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0. 아이돌 vs 돌아이-33- >
-차? 너 요새 잘 나간다?
"잘나가긴. 차는 잘 나가네. 그리고 이거 중고차야. 연식 5년도 넘었어."
-그래도 대학생이 자기 차가 있다는 게 중요하지. 혹시 너···.
"뭐?"
-어디 돈 많은 사모 하나 꼬드겨서 뜯어낸 건 아니지?
"뭔 소리야? 내가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산 거라고."
물론 AV알바긴 하지만.
-흥. 원체 여잘 만나고 다니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 하여간 새벽에 볼 때 힘 빠져 있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 둘 줄 알아.
"여자 안 만나거든."
-하도 들쑤시고 다니니 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암튼 좀 있다 봐."
나는 통화를 끊고 생각했다.
‘예림이 엄청 욕구불만인거 같은데?’
[그러게요. 본래는 굉장히 콧대 높던 여성으로 기억하는데 어쩌다···.]
‘자존감이 하락했잖아. 솔직히 걔가 잘난 게 어딨냐? 대학도 구리고, 겜창 인생에 그냥 얼굴 하나 믿고 설치던 애였었는데. 그 와중에 살찐 육덕으로 변해버렸으니 자존심이고 뭐고 다 무너져 버린거지.’
[씁쓸한 일이군요.]
‘괜찮아. 외모로 망가진 자존심이면, 외모를 원상복구해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소리니까. 다시 예뻐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철벽녀로 변신할 걸.’
[그나저나 주인님, 미션을 너무 벌려놨는데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진행 중인 미션과 업적이 너무 난잡합니다.]
‘안 그래도 집에서 쉬면서 생각 좀 해보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있는 데로 미션을 받았더니 나도 정리가 안 된다.’
집에 도착한 뒤 연습장을 하나 꺼냈다.
수행 중인 미션과 업적은 스마트 워치로 바로 띄울 수 있지만, 조그만 창을 보는 것보다 널찍한 종이 위에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나는 연습장 가운데 길게 선을 하나 긋고 나서 왼쪽에 업적, 오른쪽에 미션이라고 적었다.
‘로시. 현재 진행 중인 업적 리스트 모두 띄워.’
[네. 진행 중인 업적을 띄워드리겠습니다.]
*백마 타고 흑마 타고(1/2, 백마달성)
*인종의 도가니탕(1/3, 류큐인 달성)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1/2)
*특수 직종이 더 맛있어(1/5, 왁싱 전문가 달성)
모두 단번에 업적 완료가 안 되는 업적들이었다.
백마 타고 업적은 여동생 혜은이가 왔을 때 함께 놀러 온 사라를 통해 달성했다. 그러나 흑마를 만날 기회가 없어서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었다.
인종의 도가니탕은 교환학생으로 온 료코를 통해 달성했는데, 나머지 두 인종인 슬라인과 라틴계를 달성 못 해 여전히 미달성이었다.
위의 두 업적은 직접 외국을 나가야 수월하므로 장기업적으로 남겨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반으로 나눈 연습장 맨 위에 ‘장기공략’이라고 쓴 뒤 두 개의 업적을 나란히 썼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는 기춘의 여친이던 수아를 따먹으면서 달성했던 업적으로 비교적 초기에 달성했던 업적이다. 그러나 지인의 여자를 건드려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아직까지 남은 한 번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
나는 이 업적을 "중단기공략"이라고 적은 칸에 집어넣었다. 분명 기다리다 보면 적당한 타이밍이 나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업적은 ‘특수 직종이 더 맛있어.’
왁싱 전문가, 여경, 여의사, 치어리더, 아이돌을 순서에 상관없이 공략하는 직업여성 공략 미션이다.
