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3. 거자필반-43- >
"뭐냐?"
"왜요?"
"남사스럽게 왜 땀을 닦아주는데?"
"그냥요."
"참나···. 근데 이거 냄새 좋다?"
"그래요?"
"어. 향수 좋은 거 쓰나 보네."
"어떻게 아셨어요? 보질리아라고 프랑스 향순데. 페로몬의 일종이랄까?"
"보질···. 음, 그렇군."
있지도 않은 향수를 지어낸 도훈의 말에 단순한 성수가 금방 설득되었다. 그 과정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연두가 주먹을 쥐며 분개했다.
‘이 씨. 진짜 왕 변태 같으니.’
그 사이 화장실로 들어갔던 나연이 한참 만에 밖으로 나왔다. 도훈이 그녀를 보며 놀리듯 말했다.
"오래 걸렸네? 설마···."
나연은 도훈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선수를 쳤다.
"맞아요. 똥이에요."
"어?"
"똥 싸느라 오래 걸렸다고요!"
왠지 화풀이하는 듯한 태도에 성수는 난처해했고, 연두는 더욱 둘 사이를 의심했다.
‘분명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데···. 설마 버스에서 해버린 건 아니겠지?’
연두는 극단적인 가정을 했다가 이내 생각을 거두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버스에서 서서 박는 짓은 차마 못 했을 거란 가정이었다.
‘아무튼 나연이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 친다면 나도 질 순 없지. 두고 봐. 도훈 오빠는 내가 먼저 따먹고 말 테니까.’
연두가 나연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도훈은 두 사람의 신경전을 보며 속으로 즐거워했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질투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역시 주인님은 못된 사람입니다.]
‘왜? 내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지들끼리 이상한 내기해서 그런 건데.’
[알면서 방조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은근히 캣파이트 구경이 흥미진진하단 말이지. 특히 사이가 좋은 두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여간 인성 쓰···.]
‘뭐?’
[···아닙니다.]
"입원실이 어디랬지?"
"4층 408호라고 했어요."
"연락은 했어?"
"네. 아까 톡으로요. 근데 화장 못 해서 보기 추하다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남자까지 우르르 몰려가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겠네요."
성수가 괜찮다는 듯 말했다.
"이건 집행부 차원에서 문병 온 거야. 그리고 우리가 남자냐? 선배지."
성수의 대답을 들은 연두가 생각했다.
‘성수 오빤 그럴지 몰라도 도훈 오빤 다르지.’
나연도 생각했다.
‘남자도 남자 나름이지. 근데 도훈 오빠도 같이 온다는 말은 안 했는데···. 귀뜸이나 해줄 걸 그랬나? 나중에 알면 우릴 원망할텐데.’
서현이 수치심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나연이 제안했다.
"혹시 모르니까 저희 먼저 들어갈까요?"
"왜?"
"서현이 민망할까 봐요. 여자들 쌩얼 드러내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맞아요. 선배님들은 10분 뒤에 오세요."
"거참···. 병원 다 와서 무슨."
"그럼 저희 먼저 올라가요."
나연과 연두는 성수와 도훈을 밀어내다시피 하며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어깨를 으쓱거리던 성수가 도훈에게 말했다.
"별수 없지. 담배나 한 대 빨고 오자."
"네."
병원 건물은 전체가 금연 구역이었기 때문에 정문에서 한참 걸어 나가서야 흡연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성수가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너 예전에 수영 강사 했댔냐?"
"네?"
"애들이 그러던데? 그래서 거기 제모도 했다고."
"아···."
도훈은 실기 수업에서 샤워를 하던 당시 깨끗하게 밀린 털의 해명하느라 둘러댔던 기억이 떠올랐다.
‘쳇, 어떤 놈이 또 소문낸 거야?’
"잠깐 했죠. 강사라긴 보단 수영장 알바 같은 거지만."
"그래도 수영은 좀 하겠네?"
"왜요?"
"아니, 해양 레저 캠프 말이야. 교수님이 되도록 외부 강사 말고 자체적으로 강사 섭외하라셔서. 지금 스쿠버 다이빙이랑 서핑보드 쪽은 구했는데 바다 수영은 강사가 부족하거든."
"아···."
"어때? 네가 후배들 좀 가르쳐 볼래?"
‘로시. 이도훈 수영 가능해?’
[가능이야 하죠.]
‘수영 강사면 애들 비키니 입은 모습 잔뜩 볼 수 있는 거잖아?’
[아니 주인님, 이 와중에 그런 고민을···.]
‘일단 받고 보자. 안되면 수영 실력이야 금방 늘리 수 있으니.’
도훈은 최대한 정중하게 대답했다.
"제가 누굴 가르칠 실력까진 아니지만, 정 없으면 제가 해 볼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어차피 너도 내년이면 집행부인데 지금부터 천천히 일 돕고 그러는 편이 좋지. 이제 올라가자. 시간 다 된 것 같아."
"네."
