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2. 거자필반-42- >
도훈은 고민에 빠졋다.
마음 같아선 당장 박아 버리고 싶지만, 여건이 따라주질 않았다.
야동에서 보면 버스 안에서 물고 빨고 박고 싸고 다 하던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런 짓을 하고도 안 들킬 방법도 없거니와, 들켰을 때 뒷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흐음. 그렇다고 혼구녕을 안내자니 더 기고만장해질 것 같단 말이지.’
잦이까지 뽑아놓고 이대로 물러서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때 도훈의 시선이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로 향했다. 각종 과일이 보기 좋게 포장된 바구니 안에, 유독 눈에 띄는 과일이 보였다.
‘저거라면?’
그것은 바나나였다.
선물용으로 들어가는 특상품이다 보니 굉장히 큼지막하고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두께와 길이로 보아 지금 활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아이템같았다.
‘꿩 대신 닭이라던데···. 대물 대신 바나나는 어떨까?’
[네? 바나나요?]
‘과일을 먹기만 하는 법은 없지 않아?’
도훈은 한 손이 다섯 개로 구성된 바나나 뭉치에서 끄트머리 하나를 뚝 떼어냈다. 적절하게 휘어진 바나나는 모양부터 크기까지 딜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도훈은 대물을 다시 추슬러 집어 넣더니, 나연의 치마 밑으로 바나나를 들이밀었다. 차가운 물체가 밑으로 훅 들어오자 나연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뭐, 뭐예요?"
"아무래도 공간이 협소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나는 됐으니 너라도 즐기게 해주려고."
"아, 아니. 지금 밑에 닿은 거 뭐냐구요."
"바나나야"
"바나나?"
"응, 바나나."
"아···."
도훈이 휘어진 바나나를 벌어진 질 구멍에 냅다 꽂았다.
푹-!
"흑!"
"차갑니?"
"아, 아. ···이러지 마세요."
"왜?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바나나잖아. 밑에도 좋을 걸?"
"그, 그걸 바로 꽂아 넣는 사람이 어딨어요?"
"왜? 장화라도 씌워야 하나?"
"농약이 묻었을지도 모르잖아요!"
도훈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여자들은 유독 질 위생에 예민하다. 균이 들어갔을 때 질염에 걸리거나 그로 인해 발생한 합병증으로 심할 경우 불임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알겠어."
머리까지 들이밀었던 바나나를 다시 뽑아낸 도훈은 두 손을 쓸 수 없어 입으로 바나나 껍질을 벗겼다. 버스에서 느닷없이 바나나를 벗기는 도훈의 모습은 어딘가 지능이 좀 모자란 사람 같았다.
겨우 바나나를 벗겨낸 도훈이 하얀 과육을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이러면 너무 무르지 않나?"
"그니까 왜 그걸 굳이···."
"너 좋으라고 하는 거잖아."
"하, 하나도 좋지 않거든요?"
"잠시 후에도 그런 말이 나오나 한 번 보자고."
껍질을 모두 벗겨낸 도훈이 2차 진입을 시도했다. 끝이 뭉툭하고 유선형으로 쭉 뻗은 바나나는 사람의 물건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말캉말캉한 바나나가 질 입구에 닿자 나연이 다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른 과육 특유의 질감과 끈적한 표면이 전에 없던 자극을 끌어냈다.
‘흐, 흐읏! 버스 안에서 거기 바나나를 꽂다니···.’
머리까지 들어간 바나나를 도훈이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힘없는 바나나는 몇 번 움직이지도 못하고 중간이 뚝- 부러져 버렸다.
"얼레?"
"허, 헉! 뭐예요, 지금?"
"아니 이게···."
도훈이 난처한 듯 중간이 부러진 바나나를 내밀었다.
"···끊겨버렸는데?"
"아, 진짜!"
나연은 여전히 질 안에 이물감을 느끼고 있었다. 버스 손잡이를 붙잡고 서 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질 입구가 항아리 목처럼 좁아지면서 안으로 삼켜진 바나나가 나올 줄을 몰랐다. 도훈이 중얼거렸다.
"역시 껍질을 안 벗겼었어야 했구나."
도훈이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지껄이자 나연이 빽 소리쳤다.
"얼른 빼달란 말이에요!"
그러나 흥분으로 목소리 톤이 올라갔기 때문인지,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이상한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중간이 끊긴 바나나를 든 남자와 그 앞에선 여자의 대화치고는 너무도 이상한 내용이었다.
나연은 당황하며 재빨리 뒷말을 덧붙였다.
"그, 그러니까 주차된 차 좀 빼달라고 제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근데 들은 척도 안하는 거 있죠?"
"아, 그랬어?"
눈치 빠른 도훈이 호응하면서 맥락이 연결되자 지켜보던 아저씨도 이내 의심의 눈을 거두었다. 도훈은 잠시 뒤 중간이 부러진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며 놀리듯 말했다.
"오, 방금 순발력 괜찮았어."
"두, 두고 봐요. 내가 꼭 복수할 거니까."
