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5. 아이돌 vs 돌아이-58- >
***
확실히 남자 홀리는 법을 아는 여자다.
아니, 꼴리는 법을 안다고 해야 할까?
붉은 등불 하나만 달랑 켜진 방. 홍등가를 연상시키는 야한 조명색이 평범한 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방 한가운데서 나는 희롱을 당하고 있다.
수족이 묶이지 않았는데도, 알 수 없는 구속감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나는 링링에게 완전히 기선을 제압당했다.
‘읏, 뭐, 뭔데 이렇게 꼴리지?’
나보다 어린 여자에게 멋대로 휘둘리는 와중에 주체할 수 없게 꼴려버렸다. 불과 10분 전, 진한 백탁액을 쏟아냈다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다.
하긴 여자 중 가장 꼴리는 여자는, 예쁜 여자도 아니고 몸매 좋은 여자도 아니고 처음 하는 여자라는데 링링은 그 와중에 얼굴도 예쁘고 몸매까지 좋으니 안 꼴리곤 버틸 수가 없었다. 아! 내가 꼴리건이라니.
[고수는 고수로군요. 주인님을 제대로 농락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내가 처한 상황을 완벽하게 이용한달까?’
비공식적인 초대.
지금 나는 가택을 무단 침입한 범죄자 신세다.
더구나 이곳은 여자 아이돌 여덟 명이 자는 숙소.
비유하자면, 여대 기숙사를 무단 침입한 것에 준하는 범죄인 셈이다.
링링은 나의 잠입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당사자인 린다 마저 속여 넘겼던 나로선 굉장히 당황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링링이 귓가에 뜨거운 바람을 넣으면 또다시 속삭였다.
"···맛보고 싶지 않으세요, 저를?"
나도 모르게 철없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반응을 가까스로 억제했다.
‘네가 방중술의 대가라 한들 나 역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겪은 고수란 말이야.’
[산전, 수전, 공중전이요? 주인님이 언제요?]
‘왜 MT 가서 나무에 묶여 야외 플레이한 게 산전이고, 고성민 별장에 놀러 가서 온천에서 한 것이 수중전이지.’
[그럼 공중전은요?]
‘저번에 일본 갈 때 스튜어디스랑 비행기에서.’
[듣고 보니 그럴 싸 하군요.]
‘아무튼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우습게 보였다간 아주 진액까지 탈탈 쥐어짤 기세야.’
섹스엔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남성 우월주의적 시각이라기 보다 나의 일관된 철학이다.
박는 건 남자요, 박히는 건 여자다.
박는 사람이 키를 쥐어야 한다.
"···글쎄. 방금 제희랑 질펀하게 물 빼고 와서 영 당기질 않는데."
그것은 도발이었다.
너 정도론 날 꼴리게 할 수 없어, 라는 명백한 시비.
링링은 풋-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군요. 이렇게 커져서는 딴소리라."
어느새 의자 앞으로 돌아온 링링이 발기된 대물을 가리켰다.
나는 뻔뻔한 태도로 반박했다.
"그게 아니라, 원래 좀 큰 편이라서 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뭐?"
링링 불쑥 허벅지 사이에 걸터앉았다.
한 쪽 발에 무게가 실리자 나도 모르게 바짝 힘이 들어갔다.
무릎 사이에 허벅지를 끼운 링링이 말했다.
"중국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알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니까."
"그래서 여자도 많지만, 남자도 많죠."
"근데?"
"제가 거기서 만난 남자 중에 도훈 오빠보다 큰 사람이 없었을까 봐요?"
큭.
제대로 한 방 맞았다. 나 정도로 크다는 소리 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크기만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자는 하수다. 사이즈는 최소한의 충분조건일 뿐 필수조건이 아니다.
"크기만 큰게 문제가 아니지. 남자는 단단해야지."
"그으래요?"
링링이 목마를 타는 것처럼 골반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자 가랑이 사이가 허벅지에 비벼지며 음탕한 느낌이 났다. 저 뭉글몽글한 촉감은 분명 봊이가 틀림없다.
‘읏-. 이 요물 같은···.’
내 표정이 변하자 링링이 씩 웃더니 바지 지퍼를 내렸다. 후크가 주륵 흘러내리며, 공간 틈으로 대물이 튀어나왔다.
음부를 비벼대던 링링이 팬티 위로 대물의 기둥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그럼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볼까요?"
일부러 힘을 바짝 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단단한 것 하나는 자신있다.
어차피 서양 대물쯤 되면 20Cm부터 시작.
유명 배우 중엔 30Cm를 넘나드는 괴물도 존재한다.
그런 특대형 대물까지 피지컬로 이길 순 없다.
결국 강도로 승부해야 한다.
