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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69화 (642/2,000)

< 651. 아이돌 vs 돌아이-44- >

보면 볼수록 신기한 아이였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초대남 이벤트를 응하는 이들은 많다.

남과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거나, 어느 날 발정이 너무 심하게 와서 엉겁결에 응모를 했는데 당첨이 되어 버리는 경우다.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어중이떠중이들을 사전에 걸러낸다고 하지만, 문자 검증만 가지곤 완벽한 필터링이 될 수 없었다.

결국 그런 초대남들은 대게 완전히 쫄아서 기가 죽어 있거나, 3p 플레이까지 가더라도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둘 이상이 함께하는 섹스에 대헤 정신적인 면역이 전혀 안 되는 것이다.

경험이 적은 20대 청년들이 주로 그랬다.

허우대만 멀쩡하지 막상 본 게임에 들어가선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을 간다면서 냅다 줄행랑을 치는 사례도 있었다.

‘확실히 달라. 눈빛부터가.’

반면 도훈은 나이는 어린데 전혀 주눅 든 티가 나지 않았다. 얼굴만 보면 말끔하고 순진한 청년 같은데, 말투부터 자세까지 10년은 더 묶은 베테랑처럼 굴었다.

어떻게 20대 초반에 저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걸까?

‘하긴···. 경험이 많다고 했었지? 이런 쪽은 나이가 전부가 아니니까.’

환희가 중년을 선호하는 건 본인의 취향 탓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대체로 섹스 횟수는 나이에 정비례하기 마련이며,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들이 훨씬 느낌이 좋았다.

그러나 도훈은, 본인 말에 따르면 누구보다 많은 여자를 만나왔다. 어쩌면 그 수많은 경험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하는 걸지도 몰랐다.

쿵-!

도훈이 또 한 번 도끼를 내리쳤다. 자신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 일부러 근육을 크게 부풀려 박력 있게 찍어댔다. 환희는 쩍 갈라지는 게 장작이 아니라, 자신의 도끼 자국이었으면 하고 소망했다. 힘차게 그곳을 내리찍어 주기를.

"야채 씻어 왔어요."

"왔구마잉. 아야, 장작 고만 패고 고기나 먹자잉. 힘 넘친다고 다 쏟아 블고 나중에 본 게임 때 나가떨어지지 말고."

도훈은 도끼를 장작에 꽂은 채로 팔을 들어 이마의 땀을 훔쳤다.

"뭘 이 정도 가지고···. 밥이나 먹죠."

네 남녀가 야외 테이블에 오붓하게 둘러앉았다.

누가 보면 영락없이 가까운 지인끼리 펜션에 놀러와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 하지만 실상을 파헤쳐보면 그야말로 변태들의 회합이 아닐 수 없었다.

식사를 하는 중에도 의미심장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나는 고기도 살짝 핏물이 배어있는 게 좋더라고. 육즙이 뚝뚝 떨어질 때 기름장 콕 찍어 가꼬 먹어 블믄! 흐흐, 역시 고기도 여자도 날 것이 좋당께."

"하하. 대산이 형님이 맛 좀 볼 줄 아시네."

어느새 대산을 형님이라고 칭한 약사 남편이 그에 동조했다. 대산이 계속 떠들었다.

"나가 생긴 건 이래도 은근히 미식가여. 전국을 떠돌 때부터 맛난 것만 골라 먹고 다녔거든."

"자주 돌아다니세요?"

"그라제. 반년 전에는 천안에 있었고, 석 달 전 가지는 부산 기장에 있었응께. 경기도 올라온지는 한 달이고. 다음엔 또 어디로 갈지 나도 모르겄어."

"이동하시느라 고생하시겠네요."

"나야 이 생활 이골이 났응께. 그래서 이 나이 이때 까정 장가도 못 가브렀제."

"장가 못 가도 잘 풀고 다니지 않으세요, 오빠?"

