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9. 아이돌 vs 돌아이-62- >
마지못해 끌어들이긴 했으나, 막상 도훈을 빼앗긴 결과가 되자 링링도 조금은 샘이 났다.
‘아 한참 좋았는데···. 미소, 저 얄미운 계집애 같으니.’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소를 입막음하지 못했다면, 자신도 도훈도 위험했을 테니까.
‘적당히 만족시키고 치워버려.’
링링은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났구나 싶었다.
크기도 크기지만, 단단함이나 테크닉 또한 나무랄 데가 없는 상대였다.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자극이 무뎌질 때마다 체위를 바꿔가며 구석구석 찔러 왔다. 방중술을 익혀 적절히 대처했기에 망정이지, 까딱하면 좆가는 데로 휘둘릴 뻔했다.
‘미소 치우고 나면 제대로 한 판 붙어야겠어.’
링링은 한켠으로 물러서 우두커니 두 사람의 행위를 구경했다. 오랜만에 삽입이라 그런지 미소는 도훈의 큼직한 물건이 들어박힐 때마다 이루 말 못 할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 엄마야, 앙, 아앙!"
‘엄마는 여기서 왜 찾니?’
보다 못한 링링이 미소를 빨리 보내기 위해 동참했다.
미소의 머리맡으로 올라간 링링은 팔을 뻗어 부푼 그녀의 가슴을 꾹꾹 쥐어짰다. 젖소를 유축하듯 밑에서부터 밀어 올리자, 유두 끝에서 물총 같은 모유가 발사되었다.
찍-! 찍-!
"학, 어, 언니!"
"가만있어. 이래야 덜 아프지."
괴롭히려는 것인지 애무를 하는 것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태도. 지켜보던 도훈이 신기한 듯 물었다.
"와 그게 아직도 나와?"
"유축을 자주 못 해서 그렇죠."
"이렇게 버리기엔 아까운데."
"그럼 오빠가 마시던가요."
링링이 홧김에 내뱉은 말에 도훈이 넙죽 입을 벌리더니 뿜어져 나오는 모유를 입으로 받아 마셨다. 미소는 두 사람의 행태가 어이 없었으나 위에선 링링이 누르고, 밑에선 도훈이 박아대는 통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하아앙, 그, 그러지마 정말 변태 같아!"
"아까워서 그래, 아까워서."
"그, 그게 뭐가 아깝··· 읍!"
미소는 계속 말을 잇지 못했다.
발가벗은 링링이 미소의 얼굴 위로 주저앉더니 입을 틀어막아 버린 것이다. 푸세식 변소에 앉는 자세로 다리를 벌려 앉은 링링은,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어 대며 젖은 봊이를 비볐다. 아무리 봐도 고의적인 동작이었다.
"빨아줘, 미소야."
그러면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도훈에게 키스했다. 도훈은 링링의 신경질적인 태도에, 그녀가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흐흐,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군. 미소 쪽으로 관심이 넘어가니.’
도훈은 이제 양손에 떡을 쥔 처지였다. 원하면 누구든 손에 쥘 수 있었다. 무려 현직 걸그룹씩이나 되는 예쁘고 어린 처자들.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보고 있나, 승부의 신?’
무엇보다 미션을 달성한 것이 기뻤다.
숙소에 잠입할 때부터 온갖 난관에 봉착했지만, 결국엔 미소까지 모두 공략해 냈다. 큐티라는 신생 걸그룹의 절반을 다 꽂아본 것이다.
‘내친김에 그룹 전체를 다 따먹어 버릴까?’
[워워, 진정 하십시오 주인님, 이번 것도 굉장히 무리하신 겁니다.]
‘하긴. 내기의 신하고 대결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쳐들어 올 일도 없었겠지. 근데 왜 미션 성공 알림이 안 뜨지?’
[잊으셨나요? 사정을 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닙니다.]
‘아차.’
미소를 박았다는 생각에 흥분한 도훈은 벌써 모든 것이 끝났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링링이나 미소 둘 중 누구도 공략에 성공한 게 아니었다. 여전히 공략중일 뿐.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은, 내기의 신이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과 똑같았다.
도훈이 살짝 조바심을 느꼈다.
***
"어휴, 진짜···."
이리 뒤척이며 저리 뒤척이길 한 시간 째.
방에서 잠을 청하던 린다가 씩씩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기대했던 도훈과의 시간이 수포가 되자, 억울함과 아쉬움으로 쉬이 잠이 오질 않은 것이다.
린다가 문을 열던 그때, 그녀의 방보다 앞서 누군가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어디 갔어요?"
‘어? 이 목소린 제희잖아?’
