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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614화 (587/2,000)

< 596. 거자필반 -56- >

도훈이 처음 설수지를 보고 느낀 감정은 아이러니였다.

‘도대체 왜?’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예쁘고 곱게 자란 수지에게, 더욱이 집안도 훌륭하고 본인이 가진 능력 또한 출중한 존예 보스급 알파걸인 그녀에게 인스타에 노출 사진을 올리면서까지 관심을 구걸할 어떠한 이유도 찾기 힘들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군. 마음만 먹으면 길가는 남자 아무나 찍어도 다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외모를 가지고 무엇이 부족해서···.’

도훈은 수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았다.

165 정도의 적절한 키.

수수해 보이면서도 부티가 묻어 나는 옷차림.

특히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얀 이와 초승달 같은 눈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짓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기품은 있되 오만하지 않다.

예쁘면서도 예쁜 척하지 않는다.

오프라인으로 처음 접한 설수지는,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미인이었다.

[주인님, 정신 차리십시오. 예쁜 여자를 보고 정신줄을 놓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군요.]

‘내가 또 침 흘렸냐?’

[네. 그것도 뚫어져라 쳐다보시면서요.]

‘아무튼 기대했던 이상이야. 화장빨, 조명빨로 떡칠한 흔녀가 아닐까 예상했는데 이제보니 사진이 원판을 열화시킨 거였어. 이런 귀티나는 미인은 오랜만이군.’

[설사 그녀가 아이돌이나 연예인급 외모라 할지라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주인님은 주인님의 일을 하셔야죠.]

‘물론이지.’

로시의 충고에 정신을 환기한 도훈이 가까스로 평정심을 찾고 말했다.

"우리 어디로 갈까요?"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심 돼요. 근데 빈손이시네요?"

어제 약속하길 숙소 예약은 수지가, 술은 도훈이 챙기기로 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사려고요."

"그러시구나."

두 사람은 초저녁 밤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낮과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상쾌해지는 날씨였다. 특히 훈남과 미녀가 함께 가로수 길을 걸으니 화보의 한 장면같은 멋진 그림이 연출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시선을 힐끔거리고, 부러워하

는 게 느껴졌다.

[주변의 사내놈들이 죄다 수지양만 보는 군요.]

‘여자들까지도.’

[남자가 여자를 쳐다보는 건 본능이라 쳐도, 여자들은 왜 같은 여자를 힐끔거릴까요?]

‘질투가 아닐겠어?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보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테니.’

[한마디로 미인은 양쪽 모두의 시선을 받는 거군요. 그것도 참 피곤한 일이네요.]

‘쉬운 말로 보적보라고도 해.’

"성수 오빠랑 잘 아신다고···."

"성수형요? 네, 입학 동기예요."

"그럼 학번이···."

"15학번이죠."

"저보다 선배시구나."

"학년은 제가 한 학년 어린데요 뭘."

"그럼 올해 복학하신 거예요?"

"네."

도훈은 뻔한 걸 물어오는 수지의 의도가 궁금했다.

‘분명 소개팅 하기 전 이미 호구조사 끝냈을 텐데 왜 자꾸 묻는 거지?’

[궁금하시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 아직은 참아야 돼. 쿨 타임 때문에 결정적일 때 활용하는 게 좋겠어.’

[그럼 정보창이라도 쓰시던지요.]

‘그래. 그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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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설수지 (처녀)

나이 : 22 #처녀빗치 #섹스타 #교회녀

호감도 : 60/100

개방성 : S(조건부)

성감대 : 후장, 회음부, 등판 전체

*애무 포인트 : 애널 섹스에 환장합니다.

성욕지수 : 극단적으로 높음.

공략팁

*그녀는 당신보다, 당신을 노리는 흑막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을 이용해 흑막의 정체를 밝히고 싶어 합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려서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양과 기품 넘치는 습관이나 행동 탓에 그녀는 무척 사랑스러운 여대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남모를 비밀이 숨겨 있습니다.

-그녀는 모태신앙으로 믿게 된 교회에서 교회 오빠 한명과 비밀리에 교재하였습니다.

-그녀와 사귄 교회 오빠는 무척 독실하고 품행이 단정한 학생이었지만, 실상은 애널섹스를 밝히는 지독한 변태였습니다.

-그녀는 첫사랑에게 조교를 받아 처녀를 훼손시키지 않고 후장만 뚫리는 기형적인 성행위를 즐겨왔습니다.

-하지만 독실한 신자였던 교회 오빠는 아프리카로 선교 활동을 떠나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부족한 성욕을 채우기 위해 인스타에서 노출을 즐겨왔습니다.

-그녀는 변태적인 성행위를 즐기지만, 여전히 처녀를 지켜왔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순결하다 여깁니다.

-추천 맨트 : "역시 앞보단 뒤가 좋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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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도훈은 정보창을 통해 드러난 그녀의 속사정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왜 그러세요?"

