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1. 거자필반-21- >
-부천식구파(majorPE) : 너 우유통 맘에 든다.
‘뭐래, 미친?’
수지는 느닷없이 우유통을 찾는 정체불명의 쪽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우유통이 자신이 유방을 지칭하는 단어임을 깨닫고는 어이가 없어 속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하여간 인스타엔 미친놈 천지라니까?’
-부천식구파(majorPE) : 번호 좀 알려다오.
‘하- 씨발. 진짜 별 찐따같은···.’
수지는 겉으론 교양있고 우아해 보였지만, 넷상에선 말이 거칠고 직설적인 편이었다. 본래 쪽지에는 거의 답을 하지 않는 주의지만, 스터디 모임이 무료한 나머지 몰래 답장을 보냈다.
-여대딩(SSG1004) : 미친 ㅋㅋ. 아재요 정신차리쇼. ㅋㅋ
장난삼아 답장을 남기자 실시간으로 대답이 날아왔다.
-부천식구파(majorPE) : 엇, SSG님이 답장을! 저 아재아니에요!
‘응? 누나라니? 설마 어린앤가?’
닉네임와 말투를 보고 변태 중년이라 확신하던 수지는 상대의 답장에 호기심을 느꼈다.
"위 판례를 독일의 대륙법과 영국의 영미법에 따라 구분하면···."
여전히 발표는 지지부진한 법체계에 관한 이야기였으므로, 수지는 몰래 쪽지를 이어갔다.
-여대딩(SSG1004) : 아재 아니면 좆고딩이셈? ㅋㅋ
-부천식구파(majorPE) : 저 누나처럼 대학생이에요.
‘대학생이라고?’
순간 닉네임 옆에 눈이 간 수지는 천천히 아이디를 읽어보았다.
‘메이져 PE? 메이저면 전공이란 소린데, PE?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그때 수지가 몰래 폰을 만지는 것을 본 스터디 장이 주의를 시켰다.
"수지야, 유찬 선배 발표 중인데 너 뭐하니?"
스터디 장은 같은 법대 1년 여자 선배였으므로, 수지의 미모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비교되는 외모 덕에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 평소에도 수지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아, 그게···. 모르는 단어 검색 좀 하고 있었어요."
수지가 재빨리 스마트폰 어플을 인터넷 검색창으로 바꾸며 대답했다.
‘하여간 왕재수. 남들 딴짓할 땐 한마디도 않고 있다가, 나만 보면 잡아먹으려고 드네.’
수지는 변명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아무거나 검색했다.
그녀가 검색한 단어는 ‘PE’라는 영어 약자였다.
한두 개가 아니었던지 주르륵 스크롤이 내려가며 P.E.의 뜻이 나열되었다.
포터블 실행 파일(Portable Executable)
페루의 ISO 3166-1 alpha-2 및 NATO 국가 코드
임신중독증(pre-eclampsia)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
···
···
체육(physical education)
‘어? 설마?’
눈에 익은 단어를 보는 순간 문득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앞에 붙은 Major 란 단어와 결합하자 의미가 완성된 것이었다.
-여대딩(SSG1004) : 설마 체육과세요?
-부천식구파(majorPE) : 땡-.
-여대딩(SSG1004) : PE가 체육이란 뜻 아닌가요?
-부천식구파(majorPE) : 체육교육과에요. 체육과는 아니고. 사범대요.
‘가만, 사범대 체육교육과면 이번에 소개팅하기로 했던···.’
수지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그 흑막이 이중계정으로 농간을 부리는 것일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여대딩(SSG1004) : 근데 왜 이름이 부천식구판데?
수업이 끝나고 연극동아리방에 혼자 죽치고 있던 태영은 연거푸 이어지는 수지와의 쪽팅에 엄청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대박! 장난으로 인터넷에서 뜬 대사를 고대로 써먹었는데 이게 먹히다니!’
태영은 사실 이전에도 몇 번 유명 섹스타인 SSG에게 쪽지를 보낸적이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지금처럼 답장이 온 적 없었다.
신비주의 컨셉인가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던 그는, 문득 인터넷에서 본 조폭 상남자의 댓글 짤방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조금 도발적인 쪽지를 보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제껏 반응이 없던 수지가 불쑥 답장을 보내는 게 아닌가? 태영은 흥분한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재빨리 메시지를 남겼다.
-부천식구파(majorPE) : 하하, 이건 그냥 장난으로 써놓은 거예요. 제가 초등학교 때까지 부천 살았거든요.
-여대딩(SSG1004) : 부천? 나도 부천이라면 좀 아는데.
수지는 한때 부천 김태희라고 불리는 고딩 얼짱 출신.
