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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59화 (532/2,000)

< 541. 거자필반-1- >

"오빠,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할게요."

은성은 무슨 일이 있는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도훈은 곧바로 한지연에게 연락했다.

-오, 무슨 바람이 불어서 먼저 연락을 다하시고?

"너 일 똑바로 안 해?"

-오랜만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무슨 소린데?

"고은성이 귀국했다는데 어떻게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느냐고."

-무슨 소리야? 저번에 얘기했잖아. 조만간 유학 생활 접고 완전히 귀국할 거라고.

"그랬어?"

도훈은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한 번 언급했던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너 감시하다가 경호팀으로 다시 복귀한 이유가 그거잖아. 은성 아가씨도 돌아오고, 그룹 후계 문제가 복잡해져서 바빠졌다고.

"아, 그랬던가···."

-흥. 실망이야. 누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연락 한번 없더니만 느닷없이···. 가만? 근데 네가 어떻게 알았어?

"방금 전화 받았어. 한국에 왔다고."

-진짜? 네 번호를 어떻게 알고?

"예전에 번호 준 적 있어."

-그게 말이 안 되는데?

"응?"

-팀장님한테 들었어. 아가씨 출국할 때 로밍시켰던 핸드폰에서 네 번호 삭제했다고. 그래서 아마 너랑은 연락할 방법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뭐야? 그럼 은성이는 나한테 어떻게 연락한 거야?"

-흐음,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겠는데.

"나중에 시간 좀 낼 수 있어?"

-오후에 스케쥴 비어.

"그럼 오후에 대학 근처 커피숍에서 좀 보자."

-오키. 변장하고 갈 거니까 양해 좀.

"응?"

***

지연은 정말 변장을 하고 왔다.

한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실내인데도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을 반이나 가렸다. 머리엔 얇은 스카프를 두르기까지 했다.

"너 이슬람으로 개종했니? 왠 히잡 패션이야?"

"쉿-. 조용히 해. 나도 쪽팔리니까. 너 만나는 거 들키면 짤린단 말이야."

"이래서 어떻게 음료를 마시겠다는 건데?"

약속 장소는 커피숍이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 지연은 착용하던 마스크를 턱밑으로 걸쳤다. 입술이 반쯤 나오자 그녀는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 마셨다.

"이렇게."

"얼씨구 잘도 빠네."

"후훗. 내가 좀 빨긴 하지."

음흉한 표정이 뭔가 색드립을 치는 느낌이었다. 얘도 은근 굶었나?

"됐고. 고은성에 대해 얘기해줘."

"은성 아가씨가 귀국한 건 이주 전이야."

지연은 복잡해진 그룹의 후계구도와 알력다툼, 그리고 유력한 상속자인 고성민과 고은성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현재 삼현 그룹은 고경표 회장님의 노환으로 굉장히 위태로운 상태야. 후계를 물려줄 아들이 요절하는 바람에 직계 상속인은 손자와 손녀가 유일하거든."

"근데?"

"너도 알다시피 성민 도련님은···."

"그 도련님 소린 너네 사람들이랑 있을 때나 하고, 이름으로 불러."

"그래. 고성민은 본래 후계엔 일절 관심이 없었어. 그러다 보니 삼촌이나 고모뻘 되는 사람들이 그룹의 요직을 차지하고 회사를 잠식한 상태지."

대충 들으니 회장의 유산을 놓고 그룹 내에 치열한 암투가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내가 궁금한 건 고은성이 왜 유학을 관두고 귀국했냐는 거야."

"회장님은 고성민 혼자서 회사를 물려받기가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 같아. 그래서 어차피 찢어 나눌 거 손자, 손녀에게 최대한 많이 나눠주려고 결심한 거지. 둘의 지분을 합쳐 경영권이 방어될 수 있도록 말이지."

"고은성이 회사를 물려받는다고?"

"정확히 말하면 알짜 계열사들로."

"음···."

