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5. 교생 실습-29- >
***
현아가 뿜은 음료는 옆에 앉아 있던 학년 부장의 바지에 튀었다. 놀란 학년 부장이 바지에 묻은 음료수를 손으로 문지르며 물었다.
"뭐야? 사레 들렀어?"
"아, 아니요! 가, 갑자기···. 죄송해요. 부장 선생님. 저 때문에···."
"괜찮아, 괜찮아. 바지야 닦으면 되지. 허허."
학년 부장이 너털웃음을 짓고 바지를 털어내는데 현아가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바짝 오므렸다.
‘하읏, 뭐, 뭐지? 왜 갑자기 거기가···.’
도훈은 감각 전이 패치를 볼링공 아랫구멍 두 개에 나눠 붙였다. 질에 해당하는 부위에 최대한 많이, 그리고 항문에 해당하는 구멍엔 최소한으로.
따라서 그가 볼링공을 들고 손바닥에 받쳐 드는 순간, 현아는 불쑥 그곳에 강한 이질감을 느낀 것이었다.
‘아흣, 이게 무슨 망신이야.’
현아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급성 질경련이나 생리통 비슷한 증상으로 인식했다. 원인 모를 담이 오거나 신경이 꼬이는 것처럼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사고처럼 말이다.
‘스키니 진이 너무 타이트 했을까?’
현아는 도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치마 대신 스키니 청바지를 입었다. 치마에 스타킹보다, 꽉 낀 청바지가 자신의 각선미를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끔 스키니를 너무 꽉 껴입으면 다리에 피가 안 통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 진아는 조심스럽게 청바지 단추를 풀었다.
‘후읍, 앉아 있을 때라도 풀고 있어야겠다.’
볼링공을 들고 레인 위에 오른 도훈은, 현아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키득거렸다.
‘크크. 이게 진짜로 되는구나.’
[당연하지요. 천상계 아이템이니까요.]
‘너무 질질 끌어도 곤란하니 일단 공부터 굴려야겠다.’
도훈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폼으로 공을 굴렸다. 기교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자세였지만, 원체 밸란스가 좋은 편이라 바닥을 스친 공은 직선으로 힘 있게 뻗어 나갔다.
콰앙-!
볼링핀이 쪼갤 듯이 터져나갔다.
지켜보던 교생들이 박수로 연호했다.
"우아! 파워 볼러!"
"힘 하나는 최고구나!"
하지만 아쉽게도 정밀도는 부족했는지 마지막 핀 하나가 남고 말았다. 스트라잌을 먼저 성공시킨 후 팔짱을 끼며 도훈을 지켜보던 체육 선생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볼링 못 한다더니 정말이구나. 힘은 좋아서 맞으면 넘어갈 것 같은데 컨트롤이 다소 부족하네. 아쉽지만, 그 실력으론 날 상대하긴 멀었어.’
도훈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 역시 볼링은 어렵네요."
"괜찮아. 잘하고 있어. 조금만 팔에 힘을 빼고 팬들럼을 이용해봐. 그러면 힘을 빼도 파워가 실리거든."
"네, 감사합니다."
체육 선생은 상대편인 도훈을 코치하는 여유를 보였다.
자신의 관대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기석에서 도훈을 지켜보던 현아는 벨트를 풀고 난 뒤 증상이 완화되자 한결 마음을 놓았다.
‘휴-. 역시 너무 꽉 끼는 옷차림 때문이었구나. 아으, 민망해라.’
질 구멍의 자극으로 팬티가 살짝 젖은 느낌이 났지만, 이쯤에서 그친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팬티랑 바지가 꼭 붙어있어서 젖으면 밖으로 티가 나버릴 뻔했지 뭐야?’
현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도훈의 공이 다시 벨트를 타고 올라왔다. 도훈은 마지막 남은 핀을 노려보며 천천히 공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좀 더 깊숙이.
"윽!"
현아가 다시 몸을 웅크리며 발작했다.
