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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15화 (488/2,000)

< 497. 교생 실습-41- >

[음? 저건 또 무슨 소리랍니까?]

‘그냥 떠보는 거야.’

[떠보다뇨?]

‘내가 정말 혜진이한테 호감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지. 둘 사이를 밀어준다는 말로 혜진이에 대한 내 관심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꼼수랄까?’

[굳이 뭘 저렇게까지···. 그냥 솔직히 물어보면 그만인 것을요.]

‘자존심 다치기 싫어서 저러겠지.’

[자존심을 다치다뇨?]

‘진아는 본래 혜진이는 안중에도 없었을 거야. 저 스스로 잘난 맛에 사는 부류다 보니 자기보다 못났다고 생각한 사람에겐 관심조차 없는 거지.’

[정말요?]

‘그런데 내가 자꾸 혜진이랑 친하게 지내니까 슬슬 약이 오른 거지. 누가 봐도 자기가 더 이쁜데, 사범대 탑 클래스라는 수학교육과 출신에 몸매도 쭉쭉빵빵인데. 그냥 교육학과를 다니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혜진이에게 밀린 거잖아. 심지어 어제까지만 해도 껌딱지나 다름없던 빈유 혜진에게.’

[오호.]

‘그래서 확인하는 거지. 내가 정말 혜진이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한 뒤 전략을 수정하려고.’

[어떻게요?]

‘내 취향을 존중하고 손절하던지, 아니면···.’

[아니면?]

‘혜진이 정도는 제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빼앗으려 들겠지.’

[주인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어떤 대답이 진아 양을 공략하는 데 더 도움이 될까요?]

‘진아 성격을 미루어 볼 때 당연히 후자야.’

[후자라면···. 주인님을 빼앗으려 들거라고요?]

‘그래.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질투심을 유발해 봐야겠어.’

도훈은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움찔 놀라며 되물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예?"

"내가 혜진이한테 마음 있다는 거."

"아···."

진아가 나직이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나 해서 찔러 봤는데, 전혀 예상치 못하던 대답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절실히 와닿았다.

차라리 묻지나 말 것을.

"그, 그러셨구나···. 어쩐지···."

진아는 도훈에게 가졌던 호감이 서서히 사그라지는 걸 느꼈다. 아직까진 미약한 감정이었기에 지금 멈추면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그래, 어차피 오빠처럼 괜찮은 사람이 혼자인 게 더 이상하잖아. 세상에 모든 훈남이 다 내 것도 아니고···.’

씁쓸했다. 혼자 들떠서 신났다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진 기분이었다. 감정의 진폭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유라도 듣고 싶었다.

"혜진이 참 괜찮은 애 같던데."

"응. 정말 착하더라.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알면 알수록 진국이야."

도훈이 혜진을 언급하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에겐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너무도 화가 났다.

차라리 다른 여자면 모를까 혜진이라니.

처음부터 사귀었던 사이도 아니고, 실습와서 알게 된 혜진이라니.

왜 하필 혜진일까?

단지 같은 반이라서?

"가까이 지내다 보면 원래 정들기 마련이죠."

이유는 한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혜진이 우연히 도훈과 같은 실습반이 된 것.

그리고 때마침 도훈이 외로운 솔로였다는 것.

"글쎄, 혜진이면 다른 반에 있었어도 눈에 띄었을 거 같은데?"

"왜요?"

"예쁘잖아."

‘하-!’

도훈의 대답은 상처받은 진아의 자존심에 소금을 끼얹는 말이었다. 한 번 죽인 진아를 두 번 죽였다.

‘뭐? 걔가 이뻐서 좋다고? 그럼 나는 뭔데?’

이것은 불합리했다.

사람의 외모라는 것이 시험지 채점하듯 딱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지만, 최소한의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게 있었다.

아무리 호의적으로 봐도 혜진은 흔녀에 지나지 않았다.

얼굴이 다소 귀엽다곤 하나, 작정하고 꾸미면 누구나 쉽게 이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몸매는 어떤가?

초등학생처럼 깡 마른 체형에 샤워장에서 봤던 가슴은 가파르다 못해 없다시피 했다.

가슴도 없는 것이 어떻게 여자란 말인가?

‘가만, 어쩜 도훈 오빠 취향이 설마?’

어쪄면 이것은 도훈의 독특한 성벽 때문인지도 몰랐다.

흔히 ‘로리’라 부르는 아동성애 취향 말이다.

혜진을 굳이 분류하자면 페도필리아들이 좋아할 법한 외모였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 애처럼 순진한 성격, 게다가 납작한 가슴까지. 진아는 갑자기 눈앞의 도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혐오스러워졌다.

‘정말 변태였단 말이야? 그런 거야?’

그런데 도훈이 자신의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불쑥 말했다.

"네 앞에서 이런 말 하긴 뭐한데, 오늘 보니까 은근 몸매도 좋더라."

"몸매요?"

"응. 이제껏 옷을 펑퍼짐하게 입어서 몰랐는데···. 아무튼 그렇다고."

