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6. 거자필반-36- >
***
"내가 오늘 오빠 따먹을 거예요."
헐, 대박.
경희의 거침없는 표현에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본래 이렇게 화끈한 성격이었던가? 하긴 그녀에 대해선 잘은 모른다. 평소 자주 어울린 것도 아니고, 우연히 MT 때 스쳐 간 사이일 뿐이다.
왜 있잖는가? 같은 과에 있어도 서로 데면데면한 존재.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지만, 이상하리만큼 접점이 없어 가끔 마주치면 어색하게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 셋이 있을 땐 곧잘 얘기하다가도 둘만 남게 되면 뻘쭘하게 폰만 쳐다보는 어정쩡한 관계. 그게 지금껏 나와 경희의 거리였다.
[의외로 과감한 데가 있군요, 경희양은.]
‘그러게. 놀랐어, 방금은 진짜로.’
[제2의 마유미 랄까요?]
‘글쎄. 유미보단 아담한 게 훨씬 여성스러운데.’
유미는 키가 무척 컸다. 커도 너무 커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 역시 꿀리는 편은 아니지만, 힐을 신으면 시선이 똑같아 지는 그녀 앞에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곤 했다. 아마 내가 본래부터 단신이었기 때문에 키 큰 여자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잖아도 새디스트 기질을 보이는 독특한 성벽에, 장신 여성에 대한 거부감마저 더해져 쉽게 정이 가질 않았다.
그러나 경희는 유미와는 좀 달랐다.
제법 운동을 잘하는 편이지만 체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군살 없이 늘씬한 몸은, 옷을 입혀 놓으면 마르고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 그녀가 위처럼 도발적인 멘트를 날리니 은근히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못 들었어요? 제가 오늘 오빠 따먹을 거라고요."
경희가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눈빛이 굉장히 전투적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넌 무슨 계집애가···."
"오빠는 그때 저 따먹어 놓고선 저는 그러면 안 돼요?"
"···어?"
듣고 보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여자가 따먹는다는 표현이 낯설고 거북스럽다. 따먹는 건 대체로 남자의 일이 아닌가?
"아무튼, 그건 곤란하겠어."
나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헤에. 내기 자신 없으신가 보네? 그럼 인정하시는 거로 알면 되죠?"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쓱- 테니스 코트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연습 중인 몇몇 사람들이 힘차게 네트 너머로 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대체 이런 데서 무슨 확인을 한다는 건데?"
요컨대 장소의 문제였다. 아무리 철면피인 나라도 백주 대낮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잦이를 주무르게 할 순 없다. 경희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손가락을 탁- 튕겼다.
"적당한 장소가 있어요. 따라오세요."
경희는 테니스 채를 어깨에 얹더니 휘적휘적 앞장섰다. 어이가 없어 벤치에 가만히 앉으있으니 경희가 뒤를 휙- 돌아보면 소리쳤다.
"왜 잠자코 있어요? 꿀려요? 꿀리면 패배를 인정하시던가?"
‘허- 참. 콩알만 한 계집애가 감히 나를 우습게 알고.’
경희의 도발이 마침내 잠자는 대물을 건드렸다. 특히 나는 경희처럼 기어오르는 애들을 보면 꾹꾹 눌러 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제 딴엔 나름 센 척 호기를 부려보는 것 같은데, 그게 얼마나 가소로운 일이었는지 참교육을 시켜줘야 겠다.
‘로시. 지난번 받은 미션있지.’
[이상 성욕 미션요?]
‘어. 그중에서 경희한테 시도할 만하게 있을까?’
[음, 현재 가능한 플레이는 강간 플레이뿐입니다. 나마진 조건에 부합되지 않고요.]
‘잘 됐군. 안 그래도 대상을 물색하던 중이었는데···. 설수지 관련해선 허탕을 쳤지만, 기왕 온 김에 미션이나 해결하고 갈까?’