"삼현은 대기업이야. 여러 계열사들이 순환 출자로 묶여있고, 그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지주회사가 있지. 대학생인 너에겐 너무 어려운 얘기려나?"

"아니. 다 이해했어."

"오, 똑똑한데?"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무튼 우리 경호팀은 정확히 말하면 회장님 직속 친위대야. 경호 업무를 기본으로 그룹의 후계구도를 정착시키는 게 주 업무지."

"그러니까 고은성은 회사를 물려받으러 귀국한 거군?"

"맞아. 정확히는 고성민에게 힘을 실어 주려고. 고성민이 완전히 고립된 상태니까."

"흐음···."

미술을 공부하던 철부지 아가씨가 사장님 소릴 듣게 생겼네. 이젠 오르지도 못할 나무려나?

일전에도 준재벌급인 애자매를 만난 적 있지만, 삼현은 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대기업이다. 같은 100대 기업에 속해 있더라도, 상위 10대 그룹에 들어가는 삼현은 나머지 90개를 합친 것과 맞먹을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참, 아까 말한 그건 뭔 뜻이야?"

"뭐?"

"내 번호 삭제시켰다는 말."

"아, 그건···."

경호팀 팀장인 박문수는 은성과 썸씽이 있던 나를 경계했다.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고, 좋게 말하면 장차 그룹의 후계자가 될 은성에게 날파리가 들러붙지 않도록 미리 싹을 자르는 예방 차원이었다.

한지연을 미대생 송이든 신분으로 위장해 나를 감시하게 한 것도 역시 그런 맥락 중 하나. 다행히 내가 색계를 이용해 지연을 이중 스파이로 포섭했지만 말이다.

"팀장님은 너를 유의 주시하고 있어. 다만, 후계 문제로 너무 바쁘니 무시하고 있을 뿐."

"게다가 번호도 지웠으니 연락할 방법도 없을 거고? 직접 찾아가지 않는 이상 만나기도 어려울 테니까?"

"찾아가도 이젠 만나긴 힘들어. 네가 어떻게 두 사람과 연을 맺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24시간 엄중한 경호를 받는 상태거든."

"찾아갈 생각 쥐뿔도 없거든? 근데 은성이는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아낸 거지?"

"나도 그게 의문이야. 대충 감은 오지만···."

"응?"

"은성 아가씨에겐 별도의 전담팀이 있었어."

"전담팀?"

"그럼 재벌집 손녀딸이 해외 나가 있는 동안 아무렇게나 방치되었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건가? 하긴, 그 정도 재력을 가진 그룹의 후계자라면 당연히 엄중한 경호를 받았을 것이다. 그곳이 해외라면 더더욱.

"은성 아가씨 전담팀은 우리 팀장님의 명령도 받지 않는 조직이야. 말 그대로 은성 아가씨만을 위해 존재하지."

"그렇다면 그 전담팀 사람들이 내 번호를 물어다 줬을 거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추측이야. 근데 조금 맹랑한 구석이 있네. 어떻게 우리 감시를 뚫고 연락할 생각을 다 했지?"

"모르지 나야."

"너 솔직히 말해봐."

한지연은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는 다시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드러난 부분이 거의 없는데도 미인이라는 느낌이 팍 드는 얼굴형이었다.

"은성 아가씨랑 어디까지 갔어?"

"내가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나?"

"자꾸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올 거야?"

"나오면 어쩔 건데?"

"강제로 입을 열게 하는 수가 있어."

"웃기고 있네."

"나 싸움 잘하는 거 모르는구나?"

한지연이 고개를 좌우로 비틀며 목을 풀었다.

"저번엔 내가 다리에 금이 가는 바람에 제대로 못 했지만, 이래뵈도 나 유도 유단자야."

"유단자 할아버지라도 상관없어."

"이게 진짜!"

"억울하면 덤벼 보시던가?"

나의 도발에 지연이 넘어갔다.

"너 따라와."

***

"하앗, 아아, 아앗!"

모텔 안으로 여자의 신음이 가득 찼다.

