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4. 거자필반-34- >
푹찍푹찍-
연이은 섹스였기 때문에 도훈은 시작부터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였다.
‘두 번짼 삽입이 빨라 편하단 말이지.’
남자와 여자의 몸은 다르다.
남자는 마음 먹으면 5초 만에 풀발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여자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패팅과 같은 전희 과정이 필수적이며, 충분한 준비가 될 때까지 인고의 시간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 번 관계를 끝내고 난 뒤 이어지는 세컨드 타임에선 이미 여자의 몸이 충분히 달아오른 상태다. 현자 타임이 있는 남자와 달리 여자의 흥분은 늦게 올라갔다 서서히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를 양은 냄비, 여자는 뚝배기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팍팍!
도훈이 중간쯤 리듬에 변화를 줬다. 계속 같은 속도로 반복하면 자극에 무뎌질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밀어 넣은 것에 불과했다면, 변화된 리듬에선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5초간 멈추었다. 질 안을 가득 채우며 충만감을 느낄 정도로 뜸을 들
이는 방식이었다.
"하아아앙!"
도훈의 노련한 뒤치기에 희주의 신음도 점점 격해졌다. 그녀는 마치 악기처럼, 이리 박고 저리 박힐 때마다 음색을 달리하는 매력이 있었다.
‘역시 희주는 리액션이 훌륭하단 말이지.’
도훈은 희주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남자를 기쁘게 만드는 법을 아는 여자였다. 특히 뒤치기에 돌입했을 때 내려다보는 라인이 예뻤다.
버들가지처럼 가녀린 등 허리. 쿠션감 끝내주는 빵빵한 히프는 어찌나 탱탱한지 잘 익은 복숭아를 보는 것 같았다.
감정이 고조된 도훈이 손자국이 나게 짝- 엉덩이를 때렸다.
"학!"
"이랴!"
"뭐, 뭐하시는 거예요?"
"뭐하긴. 말한테 채찍질하는 거지."
"제가 말이에요?"
"그럼."
"제가 말이면 말에게 박고 있는 오빠는 뭐예요?"
"암말을 임신시키는 종마."
"아하!"
팟팟!
도훈이 몸 전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등 뒤에서 가슴을 콱- 움켜쥐었다. 꼿꼿이 선 유두를 꼬집으며 몸에 반동을 주었다. 매트리스를 무릎으로 찍어 누르며 몸 전체가 위아래로 흔들리게 하는 수법이었다.
"읏, 핫, 핫!"
일자로 박히던 대물이 이젠 시소처럼 상하 운동을 시작했다.
"좋아?"
"하읏, 오, 오빠는 진짜···!"
변주를 줘가며 정신없이 몰아치는 도훈은 뛰어난 조련사였다. 같은 뒤치기지만 박히는 감각이 전혀 달랐다. 어쩜 이렇게 능숙한지 매번 관계를 맺을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흑! 내가 이래서 오빠를 못 끊지.’
한참 상하로 골반을 흔들던 도훈이 피니쉬를 준비했다. 그는 희주의 머리채를 움켜쥐더니 뽑을 듯이 뒤로 꺾었다. 그녀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학!"
"박히니까 좋아?"
"조, 좋아요.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그럼 미쳐."
파바박!
앞에선 뒷머리를 잡아당기고 뒤에선 정신없이 허리를 흔드는 도훈에, 희주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부유감과 함께 아랫배 안쪽에 뭔가가 터진 착각이 들었다.
‘하아아아아! 너, 너무 좋아!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야.’
파바바바바바바밧!
마지막을 향해가는 도훈은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였다. 마치 희주를 뚫어버리겠다는 정신없이 몰아치며 전력을 다했다. 등에선 바짝 땀이 나고, 입안에 살짝 단맛이 느껴졌다.
‘끄으, 오늘 너무 무리했나? 나도 슬슬 뻗치는군.’
퍽퍽퍽!
전신을 이용한 강력한 보디체크!
남녀가 이룰 수 있는 가장 격렬한 몸의 대화가 그 절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끄으으으으! 싼다!"
"학! 안에, 안에 싸줘요!"
"내 씨를 받아라! 씨받이 년!"
부아아앜!
정액을 몽땅 받아낸 희주가 털썩- 앞으로 무너졌다. 도훈 또한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린 채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졌다.
[축하드립니다! 미션을 완수하셨습니다.]
***
희주의 집에서 다시 나왔을 땐 들어간 지 3시간이 넘어서였다. 대낮부터 두 판이나 벌여 피곤했지만, 거기 더 머물다간 저녁까지 정기를 뽑힐 것 같아 적당히 끊었다.