[강간플레이 미션을요? 경희 양에게서요? 경희양이 그걸 받아들이겠습니까?]
‘하나만 기억해 로시.’
[네?]
‘세상에 공떡은 없다는 걸.’
나는 바지춤을 팽팽히 솟구친 채로 경희를 따라나섰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테니스 실 비품 보관 창고. 조그만 창문이 달린 가건물 내부엔 연습구를 넣는 빈 카트와 경기장에 선을 긋는 라인기 그리고 커다란 원통 모양의 대형 코트 롤러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곳은···."
"테니스부 창고에요."
경희가 대답하며 문을 걸어 잠갔다.
나는 불안감에 물었다.
"사람들 들어오면 어쩌게?"
"아침에 로라 굴릴 때 말곤 거의 안 들어와요. 여기 놓인 카트들을 바퀴가 고장 나서 처박아 둔 거고요."
카트를 자세히 보니 바퀴 한쪽이 하나씩 고장 났는지 기우뚱 주저앉아 있었다. 연습 중 다시 땅을 다질 일이 없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근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니?"
"뭐가요? 입증하려니까 이제와서 쫄리세요?"
"쫄리긴 누가?"
"제가 오빠 따먹는다니까."
기가 차서 웃음도 안나왔다.
"웃기고 있네. 내가 안 꼴려 있으면 넌 어떡할래?"
"꼴린 거 다 봤는데요, 뭘?"
"그러니까. 내가 좆도 안 꼴려 있으면 넌 뭘 해줄 거냐고? 네가 그랬잖아. 꼴리면 나 따먹을 거라고. 그럼 나도 이겼을 때 얻는 게 있어야지?"
"좋아요. 만약 안 그러면 오빠 하고 싶은대로 해요."
[이러나저러나 즐기겠다는 소리 아닌가요?]
‘결국, 그 말이지. 지가 박든 내가 박든 하는 건 똑같으니까.’
[경희양 입장에선 절대 지지 않을 내기로군요.]
‘과연 그럴까?’
문 잠긴 창고에서 경희가 서서히 나에게 다가왔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과 끈적하게 땀에 젖은 피부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기에 이길 복안은 있으신 거죠?]
‘당연하지. 이겨야 미션을 수행할테니.’
"잠깐."
나는 바지춤으로 손을 뻗으려는 경희를 제지했다.
자꾸 시간을 끈다고 느꼈는지, 경희가 버럭 짜증을 냈다.
"또 왜요?"
"꼴렸다 안 꼴렸다를 뭘로 판단하지?"
"참나, 만져보면 다 아는 거 아니에요? 꼴리면 커졌겠죠."
"난 원래 커. 너도 직접 봤으니 알 거 아니야?"
"그게 항상 발기되어 있진 않잖아요."
"좋아. 그럼 안 딱딱하면 발기가 안 된 거로?"
"그래요."
"그럼 만져 봐."
나는 보란 듯이 대물을 내밀었다.
물론 로시에게 스킬 주문을 잊지 않았다.
‘줄어라, 여의봉!’
[앗!]
‘얼른 작게 만들어. 커지는 게 가능하면 줄이는 것도 가능할 거 아니야?’
[오호, 그런 방법이!]
로시가 나의 응용력에 감탄한 듯 스킬을 걸어 사이즈를 줄였다. 살짝 흥분되어 있던 나의 물건이 실시간으로 쪼그라들었다.
"음···."
경희는 유물 감정을 하는 것처럼 세심한 손으로 바지 위를 더듬었다. 바나나처럼 커다래진 대물을 확인한 그녀로선, 감쪽같이 줄어든 대물의 사이즈에 다소 당황하는 듯 보였다.
"어, 어디갔지?"
"뭐가?"
"아까 분명···."
"뭐? 확실히 말해. 누가 지금 꼴렸다는 건데?"
경희가 갑자기 빽 소리쳤다.
"이건 사기에요!"
"왜?"