고기를 집어 먹던 환희가 새초롬하게 물었다.

"나? 잘 싸고 댕기 제. 이쪽이 또 은근히 현찰 장사란 말이여. 씨도 많이 뿌리고 돈도 많이 뿌리고 댕겠제."

"아항."

대산이 갑자기 도훈을 향해 말했다.

"아야, 근디 너는 무슨 운동 한디 몸이 그라고 좋냐잉."

"저요? 뭐 그냥 이것저것 해요. 구기도 하고 헬스도 하고."

"와꾸 본 께 냄비를 신나게 따먹고 다녔겄구마잉."

"그냥 뭐···."

"그려? 몇 명이나 따 묵어 봤는디?"

도훈은 대화에서 대산이 은근히 자기를 견제하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몇 명을 대답하든 대산은 자기가 경험이 더 많다고 유세를 떨것이 분명했다.

‘흥, 얕은 수작에 놀아날 줄 알고?’

"글쎄요? 세본 적도 없는데···."

"그래도 대충 있을 거 아니여. 손가락 발가락으로."

손가락은 10개니 10명 이상.

발가락까지 더하면 20명 이상이란 소리다.

도훈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손가락, 발가락으로 셀 여자는 이미 대학교 오기 전에 끝났죠."

"왐마, 요거시 보통 물건이 아니구마잉."

"왜요? 아저씬 몇 명인지 기억이 나나 봐요?"

도훈의 역공에 이번엔 대산이 맞받았다.

"나도 기억도 안 나븐디."

"그쵸. 헤아릴 수 있다면 많은 게 아니죠."

두 사람의 은근한 신경전에 약사 남편이 불을 붙였다.

"뭐, 다들 경험은 쟁쟁하신 것 같네요. 근데 혹시 그룹 섹스도 많이 해보셨어요?"

"때씹 말여?"

"네. 뭐 일대일이야 바람기 많은 남자라면 당연히 많을 수밖에요. 하지만 그룹으로 하는 경우는 흔한 게 아니니."

"말이라고 한당가. 내가 첨 아다 뗀게 때씹이었는디."

"정말요?"

대산이 오랜 기억을 떠올리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그란께 그때가 고등학교 자퇴할 때쯤인께··· 열 여덟살인가?"

대산은 공부와 담을 쌓은 인물이었다.

쉽게 말해 싹수가 노랬고, 당연히 학창시절부터 양아치였다.

"우리 동네에 약간 모자란 딸래미가 있었단 말여."

"애요?"

"아니, 고3인가 스무살이던가? 나이는 제법 차서 젖탱이가 빠방하게 나왔단 말이제."

"아아."

"한 번은 친구들끼리 술 먹고 놀다가 누가 그러는 거여. 걔 따먹으면 어떻겠냐고."

도훈은 대산의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씨발, 범죄 고백아니냐?’

[왠지 그런 것 같은데요.]

‘와, 이런 쓰레기 새끼를 봤나.’

"그래서요?"

잠자코 있던 환희가 눈을 반짝이며 대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원래 시골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하거든. 괜찮은 아가씨 있으면 확 보쌈해가꼬 따먹어 버리는 거."

"그럼 그 여자를···."

"글제. 먹을 걸로 살살 꼬드겨서 폐가로 유인 해가꼬···. 친구 셋이서 신나게 돌려 브렀제."

"와···."

‘저 인성 쓰레기 같은 새끼를 확 그냥!’

[참으십시오. 주인님이 화낸대서 달라질 건 없습니다.]

‘아으. 내가 미션만 끝나면 두고 보자.’

"근디 웃긴 게 있었단 말이지."

대산이 소주를 한 호흡에 털어 넣으며 말을 이었다.

"네?""뭐가요?"

"아니, 우리는 분명 피가 날 거라고 생각했거든."

"처녀막이요?"

"어. 근디 피가 안나는 거여."

"설마···."

