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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59화 (632/2,000)

< 641. 아이돌 vs 돌아이-34- >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쪽지 한 장 오지 않았다.

초대남이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태영의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가만? 태영이 놈은 이걸 어떻게 안 거지? 이 새끼 백퍼 했네, 했어.’

내가 볼 땐 태영이도 초대남이 되기 위해 댓글을 남겼을 것이다. 당연히 실패했을 거고.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새벽에 또 예림이 만나러 나가야 하니."

나는 자정에 알람을 마치고 그대로 잠을 청했다.

***

도훈이 알람에 눈을 떴다.

현광등이 꺼져 방안이 어두컴컴했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은 도훈은 시끄럽게 울어대는 알람을 종료시켰다.

"어으, 피곤해. 그냥 잠이나 더 자고 싶네."

초저녁에 잠들었지만, 중간에 강제로 각성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간을 확인하던 도훈은 핸드폰 팝업창애 떠오른 인스타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어? 이거 설마?"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던 초대남 모집 글의 답장이었다.

이것 저곳에 랜덤으로 댓글을 달았기에 어떤 글에서 온 쪽지인지도 헛갈렸다.

‘원할머니보고쌈’ 님이 쪽지를 보내셨습니다.

‘가만 원할머니보고 쌈이라고?’

독특한 닉네임에 도훈이 기억을 떠올렸다. 게시글 아이디가 워낙에 웃겨서 혼자 키득거린 생각이 난 것이다.

‘맞아. 무슨 할머니를 보고 싸느냐고 웃었었는데···.’

쪽지의 내용은 단순했다.

-원할머니보고쌈 : 스펙 좀요.

도훈은 예림과의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나갈 채비를 하며 답장을 남겼다.

-PlayD : 무슨 스펙요?

‘설마 학력이나 토익 점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바지를 갈아입는데 바로 답장이 왔다.

-원할머니보고쌈 : 키, 몸무게, 잦이길이 좀···.

‘헐, 대박, 완전 대놓고 물어보네.’

도훈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PlayD : 185, 75, 18요.

-원할머니보고쌈 : 훌륭하네요. 인증 가능하심?

-PlayD : 어떻게요?

-원할머니보고쌈 : 전신 거울 앞에서 사진 하나만 부탁드려요.

마침 옷을 갈아 입느라 거울 앞에 서 있던 도훈은 곧바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곧바로 전송하자니 아직 마비가 안 풀린 얼굴이 영 에러였다.

‘로시, 이거 대체 언제 풀리냐?’

[현재 30분 남았습니다.]

‘예림이 만날때나 풀리겠네.’

도훈은 하는 수 없이 목 까지만 나오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PlayD’ 님이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사진을 확인한 상대가 다시 쪽지를 보냈다.

-원할머니보고쌈 : 얼굴이랑 잦이는?

-PlayD : 그건 만나게 되면요.

-원할머니보고쌈 : 저희 와이프가 얼굴은 안 봐도 거기 큰 사람을 좋아해서요. 잦이는 인증 가능하죠?

머리를 손질하던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헛!"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미친놈인가?"

하긴 초대남을 구하는 사람들이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도훈은 속으로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어차피 얼굴을 모르는 이상 상관없을 거란 생각에 지퍼를 열어 물건을 꺼냈다.

사진을 찍고 나자 노발기 상태라 왠지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 기왕 보내는 거 제대로 해야지."

태영의 말에 따르면 초대남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우연히 상대가 관심을 보인만큼 확실히 눈도장을 박을 필요가 있었다.

‘으으읏!’

잠시 야한 생각을 하며 물건을 슥삭 거리자 대물이 발기했다. 원체 씨알이 굵고 탄탄한 대물이라 그런지 사진빨도 잘 나왔다.

사진을 받은 상대는 한동안 답신이 없었다.

멀뚱히 기다리던 도훈은 시간을 확인하고 차키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차에 올라 시동을 켜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예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차량 스피커에서 예림의 조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딱 맞춰 전화하네. 지금 차 탔어. 넌 지금 어딘데?"

"까페에 있어."

"까페? 혼자야?"

"응. 친구랑 수다 떨며 놀다가 방금 보냈어. 심심하니까 얼른 와."

"주소 좀 문자로 찍어줘."

"응."

전화를 끊고 예림이 보낸 문자를 확인하는데 아까 원할머니이에게서 답장이 와있었다.

-원할머니보고쌈 : 답신이 늦었죠? 와이프 깨워서 보여주고 오느라고요. 스펙 좋네요.

-PlayD : 감사합니다.

도훈은 목적지로 차량을 몰고 가며 계속 쪽지를 주고받았다. 운전 중 문자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으나, 초보가 아닌 도훈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할머니보고쌈 : 지역이 서울이라고 했죠?

-PlayD : 네.

-원할머니보고쌈 : 여긴 경기돈데 이동수단은 있나요?

-PlayD : 네. 제 차로 가면 돼요. 지금요?

-원할머니보고쌈 : 아뇨. 게시글에 날짜 보면 아시겠지만, 내일 저녁이에요. 지금 온다는 사람들 하나씩 물어보는 중이에요.

