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38화 (611/2,000)

< 620. 아이돌 vs 돌아이-13- >

"대표님이 데뷔 전 마지막 휴식이라고 실컷 놀고 오라고 했잖아."

"그렇다고 아예 안 들어가 버리면 나중에 한 소리 듣지 않겠어요?"

미소가 전전긍긍하며 설득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걸그룹의 센터.

‘큐티’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고, 주위의 기대도 컸다.

이번 앨범만 성공하면 다양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예약되어 있었다. 딱 한 번만 뜨면 된다. 인지도를 올리면 CF도 들어오고, 인기 프로의 고정 게스트로 꼽힐 수도 있다. 아기 분유값이 걸린 이상 그녀에겐 포기할 수 없는 기회였다.

그에 반해 린다는 간절함이 부족했다.

원래부터 있는 집 자식.

게다가 잘나가는 외국 유학파 출신.

못 뜬다고 아쉬울 게 없었다. 가수로 데뷔하는 것조차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에 이력 한 줄 더 넣는다고 믿는 부류다.

설사 앨범이 폭망하고, 다른 수많은 걸그룹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도 본래 대학으로 복귀하면 그만. 잃을 게 없는 사람에겐 절실함도 없다.

"어차피 데뷔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잖아. 지금도 사람들이 가끔 내 얼굴 알아보는데, 나중엔 이런 클럽도 맘대로 못 올 거고. 오늘 좀 노는 게 어때서?"

"아니 그래도···."

좀 노는 게 아닌 게 문제였다.

린다는 선을 몰랐다.

있는 자식들이 으레 그렇듯, 사고를 쳐도 뒷수습을 해주는 부모가 있었다. 뒷배가 든든하니 두려움이 없었다. 내키는 데로 사는 것을 스웩이라고 믿는 철부지였다.

린다가 루즈를 덧칠하며 선언했다.

"아무튼, 나 오늘 숙소 안 갈 거니 그리 알고 있어."

"그럼 어디서 잘 건데요?"

입술을 ‘o’자로 오므리던 린다가 거울을 통해 미소를 째려보았다. 직접 쳐다보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느낌이었다.

"왜? 리더라고 이제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언니 집 영종도잖아요."

"발 뻗고 누워 자면 거기가 집이지, 무슨. 그리고 나 고딩 때부터 혼자서 미국서 산 몸이야. 내 걱정일랑 말고 다음 주 군대 가는 네 사촌오빠나 챙기세요."

린다는 더 말 섞기도 싫다는 듯이 미소를 무시했다.

미소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씨뎅, 진짜 나이 대접 좀 해줬더니 말하는 싸가지 봐라? 확 그냥 엎어버려?’

미소는 한때 일진 출신이었다.

껌 좀 씹었던 그녀에게 3살 정도의 나이 차는 우스운 수준. 걸핏하면 가출하던 시기엔 고딩들 삥도 많이 뜯었다. 고작 그녀 나이 중학생 때 일이었다.

‘아냐, 참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 싸가지, 괜히 건드려봐야 나중에 괜히 불화만 일으키지.’

미소는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화장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다시 클럽 음악이 고막을 때렸다. 어두운 조명 탓에 자길 알아보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사실 성수 같은 걸그룹 극성 팬이 아닌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선발도 못 된 지망생을 기억해 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밝은 대낮에 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판에 어두운 클럽 안이라 더 했다.

‘쳇. 미래의 스타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알아보지도 못하다니. 두고 봐, 내가 유명해지면 너희들 거들떠나 봐줄지’

미소는 괜한 심술을 부리며 일행들이 모여있던 테이블로 갔다. 그런데 그곳엔 맥주병만 잔뜩 있고,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디 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무대 위에 올라서 춤을 추고 있는 일행들이 보였다. 그녀는 먼발치서 일행을 구경하며 혼자 맥주를 홀짝거렸다.