"알고 본께 이미 동네에서 할배들이 돌리는 가시나 였더라고."

"와···."

"그냥 동네 좆집이었던 거제. 암튼 내 첫 아다를 돌림빵으로 때브렀어."

도훈은 점점 듣기가 역겨워져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좀요."

"어, 저기 펜션 안 쪽에요."

"아따 뭐 던다고 거까지 간 다냐. 그냥 수풀에다 갈겨브러."

도훈은 껄껄거리는 대산의 표정을 쏘아본 뒤 노상방뇨를 하러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뭐 저런 범죄자 새끼가 다 있어? 이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자백만으론 입증하기 힘든 사건입니다. 물증도 찾기 힘들뿐더러, 고등학교 때 일이라면 공소시효도 끝났을 가능성이 높구요. 애초에 사건 접수나 제대로 됐는지가 의문이네요.]

‘으···. 두고 봐. 저새낀 내가 조져 버릴 테니까.’

[근데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 겁니까?]

‘나도 여자 많이 따먹고 다니지만, 저건 아니잖아. 강간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지. 그것도 정신지체아 같은 장애인을 집단 윤간 했다는 소린데.’

도훈은 결코 선인은 아니었지만, 악인이라고 부를 순 없는 인물이었다.

남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 놓고, 술자리 안줏거리로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는 대산의 면상에 한방 갈겨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자중하셔야 합니다. 대산이 허세를 부리려고 거짓말을 지어낸 걸 수도 있구요.]

‘더러운 얘기 들으니까 귀가 썩을 것 같네. 담배나 피우고 가야지.’

노상 방뇨를 끝내고 담배를 꺼내 피우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여기 있었네?"

"어?"

도훈을 뒤따른 사람은 환희였다.

"나도 쉬하러 왔어."

"네?"

환희는 씩 웃더니 그대로 엉덩이를 까고 수풀에 주저앉았다.

"남자들만 밖에서 싸라는 법 있니?"

"그렇긴 한데···."

도훈은 갑작스러운 도발에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몰라 고개를 돌렸다.

"망이나 좀 봐줘. 다른 사람들은 내가 펜션 들어간 줄 알거든."

환희는 사실 빈정 상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도훈이 신경 쓰여 따라온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겐 주방에서 쌈장을 더 가져오겠다며 거짓말을 했다.

쏴아아아-!

해가 넘어간 뒤라 사방이 어둑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오줌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도훈은 머쓱한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 댈 뿐이었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주인님을 떠 보려는 게 아닐까요?]

‘흐음.’

소변을 마친 환희가 엉덩이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에이, 휴지를 안 가져왔네."

그 모습은 마치 방아찧기 자세와 유사했으므로, 굉장히 음탕해 보이는 동작이었다.

"정우야."

"네?"

"휴지 가진 것 없니? 이러면 찝찝한데."

"없어요."

"그래? 그럼 팬티 버려야 하나?"

환희는 꽉 끼는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와 팬티를 모두 발목에 걸친 상태였다. 그녀는 소변 눈 그대로 벌떡 일어서더니 발목에 걸쳐진 옷을 모두 벗어 버렸다.

순식간에 하의 실종이 된 그녀는 도훈의 뜨악한 표정에도 아랑곳 않고 바지에 겹쳐진 팬티를 분리해 냈다.

"난 여기 젖어 있으면 찝찝해서."

그러면서 사타구니를 쩍 벌려 팬티로 밑을 닦는데 그 모습이 요망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도훈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 느릿느릿 밑을 쓱싹 거리며 오랫동안 문질렀다.

"어휴, 대산 오빠 얘기 듣고 너무 젖어 버렸나? 왜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오지?"

"······."

"너도 아까 꼴렸니?"

"아뇨."

도훈이 고개를 저었다.

"왜?"

"전 역겨워서 귀가 썩을 것 같던데요."