이번에 아이돌을 노린 것도 바로 이 업적 때문이었다.그러나 지난번 공략했던 제희와 린다는 데뷔 전이었기 때문에 업적 인정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다른 미션과도 맞물리면서 연계된 업적이므로 ‘우선공략’이라고 기록한 뒤 해당 업적을 채워 넣었다. 진행 중인 업적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단기간에 바로 달성할 수 있는 업적이 거의 없었다.
‘이래선 당장 중수가 되는 건 무리겠는데?’
[잊으셨나 보군요. 아이돌 미션과 연동된 미소양에게 걸린 업적을요.]
‘아, 그렇지. 그게 뭐였더라?’
[띄워드리겠습니다.]
엄마 젖이 최고!(모유 수유가 가능한 여성을 공략할 시 달성)
-당신에게선 아직도 젖내가 나는군요. 엄마 젖 좀 더 먹고 와야겠어요.
-업적 보상 : 가임 능력 측정(상대 여성의 임신 가능 여부를 확률로 제시해 줍니다.)
‘오호, 그렇지. 아직 젖이 나오는 미소를 공략하면 자연스럽게 저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거군.’
[그렇죠. 거기에 내기의 신과의 대결과 더불어 특수직종 업적까지 동시 달성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1석 3조랄까요?]
‘흐흐. 좋아. 그럼 저 업적을 최우선 목표로 잡자.’
나는 업적목록의 맨 밑에 ‘공략 시급’이라고 쓴 뒤 ‘엄마 젖이 최고!’를 기록했다. 왠지 글귀로 직접 쓰고 나니 변태가 된듯한 기분이지만 상관없다.
업적을 정리한 나는 이번엔 연습장 반대편에 미션을 정리했다.
‘로시. 진행 중인 미션 모두.’
[넵.]
*이상성욕을 달성하라
-이상 성욕 3가지 이상을 달성하셔야 미션이 종료됩니다
-현재까지 달성한 이상 성욕.
낙서 플레이/강간 플레이
-달성 가능한 이상 성욕
초대남 관전플/거동장애녀 공략/NTR
*성공 보상으로 3,000포인트와 [비밀의 문고리]아이템이 제공됩니다.
*남은 시간 : 3Day
*빻은 얼굴도 할 수 있어!(히든)
-부족한 외모로 여자를 공략해 내는 미션입니다.
-일시적이거나 항구적 손상으로 평소보다 외모 지수가 급감한 상태에서만 발동됩니다.
-빻은 상태로 처음 보는 여성 5명을 공략해야 완료됩니다. 현재까지 0명.
-성공 보상으로 '경매 낙찰권'과 10,0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남은 시간 : 2 Month
*승부의 신과 내기
-당신의 호승심이 승부의 신의 관심을 자극했습니다. 승부의 신은 당신이 4명의 아이돌을 모두 공략할 시 10,000포인트를 후원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공략에 실패할 경우 당신은 5,000포인트를 토해내야 합니다.
-현재까지 (2/4)
-남은 시간 : 5Day
[승부의 신과의 내기는 정식 미션은 아니지만, 미션의 성격과 동일하므로 함께 띄웠습니다.]
‘이야, 이것도 엄청 다양하네. 어떻게 우선순위를 매긴다?’
[업적과 달리 미션은 제한 시간이 존재합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이상성욕을 달성하라 미션입니다.]
남은 시간을 확인하니 딱 3일이었다.
설수지의 흑막을 찾아 헤맬 때 받은 미션이라, 어느덧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나간 셈이다.
[앞서 희주양을 통해 낙서 플레이, 그리고 경희양을 통해 강간플레이를 달성하셨습니다. 이제 남은 셋 중 나머지 하나만 더 달성하시면 미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션 보상은 3,000포인트와 비밀의 문고리.
포인트는 그렇다 치고, 저 문고리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값어치가 있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미션이다.
‘참, 근데 저 문고리 말이야. 혹시 내가 예전에 갔던 곳이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건가?’
[예전이라면?]
