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3. 교생 실습-57- >
***
"도훈아, 선생님이 도와줄 일은 없을까?"
걸려들었군.
[와, 말도 안 돼! 이 방법이 먹힌다고요?]
‘바보야. 문제는 감정이야,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네?]
‘한솔은 이미 나에게 빠져들었잖아. 그러니 내가 무슨 개소릴 지껄이든 철석같이 믿어 버리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발기부전은···.]
‘그래서 심인성 임포텐츠라고 했잖아.’
[결국엔 그 말이 그 말이잖습니까?]
‘아니지. 의사들이 왜 진단서 끊어줄 때 왜 영어 안 쓰고 라틴어 쓰는지 몰라?’
[왜요?]
‘그게 더 있어 보이니까.’
[네?]
‘원래 학술용어가 신뢰성을 높여주거든. 같은 말이라도 유식하게 표현하면 그럴듯하게 들린단 말이지.’
[아니···.]
‘한솔은 마치 내가 불치병에라도 걸린 환자처럼 느껴졌을 거야. 젊고, 잘생기고, 똑똑하기까지 한 내가 알고 봤더니 남모를 아픔과 사연을 갖고있는 거지. 캬, 스토리 좋고.’
[아무리 그래도 주인님이 발기부전이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립니까? Av 배우로 데뷔까지 한 사람인데?]
‘어차피 그건 모르잖아. 중요한 건 한솔이가 나를 안타깝게 여겼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거야. 똑똑한 여자들이 왜 건달 같은 기둥서방한테 착취당하고, 멀쩡한 남자들이 왜 창녀같은 애들한테 재산 탈탈 털리고 공사 당하는 줄 알아? 감정이 앞서는 순간 이성이 마비되어 버려. 아무리 똑똑해봐야 본능을 이길 순 없는 거거든.’
"전 괜찮아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자 한솔이 내 두 손을 맞잡으며 나를 위로했다.
"아니야. 난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 뭐든 도움이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도 돼."
"어차피 선생님이 도와줄 수 없는 거예요."
"어째서?"
"그게···."
민망한 척 얼굴을 붉히자 한솔이 재차 물었다.
"말해보렴. 선생님은 다 괜찮으니까."
"···정말 도와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지."
나는 결심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실은 의사 선생님께서 한 가지 방법을 일러주긴 했어요."
"그게 뭔데?"
"그러니까···."
일부러 대답을 질질 끌었다.
한솔이 맞잡은 두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도훈아. 뭐든 말해봐. 선생님이 정말 돕고 싶어서 그래."
"여자가 직접 세워 주면···."
"뭐, 뭐라고?"
한솔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의사 선생님께서 그랬어요. 혼자선 힘들더라도 여자가 직접 도와주면 가능할 수 있다고요."
"저, 정말 그랬단 말이야?"
"네. 근데 제가 딱히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 주고 하자니 그건···."
"안 돼. 아무리 그래도 공직자가 될 사람이 성매매는!"
한솔이 따끔하게 충고했다.
"알아요. 저도 사실 그런데 한 번도 안 가봤어요. 갈 생각도 물론 없고요. 근데 오죽했으면···."
"여자친구를 사귀면 되잖아? 도훈이 인기 많지 않아?"
"어떻게 바로 사겨요? 그리고 사귄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그건 그렇지만···."
천연기념물인 한솔이 곧바로 수긍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사겼다가 나중에 정말 서야 할 때 안 서버리면 그땐 정말 자괴감이 클 거 같아요. 여자친구가 사기당했고 여길 수도 있잖아요."
"아···."
"전 이거 치료하기 전까진 어떤 여자도 못 만날 거예요. 이게 고자랑 다를 게 뭐에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자 한솔이 더욱 안타까워했다.
"고, 고자라니! 전혀 그렇지 않아."
"달려있어 봐야 뭐해요? 야동 들고 다니면서 남몰래 수십 편을 매일 같이 봤어요. 들킬까 봐 화장실에 숨어서 무릎에 노트북 펼쳐놓고요! 근데 아무 반응도 없다고요!"
처절한 나의 고백에 할 말을 잃은 한솔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중얼거렸다.
"···전 고자에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 아니야. 도훈아. 너무 자책 하지마. 분명 치료법이 있을 거야."
"어떻게요? 누가 발기도 안 되는 남자를 좋아해 주겠어요?"
"그, 그건···."
"죄송해요, 선생님. 괜한 얘길 했나 봐요. 오늘 일은 잊어 주세요. 저 먼저 가볼게요."
