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0. 교생 실습-64- >
벽면에 드러난 네 자리 숫자는 6969였다.
‘69라고? 이거 만든 새끼 음흉한 거 보소?’
도훈은 야릇한 의미를 담은 숫자에 피식 웃으며 첫 번째 좌물쇠를 열었다. 진아가 아이처럼 기뻐했다.
"와! 열렸다!"
"들어가 보자."
"분명 2단계 미션이 안에 있을 거예요."
진아는 신이 나서 조그만 출입구를 열었다.
그러나 비좁은 공간에 칸막이로 구획을 나눴기 때문인지, 허리를 바짝 숙이고 기어가야 반대편에 도달할 수 있는 조그만 통로였다.
"입구가 너무 좁은데?"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자, 진아가 호응했다.
"오빠 덩치에는 좀 비좁을 수도 있겠네요."
"물론 내가 꽉 끼는 걸 좋아하긴 한데···."
"네?"
"아냐, 그냥 혼잣말이었어."
진아는 도훈의 말을 예사로 흘려듣고는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혹시 중간에 끼면 곤란하니까 제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응."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번부터 의미심장하더니 무척 훌륭한 구성이로군. 돈이 아깝지 않아.’
짧은 원피스를 입은 진아가 무릎을 대고 바닥에 엎드리자 아슬아슬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러나 게임에 집중하느라 치마가 짧다는 것도 의식 못 하고 그래도 통로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도훈 역시 잽싸게 그녀의 꽁무니를 쫓았다. 통로 안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던 진아는 곧 벽에 가로막혔다.
"윽, 어쩐지 너무 쉽더라니. 오빠, 출구도 막혀 있어요."
"뭐라고?"
그녀를 뒤따르던 도훈이 통로 안에서 되물었다.
"일단 다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비번을 푸는 암호가 첫 번째 방에 있나 봐요."
"응, 알았어 잠시만···."
도훈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좋은 기회를 내가 왜 날리겠어?’
그는 오히려 앞으로 전진하며 진아의 엉덩이에 코를 처박았다.
"악! 뭐, 뭐예요?"
"미안, 이게 잘 안 빠져서."
"무슨 소리예요?"
"통로에 어깨가 낀 것 같은데?"
"네?!"
실로 우스꽝스러운 포즈였다. 진아는 출구가 막힌 통로 가운데 OTL 자세로 엎드려 있었고, 그녀 바로 뒤에서 도훈이 상체만 들이민 채 끼어버린 형국이었다.
도훈이 코를 킁킁거리며 물었다.
"여긴 왜 이렇게 좁게 만들었지?"
"그러게 제가 입구가 좁다고 했잖아요!"
컴컴한 곳에 갇히게 된 진아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도훈은 어둠 속에서 씩 웃으면서도 내심 미안한 듯 사과했다.
"미안. 최대한 빼 볼게."
그러면서 얼굴을 자꾸 진아의 엉덩이에 부딪혔다.
쿵쿵-
"아, 아앗!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몸을 앞뒤로 흔들어야 빠질 것 같아서."
"아···. 어, 얼른 좀 해봐요. 너무 좁아서 힘들어요."
"응."
당연하지만 몸이 통로에 끼었다는 도훈의 변명은 거짓말이었다. 설사 조금 끼었다고 해도 힘을 주면 못 빠져나올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도훈은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살살 약을 올려 볼까?’
도훈은 일부러 오뚝한 코끝을 세워 진아의 엉덩이골 사이에 문질렀다. 코를 밀어 넣자 탱탱한 엉덩이가 두 볼에 닿으며 푹신한 쿠션감을 선사했다.
탱글탱글~
"아, 앙 오, 오빠 쫌!"
"미안. 아이씨, 여기 왜 이렇게 좁게 만들어 가지고."