나란히 걷고 있던 수지가 놀라서 묻자 도훈이 재빨리 얼버 무렸다.

"가, 갑자기 발목을 접질려서요."

왠지 찐따 같은 변명이었지만, 솔직히 말하기엔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도훈은 찐따가 되는 쪽을 선택했다.

"정말요? 괜찮으신 거예요?"

"네, 네. 살짝 삐었어요."

"그래도 괜히 무리하지 마세요. 저기 벤치에 잠시 앉았다 가요."

"정말로 괜찮아요."

"아이참, 쉬었다 가시라니까요."

수지는 덥썩 도훈의 손을 붙잡아 벤치로 이끌었다. 도훈은 그녀의 보드라운 손에 자기도 모르게 벤치로 끌려갔다.

"어디 한 번 봐요. 이쪽 발이에요?"

수지가 왼 발을 가리키자,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절뚝거리는 연기를 했다.

"그,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에요."

"오빠 안 그렇게 생겨서 엄청 부끄러움 많네요? 잠시면 되니까 신발 벗어봐요."

수지는 벤치에 앉은 도훈 앞에 쪼그려 앉아 강제로 신발을 벗겼다. 순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훈의 시선으로 원피스 앞섶이 들리며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이 훤히 드러났다.

‘헉-!’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정신이 팔리며 발을 내주고 말았다. 수지는 도훈의 발이 더럽지도 않은지 양말까지 벗겨가며 복숭아뼈 부근을 주물렀다.

"삐었을 때 무리하게 걸으면 나중에 습관성으로 이어 질수 있데요."

"아··· 네."

"제가 만져 줄 테니까 아파도 참으세요. 아셨죠?"

도훈은 넋이 나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 정신 차리십시오! 또 침을 흘리고 계십니다.]

‘크흡, 아니 이건 반칙이잖아? 저렇게까지 친철하게 해주는데 어떻게 거절해?’

[거참···. 가슴골만 보면 환장해서는.]

‘뭐라고?’

[아닙니다.]

벤치에 앉아 여자가 남자의 발을 주무르는 광경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지나가는 커플들이 수군거렸지만, 수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정성껏 도훈의 발목을 마사지했다.

도훈은 그녀의 정성스러운 행동에 감동하다가도 이내 정보창에 나온 내용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친. 이런 행동만 봐선 누가 쟤를 변태로 의심하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정말 이력이 화려하네요.]

‘수지가 말로만 듣던 처녀 빗치라니. 정말 충격적이군. 난 인스타에서 노출하는 것만 보고,  발랑까진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원래 사람은 겉모습만 봐선 모른다지 않습니까? 근데 정보창에 나오는 흑막은 무슨 뜻일까요?]

‘이제부터 그걸 알아봐야지. 근데 정말 간악한 데가 있구나. 호감도만 봐선 절대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데, 과분할 정도의 친절을 베풀고 있어. 사람 미안하게 할만큼. 남자의 호감을 사는 법을 아는 여자가 확실해.’

[가슴골에 혹하시 건 아니고요?]

‘물론 그조차도 의도된 행동이겠지. 진짜 놀라운 건 발목이 삐었다는 거짓말을 가지고, 순간적으로 저런 기지를 발휘했다는 점이야. 벤치 밑에서 쪼그려 앉아서 은연중에 자기 가슴 크다는 걸 과시하는 동시에, 더러운 양말까지 벗겨서 정성스레 발목을 주무르

는 모습으로 여성미와 착한 인성까지 내비쳤단 말이지. 정말 엄청난 가식덩어리랄까?’

[듣고 보니 정말 오싹한 여자네요.]

‘보통 상대가 아니야. 속에 구렁이가 몇 마리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어. 분명 학교생활도 충실히 하고 있을걸? 섹스타라는 걸 외부에 철저히 숨기면서.’

[아무튼 그녀가 배경과 상관없이 변태가 된 이유는 명확히 해명이 되었군요.]

‘그 교회 오빠? 세상에···. 처녀임을 지키기 위해서 후장을 대주는 여자라니. 난 그게 웃기고 야한 농담정도로 여겼는데 정말 이런 여자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그때 발목을 주무르던 수지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며 도훈을 빤히 쳐다보았다.

"지금 어디 보시는 거예요?"

분명 고의적인 함정이었다.

도훈이 가슴을 쳐다보도록 유도해놓고, 정말로 가슴을 보는 순간 그를 당황시켜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심지어 상대가 호의를 보이는 와중에 더러운 음심을 지적함으로써 도덕적인 죄책감을 배가시키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도훈은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았다.

"목걸이가 예뻐가지고요."

그녀의 가슴골 위에는 조그만 팬던트가 달린 금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목걸이요?"

"네. 그 십자가 목걸이요. 혹시 교회 다니세요?"

도훈이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히 대답하자, 수지도 더는 추궁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가슴을 가리며 일어서며 대답했다.

"네. 모태신앙이에요. 혹시 오빠도?"