‘어우, 잦이가 다 얼얼하네. 학교만 다니는 데 왜 정력이 남아나질 않는 것 같지?’
[슬슬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겁니다. 업적 때문에 불가피하긴 했지만,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 너무 많은 여자와 얽히셨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처음 한 두명까진 문제없었다. 적당히 어르고 달래고, 핑계 대고 거짓말하면서 얼마든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명이 세 명이 되고, 세 명이 네 명이 되면서부터 점점 관리가 복잡해졌다.
누구를 만나면 누군가 서운해하고, 누군가를 달래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소홀해졌다. 그렇게 대학교 안에서만 축구팀을 이룰 정도의 규모가 되니 이젠 정말 어디로 이동만 하면 섹스를 해야하는 지경이 이르고 말았다.
‘적당히 손절하실 사람은 손절하고, 쳐낼 사람은 쳐내야겠어. 이대로는 정말 있는 어장에 밥 주느라 다른 업적도 못 해낼 판이니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마침내 붉은 실 가위를 뽑으시는군요.]
하지만 막상 정리한다고 생각하자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업적만 생각한다면 대학 내 관계는 모두 정리해도 무방했다. 이미 학교 안에서 이룰 수 있는 업적은 모두 이루었고, 오히려 앙금처럼 남은 인간관계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었다.
‘남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쪽이 빠르겠어.’
잘라야 할 사람을 쉽게 고르지 못한다면 남길 사람부터 고르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졸업까지 2년 반쯤 남았지? 대학 생활의 편의를 위해선 강민주는 계속 붙잡고 있어야겠어.’
민주는 체육교육과 조교다.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긴 하지만,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졸업할 때까진 직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나의 학점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고, 대학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럼 민주는 남기고···, 정음이는 사랑이니까.’
정음도 포기할 순 없었다. 나에게 100명의 여자가 있다면 그 중에도 정음이 들어갈 것이고, 거기서 10명을 추리라면 그중에도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단 한 명을 골라야 한데도 정음이지.’
민주와 정음을 제하고 나니 갑자기 4학년 섹파 오수정이 떠올랐다.
‘임고 준비생, 오수정은 어쩌지?’
[오수정 양이야말로 놔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만날 시간도 점점 없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뭔가 미안했다. 수정은 희주 이상으로 쿨한 여자다.
그녀는 나에게 집착하지 않았고, 친구처럼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데서 다른 여자와 달랐다. 게다가 임용 스트레스를 나를 통해 풀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어차피 수정이는 올해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갈 거야.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만나는 횟수도 뜸해질 거고. 굳이 자르지 않아도 이탈하는 사람을 끊어내고 싶지 않군.’
[뭐, 그거야 주인님 마음이니까요.]
하나씩 사정을 봐주다 보니 잘라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업적을 위해 꼬셔놓고, 이제 와 나 몰라라 하기도 못할짓이었다.
[희주양은 어쩌실 겁니까?]
‘희주···. 음. 희주는 당분간 놔두자. 빻은 얼굴 좀 손봐야 하니.’
희주를 끊어내려 했으면 방금 전 섹스가 끝났을 때 정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 때문에 속상해하는 그녀에게 뭐라도 선물을 주고 싶었다.
‘아니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안될 이유를 생각하면 모두가 사연이 있어. 차라리 무조건 잘라야 하는 사람부터 끊어야겠어.’
효민.
나로 인해 아웃사이더가 되었다는 1학년 후배.
희주를 통해 전해 듣기까지도 안중에도 없었다.
어쩌면 나에 대한 기억을 지워주는 편이 훨씬 그녀에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효민이부터 가자.’
효민의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장 관리 어플에 떡하니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도서관에 있다는 그녀의 소재를 파악한 뒤 깨톡을 통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도훈 : 효민아. 시간 있으면 잠깐 얼굴 좀 볼래?
연락이 닿은 그녀가 짐을 챙겨 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효민은 어딘가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흠, 아싸가 됐다더니···.’
"어쩐 일이세요?"
"잠깐 나랑 얘기 좀 할래?"
"선배랑 저 사이에 얘기할 게 있던가요?"
무척 쌀쌀맞은 반응이었다.
뭐랄까,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양가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그렇지. 이건 애증에 가까웠다.
‘안 되겠군. 정보창 실행시켜.’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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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이효민 (비처녀, 19살 9개월)
나이 : 20 #아싸녀 #우울증 #먹버
호감도 : 66/100
개방성 : B
성감대 : 클리토리스, 목덜미, 젖꼭지
*애무 포인트 : 목덜미를 핥아주면 좋아합니다.
성욕지수 : 높음
공략팁
*그녀는 당신에게 복잡한 감정이 있습니다.