도훈은 앞뒤로 몸을 흔든다는 핑계로 더욱 적극적으로 코를 찔러댔다. 살짝 각도를 낮추자 이제 그의 코끝이 진아의 항문을 정통으로 자극했다.
‘하, 핫! 뭐, 뭐야!’
진아도 슬슬 도훈이 고의로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왜, 왜 자꾸 거길···. 기, 기분 이상하게.’
여름철 입는 원피스라 무척 얇았다. 사실 얇은 천 쪼가리 하나를 두고 팬티가 바로 있었다.
도훈은 한 번 더 크게 코로 심호흡을 했다.
‘쓰읍- 하! 냄새 좋고.’
진아의 살 내음을 만끽하던 도훈은 이대로 코를 박고 쉬고 싶었다.
"진아야. 이대론 빼도 박도 못할 것 같은데 차라리 출구를 여는 방법은 어때?"
"출구를요?"
"응, 앞으로는 어떻게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이 비번 힌트가 먼젓번 방에 있어서요."
"숫자가 몇 자린데?"
"똑같이 4자리요."
"아무거나 돌려보면 안 돼?"
진아는 수학과답게 빠르게 확률을 계산했다.
"0000부터 9999까지 최대 1만 가지 조합이에요. 이걸 어떻게 감으로 때려 맞춰요?"
"아, 미치겠네 진짜."
도훈은 실제로도 미칠 지경이었다.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기도문을 외우느라 숟가락도 뜨지 못하는 괴로움이랄까?
‘바로 앞에 젖과 꿀이 흐르는 데 빨지도 못하다니!’
도훈이 꾀를 썼다.
"차라리 안으로 더 들어가서 몸을 비틀면 될 것도 같은데···."
"안으로요?"
"혹시 앞 공간에 여유 좀 있어?"
"아니요! 저 지금 목이 꺾일 정도로 껴 있다고요!"
"미안.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봐."
도훈은 자세를 바짝 낮춰 진아의 두 다리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허벅지 사이에 도훈의 머리가 쑥 들어오자 진아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잠깐, 좀 만 안으로 들어가면···."
도훈은 허벅지에 머릴 끼우더니 뒤통수를 슥슥 문질렀다. 마치 남녀가 연달아 말뚝박기 수비를 보는 자세같았다.
"아, 아앙···."
자극을 받은 진아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아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 어떻게 좀 해봐요."
"최선을 다하고 있어."
말뿐이었다.
도훈은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진아의 속살의 부드러움을 즐겼다.
‘휘유, 피부도 좋네. 허벅지 살결 부드러운 거 봐.’
이미 바지가 터질 듯이 부푼 상황.
도훈은 당장이라도 팬티를 내려 물고 빨고 하고 싶었다.
‘조금만 참자. 여기서 일을 치르기엔 너무 위험해.’
방을 뒤지며 단서를 찾을 당시 도훈은 천장 구석에서 불빛을 발하고 있는 CCTV를 확인했다. 고객의 안전과 소품 유출을 위해 설치된 감시 카메라의 존재는,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위험을 감수할 필욘 없어. 그냥 몸만 달궈주는 거야.’
"이제 몸을 돌리면 될 것 같아."
"도, 돌리다니요?"
"거의 다 됐어, 잠시만."
도훈은 허벅지 사이에 머릴 끼운 상태로 상체를 비틀었다. 물론 죄다 핑계일 뿐 진아를 자극하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조, 조금만···."
도훈이 등을 바닥에 붙이며 완전히 몸을 뒤집었다. 이젠 그는 진아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 머리를 끼운 형국이 되었다.
"아, 아앗! 오, 오빠 지금!"
진아는 도훈의 위치상 자신의 팬티가 훤히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민망함과 수치심에 소리쳤다.
"얼른 눈 감아요!"
"아무것도 안 보여."
"그래도 감으라구요!"
"알았어."
물론 도훈은 눈을 감지 않았다. 그저 미약한 빛에 의지해 팬티를 샅샅이 살필 뿐이었다.
