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5. 교생 실습-39- >
"오늘 옷 예쁘게 입고 왔네? 어쩜 넌 갈수록 스타일이 사는 거 같다."
"왜, 왜 그러세요."
도훈은 옆에 있는 진아를 의식해 말했다.
혜진이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평소 칭찬에 익숙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도훈의 노골적인 아부가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아가 어이가 없어했다.
‘나한테는 한 번도 저런 얘기 한 적 없는데···.’
콤플렉스인 가슴을 감추기 위해 뽕까지 차고 왔다고 오해하는 진아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이해는 하면서도, 가짜 가슴을 뻔뻔하게 자기 것인 양 기만하는 행위가 가소롭게 느껴졌다.
‘계란 반쪽도 안되는 빈유 주제에···. 남자들은 어째서 뽕도 구분 못 할까?’
진아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미는데 도훈이 한 번 더 혜진을 추어올렸다.
"그렇게 차려입으니까 벌써 선생님 같다. 혜진이는 선생님 되면 학생들한테 엄청 인기 많을 거야."
"아, 아니에요. 오빠는 참, 자꾸 그러시네."
‘헐! 진짜 듣고 있으니 어이가 없네?’
보다 못한 진아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빠도 인기 많던데요?"
"응?"
"아니 우리 반 애들이 그러더라고요. 남자 교생 선생님 중에서 도훈 오빠가 젤 멋있다면서···."
교묘히 화제를 돌리는 진아를 보며 도훈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혜진양을 칭찬하니 진아양이 곧바로 반응하는군요.]
‘여자는 질투의 화신이라잖아.’
[그렇다곤 하지만 진아양은 유독 심한 것 같네요.]
‘원래 콧대 높은 애들이 남 칭찬하는 걸 못 견디거든.’
[네?]
‘항상 자기가 주목받아야 하고, 어디서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거야 쟤는.’
[호오.]
‘유명한 수학자였던 존 내쉬라는 사람이 있어.’
[존 내쉬요?]
‘응. 수학이 존내쉬었어요, 등등을 쓴 저자지.’
[···아재요.]
‘아무튼, 그 사람이 창안한 게임이론을 보면 흥미로운 가설이 나와.’
[그게 뭡니까?]
‘예쁜 여자에게 관심주지 마라.’
[정말로 그런 내용이 나온다고요?]
‘정확히는 그 내용은 아니지만···. 마치 이런 거야. 진아는 어딜가나 이목을 끄는 타입이지.’
[그렇죠. 젊고,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하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거든.’
[헌데 왜 관심을 두지 말라는 거죠?]
‘모두가 한 사람을 노린다면 경쟁을 피할 수 없잖아.’
[옛말에도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하는 법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는데 이용하는 여자라면, 경쟁에 뛰어든 사내들을 싸잡아 우습게 보지 않겠어?’
[아아···.]
‘쟤는 그냥 자기만족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여자애일 뿐이야. 교생 중에서 자기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당연히 나도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을 거라 믿는 거지. 근데 정말로 관심을 보이게 되는 순간 "역시 너도 똑같은 사내였어."하고 콧대만 더 높아져 버린단 말이야. 난 저 계집애 자존감을 채워주는 도구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거든.’
[그래서 아예 관심을 꺼버린다고요?]
‘그렇지. 넌 나에게 특별하지 않다. 너는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강조하는 거야.’
[한마디로 진아양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군요.]
‘평소와 전혀 다른 반응에 진아는 점점 혼란에 빠질 거야. 저 남자는 왜 저럴까? 왜 나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을까, 하는 호기심이 피어나는 거지. 그 호기심은 점점 집착으로 변해갈 테고.’
[어찌보면 밀당의 법칙이랑 비슷하군요. 그 게임이론이라는 것은.]
‘게임이론은 정확히 말해 게임에 참가하는 모두가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전체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이론이야.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진 결함을 밝혀낸 거지.’
[저로선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이해할 필욘 없어. 내가 실제로 보여줄 테니까.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랬어?"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하곤 곧바로 혜진에게 관심을 돌렸다.
"참, 혜진아. 몸은 좀 어때? 어제 볼링도 못 하고 집으로 바로 가버렸잖아."
"아···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어요. 이젠 좀 피곤했었나 봐요."
"실습한다고 너무 신경을 많이 쓰나 보다."
"···네."
도훈이 자신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채 계속 혜진이랑만 대화하자 진아는 뿔이 났는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러면서 이따금 두 사람 쪽을 쳐다보며 씩씩거렸다.
‘참네. 도훈 오빤 대체 왜 저래? 어제 볼링장에서 좀 친해졌나 싶더니만···. 계속 혜진이랑만 놀고. 하여간 왕재수라니까.’
그녀 주변으로 곧 다른 남자 교생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지만, 진아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차피 도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쭉정이뿐.
‘짜증 나 진짜. 내가 이제부터 말 걸어 주나 봐. 지 없으면 놀 사람 없는 줄 아나.’
