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54화 (527/2,000)

< 536. 교생 실습-80- >

***

온종일 약간은 몽롱한 느낌이다.

몸은 학교에 있지만, 정신은 딴 곳에 팔려 계속 과거를 곱씹고 있었다.

나쁜 년.

찢어 죽일 년.

끓는 기름에 튀겨 죽여도 마땅치 않은 년.

온갖 악의가 한 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이런 기분이 들 정도여야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구나 실감이 되었다.

믿었던 딸마저 누군지도 모르는 남의 자식이었다. 하긴 어려서부터 유독 예쁘길래 수상하긴 했다. 다행히 얼굴은 마누라를 닮았구나 안도했을 뿐.

그땐 왜 의심할 생각을 못 했을까?

나도 참으로 병신 중에 병신이었다.

살을 맞대고 매일 보는 사람이 등 뒤로 칼을 꽂을 거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내 돈으로 쇼핑을 하고, 살림을 꾸리니 고마운 마음이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아무튼 딸아이가 피붙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에 모든 미련을 저버릴 수 있었다. 나를 해한 자들은 죗값을 받고, 딸에 대한 애정도 자연히 사그라들었다. 이제 나는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살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윤하가 풀려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신이 현생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그녀를 단죄할 것이다.

나의 신조는 오직 하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상대의 눈깔을 뽑아야 직성이 풀린다.

"오늘따라 말씀이 없으시네요."

쉬는 시간 교사 연구실에 앉아 폰으로 기사를 뒤적이는데 혜진이 다가왔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히 빡이 돌아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어, 혜진아."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

"아니야. 하릴없어 폰 좀 보고 있었어."

"네···."

혜진의 옷이 화려하게 느껴졌다. 아니 그것보단 블라우스의 실루엣이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허리 쪽이 타이트해 유독 가슴 라인이 강조된 의상이었다.

‘가슴이 많이 부풀었구나.’

마법의 정액에 담긴 풍유환 옵션이 주말을 지나며 가시적인 효과를 드러낸 모양이다. 이젠 누가 봐도 완연한 B컵 이상이었다.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처럼 불록 솟구친 가슴이 여성스럽게 느껴졌다.

"참, 너 병원 간 건 어떻게 됐어?"

"그게요···."

혜진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대답했다.

"별 이상은 없데요."

"다행이네. 의사가 뭐라는데?"

"이것저것 진찰 받았거든요. 암 검사까지···."

"암? 무슨 암?"

"혹시나 해서···. 유방암을···."

헐.

혜진은 가슴이 커진 게 안에 종양이 자란다고 걱정했던 모양이다. 하긴, 스무 살이 넘고서 갑자기 가슴이 부푸는 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겠지.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씀이 별다른 이상은 없다면서···."

"잘됐네. 걱정했는데."

"정말요?"

"당연하지. 주말에 연락하려다가 괜히 결과 안 좋으면 심란해할 까봐."

"그랬구나···. 오빠 연락 기다렸는데···."

혜진은 손가락 끝을 마주 부딪치며 속삭였다.

"실은 오늘도 저 노···."

"도훈 오빠! 주말 잘 보냈어요? 혜진이도 안녕!"

혜진이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도중 불쑥 뒤에서 진아가 끼어들었다. 조증이 온 것처럼 유달리 활달해 보이는 그녀는 나와 혜진을 번갈아 보면서 농을 걸었다.

"무슨 얘기 하고 계셨어요? 설마 제가 훼방 놓은 건 아니죠?"

"아, 아니야. 안녕 진아야."

"수업 늦게 끝났나 보네?"

"으, 담임 선생님이 종 치고 오분이나 더 하시는 거 있죠?

‘신경전이 시작된 건가?’

진아는 뒤늦게 교사 연구실에 들어오자마자 나와 혜진 사이를 끼어들었다. 그것은 질투라기보단, 이미 이긴 싸움의 결과를 확인하려는 모습 같았다.

내가 자기보다 먼저 혜진이를 공략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눈치다. 진아가 혜진을 훑어보더니 뭔가를 발견한 듯 칭찬했다.

"와, 혜진이 오늘 옷 이쁘게 입었네? 어디서 산 거야?"

"으, 응. 그냥 인터넷으로···."

"되게 이쁘당. 몸매도 좋아 보이고."

"고, 고마워."

진아는 혜진의 가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필시 부푼 혜진의 가슴을 뽕이라고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혜진이 잠시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피한 사이 진아가 쪼르르 나에게 일러바쳤다.

"오빠, 봤어요?"

"뭘?"

"쟤 오늘 완전 영끌했잖아요."

"영끌이라니?"

"영혼까지 끌어모았다고요. 여기."

진아가 남몰래 자신의 밑가슴을 들어 보였다. 풍만한 가슴은 밀어 올려졌다가 그대로 아래로 처지며 큰 울림을 남겼다. 자신의 가슴은 강조하고, 혜진의 기만을 폭로하는 전형적인 질투의 모습이다.

