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7. 거자필반-27- >
{하필 이 타이밍에. 에이씨, 얼른 잦이 찍어야되는데···.}
태영의 속마음을 엿들은 도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라고? 저 새끼 방금 뭐라는 거냐?’
[제가 듣기론 잦이를··· 찍어야 한다는데요?]
‘정말 그렇게 말한 거 맞지? 씨팔, 이게 뭔 개소리야?’
"원래 인스타엔 관종이 좀 많아요."
"그래?"
{얼른 샴푸나 하라고. 눈만 감으면 확 그냥···.}
도훈이 얼핏 보니 태영이 쭈뼛거리며 핸드폰을 의식하는 게 느껴졌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 폰을 집어 들 것처럼 바짝 긴장한 태세였다.
‘근데 어째서 저 새끼가 몰카를 찍으려는 거지? 혹시 게인가?’
도훈이 저도 모르게 괄약근에 바짝 힘을 주었다. 그의 성 취향은 확고했기에 게이에 대한 면역이 극도로 얕은 편이었다. 만약 태영이 자신에게 이상한 마음을 품는다면, 당장이라도 니킥을 날려 때려눕힐 각오였다.
‘으으, 더러운 똥꼬충 새끼를 확 그냥-!’
[진정하십시오, 주인님. 태영군이 무슨 생각인지 알아볼 방법이 있습니다.]
‘뭔데?’
[정보창을 이용해 보십시오.]
‘아, 그렇지. 남자도 볼 수 있지?’
정보창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사용 가능했다. 물론 나타나는 내용은 다소 달랐다. 도훈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엉덩이를 손으로 막은 채 태영의 정보창을 들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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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김태영 (비총각, 19세 8개월)
나이 : 20 #김본좌#프로 딸잡이#치마만둘러도풀발기
호감도 : 71/100
성취향 : 거유, 슬랜더, 유부녀, 처녀
변태성 : 매우 높음.
*성감 포인트 : 귀두 부근 펠라에 취약합니다.
여성편력 : 없음.
공략팁
*그는 당신에게 상당한 호감을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학과 선배로서 무척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입니다.
-그가 당신의 대물을 탐내고 있습니다.
-그는 특별한 음모를 위해 당신의 대물을 사진에 담으려고 합니다.
-추천멘트 : "태영이 너 의외로 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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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의 프로필을 확인한 도훈이 그제야 조였던 괄약근을 풀었다.
‘휴-. 다행이군. 남자 취향이면 니킥으로 고자 만들어 버리려고 했더니.’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그나저나 해쉬 태그가 왜저래? 프로 딸잡이? 김본좌? 이 새끼는 대체 야동을 얼마나 쳐 보고 다니는 거야?’
도훈은 태영인 예전부터 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능력에 비해 욕심이 과한 편이라고만 생각했다.
‘크큭. 치마만 둘러도 풀발기? 하긴 성취향부터가 거유에서 슬랜더, 처녀부터 유부녀까지라니... 수비 범위가 얼마나 넓은 거야? 나도 잡식성이지만 이놈은 더 하네.’
[성취향만 봐선 완벽한 이성애자인데, 아니 그냥 여자면 다 좋다는 주의같은데 어째서 주인님의 대물을 노리는 걸까요?]
‘아마 저 특별한 음모란 것과 관련되어 있겠지. 저게 구체적으로 뭔지는 기술되지 않는 건가?’
[정보창은 만능 스킬이 아닙니다. 레벨제한에 따라 몇 가지 정보는 공개되지 않지요.]
‘좋아. 일단 놈이 원하는 데로 유도해주는 척하면서 속마음을 파악해야 겠군.’
도훈은 물 묻힌 머리에 샴푸를 비비며 거품을 일으켰다. 가늘게 뜬 눈 사이로 태영이 핸드폰을 손에 쥐는 게 보였다. 동시에 그의 속마음도 들려왔다.
