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 하여간 이 뽕쟁이 새끼들.’
족제비는 이도훈이 주사기에 든 약을 맞고 화장실 구석에 쓰러져 있는 장면을 떠올렸다. 안봐도 뻔한 그림이었다.
‘일단 확인해 보자.’
족제비는 남자 화장실로 직접 들어가 이도훈을 찾았다.
그러나 화장실 모든 칸을 뒤졌으나 이도훈은 보이지 않았다. 족제비가 당황하며 재빨리 전화했다.
"혀, 형님. 사라졌습니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분명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이 새끼가 뽕을 한 줄 알고···."
-뭔 개소리야? 너 이 새끼 아무짓도 말고 감시만 하고 있으랬더니 그걸 놓쳐? 병신이세요?
"아, 아니 그게··· 죄송합니다 형님."
-나한테 죄송하게 아니라 민수형님에게 죄송해야지.
족제비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민수를 떠올리자 자기도 모르게 벌벌 몸이 떨렸다. 타겟이 대학생이다 보니 혼자 있을 때만 파악하라는 단순한 명령이었다.
그런데 그걸 못해낸 것이었다.
‘씨, 씨발 난 이제 좆됐다.’
족제비가 세상 억울할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화장실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도훈은 하늘로 꺼진 것처럼 존재를 감추고 말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
‘PK단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놈이잖아?’
족제비의 옆을 지나치면서 싸이코메트리 스킬로 그의 기억을 들춰 본 도훈이었다. 영상을 확인하니 PK단과 연관성을 전혀 없었다. 다만 신기한 것은 놈이 건달이나 깡패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훈은 자신이 그들과 척질 일이 있는지 떠올렸으나 딱히 짚이는 바는 없었다.
마음같아선 붙잡아놓고 심문이라도 하고싶었으나 지연과의 약속이 급했으므로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도훈은 대화창에 남은 주소지로 차를 몰았다.
고은성이 살고 있는 삼현그룹 고회장의 대저택이었다.
대저택 근방에 차를 댄 도훈은 거울을 보며 다시한번 옷차림을 다듬었다.
지연이 구해준 옷은 사이즈가 딱 맞아 누가봐도 영락없는 as기사처럼 보였다.
아마도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측정해 보내준 것 같았다.
< 677. 중수의 자격-6-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