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96화 (569/2,000)

< 578. 거자필반-38- >

수지는 랜덤 박스를 여는 기분이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뭔가가 있다고 확신했다.

‘자위 기구 같은 것일까? 아니면 구속복? 혹시 애널 플래그?’

인터넷으로 봤던 각종 음란한 도구들이 뇌리를 스쳤다. 그러나 박스 안에는 평범해 보이는 만년필 한 자루가 전부였다.

"이게··· 뭐지?"

수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겨우 만년필이라니···.

수지는 박스를 버리고 유난히 두툼해 보이는 만년필에 집중했다. 그때 박스 안에서 포스트잇 하나가 떨어졌다. 바닥에 깔려 있어 개봉 시 놓쳤던 메모였다.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

-요긴하게 쓰길

"씨발, 이게 무슨 엿 같은···."

수지의 입에서 절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평소 정갈한 언어를 구사하던 그녀에게서 나온 말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찰진 욕설이었다. 그때 인스타 어플로 쪽지가 하나 도착했다.

부르르-

수지는 직감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상대가 흑막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사람임을 깨달았다.

-gmrakr : 내가 보낸 물건은 잘 받았니?

-SSG1004 : 이게 뭐죠?

-gmrakr : 선물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말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닐까?

수지는 울컥했으나 상대를 자극했다간 무슨 보복을 당할지 몰랐으므로 다시 말을 수정했다.

-SSG1004 : 고마워요. 한데 왜 이걸 저한테 보낸 거죠?

-gmrakr : 지금부터 사용법을 알려 줄 테니 잘 들어.

"···사용법?"

수지는 순간 뭔가 직감이 들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만년필이 실제론 어떤 물건의 위장이라는 것.

그녀는 만년필을 이리저리 살피다 잉크가 들어가는 뒷부분이 조그만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이거···."

-gmrakr : 이건 몰래카메라야.

"몰래카메라?"

놀랍게도 흑막이 보낸 택배의 정체는 만년필형 몰래카메라였던 것. 수지가 엿본 구멍이 카메라 랜즈가 달린 부분이었다. 물건의 정체를 확인한 수지는 상대가 미리 말하기도 전에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옆구리엔 5Pin 충전케이블을 꽂는 플러그가 있었고, 팬 촉을 돌려 빼자 128Gb 용량의 초소형 마이크로 SD 카드가 담긴 슬롯이 딸려 나왔다. 만년필 끝에 달린 포켓용 홀더를 누르자 딸각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ON/OFF 스위치로 보였다.

-gmrakr : 똑똑한 아이니까 짧게 설명하지.

이후 날아온 메시지는 수지가 발견한 것과 대충 유사했다. 완충 시 총 사용시간은 2시간 이내라는 것과, 저장 용량을 초과하면 블랙박스처럼 앞부분이 지워지면서 파일이 덮어진다는 정도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설명을 모두 들은 수지는 정말로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SSG1004 : 아무튼 이걸로 뭘 어쩌라는 거죠?

-gmrakr : 내일모래 이도훈과 만나지? 그때가 되면 쓸 일이 있을 거야.

-SSG1004 : 소개팅남요?

-gmrakr : 맞아.

-SSG1004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gmrakr : 잘 생각해봐. 여자가 몰래카메라를 언제 쓸 일이 있을지. 난 바빠서 이만.

-SSG1004 : 저기요.

-SSG1004 : 저기요?

-SSG1004 : 이봐요. 물건을 보냈으면 용처도 알려주셔야죠.

하지만 상대는 일방적으로 쪽지를 끊은 상태였다.

회신 없는 메시지는 공허하게 전파를 타고 사라졌다.

"이런 씨ㅂ···."

"설수지 양? 오랜만에 보는군."

등 뒤에서 들리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수지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혹시 들었을까? 고개를 돌리자 아버지의 오랜 벗인 법대 학과장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수지는 혼잣말로 욕한 것을 들켰을까 봐 전전긍긍했으나, 학과장의 표정으로 보아 다행히 못 듣고 지나간 눈치였다. 그녀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다시 모범생으로 돌아온 수지가 깍듯이 인사했다. 수지의 예의 바른 태도에 학과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껄껄! 갓난아이일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 직함은 무슨···. 사석에선 그냥 편히 부르도록 해."

"그, 그래도 학교에서···."

"괜찮다니까 그래."

"네, 아저씨."

학과장은 수지의 손에 든 만년필을 보더니 눈빛을 반짝였다.

"새로 학용품을 샀나 보군."

"아··· 네."

수지는 혹여나 들킬까 등 뒤로 조심스럽게 감추었다. 다행히 학과장은 그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학부 교수들 말론 무척 공부를 열심히 한다던데?"

"아니에요. 좋게 봐주셨나 봐요."

"아버님께서 무척 좋아하시겠어. 내가 설변 연수원 수석 할 때도 안 부러워했는데 자네 같은 딸을 낳은 건 정말 부럽구만."