‘또, 또야! 뭐, 뭐야 대체. 왜 자꾸 거기가.’
주변에 있던 선생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현아샘? 어디 안 좋은 거야? 갑자기 왜 그래?"
"아, 아니에요. 다리가 좀 저려가지고···."
"저런. 근육이 놀랬나 보네. 일단 꼰 다리부터 풀어."
"괘, 괜찮아요! 반대로 꼬면 차라리 풀릴 거 같아요."
현아가 잽싸게 꼰 다리를 바꿔 앉았다.
그녀에겐 도저히 다리를 풀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하, 하앙···. 왜, 왜 이래 정말···. 쿡쿡 쑤시는 것처럼 거기가 간질간질해.’
이유는 단 하나.
도훈이 스페어 처리를 위해 든 공에, 손가락을 넣다 뺏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크크. 이거 웃긴 데?’
[너무 짓궂으시네요.]
‘알았어. 적당히 할게.’
도훈은 최선을 다해 공을 굴렸으나 간발 차로 스페어처리에 실패했다. 도훈을 응원하던 주장 임달영이 안타깝게 소리쳤다.
"아으! 김 한 장 차!"
"죄송해요."
"아냐, 아냐. 최선을 다해보자."
시작부터 다소 말린 분위기였지만, 교생팀은 여전히 파이팅이 넘쳤다. 자리로 돌아온 도훈에게 진아가 위로를 건넸다.
"아쉬워요, 오빠. 거의 맞을 뻔했는데."
"볼링은 역시 어려운 것 같아."
"괜찮아요. 어떻게 사람이 다 잘할 수 있겠어요?"
‘로시 네 말대로 얼굴 잘생기면 운동 잘하고 말고는 아무 상관도 없구나. 호감도 하락은 전혀 걱정 안해도 되겠다.’
[당연하죠. 오히려 살짝 부족해 보이는 게 인간미가 있다고 느낄겁니다.]
‘역시, 잘생긴 게 최고네. 왜 여자들도 못생긴 애가 공부 잘하면 독한 년 소리 듣는다잖아.’
[외모 지상주의의 씁쓸한 폐해랄까요?]
‘나도 옛날엔 당하는 쪽이었지. 뭐,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본능일테지.’
도훈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천재급으로 머리가 좋았던 이정우 시절보다, 두뇌는 다소 떨어져도 얼굴 잘생기고 운동 잘하는 지금이 훨씬 대접이 좋았다.
‘남자는 능력이라고 하잖아. 난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거든. 근데 그 능력에 잘생김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
[더구나 주인님껜 다른 사람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도 있죠.]
‘훗, 이거? 당연하지. 요샌 대물이 내 자긍심의 원천이야. 정력이 내 자부심이지.’
[훌륭하십니다.]
교생팀의 열세로 첫 번째 프레임이 끝나고 두 번째 맞대결이 이어졌다. 현아와 진아가 다시 레인 위에 올랐다.
"이번엔 네가 먼저 할래?"
"네."
현아가 불안한 표정으로 진아에게 양보했다.
‘설마 공 굴리는데 갑자기 통증이 오진 않겠지?’
진아는 두 번째도 여덟 핀 이상을 쓰러뜨렸으나, 좌우로 넓게 벌어진 핀들은 후속타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
진아가 실망하는 표정을 짓자 격려가 쏟아졌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다음에 하나라도 넘기면 돼."
이어 현아의 차례.
그녀가 공을 손에 쥐려고 하는데 갑자기 도훈이 걸어 나왔다.
"선생님. 스페어 이후니까 최대한 많이 넘기세요."
"으, 응. 고마워."
그러면서 헝겊을 들어 자신의 공을 닦기 시작했다.
"공 좀 닦아야겠어요. 기름이 너무 묻어서."
도훈은 마지막 주자였으므로 순번을 한 바퀴를 돌고 난 후 진아와 현아의 차례로 이어졌다. 벨트를 타고 공이 올라올 때쯤 현아가 레인 위에 오르는 식이었다.
