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32화 (605/2,000)

< 614. 아이돌 vs 돌아이-7- >

린다의 폭탄선언에 제희가 발끈하고 나섰다.

"언니? 농담이 좀 과하지 않아요?"

말은 부드럽지만, 목소리에 칼날이 숨어 있다. 온화하고 청순한 모습과 달리 의외로 강단 있는 성격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미 취한 린다는 어깨를 으쓱하며 받아칠 뿐이었다.

"왜? 떳떳하면 손 안 들면 그만 아냐? 내가 뭐 협박이라도 했니?"

제희가 어이없다는 듯 손을 들려고 하자 린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대신 거짓말은 안 통해. 나 네 침대 밑에서 뭔가를 본 것 같거든."

"뭐, 뭐라고요?"

제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린다가 그녀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게 분명했다.

‘로시, 지금이야. 마음의 소리!’

[넵! 마음의 소리 준비합니다.]

린다를 쳐다보자 그녀의 속마음이 도훈에게 들려왔다.

{흥. 침대 모서리에 러브젤이랑 딜도 숨겨 놓은 거 내가 봤거든? 거짓말만 해. 확 남자들 앞에서 망신 줘 버릴라니까. 겉으론 순진한 척은 다 하면서 뒤로 호박씨 까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린다의 속마음을 읽은 도훈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니 이것들은 대체 아이돌이야, 그라비아 모델이야? 왜 이렇게 다들 음란해? 진짜일까?’

[제희양의 속마음을 읽어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스킬 활성화 상태에선 사거리 안의 모든 인물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거든요.]

‘오, 그래?’

이번엔 얼굴이 빨개진 제희를 쳐다보자 그녀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윽! 저 불여시 같은 계집애가 어떻게 그걸 알았지? 저번 주에 하고 숨겨둔다는 게 깜빡했는데 그걸···.}

‘헐. 진짜였네?’

"뭐하면 그게 뭐였는지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도 있고."

"아, 아니. 난 그저···. 우리끼리도 아니고 남자분들도 계시니까···."

"에이, 여기 애들도 다 딸딸이치고 다닐걸? 내 말 맞지 않아?"

린다가 남자들을 쳐다보자 우선과 종현이 할 말을 잃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대답만 안 했지 긍정의 사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린다의 시선이 도훈에게로 향했다.

"물론 최자 오빠도."

"난 아닌데?"

"예?"

린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세상에 딸딸이를 안 치는 남자라니.

상상이나 했겠는가?

"난 그런 쪽으론 취미 없어서."

"와, 아주 대놓고 거짓말을?"

"아무튼 아닌 사람 한명 나왔으니까 술 마셔야지. 여기 있는 거 다."

"무슨 소리예요? 난 우리 멤버들 말한 건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갑자기 화제의 중심이 도훈에게로 옮겨갔다.

미소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도훈에게 물었다.

"오빠 혹시 최자 아니고 고자였어요?"

"아닌데?"

"근데 정말로 안 하신다고?"

"혼자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게 무슨···."

"와 설마!"

다들 뭔가를 눈치챈 듯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딸딸이를 할 필요가 없는 남자라니.

"오케이. 그냥 없던 일로 해. 김 다 샜다."

그때 도훈의 옆에 앉아있던 우선이 몰래 귓속말로 물었다.

"형 방금 그 말 진짜예요?"

"설마 진짜겠냐. 쟤가 너무 막 나가니까 한 번 받아친 거지."

"전 진짠 줄 알았어요."

"그럴듯해 보였냐?"

"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진실은 연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우선군과 종현군 앞에선 입조심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뭣하면 그냥 둘 다 마지막에 재워버리지 뭐. 나중에 꺠어나면 꿈인지 생시인지 헛갈리게.’

[아, 그런 방법도 있군요.]

‘어쨌든 린다 저 계집애 취하니까 정말 볼만하구나. 좀 더 있음 뭐 벗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근데 우리 계속 술만 먹기 뭐한데 게임이나 할래요?"

"무슨 게임?"

"술자리 게임이야 많죠."

