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교생 실습-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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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너는?"
"···도훈 오빠?"
화장실 앞에서 우연히 만난 상대는 박하린이었다.
편의점주 허영자의 딸이자, 멀리 지방으로 유학을 떠난 교대생.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몰라보게 예뻐져 있었다. 젖살도 많이 빠지고,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이제 완연한 아가씨 느낌을 풍겼다. 처음의 풋풋하고 순수하던 느낌은 많이 옅어지고, 싱그럽게 물이 오른 여대생이 되어 있었다.
"하린이 오랜만이네?"
"네, 어떻게 여기서 또 뵙네요."
부끄러워하는 시선으로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해하는 느낌이었다. 근데 어째서 충돌경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걸까?
‘로시. 공략 중이거나 공략했던 여자들의 동선이 겹치면 어장관리 어플이 자동활성화되는 거 아냐?’
[맞습니다.]
‘그런데 왜 지난번처럼 충돌경보가 울리지 않은 거지?’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조건이라니?’
[알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어장관리에 포함된 대상의 호감도가 낮으면 관리 대상에서 자동 배제되거든요.]
‘아!’
그 생각을 미처 못했다.
3개월여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하린이란 존재를 잊고 지냈고, 그녀 역시 나에 대한 호감을 조금씩 지워갔던 것.
이래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라더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떡정까지 나눈 사인데 너무 어색해하는 눈치다. 조사가 필요하다.
‘로시, 하린이 정보창 좀 띄워봐.’
[지금요?]
‘그래. 떨어져 지낸 기간 동안 얼마나 호감도가 하락했을지 궁금해. 무엇보다 나를 불편해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띄워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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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박하린 (비처녀, 일시 20세 2개월)
나이 : 20 #거유 모녀#교대녀#첫 경험 상대
호감도 : 69/100
개방성 : A
성감대 : 가슴, 등허리, 목덜미
*애무 포인트 : 가슴을 만져주는 걸 좋아합니다.
성욕지수 : 중상.
공략팁
*위 대상을 공략하여 '모녀덮밥'위업을 달성하였습니다.
*위 대상은 당신에게 처녀를 바쳤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녀는 당신과 멀어진 후 금방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었습니다.
-그녀는 당신보다 못한 남자친구의 능력(?)에 조금은 실망하는 중입니다.
-그녀는 중간에 몇 번이고 당신에게 연락할까 고민했지만,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자친구에게 미안해 일부러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지금의 우연한 재회에 몹시 당황하고 있습니다.
-추천멘트 : "남자친구랑은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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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상대로였다.
하린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하긴, 아다를 깨줄 당시에도 남자 없인 힘들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순진한 인상과 달리 성에 호기심도 많고 은근 개방적인 스타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만나기 전까진 안중에도 없던 그녀지만, 난생처음으로 아다를 떼 준 여자가 지금은 다른 남자 품에 안긴다고 생각하니 불쑥 질투심이 차올랐다. 마치 깜빡 잊고 지내던 장난감을, 명절날 친척 동생이 찾아내서 노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의 심정이랄까?
‘아, 왠지 열 받네.’
[하린 양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요? 주인님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있습니까?]
‘아니. 그래서가 아니라 하린이도 그렇지만, 나 역시 첫 상대였단 말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내가 아다를 깨준 여잔, 하린이가 처음이었다고.’
[네에?]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이정우 시절엔 남이 먹다 버린(?) 걸 주워 먹는 인생이었다. 공부는 곧 잘했지만, 외모가 딸리던 나에게 처녀를 바칠 여자는 없었다. 결혼 전 문란했던 아내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중간중간 유흥으로 얽히게 된 여인들 역시 처녀일 리 없었다.
하긴 애초 연애를 해보질 않았으니 20대 초반 아가씨를 만날 건덕지라곤 없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이도훈의 몸으로 환생을 하게 되고, 처음으로 아다를 뚫게 되었다. 그 첫 상대가 하린이다.
물론 지금은 아다 폭격기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압도적인 여성 편력을 갖추었지만, 아무래도 ‘첫 상대’라는 강렬한 기억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 그녀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어 물고 빨고 하는 사이가 되다니···. 끌어 오르는 질투심에 나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묻고 말았다.
"근데 너 충주 내려가고선 한 번도 연락 안 하더라?"
"아···. 그, 그게···."
당황하던 하린이 잠시 후 되받아쳤다.
"그, 그러는 오빠는요? 오빠도 연락 없었잖아요?"
윽! 여자가 너무 많아 평소 관리를 못 한 것이 약점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피장파장이므로 누워서 침 뱉기인 비난은 여기서 그만둬야겠다.
"근데 서울엔 웬일이야?"
"한 달에 한 번씩은 와요. 엄마도 봐야 하고···."
