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2. 아이돌 vs 돌아이-25- >
"괜히 기대하고 갔다 빚만 지고 올 순 없잖아요."
도훈의 말에 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 내가 이쪽 일 10년 정도 쭉 해보니까, 노력보단 재능이 중요하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래요?"
"물론 조금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 남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하고. 매일 고객들에게 문자 돌리고 수입 좀 손해 보더라도 서비스 풀로 땡겨 넣어주고. 뭐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매출은 늘 거야."
"그렇겠죠."
"근데 결국은 될 놈 될 이더라고. 재능을 이기는 노력이란 세상 어디에도 없어. 세일즈 적성은 타고나는 거거든.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일이천 만원짜리 물건 파는 게 쉬운 일 같니? 가뜩이나 의심많은 손님들에게?"
"전혀 아니죠."
"모든 일이 다 그래. 호빠도 아마 그럴거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도훈이라고 했니? 그쪽으로 재능이 있는지 내가 한 번 봐줄까? 적어도 내가 너보단 경험이 많을 테니까 말이야."
미영의 허세에 도훈은 가소로움을 느꼈다.
섹스에 관해서라면 그녀는 한참 멀었다.
바람기 다분한 유부녀의 관록 이래 봐야 손으로 꼽을 정도의 남성들과 몰래 재미나 보는 수준이겠지.
반년도 안되는 사이 매일 같이 여자를 따먹고 갈아치운 자신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쓰는 격이다.
‘아니면 변강쇠 앞에서 오줌 빨 자랑하는 격이던지.’
하지만 도훈은 미영이 실컷 기분을 내도록 최대한 어리숙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편이 그녀를 공략하는 데 더 수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미영은 도훈의 긴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긴장되니?"
"조, 조금요."
"너무 긴장 안 해도 돼. 내가 잡아먹기라도 한데?"
‘잡아먹히는 게 누군 줄도 모르는군.’
미영은 손끝으로 도훈의 볼을 쓸어내렸다.
"좋아. 면접은 봐줄 수 있어. 하지만 맨입으론 안 돼. 나도 조건을 걸어야겠어."
"조, 조건이요?"
"나도 금쪽같은 내 영업시간 빼서 너한테 할애하는 거잖아. 그 시간에 내가 다른 사람한테 차를 팔 수도 있는 거고."
‘이것 보소?’
[어쩐지 주인님을 호구로 보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야 나야 쌩큐지. 어디 들어나 볼까?’
"그···렇죠?"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네가 이 차를 산다고 하면, 난 면접을 봐주는 거로. 어때?"
‘캬-. 봊이 값 한 번 더럽게 비싸구만. 그러니까 천만원 짜리 차를 사주면 한 번 대준다는 소리야?’
[뭐, 꼭 그렇게까지 말씀 하실 필요는···. 어차피 주인님도 차를 사러 오신 거니까요. 마음에 들어 하기도 하고.]
‘어쨌든. 심보가 영 마음에 안 들어. 날 한 번 벗겨 먹어 보겠다는 건데, 호락호락 당할 생각은 없어.’
"이 차를요?"
"왜? 조건이 별로야?"
"아, 아니 그게··· 제가 지금 가진 돈이 없어서···."
"당장은 없어도 살 순 있어. 뭣하면 내가 차용증이라도 하나 써줄게. 나중에 일해서 갚아도 되니까."
"아···."
‘야, 이건 완전 섹노예 계약 아니냐? 빚을 지어놓고 나중에 실컷 따먹겠다는 수작인가?’
[정말 그런 걸까요?]
‘적어도 빚은 받아낼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부족한 금액이라 해봐야 300 정도니까. 사채같은 데선 대학생도 500까진 땡길 수 있거든.’
[듣고 보니 괴씸하군요. 차도 팔고 재미도 보고 빚까지 씌우겠다는 소린가요?]
‘내 말이. 이런 못된 암캐에겐 좆몽둥이가 약인데.’
호구처럼 고개를 끄덕이던 도훈은 갑자기 생각에 잠기는 척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조바심을 느꼈는지 미영이 재촉했다.
"왜? 조건이 별로니? 그럼 말고. 나는 기껏 너 생각해서 알바 자리까지 소개해 준 건데. 게다가 면접은 네가 부탁한 거잖아."
"그쵸."
"근데 뭘 망설이는데?"
"저···. 누나."
"응?"
"제가 정말 이런 일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원래 호빠 선수들은 돈 받고 일하는 거죠?"
잠자코 듣고 있던 미영은 도훈의 의도를 알아채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하하하! 뭐야? 너 지금 나한테 화대라도 받겠다는 거니, 지금?"
"아, 아뇨. 꼭 그런 말은 아니고요. 그냥 이런 건 어떨까 해서요."
코웃음 치던 미영이 팔짱을 끼며 다리를 꼬았다.
"뭔데? 들어는 볼게."