"그랬어?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

"전 강간 같은 건 질색이에요. 여자를 강제로 덮친 게 뭐가 자랑이라고."

"남자가 못 참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 자기가 하고 싶다고 아무나 덮치게?"

"왜? 너도 나 지금 따먹고 싶지 않아?"

젖은 팬티를 수풀에 던져버린 환희가 하의가 실종된 상태로 도훈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도훈은 움찔 놀랐으나,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지었다.

"말해봐. 나한테 박고 싶지 않아?"

도훈은 어쩔 수 없이 환희를 쳐다보았다.

제모를 한 듯 삼각주 부분만 남겨진 음모가 보였다. 밑으로 두툼한 조갯살이 삐죽 튀어나온 게 어지간히 흥분해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요?"

"응. 대산 오빠가 박기 전에 먼저."

도훈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쉽게 미션을 해결할 기회가 오리라곤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때 멀리서 차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펜션 안으로 진입하는 소리였다.

환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언니 왔나 부다. 하여간 타이밍도 참."

환희가 입맛을 다시며 노팬티 상태로 바지를 입었다. 그러고는 멀뚱히 서있는 도훈의 사타구니를 쓱 한번 주물럭 거리며 물러났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아···."

"난 뒤로 돌아가서 펜션 입구로 나갈게."

환희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도훈을 지나쳐 건물 뒷문으로 들어갔다. 도훈은 그제야 천금같은 기회를 놓친 데 아쉬움을 느꼈다.

‘아아! 이런 빌어먹을. 내가 왜 바보같이 망설였지?’

[대산의 이야기에 너무 신경 쓰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로시의 말이 사실이었다.

도훈은 윤간의 경험을 자랑스레 떠들어 대는 대산에게 분노를 느꼈고, 순간적으로 미션을 망각해 버렸다. 그 와중에 환희가 도발해 오자 당황하며 주춤해 버린 것이다.

‘젠장. 멍청이 같으니.’

[기회는 분명 또 올 겁니다. 다만 주변 사람에게 너무 휘둘리시면 곤란합니다.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미션에 집중하셔야죠.]

‘알았어. 유념할게.’

도훈이 심기일전하며 다시 야외 바비큐장으로 갔을 땐 새로운 부부가 합류한 상태였다.

남자는 머리가 벗겨진 40대 중년인이었고,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30대 초중반의 미시였다. 쌍꺼플이 짙고 화장이 화려한 게 수수한 환희와는 정반대의 이미지였다.

"어, 저기 왔네. 아야, 니는 오줌빨이 얼마나 가늘믄 이라고 오래 걸린다냐."

"담배 피우다 왔어요."

"그랬어? 암튼 인사혀, 아까 말한 손님들이란다."

"안녕하세요."

도훈이 꾸벅 인사를 건네자 화장이 짙은 여자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어머어머, 진짜로 영계잖아? 자기 딱 내취향이다."

그녀는 처음 보는 도훈의 손을 맞잡더니 유난을 떨며 인사했다.

"반가워. 난 연정이라고 해. 신연정, 이쪽은 내 남편."

"잘 생긴 친구네."

대머리 남편은 부인이 처음 보는 남자에게 달라 붙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흐뭇하게 바라보는 표정이, 마음데로 해도 좋다는 무언의 허락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언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들이대시는 거 아니에요?"

도훈보다 먼저 합석해 있던 환희가 연정을 향해 시큰둥하게 말했다.

"왜? 네 취향은 아니지 않아? 넌 나이 든 사람 좋아하잖아."

"내가 언제? 난 잘하는 사람이 좋은 거지."

"호호, 어쨌든 애 내가 찜했어. 듬직한 게 딱 내 스타일이야."

연정은 남편이 옆에 있는 둥 마는 둥 신경쓰지 않고 도훈의 두꺼운 팔뚝을 어루만졌다.

< 651. 아이돌 vs 돌아이-44-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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