뭔가 이상했다. 로리를 좋아하는 아동성애적 취향이라면 굳이 몸매를 거론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진아가 열 받는 건 도훈이 혜진의 기만에 속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 진짜 이 오빠 뭘 몰라도 너무 모르네? 그거 뽕이라고!’

진아는 입이 근질근질했다.

만약 함께 샤워를 안 했더라면 자신도 긴가민가했을 것이다.

옷에 따라 가슴 크기는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보았다.

등판과 구분도 잘 안 되는 납작한 가슴을.

"으음, 그런가···?"

진아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응? 왜 그래 표정이?"

"···아, 아니에요."

"아닌 게 아닌데?"

"아니 뭐··· 오빠가 혜진이를 너무 좋게 보시니까 괜히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응? 더 궁금한데? 나한테 뭐 말할 거 있어?"

"음···. 아니에요. 그냥 말 안 할래요."

"뭐야? 싱겁게. 궁금하단 말이야."

도훈은 진아의 뻔한 수작에 속아 넘어가는 척 했다.

"아이참···. 괜히 이런 얘기 하긴 좀 그런데···."

"괜찮아. 말해봐. 뭔데 그래?"

"오빠. 혹시 나중에라도 이 얘긴 절대 하면 안 돼요?"

"알았어. 안 할게."

"진짜로요. 특히 혜진이한테는 더더욱."

"그래. 안 한다니까."

"음, 혜진이 그거···. 뽕이에요."

"응?"

"그니까 가짜라구요."

"뭐가?"

도훈이 쌩둥맞게 쳐다보자 답답한 진아가 빽 소리쳤다.

"혜진이 가슴요! 뽕이라구요!"

"뭐어?!"

도훈이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진아 네가 잘못 봤겠지."

"진짜라니까요?"

"아니야. 아무리 봐도···."

도훈이 자길 의심하는 표정을 짓자 진아가 흥분해 소리쳤다.

"여자인 제가 더 잘 알겠어요, 남자인 오빠가 잘 알겠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도훈은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 현실을 부정했다.

답답해진 진아가 갑자기 가슴을 내밀었다.

"봐요. 이게 자연산이에요."

옷을 입고 있어도 확연히 드러나는 풍만한 굴곡은 진아의 자부심이었다. 살짝 오버다 싶긴 했지만, 혜진와 비교되는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진아가 상체를 크게 움직이자, 그녀의 C컵 가슴이 슴부먼트를 일으켰다.

"보셨죠?"

"뭘?"

"아이참, 다시 봐요."

진아는 좀 더 크게 몸을 흔들었다.

탱탱한 젖가슴이 위아래로 덩달아 출렁였다.

‘크크, 쟤 뭐하냐?’

[그러게요.]

"확실히 알겠어요?"

"글쎄 난 아직 잘···."

"흔들리잖아요."

"응?"

"원래 브라를 해도 진짜 가슴은 이렇게 흔들린다고요."

"그래? 다시 봐봐."

진아는 왠지 쑥스러웠지만 다시 상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출렁~출렁~

"아! 진짜네?"

"봐, 봤죠?"

"어. 똑똑히 봤어."

"혜진이는 안 그럴 거예요. 원래 패드는 브라 안에 딱 붙어 있으니까요."

"아···."

"궁금하시면 나중에 혜진이 움직일 때 확인해 보세요."

"흐음, 정말인가?"

도훈은 여전히 의심과 확신의 반쯤 걸친 얼굴이었다.

그러자 진아가 결정적인 증거를 내밀었다.

"그리고 제가 뽕이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어요."

"뭔데?"

"혜진이랑 어제 같이 샤워했거든요. 배구 끝나고 체육관에서."

"정말?"

"네, 이제 제 말 믿죠?"

도훈이 낙담하는 표정을 지었다.

"···흠, 굳이 거짓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있죠."

"이유라니?"

진아는 도훈이 혜진에게 실망하길 바랐다. 슴기꾼인 것도 모자라, 절벽도 세상에 그런 절벽이 없다며 천혜의 요새가 따로 없다고 모두 까발리고 싶었다.

"제가 이 얘기했다는 건 혜진이한테는 절대 비밀이에요? 아셨죠?"

"알았어."

"사실 혜진이 트리플 A에요."

"트리플에이라니?"

"그니까 AAA라고요."

"그게 뭔데?"

"아이참, 오빠 너무 말귀 못 알아 듣네. 컵 사이즈요."

"컵?"

도훈이 한 번 더 고개를 갸우뚱하자 답답해진 진아가 다시 자기 가슴을 내밀었다. 크로스백을 걸치면 미사일 두 개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커다란 가슴이 도훈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봐요. 이게 C컵이에요."

"아, 그 컵 말이구나."

"A가 가장 작은 건 아시죠?"

"가만 그럼 AAA는···."

"맞아요. A컵 중에서도 가장 작은 사이즈에요."

"세상에···. 정말로?"

"제가 오빠한테 뭐하러 거짓말 하겠어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풉-. 뒷담 다 까놓고 이제와 코스프레는.’

도훈이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아··· 그 정돈 줄은 몰랐어."

진아가 마음에도 없는 말로 도훈을 위로했다.

