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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00화 (473/2,000)

< 482. 교생 실습-26- >

진아가 샤워장 거울을 보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사이, 탈의실에 홀로 남겨진 혜진도 조심스럽게 옷을 벗었다.

‘으, 찝찝해.’

팬티는 여전히 가운데가 젖어 있었다.

땀은 아니었다. 땀이었다면 이토록 비릿한 정액 냄새가 나진 않았을 테니까. 필시 관계 후 질 내부에 남아있던 분비물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온 것이리라.

창피함에 후다닥 팬티를 락커에 구겨 넣은 혜진은, 이어서 브래지어도 마저 벗었다. 가슴이 원체 작은 혜진은 패드가 떨어지기 무섭게 습관처럼 가슴을 가렸다.

‘윽, 뭐지?’

손바닥에 닿는 유방 촉감이 이상했다.

로션보다 훨씬 진득한, 마치 점도 높은 썬크림을 듬뿍 짜낸 것처럼 유방 표면이 끈적거렸다. 놀라서 쳐다보니 드문드문 허옇게 말라붙은 정액의 흔적이 보였다.

‘아이참, 도훈 오빠도 왜 여기다 그걸 발라서는···.’

두 번에 걸친 분수쇼 이후, 탈진할 것 같은 혜진을 상대로 도훈은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무척이나 다급한 움직임이었다.

혜진이 생전 처음 겪는 강렬한 오르가즘에 정신을 놓기 직전, 물건을 뽑아낸 도훈이 불쑥 가슴을 향해 정액을 발사했다. 가슴 주변이 뜨뜻해지며 정액이 밑으로 흘러내리려는데, 도훈이 갑자기 손바닥을 펼치더니 정액을 가슴 전체에 정성스레 펴 바르는게 아닌가?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응. 가슴 커지라고 마사지해주는 거야.

-이러면 커지나요?

-너 잘 모르는구나? 가슴도 계속 만져주면 커져.

-그, 근데 정액은 왜···.

-이것도 나름 단백질이잖아. 몸에 흡수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

촉박한 상황이라 당시엔 얼렁뚱땅 넘어갔으나 다시 돌이켜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무슨 단백질을 피부로 흡수하는 것도 아니고···. 오빠도 참···.’

혜진은 도훈에게 살짝 변태적인 취향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어쨌든 그와의 관계가 너무나 만족스러웠기에 가슴에 정액을 바른 정도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괴벽이었다.

혜진이 샤워실로 들어가자 진아가 뜨거운 수증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그녀의 빼어난 몸매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와···. 쟤는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끝내주네.’

완벽한 S 라인.

들어갈 곳과 나올 곳이 뚜렷한 굴곡을 이루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창피해서라도 같이 서지 못했겠지만, 도훈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은 이후라 그런지 혜진은 당당히 진아 옆에 섰다. 비누칠 중이던 진아가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

"으, 응. 잠깐 폰 좀 확인하느라."

두 팔로 가슴을 가린 혜진에 비해 진아는 너무나도 당당했다.

당장 미대생 앞에 누드크로키 모델로 세운다 해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도도함이었다.

그녀는 빈약한 혜진의 가슴을 훔쳐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애는 남자보다 작네? 저런 빈유는 불쌍해서 어떻게 살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겉으로 드러낼 만큼 진아의 사회성이 떨어지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진아는 겉으로는 훌륭한 모범생이었다.

"샤워용품 안 가져 왔지? 내꺼 써도 돼."

"으, 응. 고마워."

진아가 자신의 수영 가방을 내밀었다. 직원 체육이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출근길에 샤워 용품을 챙길 만큼 준비성이 철저한 그녀였다.

‘대단하네. 보통은 찝찝해도 집에 가서 씻을 텐데, 저런 것까지 미리 준비해 오다니.’

평소라면 눈부신 진아의 모습에 잔뜩 주눅이 들었을 혜진이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꿀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묘한 우월감까지 들었다.

‘후후. 하지만 너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난 이미 도훈 오빠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도훈이라는 존재가 그녀에게 주는 자신감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었다. 그라는 배경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 내재 된 열등감마저 희석시켰다.

‘근데 생리도 아직 멀었는데 살짝 가슴이 커진 것 같기도?’

물을 뿌리기 위해 거울을 보던 혜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항상 작아 보이던 가슴이었는데, 오늘은 뭔가 달라진 기분이었다.

‘아까 도훈 오빠가 너무 빨아대서 그런 걸까?’

마법의 정액 효과를 모르는 혜진으로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회식 장소는 샤브샤브 체인점이었다.