"기왕이면 19금으로 해."

"어, 언니!"

"왜? 너도 야한 거 좋아하잖아. 맨날 숙소에서 19금 소설 보는 거 모를 줄 알고?"

"그건 로맨스라구요."

"그래. 19금 로맨스. 엄청 야하던데?"

린다가 이번엔 미소를 저격했다. 민낯을 드러낸 그녀는 팀원들의 모든 비밀을 까발릴 것처럼 필터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19금 게임은 그럼 뭘로 할까요?"

이번엔 링링이 물었다. 내숭을 떠는 제희나 미소와 달리 그녀는 린다의 과격한 발언에도 전혀 미동도 없이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링링이 의외로 물건이구나. 아주 태연자약해.’

[가식이 없달까요. 원래부터 천성인가 봅니다.]

린다가 볼을 부풀리며 긁적였다.

"글쎄. 뭐 화끈한 거 없을까?"

"왕게임 어때요?"

"왕게임?"

"그래. 그거 재밌겠다. 마침 숫자도 적절하고."

왕게임은 남녀 비율이 안 맞으면 흥이 살지 않는다. 오히려 성수가 빠짐으로써 여자가 많은 이상 남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환경이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거 왕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거 말이죠?"

"그렇지. 거부하면 술 마시고."

"재밌겠다."

"하자하자."

다들 동조하는 분위기라 계속 점잔 빼던 제희도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린다는 아예 쐐기를 박았다.

"벌주가 약하면 재미 없으니까 벌주부터 빡시게 하고 가자."

"소주 글라스로 부을까요?"

"에이, 그건 약하지. 뭐 좀 섞어야지. 최자 오빠. 거기 500cc 잔 좀 줘봐요."

어느새 최자로 불리게 된 도훈이 얼음물이 반쯤 담겨 있던 500 잔을 내밀었다.

"이걸로 뭘 하려고?"

"뭐긴요, 벌주 만들어야지."

린다가 씩 웃더니 잔에 담긴 물을 다른 컵에 부어 비웠다.

그리곤 소주와 양주를 양 손에 쥐고 동시에 콸콸 붓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너무 쌘 거 아냐?"

"무슨 소리예요? 아직 다 섞지도 않았구만."

"섞는다고?"

린다가 불쑥 테이블에 맨발을 떡 하니 올렸다.

맨발인 줄 알았더니 얇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벌주가 벌주 같아야 벌주니까."

그녀는 갑자기 허벅지 안에 손을 넣어 스타킹을 벗기 시작했다. 치마가 살짝 걷어지며 아슬아슬 한 높이까지 올라가자 남자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꺅! 언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뭘 놀래? 밴드 스타킹이야."

잠시 후 그녀가 벗어낸 스타킹을 돌돌 말더니 폭탄주에 투하했다. 살색의 스타킹이 둥둥 뜬 벌주는 그야말로 끔찍한 비주얼이었다.

"흐흐, 술에서 꼬랑내 좀 날 걸? 자신있음 한 번 마셔보시던지."

"와! 이건 진짜 아니다."

"왜? 다음엔 속옷 넣을 건데?"

‘주사가 있는 옷 하나씩 벗는다더니 정말이었나 보네. 좀 있으면 빤스까지 벗겠는걸?’

[생각외로 지저분하게 노는군요.]

‘왜? 계곡주 같아서 좋구만. 크크. 린다가 취하니까 분위기를 주도해서 좋네. 난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어.’

도훈이 흡족해하며 담배를 꺼냈다.

"그럼 제비 뽑을까?"

"아, 담배에 숫자 쓰실 거예요?"

"누구 볼펜 가진 거 있나?"

"저요."

종현이 대학생답게 가방에서 볼펜을 꺼냈다. 도훈은 볼팬을 받아들더니 필터 부분에다 숫자를 하나씩 쓰기 시작했다.

"자 1번부터 6번 까집니다."

숫자를 모두 쓴 도훈은 마지막 남은 담배에 "王"이라고 적었다.

"이거 뽑으면 왕이구요."