그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성수와 연두가 인파를 헤집고 나왔다. 성수가 도훈에게 말했다.
"내릴 준비해라. 다음 정류장이야."
"네."
결국, 나연은 그곳에 바나나를 숨긴 채 내려야 했다.
"뭐야? 도훈이 너 설마 선물로 줄 거 까먹은 거냐?"
버스에서 내린 성수가 바나나를 들고 있던 도훈에게 물었다.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부정했다.
"제가 아니고 나연이요."
"엉?"
"맞지? 나연이 네가 먹었잖아."
도훈이 치마쪽으로 시선을 내리며 묻자 나연이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전말을 밝히기엔 증거가 여전히 몸안에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마, 맞아요. 너무 배가 고파서···."
"들었죠? 먹은 거. 저 아니라니까. 지가 베어 먹고 나한테 들고 있으라고 한 거예요."
도훈이 연신 놀리자 나연이 눈을 치켜뜨며 도훈을 노려보았다. 분위기가 이상한 걸 느낀 연두가 대화에 참전했다.
"두 사람 버스에서 뭔 일 있었어요?"
"아니. 할머니한테 자릴 양보한다고 한참을 서서 갔거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때 좀 부대꼈어."
"아항, 좋은 일 하셨구나."
네 사람이 나란히 병원으로 향하는데 나연의 걸음걸이가 유독 불편했다. 결국 나연은 1층에 있던 여자 화장실부터 급히 찾았다.
"갑자기 배가 아파서 도저히 안 되겠어요. 다른 분들 먼저 올라가세요. 뒤따라 갈게요."
"그래도 기왕이면 같이 가야지."
"맞아. 우린 여기서 기다릴게."
도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능글맞게 받아쳤다.
나연이 이를 부득 갈면서 여자 화장실로 향했다. 성수는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급히 자리를 피했다. 통화 내용을 보아 지도교수로 보였다.
"···네, 교수님. 도훈아 여기 기다리고 있어. 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
"네."
결국, 1층 로비엔 연두와 도훈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연두는 둘만 남게 되자 기회라고 생각했던지 곧바로 도훈에게 따졌다.
"오빠. 제 눈보고 똑바로 말해요. 버스에서 뭔 일 있었죠?"
"아니?"
도훈이 시치미를 뗐다. 그러나 눈치 빠른 연두는 절친의 태도를 보고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나중에 나연이한테 물어보면 다 나와요."
"그럼 물어보던가. 근데 너희들 정말 단짝인가 보네?"
"당연하죠. 저희가 얼마나 돈독한 사인데요. 어지간한 연인들보다 나을걸요?"
도훈은 두 사람 사이를 훼방 놓고 싶어졌다.
비록 다른 경우긴 하지만, 연두와 나연을 놓고 경쟁하는 연적처럼 느껴졌다.
"나연이도 그렇데?"
"네?"
"나연이도 네가 좋아하는 만큼 널 좋아하는지 묻는 거야."
"왜요? 우리 둘이 너무 친하니까 질투 나세요?"
"질투는 무슨."
도훈이 피식 웃자, 도발이라고 느낀 연두가 발끈했다.
"여자인 제가 여자를 더 잘 알겠어요, 남자인 오빠가 여자를 잘 알겠어요?"
"무슨 뜻이지?"
"둘만 있으니까 말씀드리는 건데, 나연이는 오빠랑 할 때보다 저랑 하는 걸 더 좋아할걸요?"
‘어쭈.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요게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네?’
"너희들 요새도···. 그러니?"
"자주는 아니고 가끔요."
"맨날 붙어 다닌다 싶더니만···. 근데, 내가 장담하는 데 여자끼리론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지점이 있어."
"뭐요? 삽입요? 요샌 도구가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 둘이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응?"
"앞뒤로 길쭉하게 생긴 딜도요. 더블이라고 불리죠."
도훈은 연두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이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발가벗은 두 여자가, 양쪽에 딜도를 끼고 가위치기 하는 모습을 연상하자 불쑥 성욕이 치솟았다.
‘흐읏. 남자끼리 하는 건 상상만 해도 구역질 나는데 여자끼리 하는 건 왜케 꼴리지?’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역시 박을 구멍이 두 개 그렇겠지?’
[주인님도 참···.]
"고무 덩어리가 사람 살하고 같을 수 있나."
"별 차이도 없던데요? 그리고 남자들이 착각하는 게 여자들은 크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루저들이 지어낸 변명에 불과해."
연두가 콧방귀를 끼며 응수했다.
"오빤 가끔 보면, 엄청 자신감이 넘치는 거 같아요. 조금 과하게."
"충분히 그럴만 하지 않아?"
도훈이 보란 듯이 어깨를 펼치며 우뚝 섰다. 버스 안에서부터 발기되어 있던 대물은 바지춤을 밀어내며 바깥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두는 도훈의 부푼 바지춤을 보더니 침을 꼴깍 삼켰다.
‘쳇-. 잦이 크다고 유세는. 확, 따먹어 버릴까 보다.’
