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99화 (572/2,000)

< 581. 거자필반-41- >

***

"이번 생은 망했어."

태영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엄마에겐 학교 간다고 뻥치고 나왔으나, 정작 그가 짱박힌 곳은 가끔 들르던 PC방이었다. 그는 한참 병무청 싸이트를 뒤지며 입대 날짜를 조율하다, 불쑥 밀려오는 현자타임에 모든 걸 때려치우고 키보드에 머릴 처박았다.

"하- 씨발. 한창 즐기고 놀아도 시원찮을 시기에 도피하듯 군대로 떠나야 하다니."

키보드 자판 위에 얼굴이 뭉개진 태영이,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필 걸려도 동방에서 딸 치다 걸리다니. 총무에게 비상 열쇠가 있다는 걸 깜빡한 게 실수였다. 아니, 애초에 SSG의 농간에 빠져 놀아난 게 더 뼈아픈 실책이었다.

그녀가 인증샷만 요구하지 않았어도, 대낮에 동방에 틀어박혀 잦이를 꺼내 들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일의 발단은 한 줌도 안 되는 불알 두 짝. 종족 보존 본능에 충실한 남성호르몬이 젊은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린 셈이었다.

"아, 남자라서 당했다!"

차라리 여자로 태어나고 말 것을.

발정기 온 동물처럼 시시때때로 물을 빼달라고 졸라대는 잦이는 만악의 근원이었다. 태영은 오죽하면 고자가 더 낫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물론 그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라 엄두가 안나긴 했지만.

"학생. 자나?"

키보드에 머릴 처박고 있는 태영에게 PC방 사장이 다가왔다.

"네? 안 자는 데요."

"아니 아까부터 계속 엎드려 있길래, 혹시나 자는가 해서. 피곤하면 집에 가서 쉬라고."

인상 좋은 사장의 걱정에 갑자기 태영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본래 처지가 궁하면 사소한 친절에도 큰 감동을 받는 법.

"아, 아니에요. 살짝 존 거예요."

"그래도 표정이 영 말이 아닌데? 집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일은요. 군대 갈 시기가 되니 답답해서 그렇죠."

PC방 사장, 조대근이 모니터에 띄워진 병무청 지원 싸이트를 힐끔거렸다. 그는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이 많을 만 하구만. 하지만 남자라면 한 번쯤 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힘내게."

"네, 감사합니다."

그는 예전에 태영과 한 번 마주쳤지만, 잘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한때는 모르는 사람에게 고등학교 동창인 줄 알고 괜히 아는 척을 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결국 5년째 단골조차 몰라봤을 땐, 스스로 안면인식 장애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

었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착각이겠지? 대학생 손님이 한 두명도 아니고.’

태영과 대화를 나누던 대근은 전화가 걸려오자 후다닥 흡연실로 달려갔다.

"어. 어떻게 됐어?"

그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뻔하죠. 이번에도 허탕이에요. 닮기는커녕 완전 다른 사람이더만요.

잔뜩 기대해 있던 대근의 표정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그랬냐? 아쉽게 됐군. 그래도 창범이 너 혼자 고생이 많다. 이제 진짜 몇 명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보자."

-그냥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왜 그래, 또?"

-솔직히 답도 없잖아요. 벌써 4번째 허탕이라고요. 남은 후보도 얼마 없고. 인터넷 관종들이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만 믿고 언제까지 전국을 떠돌아야 하는데요? 이건 정말 미친 짓이라니까요?

"무수한 거짓 속에 단 하나의 진실이 담기기도 하는 법일세.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아선 안 돼."

-아니, 까놓고 말해서 미호는 맨날 남자들 정기나 빨러 당기고, 사장님은 가게 지키면서 열심히 돈 버는데 왜 저만 일주일 한 번 있는 비번 때마다 전국을 떠돌며 좆뺑이 쳐야 하는 건데요? 솔직히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건 너무 불합리한 거 아뇨?

"미호는 안 그럼 목숨이 위험하잖아. 나는 돌봐야 할 가족이 있고. 그리고 사람 심리를 꿰뚫는 능력자는 우리나라에 자네가 손 꼽히는···."

-됐어요! 그냥 확 삐뚤어져 버릴라니까!

창범이 악에 받친 듯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보게나."

"아, 몰라몰라몰라!"

뚝-뚜우-

"뭐야? 여보세요? 창범아. 끊었어? ···아니, 이 새끼가 어른이 얘기하는데 통화를 하다말고! 진짜 확 그냥!"

애꿎은 전화기에 화풀이를 하던 대근은 겨우 화를 누그러뜨리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진짜 이 짓도 못 해 먹겠구만. 더러워서 빨리 은퇴를 하던가 해야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이 나이에···."