"일단 차는 무조건 사는 거로 할게요."
"그리고?"
"물론 테스트는 봐야겠죠."
"또?"
"대신 누나가 만약 정말로 마음에 들면 한 번 할 때마다 차값을 깎아주는 건 어때요?"
"음···.내 마음에 들면?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좋으면서도 싫다고 하면 그만인데."
"그러니까요. 한 번은 테스트라고 하고. 또 한 번 더하고 싶으면 깎아주시는 거죠."
"아하, 한 번은 테스트고 다음부턴 할인을 해달라?"
"뭐···. 네."
미영이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요거 봐라? 순진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맹랑한 구석이 있네? 정말 자신이 있는 건가?’
"한 번 이상할 자신은 있고?"
"물론이죠."
선뜻 대답하는 도훈의 모습에 미영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미련한 놈 같으니. 하긴. 나이도 어린 게 여자를 만나봐야 얼마나 만나봤겠어? 끽해야 젖내나는 또래들뿐이겠지. 네가 성욕에 굶주린 아줌마가 얼마나 쪼아대는 줄 아직 감을 못 잡았나 보네.’
미영은 농익은 여인이었다. 육체적 전성기는 살짝 지났지만, 관록과 테크닉 만큼은 젊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늘어 있었다. 남자를 언제 싸게 할지, 얼마나 버티게 할지도 능수능란하게 조절 가능했다.
만약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단 한 번의 섹스로 도훈을 완전히 나가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럼 한 번에 얼마씩?"
"음···. 백 만원은 어때요?"
"엄청 세게 친다? 호빠 에이스들도 그렇게는 안 부를걸?"
"혹시 모르잖아요. 제가 정말 이쪽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지."
"흐음."
‘몸 좋으면 다 정력 세다고 믿는 철부지구나. 게다가 막말로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내가 한 번만 참으면 안 깎아줘도 되는 거잖아? 내가 미쳤다고 한번에 100만원 짜리 섹스를 하겠어? 차라리 돈을 벌고 말지.’
미영은 도훈이 내건 조건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반은 진심으로, 반은 장난으로 허세를 떠는 거라고.
어린 혈기에 한 번 받아쳐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그녀는 도훈이 잘 익은 바나나라고 생각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벗겨 먹을 수 있는.
"좋아. 대신 두 번째는 무조건 내가 원해야 하는 거야. 알겠니?"
"당연하죠."
"어디 그럼 면접을···."
미영이 다시 스킨십을 시도하자 도훈이 말했다.
"잠시만요, 차에선 곤란해요."
"왜?"
"너무 비좁잖아요. 혹시 근처에 모텔 갈 데 있을까요?"
"까탈스럽긴···. 주변에 널린 게 모텔이지. 차 시동 걸어봐. 내가 안내해 줄게."
"네."
도훈은 첫 카섹스를 미영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무리 중고라도 아다는 내가 하고 싶은 사람이랑 때야지.’
***
미영 말대로 널린 게 모텔이었다. 국도 주변으로 으슥한 곳마다 한 집 건너 러브호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캬. 아주 불륜의 도가니구나, 썩을 대한민국 같으니.’
[주인님도 지금 그러고 계시잖습니까.]
‘난 미션이 걸렸으니까 하는 거지.’
[에휴, 다 핑곕니다.]
"저긴 좀 시설이 별로고. 그래 저기가 좋겠다."
"네. 그럼 저쪽으로."
도훈은 미영이 알려주는 러브호텔로 차를 주차했다. 미영이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했다. 눈 전체를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는 아마도 위장을 위함인 것 같았다.
"괜히 얼굴 팔리면 쪽팔리니까. 요 주변에서 영업하는데."
"아, 네."
"들어가자."
모텔로 입성한 뒤 미영은 에어컨부터 켰다.
"어우, 요즘 날씨 너무 덥네."
"완전 여름 날씨에요."
"뭐하고 서 있어? 얼른 씻어. 나 별로 시간 없어."
"네."
미영은 침대에 기대 눕더니 자연스럽게 티비를 켰다.
처음 보는 남자와 모텔에 온 것인데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위화감이라곤 없는 모습이었다. 도훈은 그녀가 이런 경험이 적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애 엄마라면서 바람을 얼마나 피우고 다닐 걸까?’
[호스트 빠도 드나든 걸 보면 경험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아무튼 딜이 성공했으니 이제 미션만 완수하면 되는 거군.’
[근데 정말 호빠 알바를 하실 생각은 아니죠?]
‘내가? 뭐하러? 돈이 딸리는 상황도 아닌데.’
도훈은 수중엔 1억이라는 현금이 있었다.
이번에 차를 산다 해도 9,000만원 이상 남게 될 것이다.
굳이 얼굴 팔릴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을, 돈 때문에 감수할 필욘 없었다.
‘미션이라도 걸리면 모를까 말이야.’