두 팔을 잡힌 채 뒤치기를 당하는 지연이 억울한 표정으로 씩씩거렸다.

"너, 너 진짜 치사하게!"

"뭐가 치사해? 다짜고짜 덮친 게 누군데?"

도훈은 바짝 꼴린 대물을 쑤셔 박으며 지연에게 물었다.

"너 근데 대학은 어떻게 한 거야?"

"벼, 병가로 휴학."

"병가?"

"저, 저번에 다리에 금이 간 걸로 6개월 진단··· 하, 핫, 사, 살살 좀!"

"센 척 오지게 하더니 거참."

도훈이 거칠게 밀어붙이던 뒤치기를 멈추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지연이 무게에 못 버티고 침대에 바짝 엎드리자, 도훈이 몸을 붙인 채 엉덩이만 흔들었다.

"흐응, 으응, 이, 이건 뭐, 뭐야."

"뭐긴. 살살하는 거지. 그나저나 삼현이 대단하긴 하구나. 멀쩡한 휴학생 신분 세탁해서 복학시키더니 또다시 휴학도 시키고."

"흐응, 뭐야 근데 왜케 잘해? 너 나 없는 동안 엄청 했지?"

"엄청은 무슨. 그냥 학교 열심히 다녔지."

"거짓말. 지난번 보다 더 잘하는 거 같은데?"

‘지난번이라면 병원에 병문안 갔을 때 일인가?’

[아마도요?]

‘아, 그때 따먹었던 박지애도 끝내줬는데.’

[이 와중에 다른 여잘 떠올리시다니···. 그나저나 한지연 양은 왜 덮치신 겁니까?]

‘몰라? 이런 애들은 주기적으로 따먹어 줘야 고분고분해지거든. 내 편으로 붙잡아 두려면 가끔 좆방망이로 눌러줘야 한 단 말이지. 쉽게 말해 자슬아치 짓이지.’

[자슬아치요?]

‘잦이가 벼슬이라고.’

[헐.]

‘그나저나 고은성이 돌아온 거로 피곤한 일이 휘말리는 건 아니겠지?’

[무슨 피곤한 일요?]

‘처남 될 사람 성격이 지랄 맞잖아.’

[매, 매형이라니···.]

‘아, 너무 앞서갔나? 아무튼 고성민 그 망나니 자식 말이야. 나한테 한 방 먹어서 엄청 벼르고 있을 테니까. 게다가 지연이 팀장이라는 박문수 그 작자도 영 껄끄럽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연을 끊으시면 됩니다. 제가 봐도 다시 엮어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은데요.]

‘하긴, 업적도 마무리했겠다 딱히 재회할 이유는 없는데 말이지.’

도훈은 은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유람선 위에서 나누던 대화.

성민의 별장 노천 온천에서의 후끈했던 쓰리썸.

청순하면서도 사려 깊고, 심지어 연예인 뺨칠 만큼 예쁜 여자. 그런 은성이 이제 정식으로 그룹의 후계자에 올랐다.

‘하-. 그렇다고 남주긴 너무 아까운데···.’

[욕심이 지나쳐도 금물입니다. 양다리를 잘 못 걸쳤다간 다리가 찢어질지도 모르니까요.]

로시가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녹록지 않은 상대다.

특히나 지금처럼 여러 여자를 만나는 가운데 어장에 넣었다는 걸 들키는 날엔, 양다리가 아니라 사지가 오체분시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여자였다.

"아앙, 아아 진짜··· 못 됐어. 내가 힘도 못 쓰게 막 위에서 눌러 버리고···."

도훈이 생각에 빠져있는데, 밑에 깔려있던 지연이 불평했다.

"왜? 그럼 니가 올라탈래?"

"응?"

"자신 있으면 니가 올라와 보던가?"

도훈이 양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넣더니 좌로 구르며 상하를 반전시켰다. 이번엔 도훈이 바닥에 눕고 그 위로 지연이 천장을 보고 드러누운 자세가 되었다.