"도훈 오빠가 썼으니까 도훈 오빠가 맨 마지막에 뽑아요."

"뭐. 그래도 되고."

도훈은 시작부터 수위를 높일 생각은 없었다. 다만 나중에 왕이 돼서 명령을 내려야 했으므로, 제비를 구분할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로시. 혹시 나중에 누가 뭘 뽑았는지 알아챌 방법 없을까?’

[아이템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오케이. 일단 처음이니까 몸풀기부터 하고.’

도훈은 숫자가 안 보이도록 필터 부분을 잡고 담배 7개비를 내밀었다.

"자, 그럼 바로 시작."

일행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제비를 골랐다. 각자 담배를 손에 쥔 사람들이 자기만 볼 수 있게 몰래 숫자를 확인했다.

[주인님. 도박사들이 주로 쓰는 "뒷패보기" 렌즈가 있습니다.]

‘그런 게 있어?’

[네. 렌즈를 착용하면 특수 현광 필터가 작동하면서 가시 영역에서 벗어난 색이 보입니다. 무지개색 현광 물질이 기본 제공되니 필요한 순간 묻히시면 색으로 숫자를 구분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일단 구매해놔.’

[가격도 묻지 않으시고요?]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이 판에 걸린 판돈이 1만 포인트라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얼만들 투자 못 하겠어. 아낌없이 질러.’

[넵. 구매하겠습니다.]

그때 왕으로 뽑힌 우선이 번쩍 손을 들었다.

"으하하! 내가 왕이다 왕!"

우선은 왕이 된 게 기쁜지 의기양양하다 갑자기 술잔을 들었다.

"자, 일단 1번부터 6번 모두 원샷!"

"원샷요?"

"그래. 자기 앞에 잔 원샷!"

어처구니 없는 명령에 다들 눈앞의 술을 원샷했다.

마지막 제희까지 모두 술을 털어내자 우선이 또 다시 말했다.

"그럼 이제 1번하고···."

"뭐야? 명령 끝이잖아."

"이제 시작인데?"

"한 번에 명령 한 번씩이야. 규칙 몰라?"

"오빠 이 게임 처음 해봐요?"

"어라? 그럼 난 끝난 거야?"

"아니, 19금 게임하라고 왕을 뽑아놨더니 애꿎은 술만 조지고 있네."

"왕 갈아치워."

"자, 다시 다시 담배 거둡니다."

"아, 아니 나는 당연히 명령을···."

‘쯧쯧. 멍청한 놈. 바보같이 기회를 날려 버렸구만.’

[우선군이 여자들하고 술을 많이 안 마셔 봤나보죠.]

‘근데 종현이 살짝 위험해 보이지 않냐?’

도훈은 술을 원샷한 종현의 상태를 걱정했다.

안 그래도 점점 취기가 오르고 있던 종현은 방금 전 원샷에 결정타를 맞았는지 입을 헤 벌리고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종현아. 너 괜찮냐?"

"네, 괜찮아요."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오빠. 술 약하잖아. 작작 좀 마셔."

사촌 동생인 미소가 걱정스럽게 종현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친척이라고 그를 챙기는 사람은 미소밖에 없었다.

"자, 아무튼 그럼 다시."

두 번째 왕은 제희가 뽑혔다.

제희는 잠시 고민하더니 시시한 명령을 내렸다.

"1번은 내 어깨 주무르고, 3번은 여기 있는 손가락 과자 다 퍼 먹기. 2번하고 4번은 러브샷. 5, 6번은··· 그래. 마사지 끝날 때까지 벽 보고 서 있어."

"앗, 나 2번이다."

린다가 기대감 섞인 눈으로 소리치자, 링링이 쑥스럽게 손을 들었다.

"언니. 제가 4번이에요."

"아으. 하필 여자끼리 러브샷이니."

"그럼 1번은 누구야?"

"나네."

1번은 도훈 3번은 미소였다.

5, 6번이 된 종현과 우선은 난데없이 면벽 수련을 했다.

"시시하다 시시해."

