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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35화 (508/2,000)

< 517. 교생 실습-61- >

***

섹스가 끝난 후 한솔은 민망함에 한동안 이불 속에 숨어 있었다.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 올린 후 머리만 빼꼼 내민 모습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귀엽게 느껴졌다.

"저어기···."

겨우 정신을 차린 한솔이 물었다.

"나, 막 이상하진 않았지?"

젖은 수건으로 침대 씨트에 묻은 처녀 혈을 닦고 있던 도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요?"

"아니···, 처음이다 보니까. 혹시 실수했을까 봐···."

"아니에요. 처음치곤 엄청 잘하시던데요?"

"저, 정말?"

"네."

"아···. 난 또 잘못한 줄 알고···."

"그리고 잘하고 못하고 어딨어요? 서로 좋음 됐죠. 전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

"아응···, 선생님이라고 부르니까 이상해."

"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불러요?"

"그래도··· 너무 나이 차이 나는 거 같으니까."

"음, 그럼 누나라고 부를까요?"

"으, 응. 그게 좋겠다."

이불에 숨은 한솔은 알몸인 도훈을 유심히 관찰했다. 처음 보는 남성의 나신을 머리에 각인시키는 것처럼 꼼꼼하게 훑었다.

"그거 도로 줄어들었네?"

"방금 싸버렸잖아요."

"혹시 다시 안 서는 건 아니지?"

"왜요? 기껏 고쳤는데, 고장 났을까 봐서요?"

"아, 아니 그런 것보단···. 근데 되게 신기하다. 어쩜 거기서 그렇게까지 커질 수 있는 거야?"

‘여자들은 그 구멍으로 아기도 나오는 고만, 무슨···.’

도훈은 반박하려다 괜히 무안할까 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잦이를 달랑거리며 무릎걸음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궁금하면 또 세워 보실래요?"

한솔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이차전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모텔 대실 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오랫동안 침대 위를 뒹굴었다. 한 번 섹스의 맛(?)을 본 한솔은 무심하게 흘려버린 세월을 보상받겠다듯 끊임없이 덤벼들었고, 그럴 때마다 도훈은 그녀를 넉다운시켰다.

그렇게 총합 4번이나 물을 더 빼고서야 기나긴 밀회가 끝이 났다.

다리가 완전히 풀린 한솔은 운전도 못 할 처지가 되어, 결국 도훈이 한솔을 집까지 데려다주게 되었다. 보조석에 탑승한 한솔이 뻘쭘하게 사과했다.

"미안. 내가 집까지 데려다줘야 했는데···."

"괜찮아요. 근데 지금 보니 저희 집하곤 완전히 반대 방향이네요?"

한솔이 민망한지 고개를 떨궜다.

"그, 그게 너랑 같이 있으려고 거짓말을···."

"누나도 은근 응큼하구나?"

"아, 아니야.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

한솔이 발뺌했다.

"그리고, 꼭 내 잘못만은 아니잖아. 너가 막 자극하는 바람에···."

"됐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시작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치?"

한솔이 기쁜 듯이 도훈의 팔짱을 잡고 매달렸다.

"어엇, 위험해요."

"앗, 미안···."

도훈은 달려드는 한솔을 밀쳐낸 후 스스로 팔을 뻗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주물러댔다. 한솔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도훈의 손길을 즐기며 잠자코 있었다. 처음 같이 차를 탔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누나 가슴은 엄청 푹신해서 좋아요."

"아앙, 도훈아···. 또 이러면···."

"왜요? 물고 빨고 다 했는데 만지면 안 돼요?"

"아, 아니 그건 아닌데···."

도훈이 한참 가슴을 주물러 대는데, 한솔이 물었다.

"근데 우리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야?"

"네?"

"음···. 그러니까 너랑 나랑 나이 차도 있긴 해도··· 어쨌든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

도훈은 한솔의 말투에서 뭔가 섬찟한 기분을 느꼈다.

‘가만, 로시 이거 설마 발목 잡히는 시나리오냐?’

[그럴 수도 있겠군요. 30년 넘게 정절을 지켜온 숙녀가 마침내 몸을 허락했으니까요.]

‘아니 이게 무슨···. 내가 아다를 한두명 따 본 것도 아니고.’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한솔양의 가치관이 혼전순결주의라면 주인님께 처녀를 바친 순간 뒷일까지 염두하지 않았을지···.]

도훈은 그제야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 한솔처럼 혼기가 꽉 찬 여인을 만난 적이 없던 탓이기도 했다. 왠지 하는 내내 질싸를 허락한 것도 다른 목적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아아! 젠장. 미션에 코 꿰이면 곤란한데···.’

도훈은 순간 인연의 붉은 실 가위를 떠올렸으나, 여전히 교생실습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연구부장인 한솔과의 연을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아!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좋은 수가 있어?’

[내일 오진아 양과의 데이트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오진아 양의 공략 위업 보상으로 주어지는 ‘상식개변’스킬을 이용하면 한솔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상식개변이라고?’