‘역시 링링은 춤을 잘 추네. 댄스머신 다워.’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중국에서 섭외된 링링이었다. 데뷔가 목전이라 매일 연습을 8시간씩 했으니 춤이라면 입에 단내가 날 정도였지만, 같은 안무도 링링이 하면 느낌이 전혀 달랐다. 중국 클럽에서 춤을 너무 잘 춰 스카우터 눈에 띄었다던데, 확실히 타고난

재능부터가 남달랐다.

‘클럽이 아니라 KTV였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KTV. 속칭 코리안 가라오케.

한국식 룸싸롱 시스템을 해외에 정착시킨 것으로, 링링이 화류계 출신이었다는 소문도 잠시 돌았다. 워낙에 과감한 노출과 노골적인 섹시안무도 서슴없이 소화하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도 미혼모임을 숨기는 입장에서 그런 악의적인 소문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린다 언니처럼 대충 시늉만 하는 것보다야, 춤이라도 열심히 추는 게 낫지. 화류계면 또 어때서?’

링링의 춤이 이어질수록 주변으로 남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녀의 월등한 실력과 미모에 다들 자석처럼 끌리고 있었다. 노래방에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클럽에선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돋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 지켜보던 미소는 링링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고정된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정면에 서 있는 도훈을 도발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라? 링링이 왜 저 싸가지를···.’

링링은 도훈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끈적이는 바디 웨이브를 선보였다. 미꾸라지처럼 도훈의 몸을 훑으며 강렬한 시선을 보내는 링링의 태도에 미소가 살짝 골이 났다.

‘뭐야? 링링이 저런 스타일에?’

평소 링링은 남자에겐 별로 흥미가 없었다.

한국말을 곧잘 한다지만, 실제 깊은 대화를 나눠보진 못했다.

그것은 그녀 특유의 공허한 시선 때문이었다. 항상 멍하니 딴 곳을 쳐다보거나 사색을 즐기는 편이 많았던 그녀를, 같은 그룹내 사람들도 별종 취급했다.

처음엔 팀 내 유일한 외국인이라 적응을 못 하는 줄 알고 일부러 다가가 챙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 인생 다 산 것 같은 허무한 표정을 보일 때면 더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벽을 느꼈다. 뭔가 사연이 있는 여자처럼.

‘의외네. 링링이 남자한테 관심을 다 보이고.’

도훈은 링링의 도발에 적당히 응수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때 도훈의 뒤로 제희가 달라붙었다.

‘어라? 저건···.’

역 부비부비!

보통 때라면 거의 시도하지 않는 적극적인 대쉬에 미소가 자기 눈을 의심했다.

클럽의 룰은 의외로 확고하다.

관심 있는 여성에게 남자가 먼저 들이댄다.

남자가 조금씩 몸을 붙이며 의사를 내보이면, 여자는 허용범위까지 받아주다 마음에 안 들면 돌아서면 그만이다.

이는 철저하게 여성의 간택을 받은 남자가 여자를 쟁취하는 시스템이며, 선택권은 오롯이 여자가 몫이었다.

하지만 가끔 남자가 너무 마음에 들 경우 여자가 먼저 들러 붙기도 했다. 제희가 보이는 동작은 전형적인 여성의 대쉬였다.

가슴을 바짝 붙이고, 남자의 허리를 끌어 안 는다.

뒤에서 남자가 좆비빔을 하는 것보다 훨씬 질척대는 스킨쉽이다.

‘와, 대박! 제희 언니 엄청 취했나 보네.’

앞뒤로 여자에게 둘러싸인 도훈은 마치 상황을 즐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바로 옆에 질투심에 이글거리는 우선과 부러워하는 종현도 보였다.

미소가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난 것처럼 계속 쳐다보는데, 여자 화장실에서 나온 린다가 테이블로 합류했다.

"어? 다 어디 갔어?"

"저기요."

