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2. 아이돌 vs 돌아이-35- >
커피를 들고 온 도훈은 잠시 까페에 앉아 예림과 대화를 나눴다. 새벽녘 까페에 단둘이 있으니 심야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었다.
"요샌 뭐 하고 지내?"
"뭐하긴 집에서 뒹굴지."
"지금 학교 휴학 중 이랬나? 복학은 안 해?"
도훈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홀짝였다. 새벽에 마시는 커피라 그런지 더 고소한 맛이었다. 카페인이 들어가자 강제로 각성으로 피곤했던 정신이 점점 명료해 지고 있었다.
"원래 살 빼고 나서 다시 나가려고 했는데···. 모르겠어, 요샌."
"무슨 말이야?"
"어차피 졸업장만 보고 다니는 대학 계속 다녀야 하나 해서."
예림이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유독 길어 보이는 손톱 위엔 각종 장식물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나 사실 요새 네일아트 배우고 있거든."
"네일아트?"
"응. 손톱 꾸미는 거. 공부하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예림이 은근슬쩍 손톱을 자랑했다.
"이것도 내가 꾸민 거야. 예쁘지?"
도훈은 손톱 손질엔 별 관심 없었지만, 예림의 관심사라고 하니 호응을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네."
"와, 영혼 일도 없는 거 봐!"
"아니 그냥.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이쁘긴 하네."
"됐어! 엎드려 절 받는 것도 아니고. 흥!"
예림이 버럭 짜증을 냈지만, 도훈은 그 모습에 적잖이 안심되었다. 강간미수의 충격으로 우울증을 겪던 예림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하긴. 저쪽으로 아예 진로를 트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지금 다니는 대학 마지못해 학력 때문에 다니는 거잖아. 비싼 등록금내고 허송세월할 바에야 좋아하는 일, 일찍 뛰어드는 것도 나쁘진 않지. 요즘 시대에 대학 졸업장이 대수도 아니고.’
"근데 그거 돈은 좀 되나?"
"뭐, 나름 먹고 살만 한 가 보더라고. 진짜로 한다고만 하면야 집에서 샵 정돈 차려주겠지."
"참, 아까 통화할 땐 무슨 뜻이야? 집에 늦게 들어가도 상관없다니?"
"울 엄빠 계모임 때문에 제주도 놀러 갔거든. 지금 집에 동생 뿐이야."
"아···."
"혹시 나중에 엄마가 전화로 확인할지 몰라서 동생은 미리 매수해 놨어. 어차피 걔는 내가 언제 들어가건 신경 안 쓰긴 하지만."
"그래서 오늘 꼭 보자고 한 거야?"
"야! 솔직히 너도 무책임한 거지. 분명히 나한테는 다이어트 제대로 시켜준다고 했었잖아!"
"보니까 효과는 충분한 거 같네."
"뭐?"
예림이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턱살이 빠지면서 갸름해진 턱선이 제법 날렵했다. 슬슬 예전의 미모를 찾아가는 게 느껴진다. 살이 쪄도 봐 줄 만한 걸 보면 타고난 원판이 워낙에 좋은 편이다.
"너 살 빠졌지?"
"응."
"얼마나?"
"글쎄 한 3~4킬로? 아직 목표치까진 멀었어."
"거봐, 그래도 저번에 나랑 만나고 나서 빠진거잖아."
"뭔 소리야? 나도 운동 꾸준히 하는데. 아침마다 고수부지 한 시간씩 달리는 게 쉬운줄 아니?"
"한강 변을? 집에서 가까워?"
"어. 우리 집에서 나가면 코 앞인데?"
"이야, 너네 집 부자구나."
도훈은 예림이 철벽녀였던 이유를 한 가지를 더 떠올렸다.
얼굴이 예쁘다는 것과, 집이 상당히 잘 산다는 것.
한마디로 있는 집 딸래미였다.
"왜? 한강뷰 아파트에 산다니 갑자기 욕심나?"