자기가 살던 동네이름이 나오자 반가움에 자기도 모르게 아는 척을 했다.
-부천식구파(majorPE) : 정말이세요?
수지는 순간 개인정보를 너무 흘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공개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괜히 찝찝해 말을 돌렸다.
-여대딩(SSG1004) : 근데 너 대학생 맞아? 솔직히 말해봐.
게다가 수지는 여전히 태영을 흑막의 또 다른 위장이 아닐까 의심하는 중이었다. 우연히 쪽지를 보낸 사람이 이번에 소개팅하기로 한 상대와 전공과 같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자신을 떠보기 위한 기만일지 몰랐다.
"진짠데···."
태영은 억울함에 다시 답장을 보냈다.
-부천식구파(majorPE) : 인증하면 믿어주실 거에요?
-여대딩(SSG1004) : 어, 해봐.
태영은 급히 지갑에서 학생증을 꺼내 폰 카메라를 실행시켰다. 그러다 문득 학번과 이름을 노출시키는 게 겁이났다.
‘괜히 인증했다가 좆될 순 없지. 솔직히 이런 변녀를 뭐 믿고.’
그는 동아리방에 굴러다니는 포스트잇으로 사진과 신상을 가린 채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사진을 받은 수지는 학생증을 보다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말았다.
‘이, 이건 우리 학교 학생증인데?’
학생증 테두리엔 국성대 마크인 ‘국’자가 도장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파란색 배경에 ‘국’자가 들어간 학생증은 누가 봐도 국성대 학생증이란 명백한 증거였다.
스마트 폰을 쥔 수지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얘 진짜 이번 주말 소개팅하기로 되어있는 이도훈 아냐?’
수지는 부쩍 조심스러워졌다.
자신의 계정엔 노출 사진을 비롯해 도구를 이용한 자위사진 등 온갖 망측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만약 상대가 정말 소개팅 남이라면 정체를 들키는 순간 엄청난 약점을 잡히는 셈이었다.
자신의 외설적인 취미를 아는 사람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자 수지의 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사타구니 안쪽이 간질거렸다.
노출 사진의 올리기 직전처럼, 흥분 상태에 이른 수지가 허벅지를 바짝 오므렸다. 자신도 왜 이런 것에 반응하는지 알길이 없었다.
"설수지. 그럼 네 생각은 어때?"
"···네?"
수지는 갑작스러운 스터디 장의 질문에 움찔 놀랐다.
태영과의 쪽지로 정신이 팔린 사이, 질문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 것이다. 당황한 수지가 허겁지겁 인쇄물을 읽으며 아무렇게나 중얼댔다.
"예 그러니까··· 독일 대륙법에 따르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삼자사기에 대한 형법적 해석을 묻고 있잖아."
평소 수지를 탐탁잖게 여기던 스터디 장은 작정한 것처럼 수지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남자 스터디원들은 모두 수지의 편이었다.
"야. 왜 그렇게 까칠해? 잠깐 딴 생각했나 보지."
"그래. 우리 한 시간 넘게 너무 달린 것 같아."
"커피나 한 잔 하고, 다시 하자."
남자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어이가 없어진 스터디 장이 콧방귀를 꼈다. 예쁘고 집안 좋다고 여신처럼 수지를 떠받드는 남자들의 태도가 신물이 났다.
그때 눈치가 빠른 수지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스터디 구성원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렸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바로 뽑아올게요."
"아니야. 수지는 좀 쉬고 있어."
"그래. 오늘 컨디션도 안 좋아 보이는데."
수지를 금지 옥엽처럼 아끼는 남자 선배들이 한사코 만류했지만, 수지는 여기서 뻐겼다간 스터디 장의 눈에 날 것이 두려웠다. 결국 여자의 적은 여자. 굳이 밉상을 살 필욘 없었다.
"아니에요. 이런건 막내가 가야죠."
"하하. 그럼 난 설탕 커피로."
"난 블랙."
"난 아무거나."
"선배는 어떤 거 드실래요?"
수지가 굳이 스티디 장의 취향을 물었다.
"난 커피는 됐고. 율무차."
"네. 잠시만 쉬고 계세요. 제가 후딱 뽑아올게요."
수지가 폰을 챙겨 스터디룸을 나갔다. 그녀는 자판기 앞에서 서서 음료를 뽑으며 다시 쪽지를 확인했다.
-부천식구파(majorPE) : 인증 봤죠?
-부천식구파(majorPE) : 왜 말이 없으세요?
-부천식구파(majorPE) : 누나···?