‘음, 빤스 예쁘네.’
원피스 색에 맞춰 입은 하얀 팬티를 음미하며 도훈이 눈 호강을 했다.
‘속도 예쁠 것 같은데 말이지.’
"지금도 못 하겠어요?"
"아니 이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도훈은 드러누운 자세 그대로 발을 굴려 통로를 빠져나왔다. 잠시 후 진아가 뒷걸음질 치며 통로를 나오는데, 거의 울먹이는 표정이었다.
"오빠 진짜!"
"미안. 나도 몸이 낄 줄은 몰랐어."
"됐어요! 얼른 비밀번호나 찾아요. 시간 너무 많이 지체됐어요."
시간은 어느덧 30분이나 흘러가 있었다. 에어컨이 나온다곤 하지만, 한참 비좁은 통로에서 낑낑대느라 진아의 이마에 살짝 땀이 배어있었다. 도훈은 그녀의 겨드랑이에 살짝 젖은 흔적을 발견했다.
‘겨땀 빨아 버리고 싶네 진짜.’
[주인님, 제발 좀···.]
‘왜 난 겨를 핥고 싶을까?’
[변태기 때문이겠죠.]
‘음, 인정.’
두 사람은 다시 단서를 찾아 헤맸다.
그때 도훈이 뭔가를 깨달은 듯 소리쳤다.
"혹시 7474?"
"네? 어째서요?"
"아니 그냥 내 감이···."
"무슨 감으로 이런 걸 풀어요?"
"우선 해봐."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첫 번째 방에서 힌트를 소모시키는 것이 아까웠던 진아는 긴가민가하는 심정으로 다시 통로로 기어 갔다.
"저 혼자 할 테니까 따라오지 마요."
"알았어."
진아가 좌물쇠에 숫자를 넣고 잠금을 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진아가 통로에서 소리쳤다.
"어!? 열렸다? 오빠 어떻게 알았어요?"
"왠지 맞을 것 같더라고."
[와, 진짜 때려 맞추신 겁니까?]
‘아니. 왠지 비번 만든 놈이 변태 같길래.’
[변태랑 비번이 무슨 상관이죠?]
‘입구쪽 비번이 6969였잖아. 그러니 혹시 출구는 74가 아닌가 싶어서. 69와 74. 가장 음란한 숫자지.’
[캬, 역시 변태끼린 서로 통한다더니.]
‘닥쳐.’
반대편 방에 먼저 당도한 진아를 따라 도훈이 통로를 따라 들어왔다. 진아는 도훈의 모습을 보고 의구심을 품었다.
‘아까는 어깨가 낀다더니 잘만 통과하잖아?’
진아는 도훈을 의심했다. 분명 엉덩이에 코를 처박고 허벅지에 머릴 끼운 것은 고의적인 행동 같았다. 그러나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몰아붙일 순 없었다. 무엇보다 그게 진실이라고 해도 진아는 상관없었다.
‘흐음, 오빠가 좀 음흉하긴 하지만··· 뭐 괜찮아.’
"근데 진짜 어떻게 맞추신 거예요?"
"음, 왠지 그럴 것 같았거든."
"그래도 정확히 그 숫자를 찍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도훈은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 아직은 순진한 처녀에 불과한 진아가 19금 토크를 받아줄지 미지수였다.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앞에 번호가 69였잖아."
"네."
"난 왠지 그게 조금 야한 숫자라고 생각했거든."
"뭐가 야해요?"
"암튼 그런 게 있어."
"그건 그렇다 치고 뒤에건 왜 74에요?"
"74도 야하잖아."
"으! 이상해. 오빠 변태였어요? 무슨 숫자보고 자꾸 야하데."
"나중에 나가서 말해줄 게.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알았어요. 꼭 말해주세요!"
"응."