미소가 손가락으로 무대 위를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본 린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아니, 저것들이!’

그녀는 앞뒤로 여자를 끼고 노는 도훈의 모습에 분노했다.

그러나 그것은 도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먹잇감을 노리는 제희와 링링에 대한 것이었다.

1차부터 2차까지, 아낌없이 골든벨을 울리고 다 퍼주었는데도 정작 과실은 엄한 년들이 따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와, 진짜 믿을 년 하나 없네? 내가 그렇게 티를 냈는데, 잠깐 화장실 간 사이 홀랑!’

열이 받은 그녀는 맥주병 하나를 집어 들더니 벌컥벌컥 들이 부었다. 속에 천불이 올라와 도무지 식힐 길이 없었다.

‘안 되겠어. 얼른 도훈이 데리고 몰래 나가든지 해야지.’

잠시 후 음악이 바뀐 틈을 타 도훈이 스테이지에서 내려왔다. 쉼 없이 춤을 추었더니 갈증이 나서였다.

"어? 여기서 뭐하고 있어?"

"보면 몰라? 술 마시지."

"계속 추시지 그래요? 보기 좋던데."

두 여자의 반응에 도훈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유, 무서라. 질투가 여기까지 느껴지는군.’

도훈은 넷 모두를 따 먹을 계획이었으므로 지나치게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이쯤에서 린다도 챙겨볼까?’

"참, 나 칵테일 한잔하고 싶은데 이거 어떻게 쓴댔지?"

도훈이 팔에 찬 입장권을 내보이며 물었다.

"빠에 가서 보여주면 돼."

"빠? 어딘데?"

린다가 고갯짓으로 구석에 있는 빠를 가리켰다. 스테이지랑 상당히 떨어진 곳에 남녀 빠텐더 둘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 같이 가자."

"···그러시던가."

도훈이 자연스레 린다를 끌고 빠로 이동했다.

무대에서 떨어진 곳이라 쿵쾅거리는 음악도 잦아들었고, 특유의 은은한 조명이 진열장 술병에 비치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끌벅적한 무대와 달리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공간이었다.

두 사람은 높은 의자에 나란히 앉자 남자 빠텐더가 다가왔다.

"뭘 드릴까요?"

"이걸로 칵테일 시킬 수 있죠?"

도훈이 손목에 찬 밴드를 흔들며 물었다.

"물론이죠. 어떤 걸로 드릴까요?"

도훈이 옆에 앉은 린다에게 물었다.

"너도 한 잔 할래?"

"뭐래? 자기가 사는 것도 아니면서. 전 ‘골든’메달리스트요."

린다가 은연중에 골든벨을 울린 것을 강조하며 칵테일을 주문했다. 도훈은 그녀의 뻔한 의도에 피식 웃었다.

"남자분은요?"

"전···."

메뉴판을 보고 있던 도훈은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을 골랐다.

"섹스요."

"예?"

"섹스 온 더 비치요."

"아···.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주문을 받은 바텐더가 쇼맨쉽을 발휘하며 칵테일을 만드는 사이 린다가 도훈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 방금 일부러 그랬지?"

"내가 뭘?"

"칵테일 말이야."

"아, 내가 좋아하는 거야."

"흐응, 그걸 좋아하는 구나?"

"응. 왜 그런 노래도 있잖아. 섹스, 섹스, 섹스 온 더 비치!"

"자꾸 섹스 섹스 거릴래? 하고 싶어 지잖아."

"하면 되지."

"뭐?"

도훈의 도발적인 멘트에 린다가 눈을 치켜 떴다.

이 남자.

대관절 종잡을 수 없었다.

자신을 무릎 위에 앉히고 대물을 비벼 대는가 하면, 무대에 올라선 다른 여자들과 앞뒤로 몸을 비비며 부비부비를 했다.

어찌 보면 줏대 없이 마냥 즐기는 것 같고, 또 어찌 보면 고도의 카사노바처럼 느껴졌다.