***
병실은 4인실이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네 귀퉁이에 침상이 각각 놓여 있었다. 먼저 들어간 나연과 연두가 보호자 의자에 앉아 있고, 환자복을 입은 서현은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
"서현아."
"오셨어요, 부학회장님."
성수를 발견한 서현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인사했다.
"아이고, 그냥 누워 있어."
"몸은 좀 괜찮아?"
"···네. 이렇게 다들 안 오셔도 괜찮은데."
서현은 성수 옆에 선 나를 보더니 잠시 눈빛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온다는 소식은 나연과 연두에게 전해 들었을 텐데도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뭔가 좀 수상하지 않아?’
[글쎄요. 주인님을 보고 동요하는 것 같긴 하지만, 딱히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군요.]
‘이 때를 위해 정보창 스킬을 아껴놨지.’
나는 거리를 좁히며 정보창을 실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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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박서현 (비처녀, 일시 17세 8개월)
나이 : 20 #모범생 #집착녀 #내숭갑
호감도 : 71/100
개방성 : B
성감대 : 옆구리, 팔꿈치, 목덜미.
*애무 포인트 : 부드러운 키스에 흠뻑 달아오르는 타입입니다.
성욕지수 : 높음
공략팁
*그녀는 당신을 한때 광적으로 집착했습니다.
*하지만 조교에게 스토킹을 걸린 이후 무척 소심해졌습니다.
*당신이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하며 서서히 짝사랑을 단념해 가는 중입니다.
-호감도를 다시 상승시키기 위해 다음의 멘트를 추천합니다.
-추천 멘트 : "얼른 퇴원하고 같이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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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역시 서현양은 범인이 아니었군요.]
정보창 어디에도 SSG와의 연관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강민주 사건 이후로 나에 대한 마음을 접는 중이라고 나왔다. 아마도 스스로 강박적인 집착에 대해 회의감을 품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것같다.
‘말도 안 돼. 서현이까지 아니면 남는 사람이 딱 한 명 뿐인데?’
[마유미양 말이죠?]
‘리그 참가 중인 유미에게 그럴 여유가 있었단 말이야?’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말해봐.’
나는 다른 사람들이 서현과 수다를 떠는 틈을 타 로시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애초에 주인님이 너무 대상을 한정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수지 양이 국성대를 다니는 학생이라고 해서, 범인 또한 같은 대학 학생일 거라고 말이죠.]
‘그럼 학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소리야?’
[굳이 학생일 필욘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너무 복잡해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로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설수지가 우리 학교 법대를 다닌다는 전제하에 학부생들 위주로 용의자를 추렸다. 하지만 전제부터 잘못되었다면 애초에 엄한 사람들만 들쑤신 셈이다.
[주인님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외부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근데 어떻게 설수지를 알고 접근한 거지?’
[설수지는 국성대 학생이기도 하지만, SNS에서도 이미 유명한 스타입니다.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주인님과 연관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하-. 젠장. 몇 날 며칠을 고생했는데 죄다 뻘짓이었다니.’
[꼭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용의 선상에서 배제한 것도 나름 진척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대체 누구지? 학생이 아니면서 나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이?’
외부까지 용의자를 확장하자 너무 많은 여자가 떠올랐다.
최소한 손가락으로 꼽아도 못 샐 정도였다.
"···잘 하셨어요?"
"오빠, 서현이가 묻잖아요."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여 후배들이 동시에 묻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어? 뭐라고?"
"교생실습은 잘하셨냐고 묻잖아요."
"아아···. 어, 대충 뭐."
나연이 묻고,
"듣기론 대표수업도 하시고 엄청 활약하셨다던데, 사실이에요?"
"배구 경기 때도 실력발휘 하셨다고."
연두가 받았다.
"혹시 잘보이고 싶은 여자가 있었던 건 아니죠?"
"오오, 오빠도 드디어 품절남 합류 하나요?"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으며 동시에 압박해 왔다.
방금 전까지 당장 캣파이트를 벌일 기세였던 두 사람이 동시에 협공을 해오는 모습이 낯설고 희한했다.
‘하여간 여자들이란 알다가도 모르겠군.’
"그냥 점수 잘 받으려고 한 거야."
"점수요?"
"실습점수도 학점에 포함되거든. 대표 수업하면 A+ 준다고 해서."
"아아···."
"오빠 정말 열심히시구나."
"도훈 오빤 뭐든 열심히지. 공부도 운동도 또···."
"또?"
"아냐. 히힛."
"뭔데 계집애야."
이것들이 은근히 나를 몰아가고 있군.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두 사람을 무시하고 서현에게 말했다.
"혹시 퇴원은 언제야?"
"이르면 이번 주 주말요. 왜요?"
"같이 듣는 교양수업에서 조별 과제를 내줬거든. 너 입원했을 때. 우선 네 몫까지는 내가 해놓을 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 오라고."
"아···. 고마워요."
"이얼, 오빠 웬일?"
"그러게. 엄청 친절하시네. 서현이가 예뻐서 그런가?"