"아뇨. 전 딱히 믿는 종교가 없어서."

"암튼, 이제 한 번 걸어보세요."

도훈은 신발을 신고 발목을 한 번 돌려보더니 괜찮다는 듯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훨씬 좋아졌어요."

"별말씀을. 이제 그럼 가실까요?"

수지는 쉽게 말려들지 않은 도훈을 보고 생각했다.

‘쳇. 분명 가슴 쳐다봐놓고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 돌리는 것 좀 봐? 아주 거짓말이 능수능란한 스타일이군. 하지만 결국 너도 나한테 휘둘리게 될걸?’

도훈과 수지는 서로 다른 꿍꿍이를 갖고 편의점을 찾아 들어갔다. 맥주와 소주를 비닐봉지가 터질 정도로 구매한 두 사람은 이어 건너편의 모텔로 입장했다.

초저녁부터 모텔에 입장하는 데 부끄럽지도 않은지 수지가 태연하게 말했다.

"술집보다 여기가 낫죠?"

"뭐, 편히 마시려면 좋지. 괜히 비싼 안주 안 먹고."

"맞아요. 전 안주빨 세우는 애들이 제일 싫더라고요. 히힛."

방에 입장하자 수지가 곧바로 에어콘 리모컨을 찾아 가동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에 도훈이 자기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모텔은 자주 오나 봐?"

듣기에 따라선 무례한 질문이었지만, 수지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네. 시험 공부 할떄요."

"모텔에서 시험 공부를?"

"친구 여럿이랑 팀 짜서 오면 도서관 끊는 거랑 얼마 차이 안 나요. 피곤하면 씻거나 잠시 잘 수도 있고요."

‘미리 준비한 대답이군.’

[그래 보이네요.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 게 주인님 이상으로 언변이 출중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공략이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요?]

‘그러게. 진짜 모텔에서 술만 먹다 가면 완전 새 되는 건데.’

도훈은 호락호락하지 않는 수지의 대응에 공략의 성공 여부를 처음으로 걱정했다. 모텔까지 끌고와서 그냥 나간다면, 공략의 성공 여부를 떠나 남자로서 엄청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다.

수지가 모텔 테이블에 맥주 두 캔을 올려놓고 안주로 과자 봉지를 뜯었다. 그녀는 눈 앞의 시원한 맥주에 흥분한 듯 들뜬 목소리로 도훈을 불렀다.

"자, 그럼 소개팅 정식으로 해보실까요?"

***

술로 져본 적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에 소주 4병과 맥주 6캔이 깔렸는데도, 수지는 낯빛조차 변하지 않았다. 시작할 때 아이템을 미리 챙겨 먹지 않았다면 이미 넉다운이 되고 남았을 양이었다.

"넌 진짜 티도 안나는 구나?"

어느새 말을 놓게 된 내가 물었다.

"맞아요. 그래서 선배들이 새터에서 저보고 주신이래요."

"주신?"

"네. 술의 신이요. 술을 아무리 먹여도 안 취한다고."

알만했다.

남자들만 바글바글한 법대에 저렇게 예쁘고 깜찍한 여자애가 신입생으로 들어왔으니, 술을 먹여 수작을 부려보려는 사내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근데 나중에 새벽쯤 되니까 저만 멀쩡하고 다 뻗어 버렸지 뭐예요?"

"아니 그럼 정말 넌 한 번도 취해본 적 없어?"

"아마도요?"

"그럼 술을 왜 마시는 거야?"

솔직히 궁금했다. 보통 주당들은 술이 쌔 취할 때까지 마시느라 술을 많이 마신다. 그런데 그녀는 취하지도 않을 술을 계속 마시기만 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안 취하진 않죠. 얼굴에 티가 많이 안나는 편이라 그래요. 지금도 살짝 볼 뜨거워 졌거든요. 만져 보실래요?"

수지가 내 손을 잡더니 갑자기 자기 이마를 짚게 했다.

체온보다 살짝 뜨거운 걸 보니 취기가 돌긴 한 모양이었다.

"뜨겁죠?"

"살짝?"

"아닌데? 분명 열이 있는데."

수지가 갑자기 손을 밑으로 내리더니 이번엔 가슴 위를 짚게 했다. 쇄골부터 가슴골이 시작되는 사이로 누가 봐도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여긴요?"

"뜨, 뜨겁긴 뜨겁네. 나 잠시 화장실 좀."

나는 화들짝 놀라며 화장실로 대피했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원피스 틈으로 가슴을 움켜쥘 뻔 했다.

‘휴, 점점 작정하고 덤벼드는데?’

[절대 먼저 넘어가선 안 됩니다. 분명 꿍꿍이가 있을 겁니다.]

‘알고 있어. 호감도 60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이잖아. 게다가 아까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 때 분명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았거든.’

나는 30분 전 수지가 마음속으로 말하던 걸 떠올렸다.

< 596. 거자필반 -5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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