{옳지. 각 나왔다. 지금 대물 찍어서 SSG에게 전송하면 되겠군. 와, 근데 저게 노발기라고? 저번에도 느꼈지만 도훈이형은 진짜 엄청 대물이구나. 존나 부럽다.}
태영은 속마음을 읽은 도훈은 그제야 그의 의도를 간파했다.
‘그렇군. SSG에게 내 대물 사진을 몰래 찍어 보내려는 거였어!’
[설마 태영 군이 SSG와 한통속인 걸까요?]
‘그건 아닐 거야. 여전히 나에게 대한 인간적 호감도는 높다고 나오니까. 어쩌면 약점을 잡혀 사주를 받았을지 몰라.’
[사주요?]
‘SSG는 분명 나에게 고의적으로 접근했어. 어쩌면 태영과 연락이 닿은 것 역시 그 연장선에 있겠지. 내가 태영이랑 자주 어울리는 걸 알테니까. 그러니 순진한 그를 꼬드겨 내 대물을 찍어오라고 시킨 게 아닐까?’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성기 사진을 찍어서 대관절 어디에 쓴다고요?]
‘글쎄···. 협박?’
[남성을 도촬해 협박하는 경우도 있나요? 앗, 주인님. 태영군의 카메라가 불순한 접근을 시도합니다.]
‘지켜 보고 있어. 내가 순순히 당해줄 줄 알고.’
도훈은 불쑥 머리를 감으며 일어난 거품을 한 줌 뜨더니 사타구니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샴푸가 잔뜩 묻은 손으로 음모를 비비자 대물이 순식간에 거품에 휩싸였다. 태영이 얼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혀, 형?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뭐? 이거? 아, 난 원래 밑에도 샴푸 해."
"거, 거길 왜요!"
"요전에 수영강사 알바 한다고 싹 밀었는데, 그사이 좀 자랐는지 살이 쓸리더라고. 털이 너무 빳빳해서 샴푸로 감고 린스로 재워줘야 해."
{아, 아니 이게 무슨 엿 같은! 물건이 거품이 가려서 안 보이잖아? 이러면 찍을 수가 없는데···.}
태영이 당황하는 데 도훈이 넌지시 물었다.
"넌 왜 근데 샤워하는데 폰은 들고 있냐?"
"이, 이거요? 아니 갑자기 연락이 와서."
"방수폰 참 편하네. 잠깐만 보자."
도훈이 낚아채듯 폰을 뺏었다.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라 태영은 무방비로 폰을 뺏기고 말았다.
"오잉? 카메라 켜져 있는데?"
화면에는 태영이 실행시킨 무음카메라 어플이 실행 중이었다. 액정으로 타일 바닥과 도훈의 발등이 보였다. 태영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발뺌했다.
"다, 단축키가 눌러졌나 봐요."
"와, 근데 방수 진짜 잘되는 구나. 나도 이참에 폰이나 바꿀까 봐."
도훈이 다시 폰을 건네자 태영이 잽싸게 샤워바구니에 집어넣었다.
{휴-, 하마터면 좆될 뻔. SSG 이 또라이년! 그러게 왜 노발기 사진을 보고 싶다고 난린데? 아니지. 그냥 내가 미친놈이지. 애초부터 일본 원정남 대물을 내 거라고 속인 것부터가 실수였어.}
태영의 속마음을 모두 들은 도훈은 마침내 완벽히 사태를 파악했다. 전후 사정이 퍼즐의 조각처럼 짜맞춰지며 큰 그림이 드러났다.
‘오호라. 이게 그렇게 된 것이로군.’
[다행히 주인님이 생각한 것처럼 태영 군이 깊이 연루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응. 근데 SSG 진짜로 변녀 맞구나. 왜 뜬금없이 남자 좆 사진을 요구하는 걸까?’
[노출증 환자는 동시에 지독한 관음증을 동반하기도 하니까요.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실상 보고 싶다는 심리의 강한 반증이 아닐지···.]