두 번째 방은 첫 번째 방보다 훨씬 공간이 좁았다. 단서는 한정적이었고, 맥락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두 사람은 남은 힌트를 모두 사용해 상자 두 개를 더 해제했다.
그러나 모든 단서들이 연쇄로 구성되어 마지막 관문을 열기 위해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 10분도 남지 않았다.
진아가 발을 동동 굴리며 안타까워 했다.
도훈도 점점 머리가 아파 왔다.
‘으, 빠가 새끼!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질 않아!’
[어쩔 수 없습니다. 신께서 주인님께 큰 키와 대물을 주신 대신 지능을 앗아갔으니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100이 안 넘는 게 사람이냐?’
[인류의 절반은 100 이하인데요?]
‘그러니까! 절반도 못 미친다는 소리잖아!’
[그게 정 불만이면 포인트로 지능을 높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초기 스텟을 올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배분이 끝난 스텟은 특수한 아이템을 이용해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안돼. 그런데 쓰기엔 이제껏 번 포인트가 너무 아까워. 두뇌 가속이라도 써볼까?’
[현자타임요?]
‘지금은 그것밖에 방법이 없지 않아?’
[저는 비추하겠습니다. 부작용이 너무 심합니다.]
‘아, 부작용.’
연구부장 앞에서 부작용을 몸소 겪었던 도훈은 그때를 떠올렸다. 막강한 스킬인 만큼 댓가는 참혹한 수준이었다. 미션이고 나발이고 여자라곤 꼴도 보기 싫어질 정도였으니까.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 진아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쩌죠? 여기서 탈출 못하고 끝나는 걸까요?"
"힌트를 더 받는 건 어때?"
"그럼 공식 탈출로 인정 못 받아요."
"무슨 소리야?"
"아까 설명할 때 그랬잖아요. 3번을 넘어간 순간 기록은 삭제된다고."
"아···."
"전 오빠 되게 똑똑하신 줄 알았는데···."
진아가 원망하는 말을 했다. 게임에 과몰입한 그녀는 자신도 풀지 못한 문제를 도훈이 못 푼다고 책망했다.
‘뭐야? 똑똑한 척은 다 해놓고 이제 와 남 탓이람? 난 힌트도 없이 74도 혼자 풀었구만.’
[그러게요. 그만큼 답답한가 봅니다.]
‘쓰읍. 이거 뇌섹남처럼 보여야 호감도가 더 올라갈 텐데···. 그냥 눈 딱 감고 현자 타임 발동해?’
[리스크를 감수하시려고요?]
‘어쩔 수 없잖아. 이대로 끝나면 오히려 나에 대한 호감도만 떨어질 텐데.’
[오늘 위업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니까 좀 더 낫지 않을까? 이미 예방주사를 맞았으니까 말이야.’
"아, 시간 계속 줄어드네!"
마지막 5분을 남겨둔 진아는 이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스스로를 과신하는 나르시스트인 그녀로선, 방 탈출의 실패가 너무나도 충격적인 듯 했다.
도훈은 갈등을 거듭했다.
‘여기서 포기하고 성욕을 살리느냐, 아니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호감도를 끌어내느냐···. 꽂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도훈이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여전히 마지막 탈출구를 위한 단서는 요원한 상황.
결국 도훈이 결심했다.
‘안 되겠어. 일단 호감도부터 올리고, 뒷 일은 나중에 수습하자. 로시, 현자 타임!’
[아아···, 주인님은 이제부터 현자요···.]
바닥에 주저앉아 자포자기하던 진아가 문득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도훈을 쳐다보았다. 그는 부르르 머리를 떨더니 눈을 번쩍 떴다.
"오, 오빠? 괜찮아요?"
"시간 몇분 남았지?"
"2분 40초요. 그냥 포기하려고요. 이제 힌트를 준 다해도 늦었어요."
그러나 도훈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약한 소리 하지마.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 520. 교생 실습-6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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