"괜찮아요. 가슴 좀 작으면 어때서요. 오빠 그런거 보고 혜진이 좋아한 거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자꾸 허리를 꼿꼿이 펴 가슴을 내미는 진아였다. 도훈은 안 보는 척 슬그머니 시선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물론 그렇지만 그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지. 가장 화나는 건 나를 속였다는 거야."

"속이다뇨. ‘착한’ 혜진이가 설마 일부러 그랬겠어요?"

"속인 거지. 가슴이 큰 줄 알고 만났는데 그게 다 뽕이면 사기나 마찬가지지."

"오빤 가슴 크기가 그렇게 중요해요?"

도훈은 고의적으로 진아의 가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무,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 근데 또 안 중요하다고는···."

"그랬구나. 죄송해요. 제가 괜한 얘길 꺼내 가지고."

"하-. 나는 정말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고···."

"너무 그러지 마요. 혜진이도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근데 AAA가 대체 얼마나 작은 거야? 이 정도는 돼?"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듯 도훈이 책상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손가락이 오므려지며 볼록한 손 바가지가 만들어졌다.

그 크기를 가늠한 진아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이것도 안 된다고? 그럼 이 정도는?"

이번엔 손바닥을 더욱 펼쳐 더 작은 그릇을 만들었다.

"어림없어요."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거야?"

진아가 도훈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어?"

그러더니 힘을 주어 손바닥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바짝 밀착시켰다.

"이정도요."

"뭐, 뭐? 이건···."

"맞아요. 없어요. 그냥 가슴이 없다고 보시면 돼요."

"아니 나도 이것보단 크겠다."

"그러니까요. 혜진이도 얼마나 콤플렉스겠어요. 전 살다 살다 그렇게 없는 애는 처음봤어요. 아무리 A컵이라도 적당히 크면 봐줄만한 사이즌데···."

"하-. 진짜 혜진이 믿었는데···."

도훈이 극도로 실망한 체 고개를 떨구자 그의 손을 맞잡고 있던 진아가 나머지 손까지 포개며 그를 위로했다.

"실망이 크신가 봐요."

"당연하지. 난 그럴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어."

"죄송해요. 제가 괜한 얘길 꺼내 가지고···."

"아니야. 고마워. 이런 건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거잖아."

"그쵸, 물어봐도 대답해 줄 것도 아니고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중에 알았음 얼마나 실망스럽다고."

"네?"

"아니 사귀다 보면 할 수도 있잖아. 근데 분명 옷 입고 만났을 때는 큰 줄 알았는데 그게 뽕이었다고 해봐. 그럼 얼마나 배신감 느끼겠어?"

"그렇겠죠? 아무래도."

진아가 더욱 가슴을 크게 내밀었다.

‘후후. 오빠가 혜진이한테 엄청 실망한 거 같은데? 미안, 혜진아. 나도 그럴 생각까진 없었는데, 도훈 오빠가 의외로 가슴에 집착하는 스타일이었네. 그러게 누가 뽕 차고 학교 오래니?’

그때 도훈의 폰이 울렸다. 깨톡이었다.

‘누구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슬쩍 보는데 혜진의 아이디였다.

혜진 : 도훈 오빠 맞죠? 프로필 사진보니 맞는 거 같네요.

혜진 : 다름이 아니라··· 수업시간에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지금 화장실 왔거든요? 지금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혜진 : (사진)

[어엇, 혜진양이 드디어 미션수행을 시작했군요.]

도훈은 진아 몰래 사진을 쓱 쳐다보고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뭐야? 나랑 장난하나?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잖아?’

치마 사이를 찍은 사진은 조명이 없어 절반이 새까만 색이었다. 무슨 사진인지 몰랐다면, 지구의 오지를 찍어놓은 배경사진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도훈이 급히 답장을 보냈다.

도훈 : 어두워서 하나도 안 보인다. 조명 켜서 찍어.

그리곤 다시 폰을 집어넣고 진아에게 말했다.

"아무튼 좀 실망이다, 혜진이.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진아야."

"아니에요. 괜히 저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사이는 무슨. 썸 탄 것도 아니고, 내가 살짝 호감이 있어서 너보고 도와달라고 했던 건데."

"아, 그러시구나."

구겨져 있던 진아의 표정이 한층 밝아져 있었다.

그때 또다시 깨톡이 도착했다.

혜진 : 이 정도면 되나요?

두 번째 사진은 플래쉬를 켜고 찍었는지 훨씬 적나라했다.

털이 난 숭숭난 사타구니와, 살짝 젖어 있는 계곡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도훈 : 너 왜 거기가 촉촉해?

혜진 : 몰래 화장실 와서 사진 찍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흥분되서···.

도훈 : 아무튼 이건 무효야. 난 분명 수업시간에 찍으라고 했어.

도훈이 한참 답장을 남긴 뒤 폰을 집어 넣었다.

도훈이 폰을 만지는 동안 잠자코 기다리고 있던 진아가 물었다.

"누구랑 깨톡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거예요? 설마 또 다른 썸녀?"

"아니, 혜진인데?"

< 497. 교생 실습-41-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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