"아, 점장님 잘 계시지?"
편의점주 허영자는 하린과 함께 연락이 끊어졌다.
뭐 중간에 몇 번 연락이 온 것 같긴 한데, 몇 번 씹고 나니 자연스럽게 관계가 소원해졌다.
"네. 오빠 개강하자마자 그만뒀다면서요? 요즘도 오빠만 한 알바 구하기 힘들다고 가끔 말씀하세요."
암, 그럴 수밖에.
40대 과부의 거미줄 걷어주는 20대 알바생이란 흔치 않지. 그래도 영자는 의리는 있던 것 같은데, 하린이 이것은 가자마자 남자친구를 사귀었군. 뭔가 괘씸하다. 내로남불이란 건 알지만 내가 따먹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은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호감을 올리기 위해 칭찬을 건넸다.
"하린이 너 근데 많이 예뻐졌다?"
"제, 제가요?"
"응. 이젠 아가씨티 물씬 나는데?"
"흐, 흠! 오, 오빠도 여전히 멋있으세요."
뻔한 아부에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서로 섭섭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헤어짐의 과정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보니 원망하는 감정은 남아 있지 않은듯했다. 이쯤에서 슬쩍 운을 띄웠다.
"근데··· 요샌 과외 안 필요하니?"
"과외요?"
"왜, 접때 우리 집에서 나한테 배울 게 앞으로 많을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
훅 들어간 잽에 하린이 몹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혹시 들은 사람이 있는지 살피더니 나에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오, 오빠. 저 지금 친구랑 같이 와서···."
"누군데? 남자친구?"
"아, 아뇨. 서울 사는 같은 과 동기요."
"아하, 그럼 남자친구는 아직 없어?"
하린이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아뇨, 생겼어요."
"그랬구나. 남자친구도 같은 학굘 텐데 나 때문에 괜히 곤란해질 수 있겠구나."
"오빠는요?"
하린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
없길 바라는 걸까, 있어도 상관없다는 걸까?
"그냥 뭐 그럭저럭. 사실 나도 여자랑 같이 왔어."
"여친이에요?"
하린이 가게 안쪽을 힐끔거렸다.
"아니. 그냥 썸?"
"아···. 오빤 금방 사귈 줄 알았는데···."
"너처럼?"
"아, 아니에요. 그냥 전···."
하린은 당황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 내 옆구리를 푹 찔렀다.
"이게 다 오빠 때문이라고요!"
"내가 왜?"
"···몰라서 물어요? 치!"
더 묻지 않아도 알만했다.
나에게 처녀를 따인 직후 하린은 성에 눈을 뜨고 말았다.
한번 고기 맛을 들인 승려가 더는 부처를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아마 그녀는 이젠 남자 없이 힘든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옆구리를 찔린 나는 허리를 비틀며 반격하듯 그녀의 큼직한 젖가슴을 손가락을 푹 눌렀다.
"어쭈. 요게 어디서 남자 몸을 함부로 만져?"
하린은 제 엄마를 달라 커다란 유방을 자랑했는데,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꾹 누르자 스펀지처럼 쭉 밀려 들어갔다.
"아, 아아! 뭐, 뭐에요?"
"뭐긴 너도 나 찔렀으니 나도 너 찌른 건데."
하린이 커다란 젖가슴을 양손으로 가리며 얼굴이 빨개졌다.
"아니 그래도 이건···."
나는 다소 뻔뻔하게 되받아쳤다.
"난 옆구리가 성감대거든."
"뭐, 뭐라구요?"
하린이 당황하며 말을 못 잇는데 내가 딱 잘랐다.
"일단 지금은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볼래?"
"언제요?"
하린은 가슴을 찔리고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음, 오늘 밤 시간 돼?"
"밤에요? 아··· 기숙사 들어가려면 저녁 9시 버스가 막찬데···."
미적대는 폼이 여지를 남기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밑질 것 없다는 듯 한 번 튕겼다.
"그럼 뭐 어쩔 수 없고."
"아, 아니에요. 내일 아침 일찍 가면 돼요. 어차피 월요일은 오전 수업 없으니까···."
"그래.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 번호 아직 그대로지?"
"네."
자리로 돌아오자 기다리다 지친 진아가 핸드폰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나는 손을 바지춤에 문지르는 척 연기하며 말했다.
"많이 기다렸지? 아침부터 빵을 먹었더니 배가 좀···."
"어쩐지 늦으시더라."
"역시 나는 된장국에 밥이나 먹어야 되나 봐. 브런치는 무슨."
"오빤 가끔 너무 아재 같아요. 일단 그것부터 고쳐야겠어요."
진아가 팔을 괴며 테이블에 바짝 몸을 붙였다.
V라인으로 깊게 파인 원피스 틈으로 한곳에 모인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저거,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 봐라.’