‘사람들이라고?’

[초대남이 한 둘이 아닌 거 같은데요?]

도훈은 뜨악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

-PlayD : 혹시 몇 명 부르시는 건가요?

-원할머니보고쌈 : 3명이요. 전 관전만 할거라. 와이프가 포썸을 원해서요.

도훈은 제 눈을 의심했다.

‘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자기 와이프를 첨보는 남자 셋에게 갱뱅을 시키겠다고? 포썸 같은 소리하고 있네. 아으!’

업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원하는 입장에서도 도훈은 메스꺼움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감정을 곧이 곧대로 드러낼 순 없었으므로 마음을 다잡으며 물었다.

-PlayD : 그럼 저는 뽑힌 건가요?

-원할머니보고쌈 : 일단은요. 사진 오는 데로 제가 적당히 걸러서 와이프한테 보여주고 있어요. 선택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

‘하-. 시발 말세는 말세구나. 저렇게 하고도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가?’

[세상은 넓고 변태는 많은 법이라고 주인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던가요?]

‘변태도 급이 있는 법이야. 저 정도면 정신병이지.’

도훈, 아니 이정우는 기혼자였다.

비극적인 결말이긴 했지만, 한때는 아내를 사랑했고 알콩달콩 가정을 꾸린 적이 있었다. 원수가 된 지금도 전 와이프가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는 모습을 떠올리면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인데 외간 남자에게 자기 아내를 돌린다는 변태의 마인드는 도무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진짜 면상 한번 보고 싶네. 미친년놈들일 거야 분명.’

-원할머니보고쌈 : 내일 저녁 일곱시에 시간 되시죠?

-PlayD : 7시요?

-원할머니보고쌈 : 네, 일단 모여서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하게요. 좀 친해지는 편이 좋으니까.

도훈은 태영의 말을 떠올렸다.

-초대남 가본 사람들 얘기로는 첨부터 모텔잡고 막 하는 게 아니래요.

"그럼?"

-아무래도 다들 조심스럽잖아요. 서로 누군지도 모르고 범죄자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1차로 한 번 모여서 신원도 확인하고 분위기도 잡고 그런다더라고요.

‘태영이 말이 사실이구나. 이 자식은 정말 이런데 빠삭하다니까.’

-PlayD : 알겠습니다. 시간에 맞춰 갈게요.

-원할머니보고쌈 : 네. 확실한 건 내일까지 알려드릴게요. 참, 아는 형님네 부부가 동석할 수도 있어요.

‘아니? 이건 또 뭔 개소리야?’

-PlayD : 형님네 부부라뇨?

-원할머니보고쌈 : 저희랑 가끔 만나는 형님네 부부요. 취향은 저희랑 비슷해요. 맞다, 와이프 사진 보내드릴게요.

잠시 후 운전에 집중하던 도훈에게 몇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 사진을 본 도훈은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을 뻔 했다.

"헉! 씨발!"

욕이 절로 나올 만큼 놀라운 사진이었다.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3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따먹히는 젊은 여성이 보였다. 피부결이나 가슴의 탄력으로 보아 끽해야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와···. 미쳤다. 이렇게 새끈한 마누라를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배덕감이 전신을 덮쳤다. 금기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자들을 보자 겉잡을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 들끓었다.

그것은 분노같기도 하고, 안타까움이나 연민 같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돌림 빵을 당하는 여성의 사진을 본 도훈이 발기해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원할머니보고쌈 : 어때요? 제 와이프 쓸만하죠? 나이는 어려도 경험이 많아서 즐길 줄 아는 편이에요.

도훈은 분명 쪽지를 보낸 원할머니도 발기되었을 거라 확신했다. 자기 와이프 나체를, 그것도 여럿에게 갱뱅당하는 사진을 떡하니 보여주면서 흥분하는 변태인 것이다.

과연 도훈의 생각대로 놈은 대답도 없는 데 혼자 신나서 떠들어 댔다.

-원할머니보고쌈 : 물도 많고 잘 쪼이는 봊이에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원할머니보고쌈 : 혹시 초대남 경험은 많으신가요? 아까 잦이사진 보여줬더니 와이프가 엄청 기대하는 것 같은데···.

-원할머니보고쌈 : 되도록 오래오래 해달라네요. 제대로 갈 수 있게.

-원할머니보고쌈 : 바쁘신가 보군요. 아무튼 내일 다시 연락하도록 하죠.

쪽지를 모두 확인한 도훈은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 보니 나는 변태 축에도 못 끼었구나."

그때 예림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왜 이렇게 안 와?"

"가고 있어. 도착 5분전이야."

"혼자 심심해 죽겠단 말이야. 졸리고."

"근데 너 집에 늦게 가도 돼? 벌써 1시 다 되가는데···."

"무슨 상관이야? 외박해도 신경 안 써. 울 가족은."

"외박을?"

"그런 일이 있어. 아무튼 금방 온다는 거지? 바로 나갈까?"

"까페랬지? 나 졸려서 커피 한 잔만 먹고 싶어."

"뭘 하고 왔길래 졸려? 너 또 여자 만났지?"