대근이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분을 식히는 사이, 태영의 폰으로 알람이 울렸다. 태영은 직감적으로 인스타에 새로운 알림 글이 올라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폰을 꺼내려다 말고 멈칫했다.

‘잠깐. 새 글 알림이 설정된 팔로워는 SSG뿐이잖아? 내 인생 좆되게 만든 년 사진을 계속 봐야하나?’

그러나 그는 결국 비겁한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아니지. 이럴수록 더 상대에게 복수해야지. 두고 봐 내가 존나 악플 달아 버릴라니까.’

결국 그는 악플을 단다는 명분으로 수지의 새 글을 클릭했다. 댓글 갱뱅을 펼쳐서라도 응징하겠다는 심정으로.

"오잉?"

그런데 뭔가 달랐다. 게시글은 평소 올라오던 노출 사진이 아니라 짧게 편집된 1분짜리 동영상이었다.

‘SSG가 웬일로 동영상을 다 찍었지?’

SSG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동영상을 올리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그래서 항간엔 목소리가 엄청 이상한 거 아니냐는 등 의혹 댓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그런 SSG가 큰 맘 먹고 자신의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었다.

태영은 급히 핸드폰의 소리를 낮추며 재생되는 영상에 집중했다. 영상은 조악한 카메라로 찍은 듯 화질이 몹시 구렸다. 특히 외곽이 원형을 띄는 게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필터 효과를 넣은 것 같았다.

영상 속의 수지는 눈부신 나신으로 힘차게 자위를 하고 있었다. 찰박거리는 소리와, 젖은 침대보는 보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간드러진 신음은 유난히 하이톤이었는데, 듣는 사람의 애간장을 끓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크헉! 대꼴! 신음 소리도 지리는 구나. 예상보다 목소리도 엄청 어리고 예쁘고.’

고무 딜도를 마구 쑤셔대는 자위 영상에 흥분해버린 태영은 폰을 급히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영상을 보는 순간 그녀에 대한 적대감이 눈 녹듯 사라지며 그저 딸딸이를 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 나라고 좋아서 치는 건 아니야. 머릿속으로 존나게 따먹어 버릴 테니까.’

그런 사태를 겪고도 태영은 변한 게 없었다.

***

도훈이 부비부비를 하듯 나연의 뒤에 바짝 붙었다.

키 차이 때문에 그의 턱 밑에 나연의 정수리가 닿았다.

"오우, 냄새 좋은데? 샴푸 좋은 거 쓰나 봐?"

"오, 오빠! 지금 굉장히 변태 같거든요?"

주위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나연이 바짝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도훈의 정복욕만 자극할 뿐이었다.

‘지하철 치녀 이후로 이런 시츄는 오랜만이군. 은근히 이런 게 꼴린단 말이지.’

[설마 추행을 하시겠다는 소린가요?]

‘아까 도발하는 거 너도 봤잖아. 나연이도 혼 좀 나봐야지.’

도훈은 방금 전까지 일방적으로 당하던 게 몹시 분했다.

불룩 튀어나온 바지춤을 가리느라 안간힘을 쓰던 걸 생각하니, 나연에게 똑같이 갚아 주고 싶었다. 그는 발기된 물건을 나연의 엉덩이에 바짝 붙이며 귓가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흐으!"

나연이 소름이 돋는 듯 목을 비틀어 벗어나려 했지만,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버스 안은 발 디딜 틈도 없는 인산인해였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사람에 치이는 상황이라 도훈의 마수에서 벗어나긴 역부족.

결국 그녀는 온전히 도훈의 낯뜨거운 대물을 감당해야 했다.

나연을 괴롭히던 도훈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 니 팬티 젖었다는데 내가 500원 걸게."

"아, 아니거든요?"

나연이 즉각 반박했지만, 실은 도훈의 말대로 이미 팬티가 촉촉해진 상태였다.

"그래? 확인해 보면 알겠지."

"화, 확인을요?"

덥썩!

다리로 향한 도훈의 손이 불쑥 치마 뒤를 들추고 들어왔다. 나연의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나머지 한손으로 과일 바구니를 드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침범을 허락하고 말았다.

중지를 세워 팬티 사이의 골짜기를 문지르던 도훈이 나직한 탄성을 내뱉었다.

"음, 젖은 거 맞네."

"아, 아니거든요?"

"그래? 오줌인지 애액인지 찍어봐야 알겠다는 거야?"

"뭐, 뭐요? 흡!"

도훈의 뱀 같은 손가락이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버스 안이 혼잡 그 자체였기 때문에 허리 밑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손가락은 습자지에 빨려드는 것처럼 곧바로 구멍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음, 역시 이곳은 늘 습하고 뜨겁구나. 언제 만져도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지?’