교사 일곱에 교생 열 한 명이 모두 들어갈 식당을 섭외하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많이들 들라고. 1차는 우리가 살 테니까."

"와! 감사합니다!"

2학년 교사들은 돈 없는 대학생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앞으로 2주간 잘해보자는 의미.

테이블엔 모두 네 명씩 앉아야 했기에, 담임 정현아와 혜진 외에 오진아가 함께 앉았다.

‘공교롭군. 이번 실습 공략 대상들이 모두 한 테이블에 앉다니.’

[그나저나 연구부장은 안 보이는군요.]

‘2학년 소속이 아니니까. 교무팀은 3학년이랑 같이 먹는다 다더라고. 뭐 상관없어, 그 여자도 어차피 내 밑에 깔리게 되는 것은 변함없거든.’

[항상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대물이 자신감이 원천이랄까? 그나저나 기왕 이렇게 됐으니 건방진 저 계집애 콧대 좀 팍 꺾어 놓아야겠군.’

[오진아 양 말이죠?]

‘응.’

도훈은 진아를 자극하기 위해 라이스 페이퍼 위에 여러 가지 고명을 얹어 담임 정현아에게 건넸다.

"한 번 드셔보세요, 선생님."

"어머. 나 싸주는 거야? 도훈이 애가 참, 사람이 됐다니까?"

현아는 티 나게 기뻐하며 도훈의 준 음식을 넙죽 받았다.

"혜진이 너도 싸줄까?"

"저, 전 괜찮아요."

부끄러움이 많은 혜진이 사양하자 자연스레 진아의 시선이 도훈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도훈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진아에겐 권유조차 하지 않았다. 진아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뭐야? 나는 자기 반 아니라고 챙기지도 않는 거야? 하여간 매너 하고는···.’

그러나 도훈은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옆 테이블에 앉은 체육 선생에게도 월남쌈을 건넸다.

"오늘, 공 잘 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근데 도훈이 배구 진짜 잘하더구만."

체육 선생은 직원 체육 이후 도훈이 더욱 마음에 드는지 끊임없이 그를 칭찬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았어요."

"겸손하기는! 배구는 얼마나 배운 거야?"

"정식으로는 대학교와서요. 체육과 배구 분과에 있거든요."

"오호, 주전 공격수?"

"아뇨. 대학 배구부 선수들이 같이 있어서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캬, 어쨌든 대단하더라. 운동 신경 하난 타고 난 것 같아."

"감사합니다."

식사 자리에서도 도훈에 대한 칭찬이 여기저기 이어졌다. 그의 주가가 실시간으로 올라갈수록,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앉아있는 진아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뭐야? 완전 재수 없잖아?’

일부러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향이 좋은 바디 크림까지 듬뿍 바른 그녀였다. 눈치를 살펴 같은 테이블에 앉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도훈은 유독 자신에겐 쌀쌀맞게 굴었다.

‘진짜 이런 개 무시는 처음인데···.’

그녀는 어딜가나 주목 받았다. 어리고 예쁜 데다, 몸매도 좋고, 똑 부러진 성격 탓에 항상 시선을 끄는 씬스틸러였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찬밥 신세. 오늘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도훈이었고, 그녀는 주인공에겐 말 한마디 못 붙이는 엑스트라 신세일 뿐이었다.

진아가 부글부글 끓는 속을 겨우 달래며 도훈에게 말했다.

"운동을 원래 잘하시나 봐요."

최대한 상냥한 말투. 은근히 눈웃음까지 짓는 진아의 표정엔 ‘제발 나한테 관심 좀 가져줘’ 하는 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예 뭐···. 참, 현아 샘 오늘 서브 좋던데요?"

"정말? 도훈 군한테 칭찬을 받으니까 괜히 쑥스러운걸?"

"아니에요. 언더서브 하실 때 보니 중심이동이 상당히 좋더라고요."

"아이참, 민망하네."

기껏 용기를 내 말을 걸었는데도 돌아오는 건 철저한 무시. 게다가 보란 듯 대화 화제를 돌리는 통에 말을 건 진아만 뻘쭘해졌다.

‘와··· 씨. 이게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혹시 제 서브는 어땠어요? 저도 좀 잘하고 싶은데···."

진아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다시 물었다. 실습 점수를 주는 게 담임인 이상, 도훈이 담임을 챙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도훈은 거듭되는 그녀의 질문에 귀찮은 잡상인을 쫓는 것처럼 성의 없이 대답했다.

"그냥 지금처럼 하시면 돼요. 참, 혜진이 너도 자세 엄청 좋더라."