마지막으로 돌아섰다.
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제 한솔의 결단만 남은 상태였다.
문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한 걸음. 두 걸음.
한솔이 과연 나를 다시 붙잡을까? 그저 미친놈의 헛소리라고 여긴다면 한솔과 나의 관계는 여기서 끝이다.
애초에 미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여자가 먼저 덮쳐야 하는 것도 모라자, 살면서 섹스라곤 해본 적도 없는 진성 건어물녀가 타겟이라니. 이건 처음부터 실패하라고 만든 미션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세 걸음. 네 걸음.
문에 가까워질수록 실패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로시에게 자신 있게 큰소리쳤지만, 다소 무리수가 있는 도박이었다. 어차피 이 방법이 아니고선 달리 방법이 없기도 했다.
거의 체념한 상태로 교무실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도훈아."
등 뒤에서 한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도훈아. 선생님이 도와줄게."
"네?"
"선생님이··· 어, 어떻게든 세워 볼 테니까···."
마침내 도박이 성공했다.
***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두 남녀는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말이 없었다. 뻘쭘함과 어색함, 민망함과 낯뜨거움이 차 안을 가득 자리했다.
[정말 대단한 승부수였습니다. 야동을 미끼로 한솔 양을 끌어내시다니요.]
‘꼭 그것만은 아니지.’
[네?]
‘공략은 처음 본 순간부터 시작됐어. 저런 철벽같은 여자를 자빠뜨리는 게 단순히 USB 하나로 가능했을 거로 생각해?’
[아아, 그렇군요.]
‘지금껏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넘어간 거야. 스킬을 봉인 당했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여야 했지.’
[어쨌든 대단하십니다. 남자 경험이라곤 없는 한솔 양을 제 발로 모텔까지 끌고 가시다니요.]
‘후후. 지성이면 감천이라잖아. 그리고 아직 김칫국 마실 때는 아냐. 한솔은 여전히 섹스 생각까진 없어 보이니까.’
[네? 그건 또 무슨 소린가요?]
‘한솔은 발기부전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모텔을 함께 하는 거야. 아마도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을 거고. 그녀가 먼저 덮치게 하려면 앞으로 몇 번의 고비를 더 넘겨야 할 거야.’
[주인님은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일단 자빠진 이상, 안 박고는 못 보내.’
"저기로 가자."
한솔이 무인텔 하나를 가리켰다. 카운터를 거치지 않고 별도의 독립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곳으로, 모텔이 익숙치 않은 한솔에겐 최선의 선택으로 보였다.
"네, 선생님."
"그리고 당부하는 데 오늘 일은 절대 비밀이야. 지켜줄 수 있지?"
"당연하죠. 선생님이 절 도와주시려고 그런 건데요."
차고지 같은 곳에 차를 대자 자동으로 입구의 셔터가 내려갔다.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가자 2층에 호실과 함께 무인 정산기가 보였다.
"선생님, 계산은 제가···."
"됐어.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한솔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투입했다.
정산이 완료되자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
"그, 그럼 들어가자."
"네."
한솔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기껏해야 지방 출장이라든가 시험 감독관 자격으로 모텔에 투숙해봤을 뿐, 무인텔을 빌린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휴, 그래도 친구한테 들었기에 망정이지.’
그녀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가 술자리에서 떠들던 이야기를 용케 기억해낸 한솔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경험없는 모습을 보였다간, 도훈이 자신을 우습게 볼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막상 모텔에 입성하는 순간 그 다음부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자랑 둘이 모텔에 온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도훈은 모텔에 들어오자 해방감을 느끼는지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도훈이 뻘줌하게 서 있는 한솔을 향해 물었다.
"먼저 씻으실래요?"
"씨, 씻으라고?"
"아니구나. 저만 씻으면 되겠네요. 저도 모르게···."
"그, 그래."
한솔이 구석 소파에 다소곳이 앉았다. 화려한 모텔 조명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다. 맨정신이었고, 평상시처럼 퇴근하고 주말의 여유를 만끽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뭔가에 홀린 것처럼 교생과 단둘이 무인텔에 와 있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해. 난 절대 섹스를 하러 온 게 아니야. 병에 걸린 도훈이를 치료해 주기 위해 온 거야.’
한솔이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도훈이 갑자기 옷을 훌렁훌렁 벗기 시작했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를 한순간에 끌러 내리자 단단한 상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 세상에···. 어쩜 저렇게 몸이 예쁘담?’
한솔은 남성지에서만 보던 근육질 바디를 목도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도훈은 문득 한솔과 눈을 마주치자 꾸벅 머리를 조아렸다.