[네. 어떠한 특정 생각이나 사상을 상대에게 주입하는 것으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돌려놓는 정신 개조 스킬입니다.]

‘오호, 그러니까 한솔이 가진 혼전순결주의라던가, 관계를 맺은 사람하고 사귀어야만 한다는 상식을 개조시킬 수 있다는 거네?’

[그렇죠. 그렇다면 한솔양도 주인님에 대한 부담을 덜고 훨씬 쿨하게 변할 테니까요.]

‘오케이. 무슨 일이 있어도 진아를 내일 자빠뜨려야겠군.’

결심을 마친 도훈은 한솔의 질문을 적당히 얼버무렸다.

"음, 저도 선생님 좋아요. 좋으니까 모텔까지 같이 간 거죠."

"으, 응."

"대신 오늘은 너무 많은 일들이 갑작스레 일어나서 조금은 혼란스러워요. 우리 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면 안 될까요?"

도훈이 한발 물러서자 한솔이 조금 서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내일은 시간 안 되니?"

"아까 교수님이랑 통화했는데 내일 지방에서 연습경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새벽부터 움직인다고···. 제가 학교 배구팀 소속인데 가끔 후보로 출전하거든요.

"아, 그랬구나."

한솔은 섭섭하긴 했지만, 도훈의 변명을 납득했다.

무엇보다 같이 잤다고 곧바로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조금은 이른 느낌이었다. 어차피 계속 봐야 할 사이니 천천히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섹스 이후 도훈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그가 하는 말이면 뭐든 믿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 그럼 그 얘긴 다음에 다시 얘기해."

"네, 선생님 이 아파트 맞죠?"

"응. 다 왔네. 고마워.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니?"

"택시 타면 돼요."

"뭐하면 내 차 타고 갈래? 주말 간 쓸 일도 없는데."

"아니에요. 어떻게 차를 빌려요.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한솔은 벌써 도훈을 애인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뭐든 아낌없이 주고 싶은 눈치가 역력했다.

"일일 보험 들면 되지. 월요일 출근할 때 내가 택시 타고 가서 학교에서 다시 받을 게."

"정말 괜찮은데···."

"아니야. 너만 괜찮으면 그냥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고 싶은데, 내일 일찍 경기 나가야 한다니까."

한솔은 벌써부터 도훈을 서방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도훈은 난처했으나 그럴수록 더욱 ‘상식개변’ 스킬이 절실해졌다.

‘생각해 보니 내일 데이트할 때 차가 있는 편이 훨씬 공략이 수월하겠구나. 교외로 빠지기도 쉽고. 잘 됐다.’

"아··· 택시 타고 가도 되는데···."

"괜찮아. 내가 못 데려다줘서 미안해서."

"고마워요 선생님. 그럼 제가 월요일 일찍 학교에 가져다 놓을게요."

"응."

한솔도 한솔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었다.

‘월요일 출근할 때 누군가 보게 되면 당연히 우리 둘 사이를 의심하겠지? 기왕 도훈이랑 이런 사이가 되어버렸으니 남들 앞에서 확 들켜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이도훈. 넌 이제 내 꺼야.’

"그럼 월요일에 뵈요."

"조심히 들어가렴."

한솔을 데려다준 도훈은 다시 집으로 차를 돌렸다.

[차까지 서슴없이 빌려주다니, 주인님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군요.]

‘꼼수야, 저건.’

[꼼수라뇨?]

‘학교 선생들이 한솔의 차를 모를 리가 없잖아. 몇 년째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인데.’

[그거야 그렇죠.]

‘근데 갑자기 아침에 내가 한솔의 차를 끌고 가서 학교 주차장에 댄다고 생각해 봐. 누가 보게 되면 당연히 의심하지 않겠어? 출근 시간대면 당연히 여럿이 보게 될 텐데.’

[그것도 그렇군요. 한솔양이 주인님을 옭아매려는 계획일까요?]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고 싶은 거겠지. 오늘만 해도 질싸를 네 번이나 받아낸 것도 그렇고. 그러다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긴 주인님이 무정자증 옵션을 켜둔 것을 알지도 못할 텐데···.]

‘뭐, 딱히 한솔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저 정도 미모에 능력이면 충분히 매력적이지.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얼굴도 그렇고. 실제 나이가 40이 넘는 나랑 은근 코드가 잘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하지만?]

‘아직 발목 잡히기엔 이르지 않겠어?’

[후후. 주인님은 역시 정착을 모르는 방랑자랄까요?]

‘그나저나 미션 보상이 뭐였지?’

[네, 3000포인트와 더불어 팜므파탈 여신의 후원이었습니다. 총 5번의 후원을 받아 이번 미션으로 45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오오! 한방에 4500 포인트라니, 쏠쏠하구만.’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관음보살의 신께서 조교 대상이 늘어난 축복으로 2000포인트가 추가로 획득되셨습니다.]

‘혜진이?’

[네. 관음보살의 신은 주인님이 조교 대상을 늘릴 때마다 2000포인트의 후원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피땀 뭐시기 신도 있지 않았어?’