도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예림은 잘 모르지만, 도훈은 이미 돈 많은 여성이라면 여럿 만난 적 있었다. 애자매만 해도 일반인 수준에선 범접할 수 없는 레벨이었고, 삼현 그룹의 막내 손녀 고은성은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수준이다. 천외천이랄까?
‘그나저나 한지연 얘는 요새 왜 도통 연락이 없담?’
[삼현 그룹 비서실 경호원 말입니까?]
‘어. 저번에 고은성한테 우연히 연락 온 다음 쁘락치로 심어놨는데, 그 뒤론 감감무소식이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요.]
‘하긴. 지금 아이돌 공략도 시급한데 여기에 고은성까지 얹어지면 대가리 터질 듯.’
"무슨. 내가 돈 보고 여자 만나는 줄 알아?"
"그럼?"
"여자는 떡 맛이지."
예림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야이, 미친!"
예림은 저런 표정을 지을 때가 제일 귀여웠다.
부끄러워하며 거친 반응을 보일 때면, 괜히 더 괴롭혀 주고 싶은 도훈이었다. 쉽게 말해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솔직히 너도 나랑 하고 싶어서 부른 거잖아."
"아니야!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그럼 커피도 다 마셨으니 다이어트나 하러 가보실까?"
"흥! 재수없어."
예림이 버럭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다.
도훈이 그녀를 뒤따랐다.
"야, 같이 가!"
***
차를 타고 주변의 무인텔을 찾았다.
확실히 자차가 생기니 이런 점이 편했다.
더 이상 카운터에서 뻘쭘하게 계산할 필요도 없고, 혹여 아는 사람을 만날까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된다.
역시 여자 만나는 데 차는 필수인 것 같다.
예림도 차를 타는 것에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중고차라더니 내부가 상당히 깨끗하네?"
"어, 아마 여자가 몰던 차였던 것 같아. 관리도 잘 됐어."
"여자한테 선물 받은 건 아니고?"
"내 돈 주고 샀다니까 그래."
"알바로 어떻게 차를 사니?"
"알바에 따라선 충분히 가능하지."
"너 편의점 일하지 않았어? 그거 모아봐야 얼마나 된다고."
예림은 내가 편의점 알바를 하던 당시에 처음 만났으므로 그 뒤의 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학기중에 고액과외를 하나 물었거든."
"과외를? 니가?"
"왜? 내가 그렇게 빠가로 보여?"
"너 운동했다지 않았어?"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사범대야. 체육교육과."
"몰라 그게 뭔지. 나도 고딩 때 과외 좀 했는데."
"정말?"
"응. 근데 모의고사 점수가 더 떨어지는 바람에 엄마가 선생 짤라버렸잖아. 그 언니 잘살고 있나 모르겠네."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무인텔에 진입했다. 차를 후진 주차 시키자 전면에서 차단막이 내려왔다. 예림은 조금 긴장했는지 유난스레 말이 많아졌다.
"너 이런데 많이 와봤어?"
"뭐? 무인텔?"
"응. 주차 엄청 자연스러운데?"
"차도 없는데 언제 와봤겠어. 그리고 운전은 원래 잘해."
"차가 없는데 어떻게 운전을 잘해?"
"군대에서 운전병 출신이었다니까, 그래."
"남자들은 좋겠네. 군대 가면 운전도 시켜주니."
"그럼 너도 입대해."
"이게, 씨."
"내려. 올라가자."
차에서 내려 계단을 타고 올랐다.
1층엔 주차장, 위로는 독립된 룸이 존재하는 복층구조였다.
무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돈만 있으면 출입하는 데 아무 제한이 없었다.
현금을 꺼내려고, 지갑을 꺼내는데 예림이 나를 밀쳤다.
"비켜. 오늘은 누나가 쏠 거야."
"어쭈. 돈 많다고 유세 떠는 거?"
"다이어트도 시켜주는 데 이쯤이야."
예림이 호기롭게 지갑에서 오만원 권을 꺼내 밀어 넣었다.
대실 4시간에 오만원이나 하다니···.
확실히 도심 한가운데 무인텔이라 비용이 비싼 편이었다.