"아, 죄송해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서 벗을게요."
벗다 만 셔츠를 몸에 걸친 도훈은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눈 호강을 하던 한솔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냥 여기서 마저 벗지.’
모텔은 화장실과 불투명 유리로 칸막이가 쳐진 구조였다. 한솔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훈을 실루엣을 음미했다.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보이던 부분이 온통 살 색으로 바뀌는 모습에 한솔이 저도 모르게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아! 지, 진짜로 홀딱 벗었네.’
남자와 단둘이 모텔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반쯤 긴장하던 몸은, 샤워기 물줄기 소리에 바짝 얼어 버렸다.
쏴아아아-!
한솔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제키 위해 일부러 도훈을 외면했다. 계속 쳐다보다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치, 침착해야 해. 도훈이는 몸이 아픈 교생이야. 나는 도훈이를 도와주러 온 거야. 불순한 생각을 품어선 안 돼.’
하지만 이미 몸은 점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얼굴은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후끈거리고, 단전 부근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으, 음? 왜 자꾸 거기가···.’
한솔은 팬티에서 올라오는 눅눅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비비적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찝찝함이 계속되자 저도 모르게 다리를 벌려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흐음, 분명 소변 보고 잘 닦은 것 같은데···.’
팬티 겉면을 어루만지던 한솔은 예상을 뛰어넘는 축축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럴수가!’
한솔이 경험이 없을 뿐 바보는 아니었으므로, 지금 팬티를 적신 물이 애액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팬티가 애액으로 흠뻑 젖은 이유가 도훈의 존재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설마 내가 도훈이에게 음심을···.’
한솔이 애써 부정했다.
증거가 명백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신 차려 김한솔! 첫 발령 때 고3 담임이었음, 도훈이 나이 뻘 제자가 있을 거야. 학생을 보고 교사가 흥분하면 어떻게 해?’
하지만 겨우 다잡은 마음도, 도훈이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도, 도훈아···."
한솔은 도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도훈이 커다란 베스타올로 하체만 겨우 가린 채 나온 것이다.
"죄송해요. 들고 들어간 옷을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도훈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셔츠와 정장 바지를 들고 섰다.
"그, 그랬구나."
"일단 가운이라도 입을게요."
도훈이 벽에 걸린 가운을 걸쳤다.
뒤돌아서 옷을 갈아입는 도훈의 모습을, 한솔이 실눈을 뜨며 훔쳐보았다.
쩍 벌어진 등 근육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스르륵 타올이 떨어지자 순간적으로 도훈의 탄탄한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
한솔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자 돌아서서 가운을 입고 있던 도훈이 씨익- 웃었다.
‘뒤태 정도로 놀래기는, 앞에 보면 까무러치겠네.’
[아이템 구석구석 잘 바르신 거 맞죠?]
‘응. 그나저나 흥분제도 아니고 진정제라니···. 별의별 아이템이 다 있구나.’
[정확히는 마취제에 가깝습니다. 감각을 일시적으로 차단시켜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주거든요. 정밀한 국소마취로 신체에 부담도 없고요.]
‘분명 20분 뒤에 풀린다고 했겠다?’
[네. 앞으로 20분, 주인님은 대물을 봉인 당한 셈이나 마찬가집니다.]
‘발기부전이라고 뻥을 쳤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도훈은 샤워 중 아이템을 이용해 대물을 봉인한 상태였다. 평소 같으면 이미 가운을 들추고 힘껏 뻗어 나왔어야 정상인 대물은, 미동도 없이 쪼그라져 있었다.
"선생님 준비 끝났어요."
가운을 동여맨 도훈이 소파에 앉은 한솔에게 다가갔다.
"으, 응. 그, 그러니?"
막상 도와주겠다며 모텔로 함께 왔지만, 도훈이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는 동안에도 한솔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남녀 간의 교합은 경험조차 없었고, 야동을 보는 취미도 없던 터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남자를 세울 수 있을지 전혀 몰랐다.
"이, 일단 침대로."
"네."
도훈이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침대에 누웠다. 한솔은 엉덩이만 걸터앉은 채 도훈의 허리 아래 자리를 잡았다.
‘숙맥처럼 보였다간 도훈이 나를 업신여길 거야. 과감하게 해야 해. 이건 치료가 목적이니까.’
"그럼 환부부터 확인해 볼까?"
용기를 낸 한솔이 과감하게 가운 자락을 옆으로 젖혔다.
< 513. 교생 실습-5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