"흐, 흐앙,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스파이더 자세지."

도훈이 두 다리를 허벅지 사이에 넣더니 좌우로 쩍 벌렸다. 그리고는 두 팔로 허리 밑을 받쳐 들고 올려치기를 시작했다.

"아앗, 아, 아앙!"

듣도 보도 못한 기묘한 체위에 지연이 또다시 자지러졌다.

힘을 주려고 해도 끊임없이 눌러대는 도훈의 공격에 도무지 저항할 수가 없었다.

"나, 나빴어!"

"유도 유단자라며? 한 번 벗어나 봐."

"내가 못 할 줄 알고?"

지연은 위에서 바둥거리자 도훈이 가슴을 움켜쥐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이제 두 사람은 겹쳐진 새우처럼 허리를 구부린 채 옆으로 누운 자세가 되었다.

"흐앗."

"이건 옆치기."

푹찍-푹찍-!

연이은 고난도 콤보에 지연은 멋대로 휘둘렸다. 아무리 벗어나려해도 도훈은 꽂아 넣은 대물을 빼지 않았고, 빈틈을 노리고 빠져나오려고 하면 정신없이 체위를 바꿔가며 휘둘러 댔다.

"흐아아앙! 너무해."

"아깐 자신 있다며?"

"못하겠어."

"앞으론 안 까불 거지?"

"항복, 항복."

"진작 그럴 것이지."

그제야 도훈이 결박을 풀었다. 겨우 숨을 돌리게 된 지연은 도훈에게서 빠져나오더니 헉헉대며 숨을 몰아 쉬었다.

"너 주짓수 배웠지?"

"아니?"

"근데 어쩜···."

도훈의 그라운드 기술은 완벽에 가까웠다.

몸싸움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지연이었지만, 그에게 뒤를 내주고부턴 감히 항거할 수조차 없었다.

‘내가 이대로 당할 줄 알고?’

잠시 숨 고르기를 마친 지연이 느닷없이 도훈을 향해 달려 들었다. 두 다리 사이에 도훈의 팔을 끼워 넣고는 그대로 잡아 당긴 것이었다.

"에잇, 암바닷!"

"윽!"

갑작스러운 관절기에 기습을 당한 도훈이 지연을 떨쳐내려고 했으나 자세가 워낙에 견고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런 미친. 장난이 아닌데?’

[주인님이 항복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여자한테 질 순 없지.’

지연은 나체 상태였으므로 암바를 건 다리 사이가 휑했다. 도훈은 기술이 걸리지 않은 나머지 손으로 지연의 가랑이 사이를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흐앗!"

기술이 풀린 사이, 이번엔 도훈이 재빨리 역습에 들어갔다.

그녀의 몸을 동그랗게 말더니 두 다리를 붙잡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하앙, 뭐, 뭐야."

"뭐긴. 때찌다."

찰싹-!

뒷구르기 도중 억지로 멈춰 세운 것처럼 말려있던 지연의 엉덩이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하악!"

"감히 항복해 놓고선 암바를 걸어?"

찰싹-!

배구 스파이크를 후리던 도훈의 큼지막한 손바닥이, 찰진 엉덩이를 내리쳤다.

"흐앗! 아, 아파!"

"아프라고 때리는데 아파야지!"

찰싹-!

운동을 배워 탄탄한 지연의 엉덩이는 후려 맞을 때마다 살 떨리는 무브먼트를 연출했다. 도훈은 그 모습이 재밌는지 쉴 새 없이 엉덩이를 때렸다.

"하, 하앗,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지?"

"네, 다신 안 그럴게요."

끝내 지연에게서 항복선언을 받아낸 도훈은 새빨개진 엉덩이를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심하게 때렸나 본데. 병 줬으니 약도 줘야지.’

도훈은 여전히 지연을 공처럼 말아놓은 자세로 손가락을 쑤시기 시작했다.

푸욱-

< 541. 거자필반-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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