‘아무튼, 태영이도 제정신 아냐. 어떻게 내 좆을 자기 것으로 속일 생각을 했지?’
[벌써 한 번 써먹은 거 아닙니까? 일본 원정남 영상을 사용했다는 거 보면요.]
‘그렇네? 이 새끼가 드디어 좆에다 영혼을 갈아 넣었구나. 어휴, 진짜. 기도 안 차서.’
도훈의 기지로 도촬을 실패한 태영은 다음 기회를 노렸다.
{어쩔 수 없겠어. 이젠 마지막으로 탈의실을 노려보는 수밖에.}
그러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상,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도훈은 절대 응해줄 의향이 없었으므로, 태영이 머릴 감는 사이 재빨리 샤워실을 빠져나갔다. 머리를 감던 태영이 나가는 도훈을 붙잡았다.
"어, 어 형 벌써 다 씻었어요?"
"어. 난 원래 몸에는 비누칠 안 하거든. 피부가 건조해서. 그럼 씻고 나와라."
태영은 이미 머리에 샴푸를 묻힌 상태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렸다. 그가 서둘러 탈의실로 뒤따라 나왔을 땐 이미 도훈은 팬티를 입은 채 드라이로 머릴 말리는 중이었다. 도톰하게 튀어나온 팬티를 보는 순간, 태영이 속으로 탄식했다.
‘아아-. 난 끝났어. 이제 SSG에게 까일 거야.’
***
‘뭐야? 아직까지 답신이 없어?’
태영의 답장을 기다리던 수지는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혔다. 기껏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에서 노출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완전 먹튀 당한 기분이었다. 애초에 맨 처음 보내준 사진부터가 필터가 과하게 들어간 게 의심스러워 또 다른 사진을 요구했던 것
인데, 지금껏 답이 없다는 것은 결국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짜증 나네, 진짜. 순 거짓말쟁이였잖아?’
강의실 앞에선 나이가 지긋한 교수의 지루한 수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법학은 관심도 없고 원하는 전공도 아니었으므로 강의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에이씨. 인스타나 해야지.’
그녀는 댓글을 구경하기 위해 자신의 인스타에 접속했다.
노출 사진을 올린 뒤 반응을 즐기는 그녀로선, 익명의 남성들이 배설물처럼 싸질러 놓은 댓글을 보는 게 삶의 활력소였다. 스스로도 변태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 습관적으로 댓글을 음미하곤 했다.
-섹스트라(dodo92) : 하악, 핑두! 너의 밀크티를 원해.
수지는 익명의 관중들이 보내는 격한 반응이 좋았다. 소위 ‘댓글 강간’이라 불리는 외설적이고 변태스러운 표현을 맞닥뜨릴 때마다 자궁이 떨리는 듯한 자극을 받았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글귀를 볼때마다 하나씩 대댓글을 달았다.
-섹스트라(dodo92) : 하악, 핑두! 너의 밀크티를 원해.
└여대딩(SSG1004) : 아무리 빨아도 젖 안 나와요.
-둘레만18Cm(dkdk332) : 씹할년, 존나 박아버리고 싶네. 와서 보지 보여주고 가!
└여대딩(SSG1004) : 한 번 대줄 게 일루 오던가.
‘하읏. 또 젖어버렸잖아?’
그녀는 노출 사진을 올릴 때와 마찬가지로, 댓글을 달면서도 흠뻑 느끼는 타입이었다. 야한 말을 리플로 주고받을 때면 어느새 팬티가 촉촉이 젖어왔다.
‘하아-. 걔가 사진만 보내줬음 그거 보면서 자위하려고 했더니만···.’
한 번 물 뺄 타이밍을 놓친 터라, 유난히 예민해진 상태.
그때 개인 쪽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보였다.
‘엇. 드뎌 보냈나?’