"뭔 소리야? 집에서 눈 좀 붙이다 왔는데 새벽에 깨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래."

"헐! 바쁜 일 있다더니 집에서 자는 거였어?"

"아니. 일 보고 잠깐 눈만 감았다 뜬 거야."

"쳇. 하여간 너 나중에 잘 안서기만 해."

"그런 걱정은 마시고."

"커피 뭐 주문해 줄까? 누나가 하나 시켜줄게."

"아메리카노, 더블 샷. 감사."

"공짜 아니야. 나중에 잘해."

통화를 끊고 주차장에 차를 댄 도훈은 선바이저를 내려 용모를 확인했다.

"돌아왔다!"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차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삐뚤어져 있던 입술과 처진 눈이 완벽히 원상복구 되어 있었다. 다시 찾은 도훈의 얼굴은 평소보다 배 이상은 잘생겨 보였다.

도훈이 감격 어린 표정으로 두 볼을 감싸며 끅끅댔다.

"흑흑, 이 얼굴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네."

[왠 오버십니까?]

‘너도 잘 생겼다 빻아봐 인마. 나 외모에 트라우마 있는 거 몰라?’

[저야 인공지능이니까요. 저에게 외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죽다 살았네. 얼굴 되찾으니까 자신감이 두 배는 커진 느낌이야.’

도훈은 돌아온 얼굴을 만족스러워 하다 문득 까페에서 늦은 시간까지 자신을 기다리는 예림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렇구나. 내가 오늘 10시간 동안 느꼈던 심정을, 예림이는 몇 달 동안 느꼈겠구나.’

역지사지.

추남이 된 도훈은 비로서야 육덕이 된 예림이 심경을 깨달았다. 그 전엔 예림이 왜 그렇게 자신에게 집착하고 원한을 품었나 싶었는데, 막상 자신도 추남이 되고 보니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내 말을 믿고 나를 용서해주다니···. 어쩐지 더 미안해지네.’

예림이 육덕으로 변한 것이 오롯이 도훈의 탓은 아니었지만, 일정 부분 책임이 있었다. 미필적 고의도 고의이며, 차후에 방치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까.

도훈은 예림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결심하며 약속한 까페로 들어갔다. 심야까지 영업을하는 곳인지 새벽 1시가 넘어서는 시간에도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예림은 가장 구석진 곳에 등을 돌려 앉아 있었다.

‘살이 좀 빠진 건가?’

일전에 설수지와 함께 만났을 때보다는 훨씬 늘씬해져 있었다. 옆구리에 삐져나온 살도 얼마 안 되고, 옷 맵시가 살아났다.

"많이 기다렸지?"

도훈이 방긋 웃으며 맞은 편에 앉았다.

예림은 도훈을 다시 보자 반가워 어쩔 줄 모르면서도, 겉으론 아무렇지 않다는 듯 틱틱거렸다.

"시간이 몇 시니? 여자를 이렇게 기다리게 해도 되는 거야?"

도훈은 능글맞게 웃으며 받아쳤다.

"아까까지 친구랑 있었다면서? 너 근데 살 좀 빠진 것 같다?"

여느 때나 써먹는 공치사였지만, 육덕이 된 예림에겐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 예림은 지난번 섹스 이후 상당 부분 다이어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살짝 과한 육덕이었다면, 지금은 딱 보기 좋은 정도로 살이 오른 말같은 처녀로

보였다.

예림은 도훈의 칭찬에 기분 좋으면서도, 어제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은 것이 떠올라 인상을 팍 찌푸렸다.

"빈말을 집어치우고. 너 진짜 나쁘다."

"뭐가 또?"

"다이어트 시켜준다더니 내가 겨우 사정해야 마지못해 얼굴 비추고. 사람이 어떻게 그러냐?"

"미안해. 일이 좀 있었어."

"그러시겠지. 주변에 여자가 한 둘이 아닐 테니. 수진가 뭔가 하는 계집애 아직도 만나니?"

"설수지? 아니. 걔는 흥미 없어."

"흥미 없긴 개뿔! 좋아도 달려들 땐 언제고."

"왜 이래, 간만에 얼굴 보고선. 전에도 내가 말했잖아. 수지같은 애들은 처음 먹을 때나 맛있지 금방 질린다고."

"얼씨구?"

도훈은 의도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예림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반면 너처럼 섹시한 여자는 언제 먹어도 맛있지."

"야! 미쳤어? 사람들 들으면 어쩌려고!"

예림이 얼굴이 빨개져 손을 훽 뺐다.

자신을 좋아하면서도 틱틱거리는 모습이 왠지 귀여운 도훈이었다.

그때 진동벨이 부르르 울렸다.

예림은 자리에서 일어날까 하다가 도훈을 보며 쌀쌀맞게 말했다.

"야. 니 발로 갔다 와. 니가 처마실 거니까."

도훈은 예림의 폭언에도 굴하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

그녀가 겉으로만 싸가지없게 굴지, 실제론 여린 여자라는 걸 파악한 탓이다.

"넵,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 641. 아이돌 vs 돌아이-34-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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