"그래요. 여자끼리 러브샷이 뭐야."

"차라리 애무를 시키던가."

"전 그런 변태같은 거 안 할 건데요."

"참나. 너 내가 왕 되면 너 두고보자."

도훈은 소파에 앉은 제희의 뒤에 서서 조심스럽게 어깨를 주물렀다. 위에서 밑으로 내려보니 풍만한 가슴이 유독 부풀어 보였다.

‘흐흐. 빨통은 역시 제희가 갑이구나.’

[점잖지 못하게 빨통이 뭡니까 빨통이.]

‘빨아 재끼는 통이니까 빨통이지 뭐야. 그나저나 린다는 이미 흥이 올랐으니 이번엔 제희를 좀 골려볼까?’

[몸에 좋은 크림 준비할까요?]

‘그래, 아 참. 그것도 준비해.’

[뭘 말입니까?]

‘정보창 무한 보기 있잖아. 스킬 쿨 타임 기다리기 힘드니까 그거라도 써야겠어.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

[원나잇 아큐브 말인가요? 그건 천포인트 입니다만···. 주인님. 이러다 내기에 지기라도 하면 파산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필승 전략으로 가야지. 이기면 돼. 이기면 만 포인트야. 아끼지 말고 질러.’

[알겠습니다.]

아이템을 인계받은 도훈은 눈이 뻐근한 척 잠시 눈을 비볐다. 그러면서 빠르게 오른 눈엔 원나잇 아큐브 렌즈를, 왼쪽 눈엔 뒷패보기 렌즈를 삽입했다. 렌즈 형태라고 하지만, 천상계 특유의 흡착기술이 적용되어 눈에 닿자마자 스르륵 흡수되며 녹아버렸다.

[장착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군. 제희 정보창부터 띄워볼까?’

[유제희양의 정보창을 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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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유제희 (비처녀, 일시 19세 2개월)

나이 : 22 #내숭녀#싱어송라이터#신음노래방

호감도 : 72/100

개방성 : A

성감대 : 목덜미, 클리토리스, 허벅지 안쪽

*애무 포인트 : 목덜미에 콧바람을 불어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성욕지수 : 높음.

공략팁

*그녀는 당신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며 가수를 꿈꾸던 그녀는 오랜 시간 솔로 데뷔를 준비하다 끝내 걸그룹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청순한 외모와 달리 버스킹이 끝나면 매일 클럽에 드나들던 죽순이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지우기 위해 현재는 조신한 척 내숭을 떨고 있습니다.

-그녀의 본색을 알고 있는 린다를 경계합니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무척 신음이 요란한 타입입니다. 특히 클라이막스로 치달을 땐 온 모텔이 떠나가라 신음을 내지릅니다.

-그녀는 섹스 잘하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하룻밤에 3번 이상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녀는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섹파를 모색 중입니다.

-추천행동 : 그녀를 은밀하게 유혹해 보세요. 청순한 외모 뒤에 숨겨진 그녀의 본능을 자극하면 쉽게 넘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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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 정말이지 거를 타선이라곤 없구나. 다들 굶주린 애들뿐인가? 이쯤 되니 다른 두 명도 궁금해지잖아?’

"뭐해요, 오빠?"

"아, 미안. 잠시 눈에 뭐가 들어가서."

"형, 빨리 좀 해주세요. 벽보고 있으니까 심심해 죽겠어요."

"이건 시간제한 둬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 아까 원샷만 하다 끝났구만."

"그럼 10분만 하는 걸로."

"10분은 너무 길고 5분만 하자. 왕도 빨리빨리 바꿔야지."

링링과 러브샷을 마친 린다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벌칙으로 과자를 퍼먹고 있던 미소 역시 동조했다.

"맞아. 얼른 끝내고 바꿔요. 배불러 죽겠네, 진짜."

도훈이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5분? 아니 3분이면 충분하지. 잔뜩 젖게 해줄게.’

몸에 좋은 크림을 손에 묻힌 도훈이 제희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 614. 아이돌 vs 돌아이-7-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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