‘흐음. 역시 한 공간에 둘 이상이 모이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군. 적당히 거리를 둬야겠어.’

"그만해, 다른 사람 보겠다."

나는 진아를 자중시키며 조용히 속삭였다.

"학교에선 되도록 티 내지 마."

"힝, 왜요?"

"남들이 의심하니까."

"혹시 오빤 제가 창피한 거예요?"

진아의 목소리 톤이 살짝 올라갔다.

"그럴 리가."

"근데 왜요?"

"난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그러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 평소처럼 행동해."

"···네."

진아가 단박에 시무룩해졌다. 딴에는 주말 간 데이트도 하고 모텔에서 몸도 섞고 부쩍 가까워졌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거리를 두자 조금은 서운해하는 눈치였다.

"나중에 따로 만나서 더 잘해줄게."

"히힛. 정말이죠?"

"응."

"약속했어요?"

"그렇다니까."

마침 종이 치자 연구실에 모여있던 교생들이 하나둘 교실로 향했다. 진아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 벌써 시작이네. 오빤 수업 안 가요?"

"난 이번 시간 공강이야."

"와, 좋겠다."

"좋기는. 낼 모래 공개 수업 준비로 연구 부장님 뵈러 가야 하는데."

"화이팅 하세요. 제가 도울 일 있음 말씀하시고요."

"그래. 고마워."

여자애들과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괴로운 생각이 조금은 날아갔다. 어차피 머리 싸매고 고민해본들 당장 해결책이 안 나오는 문제였기 때문에 천천히 고민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항소심까지 진행된 재판은 결론이 난 게 아니었다. 기사를 뒤져보니 검사 측은 상고를 준비한다고 했다. 피의자의 진술 번복과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을 들어 끝까지 밀어붙일 요량으로 보였다.

최후 판결이 나기 전까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나 3심 판결까지 무죄가 확정된다면, 절대 가만있진 않을 것이다. 전생에는 미련하게 당하기만 했지만, 이번 생만큼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 마누라에게 당한 것 이상으로 돌려주고 말겠다.

***

도훈이 교무실에 도착했을 때 한솔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짧은 치마를 입고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모습은 노골적인 유혹의 자세였다.

"도훈이 왔니?"

"네."

위에서 내려보니 단추가 끌러진 블라우스 사이로 깊은 가슴골이 보였다. 마치 도훈이 올 것을 대비해 일부러 풀어헤친 고의성이 느껴졌다.

‘나 참, 하나같이 유혹해 대는군.’

[주인님의 업보가 아닐까요?]

‘이래 가지곤 남은 교생 실습이 피곤하겠어. 슬슬 정리해야지.’

도훈은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한솔의 책상 위로 건넸다.

"차는 주차장에 대 놨어요."

"응, 봤어. 오늘 일찍 왔나 보더라?"

"네. 누가 보면 선생님께서 곤란해지실까 봐요."

"난 하나도 곤란할 거 없는데?"

말속에서 약간의 가시가 느껴졌다. 자신이 꼼수를 간파한 도훈에 대한 질책 같았다. 일부러 관계를 드러내려는 것 같아 도훈은 부담을 느꼈다. 누구보다 먼저 정리해야할 여자였다.

"지도안은 이만하면 충분하니 오늘부터는 남아서 수업 실연 연습 좀 하자."

"실연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돼. 발성이나 호흡도 다듬고, 동선도 짜고."

한솔은 한참을 설명했다. 보여주기 위한 수업을 위해선 디테일한 부분까지 미리 사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훈은 그것이 수업인지 연기를 하는 것인지 헛갈렸다.

"이건 연기하는 거 같은데요? 대본도 있고, 동작도 미리 짜고···."

"맞아. 연기야. 좋은 수업은 오랜 준비 끝에 완성되니까."

"음···."

"여기 적힌 교구는 다 확인했니?"

"네."

"이젤에 올려놓을 자료는?"

"그건 만들어야 해요."

"자료 만드는 건 동기들 보고 도와달라고 해. 어차피 혼자선 하기 힘드니까."

한솔은 한참 수업 얘기를 하다가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조용히 말했다.

"주말은 잘 보냈고?"

갑자기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지는 게 이제 일 적인 이야기는 다 끝난 모양이었다. 아니면 쭉 눈치를 살피다 주변에 엿들을 사람이 사라지니 본론으로 들어간 낌새였다.

"그냥 좀 쉬었어요. 친구도 만나고."

"그랬구나. 나는 네 덕에 한참 고생했잖아."

"왜요?"

"거기가 너무 아파서."

"아···. 괜찮으세요?"

"말도 마. 다음날 되니까 제대로 걷지도 못 하겠더라야."

한솔이 은근슬쩍 꼰 발을 풀더니 도훈의 다리를 문질렀다.

"근데 계속 생각났어···."