모텔 내부는 깔끔했다. 현관 앞에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출입구 근처에 있는 샤워실도 널찍하니 좋았다.
예림은 모텔에 들어가기 무섭게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갔다.
"나 화장실 좀."
"그래."
"티비 보고 있어."
"담배나 피우지 뭐."
"야. 나 담배 냄새 싫어하거든?"
"알았어, 문 열고 필게."
"어휴, 진짜 말은 더럽게 안 들어."
예림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화장실 문을 쾅-! 하고 닫았다.
화내는 모습 마저 귀여운 건 예림의 특징일까?
킹사이즈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 담배를 찾았다. 주머니에 함께 들어 있던 폰이 잡히자 문득 초대남 쪽지가 떠올랐다.
‘아, 맞다. 아까 얘기하다 만 것 같은데?’
수신함을 뒤지니 마지막 쪽지를 끝으로 별다른 말이 없었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모텔 창가에 섰다.
"예림이가 핸드폰을 뒤질지도 모르니···."
예림은 허용적인듯 하면서도 집착이 심한 여자다.
중간에 다른 여자에게 연락이 온다거나, 특히 초대남과 관련된 쪽지라도 오는 날엔 난리 발광을 칠 것이 뻔했다. 팝업 설정을 차단한 뒤 인터넷을 열어 연예란 기사 검색에 "큐티"를 입력했다.
"데뷔가 이번 주 랬던 거 같은데···."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기사는 없었다.
<주목할 만한 신인 등장>이라는 소개기사 정도가 전부였다.
담배를 피우며 해당 기사를 훑었다.
중간 쯤 리더인 미소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큐티의 센터 미소에요! 깜찍 발랄 상큼한 저희 큐티 많이 사랑해 주세요!
실제 까칠한 성격과는 달리 무척 가식적인 멘트였다.
나는 단체 사진에 나온 미소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여간 딱 데뷔만 해. 모유 듬뿍 나오게 짜 줄 테니."
"야. 내가 안에서 담배 피지 말랬지!"
어느새 용변을 마쳤는지 화장실 문으로 빼꼼히 머리만 내민 예림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담배를 비벼 껐다.
"오랜만이라 긴장돼서."
"웃기시네. 나 들어간 김에 씻고 나갈 테니까 환기 시켜"
"알았어."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에어컨을 켰다.
밤이라 선선하긴 했지만, 갈수록 더워지는 날씨가 점점 버티기 힘들었다. 집에서 씻고 나왔는데 그새 겨드랑이가 땀에 젖었다.
‘나도 씻을까?’
[여름이니 자주 씻어주는 편이 좋죠.]
‘아니. 예림이랑 같이 말이야.’
[같이요?]
‘어차피 다이어트 시켜주는 건데,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나는 곧바로 옷을 벗었다.
안에선 물소리가 났다. 그녀가 눈치 못 채게 슬금슬금 걸어 화장실 문 앞에 도착했다. 이러니까 왠지 변태가 된 기분이다.
잠금장치가 없는 불투명 유리문을 슬쩍 열어 안을 몰래 훔쳐보았다. 샤워기 물을 맞으며 머리를 감는 예림의 뒷태가 보였다.
‘오우, 은근 육덕도 매력이 있네.’
살쪘다는 말은 조금 과하고, 몸 전체적으로 볼륨감이 있었다.
뚱뚱하다기보단 통통했는데, 전체적으로 피하지방이 많이 붙은 것 같았다.
‘캬, 박으면 푹신푹신 하겠네.’
나는 소리나지 않게 몰래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예림은 한창 샴푸 중이라 눈을 감고 있었다.
‘장난 좀 쳐볼까?’
나는 살짝 발기된 대물을 예림의 엉덩이에 들이밀었다.
꾹-
"꺅! 뭐, 뭐야!"
불쑥 귀두가 닿자 예림이 화들짝 놀라며 벽으로 붙었다.
"뭐야 갑자기! 놀랬잖아!"