크기만 큰 물렁 잦이보단 속 꽉 찬 돌잦이가 값어치 있는 법.
과연 물건을 만지던 링링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허풍쟁이는 아니었네요."
"난 허튼소리를 모르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쓸만하다는 소린 아니에요."
링링이 얄밉게 혀를 내밀더니 일어섰다.
아까부터 줄 듯 말 듯 간만 보는 태도에 점점 피가 끓었다.
방금 전까지 그녀가 걸터앉은 허벅지 위로 물자국이 보였다.
‘젠장, 남자를 가지고 노는구만 그래.’
[능수능란 하네요. 경험 많은 티가 납니다.]
‘방중술을 배운 게 아니라 여우짓을 배웠는데?’
[여러모로 만만치 않은 상댑니다. 승부의 신이 내기를 건 이유가 있었군요.]
‘흥. 티를 안 낼뿐이지 몸이 단 건 링링도 마찬가지야. 저 물자국을 보라고. 아주 터지기 직전이니까.’
안달 내는 모습을 보고 싶겠지만 어림없다.
생각대로 휘둘리지 않는다.
"링링은 얼마나 참았지?"
"···네?"
취조받듯 질문에 대답하기만 해선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나는 역으로 물었다.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을 거 아니야. 당연히 남자도 없을 거고. 계속 참기만 한 거 아냐?"
"갑자기 제 성생활이 궁금하신 이유가 뭐죠?"
"칼도 안 쓰면 녹슬기 마련이거든. 아니, 이 경우엔 거미줄을 쳤다고 해야 하나?"
이마를 짚고 "큭큭" 웃었다.
중2병 같은 모습이지만,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거미줄이요?"
시종일관 여유 넘치던 링링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나의 역공이 먹혀든 것이다.
너가 잘난 것처럼 떠들어 봐야,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남자 하나 없는 신세지 않느냐. 중국에도 거미줄 친다는 말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 의미를 확실히 전달된 듯했다.
발끈한 링링이 끈으로 묶은 나이트 가운을 확 벌렸다.
순간 감추고 있던 화려한 란제리가 드러났다.
"와···!"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벗은 것보다 적당히 감춘 게 더 섹시하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의상을···.’
브라는 꼭지를 겨우 가릴 만큼 비좁은 형태.
대부분 끈으로 이루어졌으며 물방울 같은 유방의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팬티 또한 손바닥보다 작은 티팬티였다. 끝이 살짝 젖어 있어 더욱 음란해 보이는 팬티가 아슬아슬 삼각주를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허벅지에 걸쳐진 검은 가터벨트. 오버니삭스 높이로 올라온 스타킹에 이어진 검은 색 끈이 유난히 섹시했다.
"다시 한번 말해봐요. 방금 거미줄이라고 했어요?"
화려한 란제리와, 그 속에 감춰진 폭발적인 몸매에 잠시 움찔했지만 나는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 역시 나만큼 남자 경험이 많았다. 본인의 섹스킬에 자부심을 느끼며, 어떤 남자를 만나도 꿀릴 게 없다는 오만함으로 뭉친 여자였다.
"그래. 내 물건이 박히기나 할지 모르겠어. 오랫동안 안 하면 뻑뻑해진다는데."
"정말이지···."
링링이 가운을 완전히 벗어 던지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탐색전이 끝났으니 이제부턴 기술 대결의 시작이었다.
"오빤 혼 좀 나봐야 겠군요."
링링이 내 위로 올라탔다.
***
"뭐였을까 대체?"
잠들기 전 나이트 크림을 바르던 미소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왜 그 재수 덩어리가 제희 언니를 염탐하고 있었을까?"
누가 봐도 수상한 동작이었다.
스토커나 할 법한 행동이 멤버들 사이에 벌어졌다.
미소가 납득 할 수 있는 설명은 단 한 가지였다.
"미친. 혹시 레즈 아니야?"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
그게 아니고서야 남의 방문 앞에 귀를 대고 훔쳐 들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미소는 스스로 생각해도 지나친 억측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저었다.
"아니야. 린다 고년이 얼마나 남자를 밝히는 데?"
린다의 남성 편력은 유명했다. 대표조차 두 손 들 정도로 뻔질나게 외박해댔으니까.
"아니지. 밖에 나가서 남자를 만났는지 여자를 만났는지 알게 뭐람?"
하긴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그녀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던 미소였기 때문에, 린다의 모든 행동이 부정적으로만 보였다.
"가만. 그럼 설마 제희 언니랑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 말이야?"
거울 보던 미소가 눈을 번쩍 떴다.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엉덩이가 근질근질해 가만있을 수 없었다. 화장대에 시계를 보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 내일 스케쥴을 생각하면 이대로 자는 것이 옳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하지 않으면 밤새 뒤척일 것 같았다.