‘흐흐. 순서도 아주 좋군. 자연스럽게 훼방 놓을 수 있겠어.’
현아가 공을 들고 스텝을 밟는 순간, 도훈이 감각전이된 구멍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가장 두껍고 묵직한 엄지 손가락이었다.
꾸욱-!
"하, 하읏!"
쓰리 스텝을 밟으며 공을 릴리즈 하던 현아는 급작스러운 삽입에 비명을 지르며 삐끗했다. 방향을 잃은 공은 가터로 빠지며 데굴데굴 굴러갔다.
"어, 어뜩해!"
스페어 처리 이후엔 첫 번째 시도만 점수에 합산된다. 즉, 공을 구렁으로 빠뜨린 현아는 첫 프레임의 추가점수를 모두 놓쳐버린 꼴이었다.
현아가 당황하며 얼굴을 감싸 쥐자, 체육 선생이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침착하게 다음 공 노리자."
하지만 현아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누군가 질 구멍으로 묵직한 것을 밀어 넣는 괴이한 느낌에 그곳이 완전히 젖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하윽, 이, 이게 뭐야, 진짜···. 거기가 막 찌릿찌릿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이 조명이 어두운 락볼링장이라는 점이었다. 설사 팬티를 지려도 대놓고 쳐다 보지 않는 이상 알아채긴 힘들었다.
쪼그려 앉아 볼링공을 닦던 도훈이 속으로 실실 쪼갰다.
‘나이스, 겐세이 성공!’
[겐세이가 뭐죠?]
‘아아, 최근 일본에 다녀왔더니 나도 모르게 일본말이···. 견제라는 뜻이지.’
[흐음, 정작 일본어는 하나도 못 하시면서.]
‘닥쳐! 이끄욧!’
[······.]
현아가 심기일전하며 두 번째 공을 굴렸으나 여전히 공을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모니터에 떠오른 0-0 점수를 확인한 현아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화장실로 뛰어갔다.
"현아샘 어디 안 좋은가?"
"다리에 쥐가 난 것 같다더라고요."
"저런···. 볼링이 은근히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가는 운동인데."
목적을 달성한 도훈은 제 자리로 돌아와 진아를 칭찬했다.
"잘했어. 네가 이렇게 현아 샘만 잡아주면 우리팀도 해볼 만하겠다."
"제,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그래도 샘처럼 빵점은 아니잖아."
"고마워요, 오빠."
도훈의 칭찬에 진아는 점점 신이 났다. 무엇보다 은근 신경 쓰이던 현아가 완전히 죽을 쑨다는 사실이 통쾌했다.
‘역시, 도훈 오빠는 날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 배구할 때는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
진아는 도훈의 모든 행동을 호의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실력에 따라 대우하는 무척 공정한 사람이라고.
한편 화장실로 뛰어간 현아는 급히 칸막이를 잠그고 팬티 상태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지속되는 자극에 그곳이 흠뻑 젖어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꼭 끼는 옷에 마찰로 자극을 받았다기엔 지나치게 많은 애액. 마치 자위를 할 때처럼 줄줄 흘러내린 애액에 그녀는 잔뜩 흥분했다.
‘아, 정말. 내가 굶기는 너무 굶었나 보구나. 별 이유도 없이 이렇게 젖어 버리다니···.’
휴지를 이용해 젖은 부위를 닦던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좀 있으면 다시 내 차례가 올 텐데···. 아쉽지만 후딱 닦고 나가야 겠다.’
급한 데로 젖은 부위를 훔쳐낸 현아가 다시 돌아왔다. 어느새 두 번째 프레임의 마지막인 순서인 체육 선생과 도훈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봉두는 군더더기 없는 폼으로 훅 샷을 성공시켰다.
크게 휘어져 들어간 공은 떨어질 것처럼 가장자리를 걸쳐 미끌어지더니 1,2번 핀 사이를 정확히 파고들며 스트라잌을 만들어 냈다.