‘이도훈의 기억이 아닌 이정우의 기억에 있는 장소 말이야.’
대기업 연구직이었던 나는 해외 출장이 잦았다. 특히 미국은 유학 생활 도중 여행을 겸해 여러 곳을 방문했다. 만약 이정우가 기억하는 장소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면 나는 세계 각지를 문하나 건너 들락거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도훈의 몸으로 갔던 장소만 가능합니다. 더욱이 환생 후 주인님이 직접 갔던 장소로 한정되고요.]
‘왜 그렇지? 설명에 따르면 기억에 남은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다며?’
[물론 그렇긴 하지만 주인님은 특수한 경우라···. 아무튼 그렇습니다.]
‘아쉽군. 환생 이후에 나간 곳이라고 해 봐야 일본밖에 없는데···. 여튼 나중을 위해서라도 꼭 얻어야겠어.’
나는 업적의 성격과 미션의 시급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우선순위를 정했다.
당장 하기 힘들고, 나중에 해도 상관없는 것들은 뒤로 미루고 최적의 순서를 짜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빈틈없이 계획을 세우고 나니 시간이 한참 흘렀다.
‘참나, 여자 따먹으려고 날짜별로 타임 테이블까지 세우다니. 이 노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전국 수석도 가능했을 텐데.’
[지금 주인님 머리론 힘들겁니다. 그나저나 이상성욕 미션은 어떻게 해결하실 작정입니까? 남은 시간이 고작 3일뿐 인데요.]
‘무조건 초대남으로 가야지. NTR은 절대 싫고, 지체 부자유자를 건드리는 건 죄책감 때문에 못할 것 같아.’
[방법은 있으시구요?]
‘왠지 이 분야의 전문가를 알 것도 같거든.’
[전문가라뇨?]
나는 핸드폰을 뒤져 오랜만에 태영이에게 전화했다.
최고의 프로 딸잡이이자, 품번만 들어도 주연 배우를 술술 읊는다는 국성대의 김본좌.
별창 방송부터 섹스타그램까지 아우르는 녀석의 정보력이면 초대남에 대해서도 잘 알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태영아 뭐하냐?"
-아니! 봇으로 바로 텔타라고! 아 씹! 갱승!!
"···태영아?"
-아, 뒤졌네. 엇, 도훈이형? 죄송해요. 디스코드 켜놓고 게임중이라.
이어 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태영이 재차 사과했다.
-친구들이랑 헤드셋 쓰고 게임하고 있었거든요.
"게임 중이면 나중에 다시 통화할까?"
-아니에요. 어차피 게임 터졌어요. 아, 내 승강전···.
무슨 소린지는 모르지만, 왠지 하던 게임이 잘 안 풀린 모양이었다.
-근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아니 내가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네. 말씀하세요, 형.
태영은 지난 수지 사건 이후로 굉장히 충성스럽게 변해있었다. 샤워실에서 몰래 대물까지 촬영하려 했다는 죄책감 탓인지 내 말이면 끔뻑 죽는 시늉이라도 할 기세였다.
"저번에 내가 학교 공모전 나간 거 기억나지?"
-네! 소설 쓰던 거요? 그때 잘 안됐다지 않았어요?
"어. 떨어지긴 했는데···.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소재로 글을 써볼까 하거든."
-새로운 글요?
"어. 사실 우리 아버지가 현직 소설가잖아."
-네. 잘 알죠. 유명하시잖아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이러저러해서 떨어졌다고 얘기하니까, 요즘 공모전은 소재부터가 남달라야 한다더라고. 파격적이고."
만나지도 않은 아버지를 팔자니 살짝 양심에 찔렸다.
하긴 뭐 우리 아버지도 아닌데.
-그래요?
"어. 지난번에는 너무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 해서 이번엔 미리 준비를 해 볼까 하거든. 어차피 우리 학교 아니라도 공모전은 여기저기 많으니까."