화장실에 들어간 나연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성수 역시 교수와의 통화가 길어지는지 밖에서 한참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다.
도훈은 아까 못 이룬 공략이 아쉬워 이번엔 연두를 자극했다.
"근데 너희들 나 가지고 이상한 내기 했다며?"
"내기요? 아, 아···. 장난이었어요."
"나연이는 장난 아닌 거 같던데?"
"뭐라고요?"
도훈의 예상대로 연두가 곧바로 질투심을 드러냈다.
"나연이는 정말로 할 생각인가 보더라고. 사실 아까 버스에서 나연이 계속 엉덩이를 들이대는 바람에 혼쭐이 났지 뭐야?"
연두는 그제야 나연이 하차할 때 당황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붉게 상기된 표정, 유난히 부자연스러웠던 걸음걸이.
"나연이가 저하고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오빠를 노렸다는 소리에요?"
"뭐···. 그렇다고밖에는 설명이 안 되지 않나?"
연두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나연이 도훈을 유혹한 게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이, 이 계집애가 장난이랄 땐 언제고!’
연두가 바짝 불이 붙었다.
"오빠."
"왜?"
"나연이 보다 제가 더 잘해줄게요."
"무슨 소리야?"
"걔보다는 제가 더 맛있지 않아요?"
"넌 여자 좋아하잖아."
"아니에요. 오빠 덕에 남자도 좋아하게 됐어요."
"섹스할 때만 찾는 건 아니고?"
"오빠 말고 다른 남자하곤 한 번도 안 했거든요?"
"아무튼, 난 두 사람 장난에 들러리 서고 싶은 생각은 없어."
"장난 아니에요."
"증거를 대."
"어떻게요?"
"내기에 이기려고 하는 거잖아. 그런 건 나도 사양이야."
"제가 어떻게 하면 믿을래요?"
"팬티 벗어."
"지, 지금요?"
"그래. 팬티로 너의 진심을 증명해."
연두가 고민에 빠졌다.
평소 짧은 치마를 선호하는 연두는 오늘도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온 터였다. 조금만 실수하면 들킬지도 모르는 노팬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화장실 가서 벗고 올게요."
"아니. 여기서 벗으라고."
"여, 여기서요?"
"그래. 그건 자신 없지?"
연두가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입원실이 있는 병동이다 보니 1층 로비엔 문병객과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계속 왕래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팬티를 벗는 것은 제정신으론 못 할 짓이었다.
"아, 아무래도 그건···."
"거봐. 입만 살아가지곤."
도훈은 끊임없이 연두를 도발했다.
"하여간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해."
"치잇!"
열 받은 연두가 갑자기 의자에 걸터 앉았다.
"벗으면 되잖아요!"
"진짜?"
"내가 하라면 못 할 줄 알고."
연두는 재빨리 치마 밑으로 두 손을 넣더니 확 팬티를 끌어내렸다. 허벅지에 걸린 팬티를 후다닥 밑으로 내리자 순식간에 발목까지 내려왔다.
"됐죠?"
연두가 팬티를 치우려는데 도훈이 잽싸게 팬티를 주었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지."
"뭐, 뭐라고요?"
"너의 진심. 접수 되었다고."
"와, 진짜 오빠···. 어마어마한 변태였네요."
"병원 로비에서 빤쓰 내리는 여대생만 할까."
"그건 오빠가 시켜서!"
그때 통화를 마친 성수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교수님 통화 너무 길게 하시네."
도훈이 잽싸게 말을 받았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해요?"
"아니. 방학 때 해양 스포츠 캠프 말이야. 그거 장소 섭외 중인데 집행부에서 좀 알아보라면서."
"해양 스포츠요?"
"어. 올 초에 갔던 스키 캠프 기억나지?"
도훈은 새터 때 들렀던 스키장을 떠올렸다.
"네."
"우리가 체육교육과다 보니 겨울엔 스키, 여름에 서핑이나 스쿠버다이빙 같은 레포츠 활동을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거든. 벌써부터 방학 준비 하려나 보더라고."
"아아···."
"너 근데 손에 든 거 그거 뭐냐?"
성수가 팬티를 거머 쥔 도훈의 손을 가리켰다.
끄트머리가 살짝 삐져 나와 궁금하게 여긴 것이었다.
‘윽, 이걸 처리 못 했네.’
도훈은 갑자기 팬티로 이마를 훔치며 말했다.
"이, 이거 손수건이에요. 몸에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서요."
"역시 준비된 남자구나. 여름이라고 손수건 들고 다니는 사람은 오랜만이네. 나도 좀 줘봐. 땀 좀 닦게."
밖에서 통화를 마치고 온 성수는 더위 때문에 등판에 땀이 흥건했다. 그러나 팬티를 손에 건넸다간 당장 들통이 날지 몰랐다. 도훈은 어쩔 수 없이 직접 손에든 팬티로 성수의 이마를 훔쳤다.
"제가 닦아 드릴게요."
"뭐, 뭐야 남사스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 582. 거자필반-42-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