예림이 방어적으로 가슴을 감쌌다. 그러나 본래도 사이즈가 컸던 가슴은 살이 붙어 도저히 두팔로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도 씻으려고."
"나 씻고 씻으면 되잖아! 악, 눈에 샴푸 들어갔어!"
예림이 두 눈을 비비며 샤워기 물줄기에 머리를 가져갔다.
"이리와. 내가 행궈줄게."
"뭐야 진짜···. 하여간 제멋대로야."
예림은 투덜거리면서도 나에게 머리를 맡겼다.
그녀의 머리를 씻겨주며 장난스럽게 발기된 물건으로 그녀의 몸을 툭툭 건드렸다.
"좋은말 할 때 하지 마라. 너."
"좋은 말? 나는 나쁜 말이 더 듣기 섹시하던데."
"내가 진짜 쌍욕 해줘?"
"왜? 어디서 좀 놀았나봐?"
"이게 콱!"
거듭된 빈정거림에 참 다 못한 예림이 손으로 대물을 꽉 움켜쥐었다. 물건이 붙잡히자 나도 모르게 바짝 힘이 들어갔다.
"좋네. 그대로 딸딸이 좀 쳐봐."
"어유! 진짜!"
예림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시키는데로 손을 흔들었다.
"좋냐? 응? 좋아? 여자 씻고 있는데 몰래 들어오니까?"
"응. 덕분에 이렇게 머리도 감겨주고 얼마나 좋아."
탁탁-!
"잦이만 더럽게 커가지고."
"크면 니가 좋지 내가 좋냐?"
"넌 진짜 이것 때문에 크게 혼쭐 날일 있을 거야."
"내가? 왜?"
"울 아빠가 동생한테 저번에 그러더라. 남자는 삼끝을 늘 조심해야 한다고."
"아하. 좋은 거 가르치셨네."
"너도 조심해. 여자들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나야 가만있고 싶어도 이렇게 여자들이 달려드니 방법이 없네."
"하여간 말은."
"머린 다 헹군 것 같고···. 그래 기분이다. 몸도 씻겨줄게."
"싫어, 변태야!"
"변태는 잦이 잡고있는 니가 더 변태고."
"만져달라며."
"나도 만져준다고."
"아, 싫다니까!"
"앙탈은."
나는 아랑곳 않고 바디 워시를 듬뿍 짜 그녀의 몸에 발랐다.
"앗, 차거."
"가만있어봐. 꼼꼼히 칠해야 하니까."
바디 워시 때문이지, 아니면 예림의 피부 결이 워낙 좋은 탓인지 거품이 묻은 손이 몸을 타고 쭉쭉 미끄러졌다. 나는 예림의 커다란 가슴을 빙글빙글 돌리듯 문질렀다.
내 행동을 지켜보던 예림이 한 소리 했다.
"뭐하니? 운전하니?"
"어?"
"왜 그렇게 남의 가슴을 돌려대?"
"아니 이게 그립 감이 남달라서."
"참나···."
가슴을 계속 주무르자 예림의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젖꼭지를 슬쩍 건드릴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며 틱 환자처럼 부르르 떨었다.
"예민한거 보소?"
"뭐, 뭐가!"
"여기."
"앙!"
손가락을 집게처럼 만들어 양젖꼭지를 꼬집자 예림이 한 순간에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하, 하지마!"
"여기 좋아?"
"다, 당연하지 성감대니까."
"빨아 줄까?"
"비누 묻었어."
"그거야 씻으면 돼지."
나는 샤워기를 켜 거품이 잔뜩 묻은 가슴을 깨끗이 씻겨냈다. 거품이 걷히자 유독 도드라진 유두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흐음. 살 찌니까 좋은 점도 있네."
"뭐?"
"가슴이 참 매력적이야."
"무슨··· 흡!"
나는 예림의 상반신에 달라부터 젖꼭지를 쪽쪽 빨기 시작했다. 허리를 받쳐주지 않았다면 예림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렸을 것이다.
"하, 아앙!"
< 642. 아이돌 vs 돌아이-35-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