하지만 다른 남자들과의 대화는 전혀 재밌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잘난 체를 하는 모습이 유치해 보이기까지 했다. 도훈은 그 와중에도 혜진과 희희낙락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면 어제 체육관일 때문에?"
"아, 앗! 오, 오빠 그건···."
도훈이 불쑥 기구 실에서 있었던 일을 꺼내자 혜진이 당황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것은 둘만의 비밀이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꺼내긴 너무도 창피한 주제였다.
"하긴···. 그렇게 흘려댔으니 피곤할만도 하지."
"아, 오, 오빠 남들이 들어요."
"들어도 뭔 말인지 모를걸?"
"그, 그래두."
"내가 미션하나 줄게."
"미션요?"
도훈이 목소리를 낮춰 혜진에게 속삭였다.
"내 깨톡 등록되어 있지?"
"···네."
"다음에 수업 들어가면 거기 사진 찍어서 나한테 보내."
"네!?"
"안 들려? 더 크게 말해줘?"
"그, 그래도 어떻게···."
혜진은 혹시나 누가 엿들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십여명의 넘는 교생들은 각자의 대화에 심취한 체 딱히 남 얘긴엔 관심이 없었다. 구석에서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를 지켜보는 딱 한 사람만 빼고.
‘뭐야, 둘이 귓속말로 뭐라 쑥덕거리는 거야? 원래 저렇게 친한 사이였나?’
도훈에게 다신 말을 안 걸겠다는 진아였지만, 자기도 모르게 계속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존심이 다쳤기 때문이지, 그로 인한 복수심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내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쳇. 무슨 골라도 뽕이나 차고 다니는 슴기꾼을···. 취향 한 번 진짜 독특하네.’
쉬는 시간이 끝나자 다음 수업이 예정되어 있던 실습생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수업이 없는 실습생 셋만 연구실에 남았다. 그 중에는 도훈과 혜진, 그리고 진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훈이 진아를 향해 물었다.
"진아야."
"네?"
"넌 수업 안 가?"
"아···, 저도 수업이 비어서요."
‘뭐야? 지금 나보고 나가달라는 건가? 흥. 웃기고 있네. 내가 누구 좋으라고?’
오기가 생긴 진아는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끼어들었다.
"근데 둘이서 무슨 얘길 그렇게 비밀스럽게 하신 거예요?"
"아, 그냥 우리 반 담임 선생님 얘기 좀 하느라."
"현아샘요?"
"응. 되게 좋으신 분이라고. 평소에도 엄청 챙겨 주시거든."
"그러셨구나."
진아는 도훈이 둘러댄다고 의심했다.
‘담임 칭찬을 하는데 왜 귓속말로 해? 핑계는···.’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며 현아가 찾아왔다.
"도훈이 여기 있었니? 잠깐 교실에 좀 와 볼래?"
"네? 무슨 일이세요?"
"연구부장님께서 메신져로 파일 하나 보내주셨더라. 체육 수업 지도안 파일 같던데? 나보고 대신 뽑아서 전해 달라면서."
"아···. 네."
도훈이 일어서며 혜진을 보고 말했다.
"그럼 꼭 보내."
"아···."
도훈이 사라지자 둘만 남게 된 혜진과 진아가 뻘쭘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
***
"선생님은 수업 없으세요?"
"어. 이번 시간은 쉬어. 근데 넌 오늘 참관 안 하니?"
"갑자기 강당에서 흡연 예방 교육있다고 나중에 두 반 합동 체육 한다더라고요. 덕분에 한 시간 벌었죠."
"운이 좋네? 원래 수업하다보면 그렇게 짬짬이 쉬는 게 꿀이거든."
현아의 걸음걸이는 어딘가 들떠 보였다.
그녀는 교무실이 아니라 자기 교실로 나를 이끌었다.
"애들은 어디 갔어요?"
"응. 미술실. 두 시간 연강이야."
"아, 네···."
"교무실 컴퓨터가 너무 느려서 이동 수업 시간에는 그냥 교실 컴퓨터로 일하거든."
"그렇군요."
왠지 혓바닥이 길어지는 걸 보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모르는 척했다.
책상 앞에 앉은 현아가 메신저로 온 파일을 열더니 마우스 휠을 내리며 내용을 확인했다.
"와, 한솔이 언니 작정했구나. 무슨 실습생에 이런걸···."
"이게 뭔데요?"
"체육 수업 지도안 우수 사례집이야. 무슨 연구대회 나가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 참조자료라고 보냈다니?"
"아···."
"이 수준으로 작성하려면 며칠은 꼬박 새도 무리야. 일단 뽑아 줄 테니까 한 번 쓱 읽고 넘겨버려."
"네, 감사합니다."
현아가 프린트를 누르며 중얼거렸다.
"근데 난 맨날 뽑아주기만 하네? 어제도 니 물 빼주고···."
‘헐, 미친.’
"서, 선생님. 저기 학교에서는···."
"응? 그냥 혼잣말인데?"
"아···."