"아이참, 아저씨도···."

수지는 가증스러울 정도로 순박한 여대생 연기를 펼쳤다. 바로 전에 혼자 욕설을 내뱉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나 대학 생활에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게나."

학과장이 수지의 어깨를 토닥였다. 수지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학과장의 손길에 소름 끼쳤지만, 애써 굳은 표정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가 사라지자 수지는 그의 손길이 닿았던 곳을 신경질적으로 털어냈다.

"씨발 내가 언제까지 앤 줄 알고···. 음흉한 노땅 같으니. 감히 어디다 손을 대?"

동시에 흑막이 보낸 만년필을 꼭 움켜쥐며 생각했다.

‘소개팅에서 쓸 일이 있을 거라고? 필시 소개팅할 때 따로 지령을 내리겠다는 소리구나.’

그녀는 흑막의 정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과, 이도훈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자신을 이용하는지 궁금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결론은 만나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 이틀.

수지가 초조감에 손톱을 깨물었다.

이 지긋지긋한 협박에서 벗어 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치우겠노라 생각하면서.

***

강간 플레이에 심취한 도훈이 거칠게 잦이를 꽂아 넣었다.

"흑!"

축축이 젖은 경희의 구멍 사이로 도훈의 커다란 물건이 쑤컹 잘도 박혔다.

"으으, 존나 맛있네."

도훈은 일부러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 상대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한 수법이었다.

"흐응, 흑!"

한참 신나게 대물을 박던 도훈이 경희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날 따먹히고 나서 내 생각 많이 했지?"

"아니에요."

도훈의 밑에 깔린 경희가 부정했다.

"거짓말 마. 아까도 날 처음 봤을 때 하고 싶어 했잖아."

"그, 그건···."

경희가 도발을 건 것은 사실이지만, 반쯤은 오기가 섞인 행동이었다. 자신을 따먹고 버린 도훈에 대한 원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여전히 연정을 품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미련함.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상태로 그를 한 번 떠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확실히 깨달았어."

"뭐, 뭘요?"

"넌 이제 내 좆 없인 못 버틴다는 걸."

"그렇지 않아요!"

경희가 또다시 부정했다.

"그럼 이게 싫다는 거야?"

푹!

도훈이 일부러 깊은 삽입을 시도했다. 좆 끝이 자궁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침투하자, 경희의 몸이 크게 들썩이며 "헉!"하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대답해봐. 이게 싫다는 거야?"

푸욱!

두 번의 씹질에 경희가 까무러쳤다.

고통스러우면서도 찌르르 밀려오는 쾌감이, 홀로 스스로를 위로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거기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물이 철철 넘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평소에도 물이 적다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강압적으로 당한다는 생각에 창고 바닥에 흥건히 젖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으으응! 오, 오빠!"

"좋아 죽네. 아주."

"치, 치사해요."

"내가? 뭘?"

"정음이랑 친하게 지낸다는 말 들었어요. 저는 만나주지도 않고 정음이랑만···."

도훈이 속으로 씩 웃었다. 정보창에서 봤던대로 그녀는 다른 누구보다 정음을 의식하고 있었다.

‘잘 됐군. 정음을 이용하면 훨씬 달아오르게 만들 수 있겠어.’

"정음이는 따주면서 넌 왜 안 따주냐는 거야?"

도훈의 음탕한 말에 차마 대꾸는 못 하고 경희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정음이는 시키는 대로 다 해주거든."

"저, 저도 할 수 있어요!"

라이벌 의식을 자극하자 예상대로 경희가 발끈했다.

"정말?"

"네! 정음이가 하는 거라면 저도 다 할 수 있어요."

"그럼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거지?"

"뭐, 뭐든요!"

살짝 주춤하긴 했지만 경희의 눈빛이 도전적으로 불타올랐다. 그녀에게 있어 정음에게 뒤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흐음, 좋아. 정음이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허리를 돌려주더군."

"허, 허리를···."

"그래. 남자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아이지."

"저도 할 수 있어요."

"어디 한 번 솜씨 좀 볼까?"

도훈이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배 위에 다리 벌리고 서."

"섰어요."

"그대로 오줌 싸는 것처럼 주저앉아."

"앉았어요."

두 사람의 성기가 부딪히며 주륵 미끄러졌다.

"비벼."

"비, 비비라고요?"

"그래. 앞뒤로 천천히."

"해볼게요."

도훈 위에 쪼그려 앉은 경희가 가랑이를 벌린 채 앞뒤로 몸을 타고 슬라이딩했다.

"으음!"

이미 충분히 젖어있던 성기는 오일을 바른 것처럼 쭉쭉 미끄러졌다.

‘경쟁심을 자극하니까 훨씬 수월하군. 정말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어.’

[짓궂은 건 여전하시군요.]

"그렇게 흔들다가 쏙 꽂아 넣어."

"흔들다가··· 쏙···."

경희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손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는데도, 벌어진 구멍 속으로 대물이 쏙 빨려 들어갔다.