"와! 완전 선수네 선수!"
"체육 선생님 짱 잘 하신다!"
"하핫, 오늘 좀 잘 들어가네."
"저런 회전은 어떻게 주는 거예요?"
체육 선생은 현아가 지켜본 것을 의식한 듯 질문을 한 도훈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했다. 상대를 깔아 뭉게는 것 보다 강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편이 더 멋져 보일거라 생각했다.
"원래 보호대 없이 하면 좀 위험하긴 한데 넌 팔 힘이 원체 좋으니까 투 핑거 그립 쥐면 가능하겠다."
"투 핑거요?"
"응. 엄지를 아예 넣지 않고 이렇게 두 손가락만 이용하는 거."
체육 부장은 내기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도훈에게 새로운 그립을 시범 보였다. 운동 신경이 좋은 도훈이라면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더구나 훅이라는 것은 당장 배웠다고 써먹을 수 있는 스킬도 아니었다.
"이 자세로 던질 때 절대 손목을 흔들면 안 돼. 그냥 직선으로 넣는다 생각해. 오른쪽 라인 끝쪽으로 공을 던지면 공이 쭉 가다가 마지막에 히네리를 먹을 거야. 이해했지?"
"아하! 네."
"한 번 해볼래?"
"네."
도훈이 투 핑거를 시도한 것은 진짜로 스핀을 넣고 싶은 목적이 아니었다. 두 손가락에 온 무게를 실음으로써 삽입력을 높이기 위한 술수 였던 것이다.
"하으으읏!"
예상대로 도훈이 투 핑커로 공을 받쳐 드는 순간 현아가 또다시 다리를 모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미 촉촉해진 그녀의 구멍 안으로 묵직한 느낌이 찌르르 밀려왔다.
‘대, 대체 도훈이가 공 던질 때만 되면 왜 이러는 거야, 하응···.’
겨우 닦아낸 팬티는 다시 축축해졌고, 유두마저 딱딱해져 브래지어에 쓸리는 느낌이 생생히 느껴졌다.
‘오, 오늘 뭔 날인가? 진짜 너무 참기 힘드네···. 하아···.’
처음으로 훅을 시도한 도훈은 곧바로 감을 잡았는지 두 번째 시도에서 올 클리어를 성공시켰다.
"와! 역시 재능있구나. 금방 배우네."
"운이 좋았어요.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볼링은 그 뒤로 같은 패턴으로 이어졌다.
현아가 레인에 오르면 도훈은 벨트로 올라온 공을 닦았고, 현아는 여지없이 가터로 공을 빠뜨렸다. 그녀가 첫 스페어 처리 이후 계속 점수를 기록하지 못하자 대결은 점점 박빙으로 치달아갔다.
체육 선생이 홀로 2인분을 해내며 분전했으나, 실제로 4 vs 5나 마찬가지인 대결에서 점수차는 꾸준히 좁혀졌다.
교사팀의 명백한 구멍은 현아였지만, 체육 부장은 그녀를 책망할 수 없었다. 게임을 하는 내내 안색이 점점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현아 샘 몸이 많이 안 좋아?"
"하, 하응··· 아, 아니에요. 그냥 좀···."
"식은땀까지 흘리는 거 같은데? 집에 들어가서 쉬어야 되는 거 아냐?"
"그, 그게··· 좀 있다보면 괜찮아 질 거 같아요."
"이럴 줄 알았음 그냥 술이나 마실 걸 괜히 볼링장 왔나봐."
"죄송해요, 저 때문에··· 하, 하흣. 화, 화장실 좀."
도훈은 현아를 아예 보내 버릴 각오로 볼링공을 자리로 들고 왔다.
"뭐하시게요?"
"아니 아까 테이핑 한 곳이 조금 밀렸나봐. 다시 손 봐야 겠어."
도훈은 화장실에 들어간 현아를 떠올리며 듀얼 쇼크를 준비했다.
< 485. 교생 실습-29-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