린다가 돌리던 문고리를 멈추었다. 본능적으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오빠라니? 제희에게 오빠가 어딨어? 설사 있다고 해도 숙소에서 왜 찾아?’
린다가 문틈 사이로 복도에 나온 제희를 주시했다.
제희는 뭔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화장실 갔나?"
제희는 화장실 문을 열어보더니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누군가를 찾는 행동. 오빠라는 호칭. 결정적으로 포경수술을 마친 남자애처럼 가랑이를 벌린 채 어기적거리며 걷는 걸음걸이.
린다는 제희가 도훈과 한바탕 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이 년 놈들이 진짜!’
배신감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도훈을 끌어들인 건 자신인데, 어찌 제희랑 떡을 친단 말인가? 그것도 자신에겐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납득할 만한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그날 쓰리썸을 했을 때 자기보다 제희가 더 좋았던 것.
둘 다 동시에 먹어보니, 제희가 더 맛있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이 밀린 것이다. 제희에게.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린다는 눈이 뒤집혔다. 자신이 방에서 끙끙대고 있을 때 몰래 둘이서 떡을 쳤다는 사실이 그녀의 머릿속을 하얗게 태워버렸다.
눈에 뵈는 것이 없어진 린다가 쿵쿵거리며 제희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부술 듯이 방문을 두들겼다.
쾅쾅!
"오빠? 대체 어딜 갔다···."
제희가 재빨리 문을 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도훈인 아니라, 미친년처럼 눈이 뒤집힌 린다가 문 앞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오늘 밤 미친년의 등장이었다.
"리, 린다 언니?!"
"썅년, 너 나 좀 보자."
린다가 제희의 긴 생머리를 잡아채더니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제희가 속절없이 끌려갔다.
"아, 악! 이, 이거 놔요. 왜 그러세요!"
"왜 그래? 지금 방안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한바탕 격렬한 섹스를 치른 방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방에 옷가지와 이불이 널리고, 시트 곳곳이 젖어 얼마나 격렬히 떡을 쳤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현장을 목격한 린다는 화가 더욱 치밀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앞에 더 이상 언쟁은 의미가 없었다.
"놔, 놔줘요. 마, 말로 해요 우리!"
"말로 해?"
린다가 머리채를 잡아 침대로 내동댕이쳤다.
제희가 형편없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악!"
제희는 공포에 떨었다. 린다가 한 성깔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더욱이 그녀도 지은 죄가 있었으므로 감히 대들지도 못하고 구석으로 쭈그려 졌다. 추궁이 시작됐다.
"나 몰래 재미 보니 좋았어?"
"미, 미안해요."
"부르긴 내가 불렀는데, 엄한 년이 재미를 봤네? 응? 난 도훈이 끌어들이느라 급하게 먹은 족발 때문에 속이 부대껴 잠도 못자고 있었는데?"
"정말 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 씨발. 일부러가 아니야? 그러면서 이렇게 신이 나서 떡을 치셨어? 재주도 좋다? 이 정도까지 하면서 소리 한번을 안 내고? 아주 열녀 나셨네! 썅!"
린다는 평소 제희가 유난히 신음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자위를 하다가도 신음을 못 참고 자기에게 걸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제희가 도훈과 떡을 치면서도 입도 뻥긋 안 했다는 사실이 더욱 괘씸했다. 자신에게 들킬까 안간힘을 쓰며 입을 틀어막았다는 소리니까.
입을 막은 채 끅끅거리며 몰래 섹스를 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화가 났다. 사람을 가지고 놀아도 정도가 있지 이건 정말 열 받는 일이었다.
한참 씩씩거리던 린다가 찌그러진 제희에게 물었다.
"도훈이 어딨어?"
"모, 몰라요."
"이게 끝까지 도훈일 편 들어? 똑바로 대답 못 해?"
"지, 진짜라구요. 저도 모르게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없어져 있었어요."
"없어져?"
"네···. 혼자 집에 돌아간 것 같아요."
린다가 제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겁에 질린 강아지 같은 눈을 봐선, 절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도훈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개자식. 집에 갔을 리가 없어. 그때도 나랑 호텔 가자마자 제희를 불렀잖아. 생각해보니 여자 따먹으려고 환장한 놈이야. 한 여자론 절대 만족도 못하고. 그런 사람이 제희만 따먹고 홀랑 집으로 사라졌다? 아니지. 절대로 아니야.’
린다는 도훈이 숙소 어딘가에 있을 거라 확신했다.
발정난 개새끼마냥 분명 다른 여자들을 범하고 있을 거라고.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발정난 개를 집안에 풀었음을 깨닫고 말았다. 그것도 자기 손으로.
린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젠 도훈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그에게 배신을 당해 복수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를 짓이기고 뭉게버리고 싶었다.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딴 짓을!’