도훈은 마개로 틀어막은 것처럼 구멍에 손가락을 끼우고는 천천히 앞뒤로 움직였다.

찌꺽찌꺽-

"흐, 흐읏!"

"쉿. 그렇게 소리 냈다간 사람들이 다 알아 버릴 거야."

"오, 오빠 진짜 변태···."

"왜 이래? 나랑 처음도 아니면서."

"그, 그래도 여기서 이럴··· 허헙!"

"조용히 하는 게 서로에게 좋아. 버스 안에서 느껴버린 치녀로 오해받기 싫다면."

당혹감에 버스 손잡이를 잡은 나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도 제법 장난을 치긴 했지만, 팬티를 젖히고 손가락까지 꽂아 버릴 줄은 예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주인님은 여자들 놀릴 때가 얼굴에 가장 생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요새 좀 안 눌러 줬다고 바득바득 기어오르잖아. 이럴 땐 꾹꾹 눌러줘야 정신을 차리거든.’

구멍에서 손가락을 뺀 도훈은 일부러 나연의 앞에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렇게 흥건히 젖어버리면 어쩌겠다는 건데?"

"···치, 치워주세요."

"싫은데? 계속 놀릴 건데?"

도훈이 일부러 손가락 두 개를 가위질하는 것처럼 땠다 붙였다. 그러자 마디 사이로 끈끈한 실 같은 것이 쩍 묻어 나왔다.

"휴-. 끈끈한 것 좀 봐. 대체 얼마나 참은 거니? 연두랑은 진짜 안고만 자나 보네?"

"······."

나연은 수치심에 고개만 푹 숙이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간 신음이 터져나올까 꾹 참는 것이었다.

"너만 즐기지 말고 나도 좀 도와줘."

"제가 어떻게요?"

"팔 뒤로 뻗어봐. 좋은 선물 하나 줄게."

"팔이요?"

"얼른."

도훈의 성화에 못이긴 나연이 끝내 팔을 뒤로 뻗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바지 밖으로 머리를 내민 대물이 그녀의 손에 착 감기는 것이었다.

"오, 오빠 이건···."

"왜?"

"들키면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도로 집어넣어요."

"사내가 좆을 뽑았는데 싸지도 않고 갈 수 있나. 얼른 흔들어봐."

"제발요. 이건 진짜 아니라구요."

"그럼 들고 있는 과일 바구니 좀 줘봐."

나연이 즉각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도훈은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기 위해 과일 바구니를 적절히 들고 섬으로써 대물이 밖으로 삐져나온 사실을 숨겼다.

"이럼 됐지?"

"와···. 진짜 오빠."

나연은 체념한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결국 대딸을 시작했다. 한 팔은 손잡이를 잡고 나머지 손을 등 뒤로 돌려 몰래 대딸을 치는 형국이었다. 처음엔 다른 사람 눈에 띌까 봐 조마조마하던 나연도, 딱히 들통이 나지 않자 점점 손동작이 과감해졋다.

탁탁-탁탁탁-.

"으, 으음. 좋구만."

"그렇게 좋으세요?"

"당연하지. 스릴 넘치지 않아?"

"그 스릴 두 번 넘쳤다간 제 명에 못살겠네요."

"그래? 아직 다 끝난게 아닌데?"

"···네?"

나연은 뭔가가 또 있다는 말에 바짝 얼어붙었다.

공개 대딸보다 더 심한게 있단 말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말고 평소처럼 있어. 알았지?"

"오, 오빠. 더 이상은···. 흐, 흐익?"

나연은 치마를 걷어 올린 채 뒤에서 찔러오는 대물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나연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발을 밟혀가지고."

다시 사람들이 시선을 돌리자 도훈은 과일바구니로 시야를 가리며 다시 뒤로 대물을 찔러넣었다.

"오, 오빠. 진짜 이건 아니지 않아요?"

"걱정 마. 어차피 각도상 삽입은 어려우니까."

"그럼···."

"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내가 알아서 움직일게."

도훈은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는 허벅지 틈으로 대물을 찔러넣었다. 그의 딱딱한 물건이 매끈한 허벅지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이내 젖은 꽃잎에 귀두가 닿았다.

미끄덩.

"흐, 흐읍!"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던 나연은 미꾸라지 같은 대물의 움직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쿠퍼 액이 질질 흐르는 대물은 구멍에 비벼지는 것만으로 나연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세, 세상에.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한편 도훈 역시 인파로 가득 찬 만원 버스에서 나연을 희롱하는데 맛이 들렸다.

‘으으. 못 참겠다. 확 넣어버려?’

[참으십시오. 주인님. 삽입되는 순간 모두가 알아차리고 말 겁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 581. 거자필반-4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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