답장이 늦어진 사이 국성대 체육교육과 다닌다는 상대의 쪽지가 연달아 와 있었다.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두꺼운 형법책 위에 올리던 수지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가만. 국성대라면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도서관 앞 로비를 지나는 남자들이 죄다 의심스러워 보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장난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것은 무척 긴장되는 경험이었고, 그 스릴은 그녀를 흥분시켰다.
‘하-. 이 새끼 대체 누구지?’
-여대딩(SSG1004) : 나 지금 알바 하느라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
수지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했다.
다행히 상대는 곧이 곧대로 믿는 듯 했다.
-부천식구파(majorPE) : 아, 넵!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담에 꼭 연락 주세요!
그 사이 음료를 다 뽑은 수지는 마지막에 뽑은 율무차를 향해 카악- 하고 침을 뱉었다. 그리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스터디 룸으로 돌아갔다.
***
월풀욕조는 일반 욕조보단 컸지만 그래도 성인 둘이 들어가기엔 비좁은 감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모서리에 기대 눕고, 그 위에 정음을 포개듯 안아야 했다. 뜨거운 물이 긴장을 풀어주며 몸이 나른해졌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지 뒤에서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충족감이 느껴졌다. 이제껏 늘 박고 싸는 것에만 치중하던 것에 비하면, 정음은 존재 자체만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여자였다.
"정음아."
"네?"
"오빠가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저는 늘 오빠에게 고마운걸요."
정음은 말도 참 예쁘게 한다.
어떻게 이런 아이를 만나게 되었을까?
가끔 생각하지만, 그녀는 나에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다.
그래서 늘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고 있던 정음이 고개를 뒤로 돌리거니 내 입술에 키스했다.
"사랑해요."
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렇게 지고지순한 애한테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나 같은 난봉꾼이 과연 정음에게 사랑받은 자격은 있단 말인가?
"저, 정음아···. 나는···."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에게도 한가닥 양심은 있다.
지금의 내가 그녀에게 결코 어울리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그녀를 포기할 순 없었다.
나는 놓아주면 훨훨 날아 가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그녀를 꼭 껴안고 맹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혀와 혀과 얽히며 서로의 타액이 교환되었다.
정음이 눈을 감고 가만히 입을 벌리자, 그 안으로 혓바닥을 밀어 넣으며 정열적으로 휘감았다.
"아!"
두 팔로 그녀의 몸을 껴안았다. 물기에 미끈거리는 촉감이 너무나 좋았다. 맞닿은 가슴에서 돌기 된 그녀의 젖꼭지가 느껴졌다. 단단하고 탄력적인 가슴이 뭉그러지며 나를 가득 채웠다.
"나도 사랑해 정음아."
"오빠···."
나는 그대로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내려왔다.
혓바닥을 꼿꼿이 세워 슬라이딩 미끄러졌다.
정음이 흥분으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욕조 안의 높은 습도가 그녀를 숨막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아, 아 오빠아···."
이득고 봉긋한 가슴에 이르렀다.
나는 탐스러운 가슴을 와락 베어 물며 젖꼭지를 마음껏 희롱했다. 정음은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고 젖먹이를 안은 엄마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앙, 오빠···."
정신없이 가슴을 빨다 보니 경계선에 있던 욕조 물이 입으로 스며들었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아, 아앙!"
정음의 야릇한 신음이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물속에서 결합하고 싶었지만, 조금 더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 쉰 뒤 물속으로 잠수했다.
뿌연 물속에서 손을 더듬어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정음은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다리를 활짝 벌려주었다.
나는 정음의 꿀딴지에 입술을 댄 후 쪽쪽 빨았다.
"하악- 하아!"
격한 신음이 물속까지 들려왔다. 그것에 고무된 나는 더욱 힘차게 보빨을 이어갔다.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욕조물인지 그녀의 애액인지 헛갈렸다.
"하, 하앙!"
정음의 허리가 활처럼 젖혀지며 두 다리 내 등위로 타고 올라왔다. 자기도 모르게 다리로 나를 감싸며 끌어 당기는 것이었다.
[주인님, 호흡이 가빠지고 있습니다.]
‘괜찮아. 참을 만 해.’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졌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나는 사력을 다해 혓바닥을 굴렸다. 인공호흡을 아랫입에다 하는 것 같았다.
[주인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알았어!’
"푸하-!"
1분이 넘는 입수를 마치고 욕조위로 머리를 내밀자 정음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빠 괜찮아요? 저도 모르게···."
아마도 다리로 나를 감싸 안은 것이 미안한 모양이었다.
"괜찮아. 좋았어?"
"···네."
정음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욕조 위로 걸터앉아 보세요. 저도 해드릴게요."
< 561. 거자필반-2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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