[가슴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것도 있지만, 내가 혜진이 뽕브라라고 했을 때 실망한 모습을 봤으니 더 어필하는 눈치야. 내가 가슴 큰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건 사실 아닌가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데 방금 하린이 가슴 보고 오니까 진아도 작아 보이네.’
[하린양이 D컵이고 진아양이 C컵이죠?]
‘응. 컵 사이즈는 한 등급 차이지만, 볼륨으로 치면 어마어마하거든, C하고 D는.’
[그때 그 간호사도 굉장히 크지 않았던가요?]
‘누구? 박지애? 아, 그 폭유? 걔는 진짜 가슴이 수박만 했지. 갑자기 말하니까 또 보고 싶네.’
[눈앞의 상대에 집중하십시오. 하린 양은 우연히 만났다 쳐도, 다른 여자에 한눈팔 여유가 없습니다.]
‘알았어, 어련히 잘 할까.’
"내가 아재 같다니 뭔 소리야?"
"아니 솔직히 여자가 볼 때 되게 멋있으시거든요. 키도 크고 얼굴도 훈훈하고··· 근데 가끔 말할 때 보면 좀 깬달까?"
"내가?"
"네. 어딘가 모르게 아재 감성이 묻어 있어요. 왜 그렇지?"
이유는 알고 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한참 진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도훈 오빠,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어? 아, 하린이 가니?"
"네."
하린은 가게를 나서기 전 굳이 나를 찾아와 인사를 건네왔다. 순간 진아의 눈꼬리가 뱀처럼 가늘어지는 걸 놓치지 않았다. 하린 또한 가슴을 당당히 펴고 진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두 여자의 신경전은 찰나였지만, 확실한 불꽃이 튀었다.
더 놔뒀다간 사달이 날 분위기였기에 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래, 그럼 잘 가."
"네.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하린은 내가 아닌 진아를 쳐다보며 씩 웃더니, 자기의 과동기녀와 함께 카페를 나갔다.
"누구예요?"
하린이 나가자마자 진아가 득달같이 물었다.
"어, 나 전역하고 편의점 알바 했거든."
"그때 알던 사람?"
"아니 거기 점장님 딸."
"아···. 근데 어떻게 여기서?"
"아니 아까 화장실 갔다가 문 앞에서 우연히 만났어."
"대학생이에요?"
"응. 교대 다닌다던가?"
"아, 교대···."
진아의 표정이 너무 구겨지는 것 같아 일부러 덧붙였다.
"여긴 아니고 충주교대야."
"충주요?"
"응. 그땐 면접 보러 가기 전에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봤거든."
"많이 친했나 봐요?"
"친하긴···. 사장님 딸이랑 친할 일이 뭐가 있다고. 알바 안 해봤어?"
"네."
진아는 여전히 감정이 풀리지 않은 듯 뚱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린의 개입은 의도가 너무 뻔했다. 필시 나랑 썸탄다는 여자가 누군지 궁금했을 것이다. 때문에 일부러 다가와 존재감을 뽐낸 것이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D컵 가슴을 뽐내며.
가슴에서 밀린 것이 자존심 상했는지 진아가 혼잣말처럼 투덜거렸다.
"이제 1학년 주제에 싸가지는···."
"응?"
"아, 아니에요."
"기분 나빴어?"
"모르겠어요? 일부러 인사한 거잖아요."
"무슨 소리야?"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 계집애가 저 쳐다보는 눈빛 못 보셨어요? 눈을 위아래로 흘기면서,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 왜 그랬을까? 알바 그만두고 나선 오늘이 처음 보는 건데."
"왜 그러긴요. 오빠한테 관심 있으니까 저러지. 오빠 눈치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내가?"
"···아니에요. 됐어요. 그리고 오빠 취향 너무 정직하시다."
진아는 기분이 단단히 상했는지 나에게까지 시비를 걸었다.
"무슨 취향?"
"가슴 큰 여자 좋아하는 거요."
"아니야."
"뭐가 아니에요. 방금 걔도 뭐···."
"에이, 무슨···. 너도 만만치 않은데."
나는 일부러 진아의 파인 원피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진아는 내 노골적인 시선에 놀라며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뭐, 뭐에요? 어딜 보는 거예요. 지금!"
"아, 미안. 나도 모르게."
"하여간 오빠 은근히 응큼하다니까?"
질투는 충분히 폭발시켰으니 이제 수습할 시간이다.
"암튼, 아까 걔랑은 그냥 안면만 있는 사이야.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나 보지. 그리고 궁금했나 보더라고."
"뭘요?"
"누구랑 왔냐고 묻길래 내가 그랬거든."
"뭐라고요?"
"응, 나랑 썸타는 여자라고."
< 518. 교생 실습-6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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