‘뭐지? 설마 나랑 하고 싶다는 건가?’

린다가 턱을 괴며 도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노브라로 된 티가 몸에 밀착되며 젖꼭지가 튀어나왔다.

"누구랑?"

루즈를 다시 바른 입술이 유독 반짝였다.

도훈이 모르는 척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지천에 널렸잖아. 오늘 밤 여자랑 자고 싶어 하는 남자들."

"푸하-! 참나."

그때 바텐더가 칵테일 두 잔을 만들어 대령했다.

"칵테일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난치는 건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건배나 하자."

도훈이 린다의 중얼거림을 묵살하며 잔을 내밀었다.

린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잔을 부딪혔다.

"그래 술이나 마셔."

"섹스!"

"야! 너 진짜."

"온 더 비치!"

"계속 그럴거야?"

"아니 난 노래 부른 건데?"

"확, 따먹어 버릴라 진짜."

말장난에 조바심이 난 린다가 결국 먼저 들이댔다.

도훈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응수했다.

"따먹는 쪽은 남자 아냐?"

"아니거든?"

"왜? 남자가 넣는 입장인데?"

"넌 입속에 음식을 넣으면 음식이 사람 먹는 거니?"

"아니?"

"거봐. 그러니까 넣는 쪽이 먹는 거지."

"그거 말 돼네."

"하여간, 은근 슬쩍 야한 얘기 하는 거 봐. 너 나랑 하고 싶지?"

"뭘?"

"자꾸 이럴래?"

결국 린다가 먼저 도훈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바텐더의 눈치를 보며 사타구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크면 다야?"

"큰데 보태줬냐? 참나."

"작다는 말은 안 하네?"

"큰 걸 크다고 해야지."

"얼마나 큰데?"

"글쎄···."

"나 미국 살다 온 거 알지? 어지간한 사이즈로 까불지 말고."

"가만있자, 너 팔 내밀어봐."

"팔?"

린다가 한 손을 빠 테이블에 올렸다.

도훈은 그녀의 손목을 손가락으로 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두께는 이쯤?"

"뭐?"

"길이는···."

이번엔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한 뼘을 쟀다.

"이쯤?"

"못 본다고 막말하지 말고."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나인 아니지 않아?"

"니껀 먹어봐야 알 것 같은데?"

대화의 수위가 슬슬 높아지자 도훈도 대물에 바짝 힘을 주었다.

"지금 만지고 있으니까 알겠네."

"바지 위로 어떻게 알아?"

"근데 이게 자꾸 허락도 없이 막 만진다?"

이번엔 도훈이 린다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린다가 다리를 바짝 오므렸지만, 이미 그의 칼날 같은 수도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후였다. 도훈의 손가락은 팬티에 닿기 직전 멈추었다.

"좋은 말 할 때 빼라."

"그렇게 콱 붙잡고 있는데 어떻게?"

린다가 살짝 다리의 힘을 풀자 도훈이 기다렸다는 듯이 더 깊숙이 안쪽으로 손을 찔러 넣었다. 설마 사람들이 빤히 다 쳐다보는 클럽에서 그런 짓을 할 줄 몰랐던 린다는 그대로 팬티를 내주고 말았다.

도훈은 중지 끝으로 팬티 가운데 슬쩍 찌르며 말했다.

"이제 공평하군."

"야, 너 진짜!"

"알았어. 뺄게."

도훈이 손을 꺼내더니 손바닥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 근데 이거 왜 물이···."

"야!"

흥분한 린다가 도훈의 손을 낚아채려 했지만, 도훈의 반사신경을 따를 수 없었다. 잽싸게 손을 피한 도훈이 중지를 코 끝에 가져가며 킁킁거렸다.

"뭐야? 너 젖었어?"

도훈이 얄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 620. 아이돌 vs 돌아이-1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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