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90화 (663/2,000)

< 672. 중수의 자격-1- >

***

-도훈 오빠. 저에요.

"저가 누군데요?"

-왜 저번에 둘이 모텔에서··· 아잉, 괜히 알면서 그러신다?

"한지연 씨. 목소리 위조할 거면 제대로 해. 넌 거 다 티나거든요?"

-···들켰어?

"오랜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 걸어서 웬 장난질이야?"

-너가 하도 여자를 많이 만나는 거 같아서 반응 좀 볼려 그랬다. 왜?

"내가? 여자? 별소릴 다 듣겠네. 나처럼 선비 같은 사람이 어딨다고."

-선비는 얼어 죽을. 아, 선비 맞네. 씹선비.

[크크크. 한지연 승!]

‘야, 넌 대체 누구 편이야?’

[저야 이기는 사람 편이죠.]

‘하여간 여자들은 한 번씩 안 눌러주면 저렇게 기어오른단 말이지.’

"됐고. 이 번호는 뭐야?"

-너랑 연락하던 폰이 감청당해서 바꿨어.

"감청이라니? 감시당하고 있단 소리야? 혹시 들켰어?"

-그건 아니고. 은성 아가씨를 모시기 시작하면서 보안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갔거든. 아무래도 그룹 후계자를 직속 경호하는 자리다 보니.

"와, 경호원은 무슨 사생활도 없냐?"

-어, 없어. 그런 거 포기하니까 연봉 많이 주는 거지.

"돈이 최고구나."

-그게 싫으면 너가 나 먹여 살릴 만큼 잘 벌던가?

"아니, 학생이 무슨 돈을 벌어?"

라곤 했지만, 도훈은 이미 현금 1억을 가진 부자였다.

-암튼, 시간 없으니까 용건부터 말할게. 은성 아가씨가 널 엄청 보고 싶어 해.

도훈은 은성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슴 한구석에 찡한 마음이 들었다.

재벌가의 손녀딸.

곱디고운 심성.

그리고 늘 자신을 생각하는 지고지순한 마음.

세상천지에 그런 여자는 또 없을 것이다.

"나도 보고 싶다고 전해줘."

-보고 싶으면 오던가.

"어딜? 거기가 어딘데?"

-어디긴 어디야. 삼현 그룹 고회장 저택이지.

"이름만 들어도 심장 떨리는데? 혹시 너 옆에서 누가 칼로 협박하는 거 아니지? 고성민이 시키 드나? 맞으면 아무 말 말고 고개만 끄덕여봐."

-뭔 소리야 대체. 나랑 영상통화하니?

"음, 사주를 당하는 것 같진 않은데···. 지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도훈은 여자 아이돌 숙소에 침투했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으므로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큐티의 숙소가 호랑이 굴이라면 고성민이 살고 있을 저택은 호랑이 할애비 굴쯤은 되었으니까.

-당연히 진심이지. 너 설마 쫄았니?

"쫄기는. 거기 성가신 사람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고성민도 있고, 또 너네 상관 누구냐, 그 떡대? 인상 더러운 사람 하나 있잖아."

-성민 도련님은 지금 자택에 없어. 지방 사업소 둘러 보느라 정신이 없거든. 회사가 워낙에 커야 말이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

-하지만 김문수 팀장은 여전히 자택을 지키고 있지.

"난 그 사람 별론데. 눈빛이 영···."

-팀장님도 널 딱히 좋아하진 않을걸?

"아무튼 그런 곳으로 어떻게 제 발로 들어가? 아무리 은성이가 보고 싶어도 그건 너무 무리라고."

도훈의 대답에 지연이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그럼 난?

"응?"

-나를 위해서라면, 이곳으로 올 수 있어?

목소리가 너무 진지했기에 도훈도 흠칫, 대답을 망설였다.

‘뭐야? 왜 저래, 갑자기?’

[왠지 주인님의 마음을 떠보는 거 같은데요?]

‘떠보다니?’

[은성 아가씨와 자신 중에서 누굴 더 마음을 쓰는지 말입니다.]

‘흠. 역시 그런가.’

도훈은 지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경호팀에 소속된 육사 출신의 인텔리. 그러나 감시해야 할 타겟에게 꼬여, 아군을 배신하는 이중스파이. 게다가 이제는 다른 여자와 다리를 놓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만약 자신이 지연이라면 지금의 상황이 몹시 억울하고 속

상할 것 같았다.

‘지연이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긴 하지. 실망시키긴 미안한데.’

"···너라면 뭐.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진심으로?

"그래. 까짓거 뭐 한 번 가면 되지. 설마 죽일 것도 아닌데."

도훈은 비밀의 문고리라는 순간이동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그 위력을 체험한 이상 어디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물론 충전을 다시 해야 하지만.

-흥. 계속 얄미웠는데 방금 대답은 마음에 드네. 아무튼 죽을 각오는 안 해도 돼. 방법을 생각해 놨거든.

"방법이라니?"

-원래 저택에 손님으로 들어오려면 경호팀의 사전 승인이 떨어져야 해. 요새 회장님이 건강이 안 좋으셔서 날파리들이 꼬이거든.