"흐으!"

갑자기 대물이 가득 채워지자 경희가 부르르 몸을 떨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대로 시소 타는 것처럼 엉덩이 흔들어."

"어, 엉덩이를···."

푹찍푹찍-

젖은 성기가 마찰을 일으키며, 독특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기승 위가 익숙지 않았던 경희는 처음엔 서투르게 엉덩이를 내리찍더니 이내 적응했는지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푹찍푹찍-

"하아아앙! 아아아앙!"

"지가 박으면서 주체를 못 하는군."

도훈은 계속 야한 말을 쏟아내며 경희의 수치심을 자극했다.

"하아앙, 아앙, 아아아아!"

들썩들썩!

경희의 말타기가 리드미컬하게 바뀌자 도훈이 누운 채로 두 팔을 위로 뻗어 쏟아지는 그녀의 가슴을 받쳤다.

"빨통 좋고."

"하앙!"

"앞으로 수그려. 젖꼭지 빨아 줄게."

경희가 가속을 올리는 기수처럼 상체를 숙이자 도훈이 목을 쭉 내밀어 젖꼭지를 세차게 빨았다.

"하앙, 아앙!"

"어허. 멈추면 안 되지. 자세가 무너져도 요분 질을 중단해선 안 돼."

도훈은 경희를 세심하게 컨트롤하며 동작을 지시했다. 섹스 경험이 거의 없는 경희였지만, 본능의 이끎과 도훈의 지도로 인해 굉장히 숙련도 높은 체위가 만들어졌다.

‘운동한 애라서 배움이 빠르구나, 역시.’

[이래서 운동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것도 있지. 몸으로 뛰는 애들은 타고난 몸놀림이 유연하거든. 성욕도 보통 사람보다 높고.’

[성욕도요?]

‘몰랐어? 운동 능력의 대부분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이야. 운동을 잘한다는 건 대개 남성 호르몬이 평범한 여자들보다 과다 분비된다는 소리지. 그러다 보니 승부욕을 끌어내는 공격성이나 성욕이 남자처럼 강해지는 거지.’

도훈의 말대로 운동선수들의 성욕은 남다른 편이었다. 오죽하면 올림픽이 열리는 선수촌에서 소모된 콘돔의 양이 어마어마했다는 풍문이 돌 정도.

[키야. 그런 면에서 원주인이 체육교육과 였던건 신의 한 수 였네요.]

‘그러게. 여대생이 많은 것도 좋은데, 다들 운동 좀 하는 여자들이니까. 크크.’

한참 경희를 조련하던 도훈은 본격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계속 말타기를 시켰다간 경희의 무릎에 시퍼런 멍이 들까 우려한 것이다.

‘짧은 테니스 치마를 입어야 하는 경희 무릎팍을 지켜줘야지.’

상체를 일으킨 도훈은 경희를 얼싸안더니 그대로 일어섰다.

"으쌰! 그럼 한 번 제대로 돌려볼까나."

"꺄아!"

매달린 경희는 혹시나 떨어질까 도훈의 목을 꽉 껴안았다.

"자세 잡고."

두 다리는 흔히 마보라고 불리는 기마자세.

스쿼트의 중간 동작처럼 무릎을 살짝 구부려 무게 중심을 안정시킨다. 두 손은 경희의 빵빵한 엉덩이를 움켜쥐며 단단히 고정한다.

"안 떨어지게 꽉 붙들고 있으라고."

이어지는 폭풍 올려치기!

"아흑!"

쑤컹쑤컹!

고래 심줄처럼 두꺼운 대물이 수직으로 진입하자 경희의 눈알이 뒤집혀 졌다. 이제까지의 삽입과는 차원이 다른 박력에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악, 오, 오빠!"

쑤컹쑤컹!

"흐아악, 아, 아파, 아파요!"

"정음이는 잘만 참던데."

"흑!"

또다시 정음의 이름이 거론되자 경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음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았다.

"버티어라."

푹푹!

"흐으으으응! 흐응!"

"뿌리 끝까지 박아도 버티라고!"

"아아아아아앙!"

그늘져 서늘한 창고 안이 점점 불가마처럼 달아올랐다. 두 남녀의 교합으로 후끈 달아오른 실내 온도가 습식 사우나처럼 끈적한 공기로 가득 찼다.

온몸에 쏟아지는 땀방울.

그로 인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몸뚱이를 붙잡고, 도훈은 사력을 다해 꽂아 넣었다.

‘가! 얼른 가버려엇!’

투다다다다다다!

도훈이 사력을 다해 올려치기를 시작했다. 이미 이성을 잃은 경희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못 할 만큼 맛이 간 상태였다. 뜨거운 열기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머릿속은 백지처럼 새하얘졌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MT에서 느꼈던 느낌이!’

오랜만에 오르가즘을 만끽한 경희가 도훈을 꼭 얼싸안았다.

< 578. 거자필반-3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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