수지는 태영이 마침내 노발기 사진을 보낸 줄 알고 기대감에 부풀어 쪽지함을 열었다. 그러나 쪽지의 발신인은 생전 처음 보는 아이디였다.
-섹스의신(PlayerD) : 국성대.
수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누군가 자신을 엿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황급히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대부분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누, 누가 이런 저질스러운 장난을···.’
수지는 애써 쪽지를 무시하며 폰을 덮었다. 그러나 쪽지를 알리는 진동이 계속 이어졌다. 마지못해 폰을 켜자 다음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섹스의신(PlayerD) : 국성대 법학과 맞지?
정확한 소속까지 거론되자 수지도 더는 무시할 수 없었다.
-여대딩(SSG1004) : 꺼져. 장난치지 말고.
-섹스의신(PlayerD) : 지금 학교 안인가?
-여대딩(SSG1004) : 누구야 너?
-섹스의신(PlayerD) : 대답이 짧군.
수지는 긴장된 마음에 말투를 싹 고쳤다
-여대딩(SSG1004) : 혹시 쪽지 잘못 보내신 거 아니에요?
수지가 철저하게 발뺌했다. 그럴수록 상대는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섹스의신(PlayerD) : 왜 이래, 섹스타 SSG. 아, 설수지라 하면 알아들으려나?
상대는 자신의 정체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흑막이라고 불리던 인물에 이어 두 번째.
버럭 짜증이 밀려왔다.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많은 남성에게 즐거움을 준 자신을 왜 이렇게 핍박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대딩(SSG1004) : 차단합니다.
-섹스의신(PlayerD) : 그래? 아이디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한번 차단해 보시던가.
수지는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또한 흑막이 꾸민 장난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여대딩(SSG1004) : 혹시 ···그분이세요? 이런 장난 치지 마세요. 시키는 데로 이도훈이란 사람하고 소개팅도 잡았잖아요.
몰래 연락을 취하던 도훈은 수지의 답장에 깜짝 놀랐다.
‘이건 또 뭔 소리야? 그분? 그럼 나하고 소개팅을 하게 된 게 누군가의 명령이었단 소리야?’
도훈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설수지는 그를 흑막이라고 확신했는지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여대딩(SSG1004) : 저 이런 장난 아주 질색이에요. 수업 중이니 더는 답장 안 해요.
쪽지를 마친 도훈은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뭔가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는 느낌. 하지만 안개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았다. 설수지가 말한 ‘그분’이 누구이며, 대체 어떤 목적으로 두 사람을 만나게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대관절 무슨 목적인 걸까?’
[목적을 따지기보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게 급선무일 것 같은데요.]
‘그렇군. 질문이 잘못됐어. 그분이 누구지?’
수지는 공범이라기보다 협박을 받아 조정 당하는 입장이었다. 이 변녀를 자신에게 붙인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당장은 의심 가는 사람을 일일이 만나는 수밖에 없었다. 도훈은 자신에게 앙심을 품을만한 인물을 하나씩 떠올렸다.
‘김기춘이 혹시 석방되었을까?’
[김기춘이요?]
‘그 왜 편의점 알바 할 때 강간미수로 구속됐던 멍청이 말이야.’
[아닐 겁니다.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강간의 경우는 형법 제297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수 또한 강간과 동일한 처벌이고요. 피해자 합의나 초범의 여부에 따라 감형이 있더라도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금 풀려났을리는 없습니다.]
‘오호, 그럼 김기춘은 아니네. 로시, 근데 너 어떻게 이렇게 법을 잘 아냐? 무슨 변호산줄.’
[성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엔 성 관련 범죄의 형벌 또한 입력되어 있습니다. 모두 주인님 덕분이지요.]
‘하긴, 법은 그냥 정해진 내용을 입력만 하면 되니 인공지능에겐 식은 죽 먹기겠구나.’
도훈은 또 다른 용의자를 떠올렸다.
< 567. 거자필반-2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