나연두가 왱알왱알 떠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이것들은 내가 실수하기만 기다려 말꼬리를 잡으려는 것뿐이다. 아마도 둘이서 얘기하면서 뭔가 작당을 한 것 같은데, 호락호락 넘어갈 줄 알았으면 오산이다.
"고마워요, 선배님. 참, 내 정신 좀 봐. 뭐라도 좀 드렸어야 했는데···. 냉장고 윗 칸에 음료수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사다 주신 거예요."
"아니. 우리가 사온 거 먹자. 과일 좀 사 왔는데."
나는 일부러 과일바구니를 들먹였다.
"바나나 아주 잘 익었더라. 어디서 바나나 냄새 나는거 같지 않니?"
공격을 받은 나연이 얼굴이 새빨게 져 고개를 떨궜다.
"그런가요?"
"응. 참외는 내가 씻어 올 게. 혹시 과도 같은 거 있니?"
"저기···."
서현이 가리킨 서랍에서 과도를 꺼낸 나는 참외를 들고 휴게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연두가 뒤따랐다.
"오빠 과일 잘 못 깎을 것 같은데. 같이 가요."
"엇. 그럼 저도."
"야야. 참외 깎는데 몇 명이나 가는 거야. 나연이는 나랑 같이 있자."
성수가 혼자 있기 뻘쭘했는지 뒤따르려는 나연을 붙잡았다. 결국 연두와 나만 병실을 나와 휴게실로 향했다. 문병객들이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휴게실엔 마침 아무도 없었다.
세면대에서 참외를 씻는데 연두가 물었다.
"오빠 정말 너무 하셨던데요."
"뭐가?"
"바나나가지고 장난치셨다면서요?"
"먹은 건 내가 아니지."
"먹인 건 오빠죠."
"너도 먹고 싶어?"
나는 옆에 붙어서 과도를 쥔 연두의 엉덩이를 힘껏 움켜쥐었다. 연두가 단도를 쥐듯 칼 손잡이를 바짝 움켜쥐며 말했다.
"오빠, 저 지금 칼 들었어요."
"왜? 그걸로 찌르기라도 하게?"
나는 손은 점점 더 밑으로 내려 치마 속으로 집어 넣었다. 아까 팬티를 벗겼기 때문인지 탱탱한 엉덩이가 바로 잡혔다.
"팬티 돌려 주세요."
"성수 형 땀 묻었는데 다시 입고 싶어?"
"오빠 진짜 변태구나. 그걸로 얼굴을 닦을 줄은 몰랐어요."
"그렇게 안 했음 니 팬티라고 소문 났을 걸?"
"그러게 왜 남의 팬티를 벗겨요?"
"벗겨야 만지기 쉬우니까 그렇지."
나는 엉밑 살 사이로 손가락을 문지르며 말했다. 참외를 깎던 연두가 흠칫 몸을 떨었다.
"아아···. 왜 이러세요 정말."
"왜 이러긴 이러려고 따라온 거 아냐?"
처음엔 조금 건조한 느낌이 있었지만, 몇 번 문지르니 금세 축축해졌다. 연두는 오히려 다리를 살짝 벌리며 손을 움직이기 쉽게 해주었다.
"솔직히 말해봐요. 나연이에요 저에요?"
"둘 다 먹으면 안 돼?"
"그럼 다시 물을게요. 둘 다 벗고 있어요. 누구부터 꽂아 줄 거예요?"
음. 이건 좀 어려운 질문이다.
둘 다 있으면 누굴 먼저 박아야 할까?
침대에 다릴 벌리고 누운 두 여자를 떠올리자 대물이 부풀기 시작했다. 대물이 커지는 만큼 내 손동작도 더욱 농밀해졌다. 한 마디쯤 밀어 넣고 살살 클리를 자극하자 연두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아, 아···. 오빠아···."
"블라인드 테스트로 해보면 되지 않을까?"
"블라인드요? 어떻게요?"
"안대를 쓰는 거지. 그리고 둘 중 누군지 모르게."
"그리고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박히는 거야. 그럼 순전히 누가 봊이가 더 맛있는지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해도 명쾌한 답변이었다.
연두가 납득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블라인드라···. 그거 재밌겠네요."
"왜 생각있어?"
"나연이한테 물어보고요."
찌꺽-
어느새 물이 흥건히 배어 나와 손가락 하나가 끝까지 들어갔다. 연두는 도저히 자극을 참기 힘든지 과도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세면대를 움켜잡았다.
"하앗···. 오, 오빠 너무 쌔요."
"왜? 못 참겠니?"
"흐으···. 진짜 오빠는 못 말리겠군요. 병원까지 와서 이러고 싶어요?"
"버스 안에서도 했는데 무슨."
찌꺽찌꺽!
소리가 점점 음탕해졌다. 연두는 아예 뒤치기를 대주는 것처럼 엉덩이를 뒤로 내밀며 수음을 즐겼다.
"하앙, 아앙···. 오빠. 나 이러면 못 참아."
< 583. 거자필반-4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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