-새내기 시절, 꽃다운 나이에 참가한 새터에서 그녀는 당신에게 처녀를 잃었습니다.
-그것도 의도치 않은 쓰리썸으로 시작을 한 나머지 그녀는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그녀는 그일 이후로 남녀 관계를 정상적으로 맺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남자들의 목적을 항상 섹스에만 있다고 생각하며,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과 생활 역시 힘들어졌습니다. 소심한 그녀는 새터 한복판에서 섹스를 한 것에 대해 강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소심한 그녀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고, 또래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한때 당신의 정체를 폭로해 버릴까 고민했지만, 동기인 희주의 위로를 받고 마음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추천 행동 : 그때 일에 대해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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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희주 말이 사실이었구나.’
[주인님이 세심하지 못했군요.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정리했어야 하는 데 말이죠.]
‘정음이도 똑같은 일은 겪었잖아. 난 효민이도 정음이와 같다고 생각했어.’
[정음 양은 육체만큼이나 성장이 굳센 여인입니다. 정음양이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효민양도 그럴거라고 생각할 순 없다는 거죠. 아마도 그때 그 일이 강한 트라우마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땐 분명 효민이도 원했었다고.’
조금은 억울하긴 했다.
입막음 대신 좆막음으로 따먹은 것이라지만, 나와 정음의 행위를 보고 흥분했던 효민은 혼자 자위를 하다 나의 제의를 수락했었다. 즉, 강제로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강간을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나고 나니 그때 일이 후회스러워 계속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 네 말이 맞아.’
"진작 말했어야 했는데···. 그때 새터에서 일."
"아···."
효민이 눈을 크게 뜨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내가 너한테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미안해."
효민은 별다른 대답없이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마 그녀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다면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할 것이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괜찮아요. 그 일은 이미 잊었으니까."
효민이 거짓말을 했다.
얼마 전에도 희주에게 술먹고 하소연을 했다더니,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하게 행동했다.
"정말이에요. 설마 그 얘기 하려고 부르신 거예요? 오빠도 참 뜬금없네요."
효민은 좀 더 당당해져 있었다. 어쩌면 내 사과가 그녀의 상처받은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회복시켰으리라.
"됐어요. 다 지난 일인데요. 정음이랑은 요새 잘 지내시죠?"
"아··· 어, 음. 그리고 고마워. 소문 안 내줘서."
"저도 어차피 똑같은 입장이잖아요."
"참, 그리고. 이거."
"이게 뭐예요?"
나는 효민을 만나기 전에 준비한 향수를 건넸다.
"사과의 의미로 조그만 선물 준비했어. 향이 좋아. 한 번 뿌려볼래?"
"아니 뭘 이런 것까지···."
효민은 예상치 못한 선물에 당황하는 듯했으나, 이내 손에 뿌려 시향을 했다.
"아···. 향기 좋네요. 이거 어디 거예요?"
"메이커는 잘 모르겠어. 지난번에 일본 갔다가 면세점에서 사 온 거거든."
"아, 오빠 일본 가셨었죠?"
"응."
효민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자연스럽게 헤어질 타이밍이 되었다.
"저 가족들이랑 저녁 식사가 있어서 이제 집에 들어가 봐야 될 거 같아요."
"응, 그래."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어요. 그럼."
효민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나는 주머니에서 준비한 인연의 붉은 실 가위를 꺼내 들었다. 가위를 손에 들자 그녀와 연결된 붉은 끈이 투명하게 보였다.
‘그럼. 나에 대한 기억은 추억으로 남기길.’
싹둑-.
가위를 자르자 멀쩡히 가고 있던 효민이 갑작 우뚝 멈춰섰다. 아이템의 효과로 기억이 재편되는 과정인 것 같았다. 나는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빠르게 효민에게서 멀어졌다.
[흠, 저로선 살짝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뭐가?’
[어차피 인연을 끊을 거면서 굳이 사과를 하신 점이요. 붉은 실 가위 효과로 인해 주인님의 마지막 사과조차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겁니다.]
‘그건 그거고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한 거지.’
[아이템은 왜 주셨습니까? 매료의 향수는 만만치 않은 제품입니다. 차라리 주인님이 쓰시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호감도를 올려주는 아이템이잖아. 나 때문에 괜히 아싸가 되었다니 저거라도 이용해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거야.’
[거참, 주인님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입니다.]
‘···사람 속을 모두 안다면 그건 신이겠지.’
그래도 사과를 해서 인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설수지의 배후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과오 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과정 또한 꼭 필요한 것 같다.
원망을 남기는 것보다 용서를 비는 쪽이 더 현명한 방식일 테니까.
< 574. 거자필반-34-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