"그래도 많이 어색해 하진 않네? 난 좀 걱정했는데."
"뭘요?"
"좀 그렇잖아. 살도 섞은 사인데, 직장에서 다시 얼굴 보려니. 괜히 어색하고 민망하고."
[여전히 주인님을 호구로 보는 군요.]
‘아직 맛을 덜 봤나?’
[아님, 맛을 제대로 봤던가요.]
우연히 빈 교실.
학생들은 미술실로 이동해 두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어쩌면 연구부장의 메신저는 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네, 조금은···."
오래된 잉크젯 프린터가 한참 종이를 토해내는 사이 현아가 복도 쪽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도훈이 너 교사가 뭐가 좋은 줄 아니?"
"음, 철밥통인 거요?"
"풉-. 그래. 공무원인 것도 있지. 하지만 다른 공무원이랑 다른 점이 하나 있어."
"뭔데요?"
"상사 눈치볼 필요 없이 독립된 공간을 제공받는 다는 거."
"아···."
"교실에선 담임이 왕이야. 교장, 교감 샘이 돌아다니면서 감시하지 않는 이상. 이 공간에선 어떤 사람의 눈치도 안봐도 되거든."
"그, 그렇군요."
"가령···."
의자에 앉아있던 현아가 슬그머니 바지 지퍼를 끌어 내렸다.
"서, 선생님···."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도훈이 꼬추를 주무른다던가?"
와락-.
어제 한 번 잤다고 현아의 행동엔 주저함이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지퍼 사이에 손을 들이밀더니 팬티와 함께 물건을 움켜쥐었다.
"하아···. 어제 너랑 자고 났더니, 죽었던 성욕이 다시 깨어나 버렸잖아. 이제 어떡할 거야?"
현아가 대물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말했다.
"서,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교실에선···."
"왜? 누가 올까 봐서? 걱정마. 수업시간에 빈 교실만큼 안전한 곳은 없으니까."
그녀의 말이 맞다.
수업 중이란 사실만으로 교실은 밀실이 된다.
수백명의 학생들도, 수십명의 교사들도 수업 중 만큼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교실 창으로 보이는 복도는 기이하리만큼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아, 아··· 자꾸 이러시면···."
"이러시면 뭐? 꼴려버릴 것 같아?"
"···네."
"꼴리라고 하는 거니까 꼴려도 돼."
"그래도···."
"내가 다 뽑아 줄 테니까 걱정말고 세워."
현아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팬티 소변 구멍으로 대물을 뽑아냈다. 지퍼 사이로 돌출된 대물은 어느새 커다랗게 일어나 늠름한 자태를 드러냈다. 복도를 등지고 선 위치였기 때문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각도였다.
"대낮에 보니까 더 커 보이는 거 같아."
"아···."
"아침에 보자마자 빨아주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잖아."
현아는 그 말을 끝으로 대물을 한입에 삼켰다.
의자에 앉아 힘차게 물건을 빨아대는 모습은, 욕망으로 가득 찬 색녀 그 자체였다.
쭈압쭈압-
‘하, 정말 구제불능이구만 이 여자. 설마 학교에서, 그것도 수업 시간 중에 덮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이렇게 욕정이 강한 여자가 어떻게 참고 살았던 거지?’
[잘 참고 지내던 그녀를 주인님이 일깨워 버린 거죠. 원래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찾는다지 않습니까?]
‘거참. 고기된 입장에선 피곤하구만.’
[게다가 정액 중독의 효과도 조금은 작용하는 거 같구요.]
‘정액 중독이라니?’
[주인님의 정액에 다양한 효과가 첨가되면서 여자를 끌어당기는 거죠.]
‘근데 그건 정액을 먹었을 때 발동되는 거 아니었나? 분명 어제 질외사정으로 끝냈을 텐데?’
[아마 오랄을 할 적에 쿠퍼액에 정액의 일부가 스며들었을 수 있습니다.]
‘하긴. 나를 한 번 맛본 여자라면 쉽게는 못 잊겠지. 그나저나 얼른 현아를 식혀줘야 오늘 일정을 진행할 수 있겠군.’
"선생님."
"으,음?"
"호, 혹시 밖에 누가 지나가다 들키면 어쩌죠?"
"걱정마. 수업 중이라 아무도 안 돌아다닐 거야."
"그치만 수업 없는 선생님도 있잖아요."
"대부분 교무실에 있지."
"하지만 교생들은···."
"아, 교생을 깜빡했네."
현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교생까진 미처 염두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복도 창문으로 다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지금 빨고 싶은 걸?"
"그러면···."
나는 컴퓨터 책상 밑으로 시선을 던졌다. 비좁긴 하지만, 웅크리고 들어간다면 성인 여자 정도는 충분히 쪼그려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내 의도를 눈치챈 현아가 배시시 웃었다.
"나보고 저기 들어가라고? 후후. 너도 빨리고 싶긴 한 모양이네?"
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말했다.
"뭐해. 얼른 의자에 안 앉고."
< 495. 교생 실습-39-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