"일부러 시간 끈 거 다 알아요! 아까 벤치에 앉아 있을 때만 해도 제 몸 보고 커져 있었다고요!"
"네가 바지 주름을 잘못 보고 착각했겠지. 보다시피 난 전혀 커지지 않았어."
"아니라니까요? 분명 이만한 게!"
경희가 쪼그라든 물건을 연신 더듬었지만, 여의봉의 효과로 작아진 물건은 쉽게 잡히질 않았다.
"내기는 내가 이겼지?"
"말도 안돼! 전 인정 못해요!"
"와, 지고 나니까 오리발이야."
"이동하는 동안 줄어들 수도 있는 거잖아요?"
"좋아.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어?"
"제 벗은 몸 보고도 안 꼴리면 인정할게요."
경희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확실히 그녀는 몸매 하나는 끝내주는 편이었다. 특히 테니스 선수치곤 지나치게 발달한 유방이 그녀의 킬 포인트.
‘젠장.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이러나저러나 먹고 먹히는 건 똑같은데 승부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군요.]
‘운동하는 애들이 다 저렇지. 하여간 지고는 못 사는 족속들이니.’
경희는 승부에 대한 집착은 엄청났다.
MT 교관을 할 때도 라이벌인 정음에게 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던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테니스 같은 개인 종목을 하다 보니 승부욕이 유달리 발달한 것 같다.
"대답해 봐요. 이건 자신 없으신가 보죠?"
경희가 또다시 나를 도발했다.
자꾸 기어오르는 모습이 콱- 한 번 눌러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로시. 벗은 몸을 보고도 안 꼴리는 방법 없을까?’
[현자타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멍청아! 그걸 쓰면 한 시간은 고자신세라고! 이겨도 미션을 완수 못 하는 데 내기에서 이겨봐야 뭐하겠어?’
[아 참, 그렇군요. 그렇다면 일시적으로 발기를 멈추는 아이템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런 것도 있어?’
[본래는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크림형 마취제입니다. 용도에 따라 발기도 억제할 수 있지요.]
‘오케이. 일단 내기에서 이겨야 하니까 그걸로 구매하자.’
[알겠습니다. 400포인트로 ‘마취 크림’ 아이템을 구매하겠습니다. 적당량을 환부에 도포 하면, 해당 기관의 감각이 일시적으로 마비됩니다.]
‘보내기나 해.’
"좋아. 네 말대로 억울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지, 단."
"단?"
"이번에 지면 무조건 승복하는 거야. 알겠어?"
"좋아요."
나는 멋대로 해보라는 듯이 대형 코트 롤러에 걸터앉았다. 경희는 그런 나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불쑥 입고 있던 나시 티를 훌렁 벗었다. 그러자 스포츠 브라만 남긴 상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까무잡잡하게 탄 허리는 콜라병처럼 잘록했고, 유독 커다란 가슴에 스포츠 브라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쓰읍-. 몸매 죽이네 진짜.’
슬슬 반응이 오려는 순간, 로시가 아이템의 도착을 알렸다.
[주인님의 주머니 속으로 마취 크림이 전송되었습니다.]
‘오케이’
나는 몰래 한 손에 크림을 짜면서 경희의 신경을 건드렸다.
"고작 그 정도? 좆도 안 꼴리는데?"
"아직 안 끝났거든요?"
경희는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듯 이번엔 스포츠 브라를 위로 들추기 시작했다. 후크가 따로 없는 스포츠 브라는 옷을 벗듯 머리 위로 들어 빼야 했는데, 그 때문에 팔을 세울 때 매끈한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흡! 대꼴!’
땀에 젖은 겨드랑이를 보자 심장이 찌릿- 반응이 왔으나, 다행히 마취 크림이 효과를 발휘하는 지 물건은 미동조차 없었다.
‘얼레? 밑이 사라진 느낌인데?’
[마취 크림의 효과로 주인님의 사타구니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입니다.]