[애석하게도 피땀 눈물신의 후원은 업적을 달성할 시에만 5제공됩니다.]

‘이번 건 미션이라 안되는 건가? 쳇.’

[그래도 벌써 후원 신이 셋으로 늘었습니다. 이 정도면 괄목할만한 발전입니다.]

‘앉아서 공돈 버는 느낌이라 좋긴 좋은데···.’

[후원 신이 많아질수록 포인트 벌이는 수월해지실 겁니다. 조만간, 중수가 되면 PK단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므로 포인트는 많이 확보해 둘수록 좋습니다.]

‘하긴···. 경보기만으론 부족하긴 하지. 알았어. 어쨌든 내일 진아만 눌러주면 되겠구만.’

[넵.]

***

일요일 오전.

도훈은 아침부터 의상에 유독 신경 쓰며 스타일을 다듬었다.

"흐음,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진 않겠네."

거울을 보며 스스로 만족한 도훈은 어젯밤 한솔에게서 빌린 차를 몰고 나갔다. 국산 중형 세단으로 30대 직장인이 몰기엔 평범해도 대학생인 도훈이 몰기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도훈이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예쁘게 꾸미고 나온 진아가 두리번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도훈은 차를 천천히 몰며 창밖으로 진아의 몸매를 감상했다.

‘와, 오늘따라 엄청 예쁘네.’

[진아양도 무척 신경 쓴 모습이군요.]

진아는 하늘거리는 원피스 위에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V자로 파인 목선 아래 유달리 풍만한 가슴골이 슬쩍 내비쳤다.

‘휘유, 슴골이 깊으니 계곡도 볼만 하겠군.’

길가에 차를 댄 도훈이 보조석 윈도우를 내리며 말했다.

"진아야, 여기."

"어? 도훈 오빠?"

설마 도훈이 차를 몰고 올지 몰랐던 진아가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웬 차에요?"

"응, 삼촌 차 빌렸어."

"아, 정말요?"

진아가 신이 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도훈이 없는 족보를 또 만들어 냈다.

"가까이 사는 삼촌이 한 달간 일본 출장 가셨거든. 나보고 방전 안 되게 가끔 몰아달래서."

"우아."

진아는 신기한지 실내를 두리번거렸다. 한솔이 깨끗하게 관리해서 인지 내부는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차 좋다."

"그래?"

도훈은 한솔에게 빌린 차로 진아에게 환심을 사는 것이 살짝 양심에 찔렸다.

‘어쨌든 오늘 중으로 진아를 자빠뜨려야 해. 까딱 코 뀄다간 곤란해지니까 말이야.’

"어디 갈까?"

"음, 아침 안드셨죠? 식사부터 할까요?"

"너 뭐 좋아하는데?"

"요 근처에 예쁜 브런치 까페가 있어요."

"그래. 거기 가보자."

까페에 도착한 두 사람은 주문을 마치고 대화를 나눴다.

"밖에서 이렇게 보니까 느낌이 다르네요."

"뭐가?"

"학교에선 맨날 정장 입은 모습만 봤잖아요. 오빠는 정장도 멋있는데 캐주얼도 엄청 어울리시는 거 같아요."

"그래? 그럼 이렇게 입고 학교 가면 혜진이도 좋아하려나?"

도훈은 일부러 혜진을 언급하며 진아를 자극했다. 진아는 곧바로 얼굴이 굳더니 고개를 저었다.

"음, 그래도 실습 기간이니··· 복장은."

"아무래도 그렇겠지? 근데 나한테 코칭 해 주고 싶다는 게 뭐야?"

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진아가 말을 돌렸다.

"왜 그렇게 서두르세요? 식사부터 하고 얘기해요."

"그럴까?"

브런치 메뉴는 호밀빵 샌드위치와 베이컨 두 조각, 그리고 진한 커피였다. 진아가 주문한 음식을 본 도훈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한국 사람은 된장국에 쌀밥을 먹어야 힘이 나는데."

"오빤, 무슨 아재도 아니고···. 요샌 이런 게 대세에요."

‘아잰데 어쩌라는···.’

"그래?"

"메뉴 정할 땐 꼭 여자한테 맞춰 주세요. 혜진이도 이런 걸 더 좋아할걸요?"

"그런가?"

"하여간 오빠는···. 하나부터 다시 다 가르쳐야 겠네."

식사 동안에는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진아는 되도록 혜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입장이었고, 도훈은 능청스럽게 알고도 모르는 척 혜진의 이름을 들먹였다.

보다 못한 로시가 도훈에게 조언했다.

[너무 자극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래서야 목표 달성이 가능할는지···.]

‘진아는 질투의 화신이잖아. 약을 살살 올려야 바짝 독을 품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그렇네··· 아, 근데 아침부터 빵을 먹었더니 배가 살살···.’

갑자기 아랫배가 불편해진 도훈이 진아에게 말했다.

"나 잠깐만 화장실 좀."

"네."

큰일을 보고 나온 도훈은 입구에서 익숙한 사람과 마주쳤다.

"어어, 너는?"

< 517. 교생 실습-6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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