[그건 아직 알 수 없지요.]
도훈은 샤워를 마친 후 하반신에 베쓰타올을 둘렀다.
처음부터 대물을 드러내는 것보다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저 다 씻었어요."
"그래? 그럼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나도 씻고 나올게."
하반신은 가렸어도, 상반신이 노출된 만큼 도훈의 몸매는 완연히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미영은 도훈의 몸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쌩하고 샤워실로 들어가 버렸다.
‘뭐야? 센 척하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거겠죠.]
‘상관없어. 내가 텐프로부터 현직 야동배우까지 실신시켰던 몸이야. 멋모를 때 맘대로 까불라지.’
도훈은 창틀 위에 재떨이를 가져다 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보아하니 미영은 한참 뒤에나 나올 것이 뻔했다. 남자를 바짝 달아오르게 하는 전형적인 수법. 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 도훈은 깨톡을 열어 어제 헤어진 린다에게 연락했다.
얕은 수작을 부리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여자가 한둘만 있는것도 아니고.
-도훈 : 아침에 잘 들어갔음?
-린다 : 이제야 연락하니?
-도훈 : 피곤해서 좀 더 잤어.
-린다 : 피곤할 만도 하지. 제희 걔는 아프다고 아예 앓아 누웠잖아. 그러게 적당히 좀 하지.
-도훈 : 많이 아파?
-린다 : 첨이니까 그렇겠지. 나도 애널한 다음날 거기가 찢어질 것 같았거든.
-도훈 : ㅋㅋㅋ
-린다 : 근데 우리 다음에 언제 봐? 약속 잊은 건 아니지?
-도훈 : 무슨 약속.
-린다 : 애 봐라? 제희 불러주면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한 거 벌써 까먹었니?
-도훈 : 물론 안 잊었지. 근데 너희들 곧 데뷔라며? 바쁘지 않겠어?
-린다 : 널 보는데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지.
-도훈 : 그래. 그럼 다음에 괜찮을 때 연락 줘. 기왕이면 너네 숙소로 초대해도 좋고.
-린다 : 숙소? 너 또 무슨 꿍꿍인데?
한참 린디와 연락을 나누고 있는데 미영이 머리와 몸에 타올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
"담배 피우고 있었니?"
그녀가 타올로 젖은 머리를 쥐어짜며 도훈에게 물었다.
"네. 좀 긴장되서요."
"풋-. 아깐 두 번 세 번도 거뜬하다고 유세를 떨더니만."
"그래도 면접이니까."
미영은 아슬아슬 타올을 두른 채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 상태로 다리를 꼬자 밑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자 어디. 몸부터 좀 구경해 볼까?"
도훈은 정말 면접을 보는 신입사원처럼 소파에 앉은 미영 앞에 섰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볕을 받아 밝게 빛나는 그의 몸은 눈부시기 짝이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처럼 군살 하나 없는 몸이었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특히 쩍 벌어진 어깨부터 범처럼 날렵한 허리까지 만들어진 역삼각형 체형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완벽한 비율이었다.
옷을 입고 있을 때도 느끼긴 했지만 미영은 도훈의 눈부신 나신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몸 하나는 진짜 끝내주는구나. 정마담 언니 가게 에이스들도 저만큼 아니었는데···.’
미영은 일전에 정마담의 소개로 호빠 셋과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가게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이라 그런지 얼굴은 당장 연예계에 데뷔해도 먹힐 정도로 잘생긴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잘생긴 얼굴에 비해 몸은 생각보다 비리비리했다.
나름 헬스로 몸을 가꿨다지만, 소위 말하는 패션 근육.
복근은 나왔지만 살이 없기 때문이고, 어깨가 넓어 보이는 건 머리가 작아서였다. 물론 어린 여자들은 모델처럼 호리호리한 타입을 선호하겠지만, 적당히 나이를 먹은 자신에겐 차라리 덩치 좀 있고 듬직한 체형이 더 끌렸다.
그런 면에서도 도훈은 아줌마들의 로망을 채워줄 완벽한 바디였다. 전신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근육질의 체형. 정마담이 본다면 다른 건 재쳐 두고 몸만 보고도 도훈을 발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말까지 할 필욘 없겠지.’
"몸은 그럴싸하네. 어디 밑에도 좀 볼까?"
미영은 정말 면접관이라도 되는 듯 깐깐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훈은 그 모습이 우스웠지만, 어리숙한 연기를 계속하며 물었다.
"저 아직 안 커졌는데···."
"뭐야? 내가 세워주기까지 해야돼?"
"아뇨 그게 아니라 조금만 도와주시면···."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건데?"
"가슴만 한 번 까주시면 안될까요?"
미영이 피식 웃었다.
"뭐 그쯤이야."
가슴을 가리고 있던 타올이 스르륵 내려갔다.
< 632. 아이돌 vs 돌아이-25-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