"네?"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니?"

교무실에 다른 직원들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덮칠 기세였다. 도훈은 어서 빨리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놔두면 몹시 피곤하겠어. 이래서 처녀들은 건드리는 게 아닌데.’

"선생님. 자료를 만들 참조할 지도서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디 있을까요?"

"지도서? 교재실에?"

"좀 도와주시겠어요?"

도훈의 의도를 눈치챈 한솔이 곧바로 열쇠를 챙겨 일어섰다.

"같이 가자."

교과서와 지도서 등을 모아 둔 교재실은 학교 안에서도 상당히 구석진 곳에 위치했다. 한솔을 열쇠를 따고 들어가자마자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도훈을 껴안았다.

"엄청 보고 싶었잖아."

순식간에 달아오른 그녀는 도훈의 입술을 훔치고 가슴을 바짝 붙여왔다. 조급해하는 그녀를 조심스레 밀쳐 낸 도훈이 물었다.

"선생님. 여긴 학교에요."

"그게 뭐 어때서? 여긴 너랑 나밖에 없는데."

도훈은 그녀가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처음 아다를 떼고 난 직후라 그런지, 섹스의 쾌락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었다.

‘거참, 눈이 완전히 뒤집혔네. 뵈는 게 없구나.’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여길 누가 온다고 그래? 너 원래 이렇게 겁이 많았니?"

한솔의 손이 바지 위를 주물렀다. 본능이 이성을 압도하는 듯했다.

"말이랑 다르게 여긴 벌써 커져 있는데?"

지퍼를 내려 팬티 속까지 손을 밀어 넣은 한솔이 발기하는 대물을 보고 도훈을 놀렸다.

"그, 그렇게 만지면 커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렇게 커져서 어떻게 수업을 다니니? 내가 다시 줄여줄게."

완전 병 주고 약 주고 였다.

중이 고기 맛을 들이면 절간에 빈대 하나 안 남긴다더니, 늦은 나이에 섹스의 맛을 알아버린 한솔은 밀려오는 성욕을 감당하지 못했다. 출근할 때부터 작정한 것처럼, 단둘이 기회가 생기자 주저 없이 덮쳤다.

그녀는 지퍼 사이로 물건을 끄집어내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대물을 입에 물었다.

"아, 아, 선생님 냄새날 텐데···."

"괜찮아. 이 냄새도 좋아. 씁하-···. 너무 자극적이야."

아침 이후 소변을 몇 번을 누었을 테니, 분명 귀두 주변으로 지린내가 날 것이었다. 게다가 초여름 날씨 탓에 팬티 밑으로 슬슬 땀이 차 부랄 쩐내도 진동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한솔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거침없이 대물을 입에 넣고 쪽쪽 빨았다. 대물이 빨리면서 발기가 이루어지자 도훈도 점점 자극을 참기 어려웠다.

‘으으. 이게 뭐야. 상식 개변으로 적당히 거리를 두려고 했더니 다짜고짜 잦이부터 빨아 버리면···.’

하지만 이미 꼴린 물건을 어찌할 수도 없었다.

일단 이렇게 된 거 한 발 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주지.’

도훈이 한솔의 머리를 거칠게 잡았다.

그리고는 격한 동작으로 사타구니로 처박았다.

"더 세게요."

"웁!"

"더 깊이."

"우웁!"

"좋아요. 지금 딱 좋아."

도훈의 강제 펠라에 한솔은 더욱 흥분했다. 입으론 대물을 빨면서 제손으로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었다. 활짝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시스루 브래지어가 보였다.

"도, 도훈아 나도."

그녀가 일어서더니 가슴을 들이밀었다. 도훈은 한솔을 벽으로 밀치더니 브라를 젖히고 커다란 젖가슴을 한입에 물었다.

"하, 아앙···."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흐, 응, 너랑 하고 나서부터 거기가 뜨거워 미칠 것 같아."

"어디가요?"

"여기가."

한솔이 도훈을 손을 잡아끌어 치마 속으로 이끌었다.

얇은 팬티 스타킹 안으로 팬티가 축축히 젖어 있었다.

"스타킹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요?"

도훈이 바닥에 무릎 꿇더니 손으로 스타킹을 찢었다.

스타킹은 장력의 한계까지 버티다 결국 올이 풀리며 북- 소리를 내며 구멍이 나버렸다.

"하악! 스, 스타킹!"

"괜찮아요. 올 나가서 벗었다고 해요."

도훈은 벌어진 틈 사이로 두 손을 밀어 넣어 찢어진 구멍을 더욱 확장시켰다.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젖은 팬티가 도훈의 방심을 자극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꽂고 생각하자.’

전 부인의 일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그는 섹스를 통해 감정을 풀려고 했다. 그의 손이 거칠게 팬티 손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식혀 줄게요. 선생님."

< 536. 교생 실습-80- > 끝

ⓒ 성난불기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