"아니지. 이건 그룹의 성공과도 직결되는 문제야. 걸그룹 멤버끼리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라도 나 봐. 만에 하나 정말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빠는 사이라면 일찌감치 뿌리를 뽑아야지."
미소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만약 린다와 제희가 다시 기회를 엿본다면 모두가 잠든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였다.
‘흐흐. 린다를 쫓아낼 명분이 생겼군.’
미소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슬금슬금 방문을 나섰다.
그녀의 방은 제희의 바로 맞은 편. 만에 하나 두 사람이 엉겨 붙어 있다면 문밖에도 소리가 세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미소는 아까 전 린다가 한 것과 똑같이 방문에 바짝 한쪽 귀를 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제희의 방은 적막만이 가득했다.
‘흠, 너무 넘겨 짚었나?’
미소가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때.
1층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으응!"
그것은 방탕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미소에겐 너무도 익숙한 소리였다.
‘시, 신음?’
미소가 놀란 표정으로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 보았다. 1층은 주로 식사를 하거나 TV를 보는 생활 공간. 1층에 개인 방이 있는 멤버는 동갑내기 친구인 나라와 링링 뿐이었다.
미소가 놀란 표정으로 1층을 쳐다보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최근 욕구불만이라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또 한 번 확실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미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갔다.
‘맞아. 만에 하나 린다와 제희가 숙속에서 쿵짝을 맞춘다면 굳이 들을 귀가 많은 2층에서 일을 벌이진 않을 거야. 1층에도 장소는 많으니까.’
1층은 생활 공간이었기 때문에 비어있는 장소가 많았다.
10인용 테이블이 놓인 주방이라던가, 세탁기가 두 대가 설치된 세탁실. 그도 아니면 화장실이나 발코니처럼 넓은 베란다도 있었다.
미소는 둘의 비행을 반드시 캐고 말겠다는 각오로 1층으로 내려갔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계단을 밟는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들뜬 것처럼 보였다.
‘흥, 남자가 그립다고 어떻게 여자들끼리···. 린다야 워낙에 막장이라 예상했지만, 제희 언닌 정말 의외구나. 물론 린다의 꼬임에 빠졌겠지만.’
1층에 도달한 미소는 예상했던 장소를 하나씩 뒤졌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두 사람은 없었다. 혹시 자신의 접근을 눈치채고 숨을 곳으로 예상되는 장소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어디에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소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들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쯤 되면 자신이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때.
"···오빠 짖궂은 데가 있네?"
미소의 머리털이 쭈뼛 섰다.
소리의 근원지는 전혀 예상 못했던 링링의 방이었다.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온 소리라 극히 작았지만, 온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미소에겐 천둥처럼 크게 들리는 소리였다.
‘리, 링링의 방이잖아?’
미소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방금 전 흘러나온 소리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첫째, 링링이 숙소로 사람을 불러들였다는 것.
둘째, 그 사람이 바로 남자라는 것.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지금 응큼한 짓을 벌이는 중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믿었던 링링이···.’
링링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다.
못하던 한국어도 치열한 노력을 금세 모국어처럼 소화했고,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어는 것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과 어딘가 멍해 있는 모습이 쓸쓸한 느낌을 주었기에 미소는 먼저 나서서 링링을 챙기는 편이었다. 타국까지 와 성공하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정말 착하고 예쁜 언니라면서, 나중에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팅도 시켜준다고 했었는데···.
미소의 눈빛이 배신에 대한 분노로 이글거렸다.
당장이라도 문을 벌컥 열어 창피를 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
링링의 애무를 받고 있던 도훈은 왠지 뒤통수가 따가웠다.
처음에 수동적으로 끌려오느라 방음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난 것이다.
‘아차, 문도 안 잠군 것 같은데···.’
도훈이 목덜미를 빠는 링링을 슬쩍 밀치며 말했다.
"링링. 근데 우리 문 잠궈야 하는 거 아냐?"
"문은 왜요?"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겁쟁이네."
"뭐라고?"
"1층 방을 쓰고 있는 건 나랑 또 한사람 뿐이에요. 그리고 그 친구는 밤에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을 드는 타입이구요."
링링의 대답에도 도훈은 안심할 수 없었다. 방문의 시건 여부를 떠나 신음이 새어 나가는 것을 차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왠지 불안한데.’
[아까처럼 아이템이라도 바르시는 게···.]
"그래도 영 신경쓰여서···."
도훈이 일어서려고 하자 링링이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자꾸 김 새게 이럴 거에요?"
< 665. 아이돌 vs 돌아이-58-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