"건강이 안 좋은 거랑 날파리랑 무슨 상관인데?"

-넌 실감 안나겠지만, 나라의 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사람이 쓰러지면 주가가 요동치거든. 오르는데 기대하는 사람이든, 떨어지면 돈을 버는 사람이든. 그 사람들에겐 고회장님의 건강 상태가 돈벌이랑 직결되니까.

"아···."

"그럼 더 삼엄해진 거 아냐?"

-맞아. 검증이 더 철저해졌지. 사돈에 팔촌까지, 싹 다 뒤질 분위기야. 가까운 인척들도 승인 없인 못 들어오고.

"헐, 근데 거길 무슨 수로 돌파해? 개구멍이라도 뚫은 거야?"

-개구멍은 무슨. 너 혹시 기계 좀 다루는 편이야?

"기계라니?"

-전자기기 같은 거 있잖아. Tv나 세탁기 같은.

도훈은 무슨 뜬금없는 질문인가 의아했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컴퓨터는 좀 다루는 편이야."

-컴퓨터? 흠···. 하긴 같은 회사 제품이니까 그것도 괜찮겠다. 좋아, 그럼 넌 이제부터 컴퓨터 기사야.

"대체 뭔 소린데? 알아듣게 설명을 해줘야지."

지연은 도훈에게 저택의 침투 계획을 짧게 브리핑했다.

저택엔 손님 외에도 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 워낙에 그 크기가 거대하므로 유지보수 인력이 외주를 받아 들어오는 것이다.

-외주 업체랑은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해. 비밀 유지 조항을 잘 따르는 업체로 선정해서 경호팀에서 직접 관리하지.

"그런데?"

-근데 그런 인력들까지 매번 일일이 다 조사할 수가 없는 거잖아. 해서 계약된 업체에 대해선 딱히 터치를 안 한단 말이지. 어차피 직원이 실수하면 회사에 어마어마한 누를 끼치니까 알아서 잘 하거든.

"한마디로 내가 그 유지보수 업체 중 하나의 직원인 척 위장을 해라? 컴퓨터 기사로?"

-빙고. 말귀가 좀 통하네. 서류는 내가 조작해 놓을 거야. 그 정도 짬은 되거든. 그러니까 넌 정해진 시간에 저택을 방문하면 돼. 음, 일단 내 업무용 컴퓨터가 고장 난 것으로 하자.

듣고 있던 도훈이 의문을 제기했다.

"근데 그 정도 규모의 저택이면 컴퓨터 보수 인력은 자체적으로 두지 않아?"

-있지. 하지만 상주는 안 시켜. 어지간한 고장은 알아서 고치는 편이고.

"그럼?"

-어지간하지 않도록 고장을 내버려야지. 부품을 꼭 교체해야 하는 식으로.

"아! 그런 방법이."

-아무튼, 들어 오는 데 문제 되지 않도록 내가 미리 다 손을 써 놓을 거야. 넌 연기만 잘하면 돼.

"연기가 내 전공이야."

-웃기시네. 너 체육 전공이잖아.

"복수전공 배우고 있어."

-하여간 말은. 그리고 너 여기서 이상한 수작 부릴 생각하지마.

"이상한 수작이라니?"

-오랜만에 봤다고···. 암튼, 여기선 절대 안 돼. 이건 정말 순수하게 은성아가씨가 보고 싶데서 얼굴만 보는 거니까.

"알았어."

도훈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은성이를 이 기회에 확실하게 내 껄로 만들어야지.’

[왜요? 재벌가 대릴사위라도 하시게요? 하긴 그편이 AV배우 알바뛰는 것보단 금전적으로 도움은 되겠네요.]

‘꼭 돈 때문은 아니고···. 어쨌든 그 정도 인맥을 곁에 둬서 나쁠 게 없으니까.’

도훈이 로시에게 하나 밝히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전 마누라에 대한 복수. 은성의 자금력이나 정보력은 추후에 일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로시에게 말했다간 당장 관두라고 할 게 뻔하니 도훈으 엄한 핑계를 대야 했다.

-방문 일시 문자로 남겨놓을 테니까 절대 시간 놓치면 안 돼. 그리고 이 폰은 오늘부로 폐기될 거니까 연락도 하지 말고.

"무슨 폰을 하루만 쓰고 버려?"

-지금 내 사정이 그래. 이것도 굉장히 무리하는 것이라고만 알아둬.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도훈아.

"응."

-···아니야. 그럼 나중에 보자.

도훈은 지연이 머뭇거린 이유를 깨달았다.

어쩌면 한동안 마지막 통화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훈이 먼저 말했다.

"야, 한지연. 아직 끊지 마."

-왜? 더 궁금한 거 있어?

"나도 너 때문에 가는 거야. 고은성이 날 찾아서가 아니라, 너 보러 가는 거라고."

-치. 말은.

"보고 싶다. 한지연."

-어휴 진짜. 끊어.

뚝-

전화는 끊겼지만 도훈은 한지연이 웃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로시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역시, 카사노바···.]