‘헐- 대박. 이런 적은 처음이야.’
그 사이 브라까지 모두 벗은 경희가 다소곳이 젖꼭지를 가렸다. 가슴의 윤곽선은 다 보인 채 유륜부만 손바닥으로 살짝 감춘 모습이 놀랍도록 섹시했다. 경희가 나의 바지춤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꼴렸죠?"
"아니. 전혀."
"거짓말 마요, 지금 당장 확인할 테니까."
롤러 위에 걸터앉은 나는 보란 듯이 다리를 쩍 벌렸다.
"드루와."
경희는 대물을 확인하기 위해 젖꼭지를 가리지도 않고 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녀의 가슴은 햇볕에 노출된 윗 부분과 아랫부분의 색이 극명하게 층이 져 있었는데, 까무잡잡한 피부 안쪽으로 새하얀 유방이 핑크빛 유두와 함께 흔들리는 모습이 묘하게 섹시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미동도 없군.’
[맞습니다. 살 냄새 맡아도 꼴리던 분이 이러니까 좀 아이러니하네요.]
‘설마 마취가 안 풀려버리는 건 아니지?’
[마취 크림은 소모성 아이템입니다. 대체로 통증을 순간적으로 완화 시키는 수준이기 때문에 5분 안에 원상복구 될 것입니다.]
‘좋아. 5분만 견디면 된다는 거군.’
경희가 내 다리 사이에 쪼그려 앉더니 사타구니를 쓱 문질렀다.
"이래도 안 꼴려요?"
"궁금하면 꺼내 보시던가?"
"흥!"
경희는 두고 보라는 듯 지퍼를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는 지퍼 구멍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 위의 대물을 어루만졌다.
"어?"
"왜?"
경희의 자신만만하던 눈빛이 새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뭐가 없어? 확실히 꺼내줘?"
나는 아예 벨트를 풀고 바지를 허벅지까지 내린 뒤 물건을 직접 꺼내 보였다. 줄어라, 여의봉의 효과로 평소보다 쪼그라든 물건은 여름날의 소부랄처럼 축 늘어진 체 밑으로 쳐저 있었다.
‘윽. 비참하군. 여자 앞에서 안 선다는게 이렇게 쪽팔릴 줄이야.’
[그래도 내기는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그렇지?’
"봤지?"
"어떻게 된 거죠?"
"뭐가?"
"왜 커지지 않는 거예요?"
"내가 아까부터 그랬잖아. 좆도 안 꼴렸다고."
"마, 말도 안 돼."
경희가 충격을 먹은 듯 창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이 가슴까지 노출했는데 꿈쩍도 않는 물건에 자존심이 무척 상한 듯했다.
"이제 패배를 인정하시지?"
"이럴 순 없어요!"
"아니 자꾸 계속 우기는데···."
"이럴 수 없다고요!"
갑자기 경희가 나를 덮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늘어진 대물을 입에 담더니 미친사람처럼 빨기 시작했다.
쭙-쭙-쭙!
"야, 야! 뭐 하는 거야?"
머리를 밀치며 떼보려 했지만, 경희는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녀의 마지막 발악을 쳐다보며 쯧쯧 혀를 찼다.
한참을 빨아도 반응이 없자 경희가 제풀에 나가떨어졌다.
"흑!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어떻게 되긴? 보는 대로지. 내기는 내가 이긴 거지?"
"몰라요. 쪽팔려요. 자존심 상한다고요."
확실히 그럴 만도 했다. 옷을 홀랑 벗고, 잦이까지 빨아댔는데 반응이 없는 남자라면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슬슬 마취가 풀리는지 대물이 움찔 거렸다.
[마취 효과가 끝난 것 같습니다, 주인님.]
‘나도 느꼈어. 그럼 이제부터 미션을 수행하러 가 볼까?’
"경희야. 내기는 내가 이긴 것 같은데, 내가 너 마음대로 해도 되지?"
< 576. 거자필반-36-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