백번 양보해 제희랑은 쓰리썸을 했던 사이니까 그럴 수 있다 치자.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 만남이니까. 하지만 나머지 맴버까지 건드리는 것은 상도가 아니었다. 이건 범죄나 마찬가지였다.
"너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든 넌 여기서 한 발자국도 꼼짝하지마."
린다의 으름장에 제희가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쩌시려고요···."
"도훈이 이 개자식, 내가 박살 내 버릴 거니까."
"어, 언니!"
"내가 이번 일 그냥 넘어가면 사람 아니다. 나를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쾅!
린다가 부술 듯 방문을 닫고 나왔다. 제희는 안절부절못하며 다가올 파국에 몸을 떨었다. 눈이 획 뒤집힌 걸 보니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단단히 벌어질 분위기였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있었다.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 오빠···! 집 안에 있다면 얼른 도망쳐야 해!’
퍼뜩 생각난 제희가 재빨리 문자를 남겼다.
그러나 진동은 엉뚱하게 침대 프레임 구석에서 들리고 있었다.
"이게 왜?"
놀란 제희가 황급히 침대 틈을 뒤적이자 도훈의 핸드폰이 거기서 나왔다. 아까 옷을 벗는 틈에 자기도 모르게 빠뜨린 것이었다. 제희는 도훈의 핸드폰을 망연자실 쳐다보며 덜덜 떨었다. 모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모든 우연이 파국을 향해 몰아가는 중이었다. 마치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조, 좃됐네."
제희의 방을 나온 린다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사방을 뒤졌다.
"어디 갔어? 나와!"
하지만 모든 방을 다 뒤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국내에서 탑에 꼽히는 소속사 선배 소녀 전선이 쓰던 숙소라 그런지 집도 무척 넓고 방도 많았다. 린다는 발정 난 도훈이 어디로 숨었을 지 생각했다.
‘하긴 놈이 미치지 않은 이상에야 처음보는 여자한테 달려들었을리 없지. 분명 그때 만난 멤버 중 하나일거야.’
제희를 제외하면 링링과 미소가 남는다.
린다는 제희의 건넛방인 미소의 방부터 뒤졌다.
쾅-
"이미소!"
그러나 문을 두드리는 순간 잠겨 있지 않은 방이 바로 열려 버렸다. 린다가 의아해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갔지?"
린다가 매의 눈으로 샅샅이 방을 뒤졌지만, 미소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도 들렀으니 미소가 2층에 없는 것은 확실했다.
"뭐야?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린다는 미소가 도훈과 함께 나갔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정이 넘어간 시각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순 없는 일이었다.
미소의 방을 나온 린다는 1층에 있는 있는 링링의 방을 떠올렸다.
‘그래. 어쩌면 링링의 방에···.’
린다가 성난 발걸음으로 링링의 방으로 향했다.
이미 그녀에게 걸그룹의 존속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어차피 취미로 시작한 일 데뷔하자마자 와해되어 버린다 해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도훈, 부셔버릴 거야.’
린다가 이를 부득 갈았다.
***
도훈은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도 한 번 겪어본 적이 있는 감각이었다.
무엇인가 좆되려고 할 때마다 기시감처럼 그를 사로잡는 기운. 바로 플레이어의 특권인 감지 기능이었다.
‘로,로시 뭔가 잘못됐어.’
[네? 잘 되어가는 거 아닌가요?]
도훈은 지금 두 사람을 침대에 나란히 눕혀놓고 돌려먹는 중이었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 박아대며 쓰리썸의 극치를 맛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직감은 확실한 경고를 보내왔다.
몸은 열심히 움직이는데 등판으로 소름이 돋으며 식은 땀이 났다.
무엇을 놓쳤을까?
분명 내기는 끝나지 않았다.
내기의 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젠장! 린다!’
[예? 린다요?]
‘분명해. 린다가 폭주하고 있어!’
[그럴리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장관리의 충돌 경보가 울렸을 겁니다.]
‘아니야. 확인해봐.’
로시가 재빨리 어플에서 호감도를 체크했다.
잠시후 떨리는 목소리로 로시가 대답했다.
[이, 이럴 리가. 동선이 잡히질 않습니다. 어장에서 이탈했습니다.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 같습니다.]
‘젠장. 걸렸어!’
도훈은 린다가 눈치 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제희가 칠칠맞게 걸렸을 것이다.
도훈이 떨리는 눈으로 문을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심장이 떨렸다.
질투에 눈먼 여자만큼 무서운 사람이 있을까?
도훈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승부의 신, 이 개새끼가!’
< 669. 아이돌 vs 돌아이-62-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