-와, 전 그때 이후로 글 쓰는 거 완전 포기하신 줄 알았는데···. 역시 아버지가 소설가라서 다르신가? 암튼 저한테 뭘 물어보려고요?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신중하게 물었다.
"혹시 너 초대남에 대해서 좀 아냐?"
-초대남요?
"어. 이번 소설 도입에 그게 나오거든."
-혹시 형 야설 쓰세요?
"아니. 시작이 그렇다고. 초대남으로 갔는데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하는 거지. 그러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남자의 이야기야."
-아하. 추리소설 같은 거군요!
"응. 아버지 말대로 한 번 파격적으로 써보려고. 혹시 태영이 너가 이쪽으로 잘 아나 해서."
태영의 목소리 톤이 확 바뀌었다.
-형. 정말 잘 전화 하신 거예요. 그쪽이 제 전문분야거든요. 뭐가 궁금하세요?
"그러니까···."
나는 30분간의 통화를 통해 초대남에 관련 지식을 완벽히 흡수했다. 과연 딸본좌는 남달랐다. 뭐랬더라? 별명도 기가 막혔는데···. 동방 딸잡이라고.
"역시 너한테 물어보길 잘했네. 인터넷 검색해도 잘 안 나오길래 혹시나 해서 전화한 거였어."
-아니에요, 형. 정말 잘 전화주셨어요. 혹시 소설 쓰다 막히는 거 있으심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응, 고맙다. 다음에 내가 밥 한끼 살게."
-아니에요, 형.
통화를 끊고 나서 태영에게 들은 초대남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초대남’이란 NTR성향이 있는 남성이 자신의 여성을 함께 즐기기 위해 부르는 게스트를 뜻한다. 초대남을 부르는 사람들은 대체로 결혼한 부부가 많지만, 때론 단순 섹파 사이거나 평범한 연인도 있다고 했다.
본래 ‘솔아넷’이라는 곳에서 성행했으나, 그곳이 검열폐쇄되고 나서부턴 대부분 SNS쪽으로 옯겨 갔다고 한다. 설수지가 노출 컨셉으로 활동하던 섹스타 역시 초대남 문화가 빈번한 곳이었다.
‘거참. 정신 나간 사람들 많구나.’
나는 핸드폰을 통해 지난 번 가입한 계정으로 섹스타를 접속했다. 태영이 알려준 검색어를 치자 정말로 별의별 변태들이 다 보였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니 때마침 오늘 밤 초대남을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어엇! 시작부터!"
조건을 확인하고 재빨리 댓글을 달았지만, 그 잠깐 사이 댓글 수십개가 우르르 쏟아졌다.
"뭐야? 왜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이야?"
과연 태영이 말한대로였다.
-형. 실제로 초대남으로 가는 건 하늘의 별따기에요.
"왜?"
-부르는 사람은 적고 찾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수요와 공급이 완전히 무너진 시장이랄까? 정말 작정하고 폰 붙들고 있어야 선착순에 들어갈 수 있을걸요?
"정말이야?"
-거기다 시간하고 장소도 맞아야 해요. 먼 지방이거나 시간대가 안맞아도 안되고, 또 막상 연락이 됐다 하더라도 무조건 뽑힌다는 보장도 없고요.
"생각보다 복잡하구나."
-참, 그리고 무조건 신원을 까라고 해요. 자기들도 괜히 찝찝하니까 나중에 통수 안맞으려고 보험을 걸어 두는 거죠.
"보험이라니?"
-어,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형. 생각보다 초대남 부르는 사람들 중에 멀쩡한 직업 가진 사람이 많아요. 후기에서 듣기론 의사나 공무원처럼 전혀 안 그럴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나중에 혹시나 협박 당할 까봐 민증 같은 걸 확
보하는 거죠.
"아···."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초대남을 찾는 게시글마다 무조건 댓글을 남겼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 640. 아이돌 vs 돌아이-33-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