***

귀가를 마친 도훈은 오랜만에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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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이도훈 (중수1Lv)

보유 포인트 : 22,703p

나이 : 23

특성 : 플레이어, 대물

스킬 : 현재까지 보유한 스킬 갯수 (19개-A:11,P:8)

Active_Skill

*정보창(4Lv)

-상대의 스텟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재능 모방자(3Lv)

-상대의 운동능력을 흡수합니다.

*싸이코메트리(2Lv)

-사물에 담긴 기억을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아직 한발 남았다(2Lv)

-사정 즉시 발기력을 회복하여 2 연사를 가능케 합니다.

*듀얼 쇼크(1Lv)

-스킬 사용 시 손끝에 경련 현상이 유발되어 강력한 진동을 일으킵니다.

*이지 선다(5Lv)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결과를 달리하는 보기가 제시됩니다.

*음양보합술(3Lv)

-성교 후 소모한 양기를 상대로부터 흡수하는 스킬입니다 교합의 횟수가 누적될수록 스킬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마음의 소리(3Lv)

-반경 30m내에 자리한 사람들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커져라 여의봉(3Lv)

-최대 두 시간 동안 물건의 최대발기가 130%까지 확대됩니다.

*현자 타임(2Lv)

-두뇌가 오버클로킹 모드로 변하며 인지와 관련 모든 능력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상식 개변(3Lv)

-상대의 상식을 파괴합니다. 당신이 주입한 개념이 곧 상식으로 변합니다.

Passive_Skill

*처녀 감별사(패시브)

-정보창에 상대의 경험 여부가 표시됩니다.

*관상 쟁이(패시브)

-10초간 상대의 귀를 응시할 경우 질 수축도의 예상이 가능합니다.

*뒤치기의 제왕(패시브)

-후배위 체위 시에 자동으로 발기 강직도가 강화됩니다.

*위대한 유산(패시브, 아이템)

-임신을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문신형 아이템 장착 시 제공되는 패시브 스킬입니다.

*운 빨 대폭발(패시브)

-관계 후 1시간 동안 행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마성의 소유자(패시브)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여 상대의 호감도 상승률을 높이고 하향 속도를 낮춤.

*근성 가이(패시브)

-관계누적에 따라 영구적인 정력의 증강이 이루어집니다.

*중독의 정액(패시브)(1Lv)

-당신의 정액에 매료의 기능이 추가됩니다.

*마법의 정액(패시브)(3Lv)

-당신의 정액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밑으로 스크롤을 내리기도 힘들만큼 어마어마한 목록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이름 옆에 새겨진 중수 1레벨이라는 칭호.

"우하하하! 드디어 중수 달성이구만! 이게 대체 얼마 만이냐?"

[감축드립니다. 주인님. 링링 양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마시라고 일부러 말씀 안 드리고 있었습니다.]

‘이거 마지막에 미소 때문에 달성된 거 맞지? 엄마 젖이 최고?’

[맞습니다. 중수까지 하나 남아있던 위업이 달성되면서 중수에 오르셨습니다.]

‘캬, 정말 이게 뭐라고. 호칭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래도 이제 초보딱지는 확실히 땐 것 같군.’

[주인님 스킬셋 구성만 봐선 중수 2레벨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하수에서 중수로 오시면서 100% 미션 성공률을 달성했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이번 미션은 정말 어려웠어. 처음으로 실패하는 줄 알았다니까?’

[앞으로는 실패도 경험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하수일 때 제공되는 미션과 중수일 때 제공되는 미션은 난이도붙 다르니까요.]

‘그렇겠지.’

[또한 PK단에 대한 대비도 꾸준히 하셔야 하고요. 중수가 된 이상 플레이어 특유의 파장을 감추기 어려울 테니까요.]

‘어느 정도 채비는 갖췄어. 접근 경보장치도 있고, 호신용으로 소환의 호루라기도 가지고 있고.’

[참, 중수부터는 소환 가능한 위인의 등급도 C급으로 상향되니 참조 바랍니다.]

‘오케이. 또 달라지는 건 없나?’

[랜덤 스킬 박스를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랜덤 스킬 박스? 아아, 그렇지. 호칭이 바뀌는 승급 때는 선택권을 준댔나?’

[맞습니다. 호칭 내 승급 때와는 달리 제공되는 두 개의 스킬 중 하나를 택일 하실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집니다.]

‘호오, 오랜만에 뽑기를 하는 기분인데···. 그럼 스킬창을 누르고···. 잠깐.’

랜덤 스킬 박스를 개봉하려던 도훈이 순간 머뭇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나 해서 말이야, 내가 랜덤 스킬 박스에서 튀어나오는 스킬은 모두 운인가?’

[그렇죠.]

‘그럼 내가 운빨이 최고조에 달하면 최상의 스킬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거 아냐?’

[네? 아··· 아! 그런 방법이!]

‘그리고 난 인위적으로 내 운 빨을 조절할 수가 있잖아.’

[대단한 발상입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흐흐. 이건 킵 해놔야겠어. 가만있자 그나저나 누구를 부른다?’

도훈이 핸드폰을 뒤적였다.

< 672. 중수의 자격-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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