"제, 제가요?"

운동엔 영 젬병인 그녀였기에 도훈의 칭찬에 머쓱해졌다.

"어. 수비할 때 웅크리는 자세가 기본을 잘 배운 것 같아."

"아···, 고등학교 이후로 배구 게임은 처음인데···."

"진짜? 와, 그럼 완전 재능있는 거네. 나중에 정식으로 배우고 싶으면 우리 동아리 들어와. 체육과 아닌 사람도 많거든."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또다시 무시.

심지어 경기 내내 공 한번 받지 않았던 혜진에게까지 덕담을 들려주는 자상함에, 진아의 머릿속에 뭔가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이, 이 씨!!! 이게 진짜 나를 뭘로 보고!’

"저기 자꾸 말을 돌리···."

"선생님, 잠깐 바람이나 쐬실래요?"

진아가 뭔가 쏟아내려고 하는데 도훈이 느닷없이 옆 테이블의 체육 선생을 호출했다.

"담배? 좋지."

"적당히들 좀 피세요. 학교에선 어찌 참나 몰라?"

"후후. 현아 샘도 이 기회에 배울래?"

"됐거든요?"

폭발하려던 진아는 도훈이 불쑥 자리를 뜨는 바람에 또 다시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이건 뭐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부글거리는 진아를 두고 가게 밖으로 나온 도훈은 체육 선생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 역시 식후 땡이 최고지."

"그러니까요."

체육 선생은 가게 밖에서 유리창으로 안쪽을 힐끔거리며 물었다.

"근데 학년 대표 말이야, 너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누구요? 오진아 샘이요?"

"어, 아까부터 계속 말 거는 것 같던데? 몰랐어?"

"그랬어요?"

[체육 선생이 의외로 눈치가 기민하군요.]

‘그러게. 아까도 현아 샘이랑 둘이 얘기하는 걸로 뭐라 하더니. 안보는척 하면서 은근히 시야가 넓단 말이지.’

[저런 사람은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주인님의 업적에 훼방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잖아도 신경 쓰는 중이야. 그래도 오늘 배구 할 때 호흡을 맞춰선지 나에겐 호의적이란 말이지.’

"허! 참, 그래서 아직 여자친구가 없구만?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네. 난 딱봐도 알겠더만."

"제가 좀 그런 데 둔한 편이에요."

"오진아 샘 솔로지?"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한번 잘 해봐. 은근 실습 와서 커플 되는 경우도 많아."

"정말요?"

"뭐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 힘든 시간 같이 부대끼다 보면 없던 정도 드는 법이니까."

"근데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에요."

"진짜? 난 학년 대표가 제일 예쁜 것 같은데?"

"그냥 좀 새 보여서요."

"아, 도훈이는 고분고분한 성격을 좋아하는 구나?"

"따지자면요?"

"캬. 아쉽네. 내가 한 살만 어렸어도."

‘한살은 니미. 열 살을 어려도 안될 페이슨데···.’

"근데 체육 선생님 결혼 하지 않으셨어요?"

"하하. 들켰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게 아니라, 나도 총각 때였으면 정말 들이댔을 정도라는 거지. 솔직히 사범대 여자들 많다고 해도 정말 예쁜 애들은 드물잖아. 진아 정도면 거의 과탑일 걸? 안 그래?"

"그런가요?"

모르는 척 둘러댔지만, 체육 선생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체육과 17학번이 유난히 예쁜 애들이 많아서 그렇지, 오진아 정도의 미녀는 무척 드문 편이었다.

‘흐흐. 하지만 저 공주병 환자는 관심을 줄수록 콧대만 높아진단 말이지. 절대 잘해주지 말아야지. 부르즈 칼리파 같이 높은 콧대가 마리아나 해구 밑으로 처박힐 때까지 짓뭉게 버리겠어.’

[너무 과한 것도 좋지 않습니다.]

‘하긴 그 말도 맞아. 마음껏 채찍을 때렸으니, 돌아가선 당근 한두개 쯤 던져줘야겠다. 밀당은 이렇게 하는 거야.’

도훈이 다시 자리로 돌아갔을 땐 샤브샤브는 끝나고 남은 육수에 밥을 비벼 볶음밥을 만드는 중이었다. 도훈은 볶음밥이 완성되길 기다렸다가 같은 테이블 사람들에게 주걱으로 퍼주기 시작했다.

"어머, 자상도 해라. 도훈이는 매너도 만점이네."

"고마워요, 오빠."

먼저 현아와 혜진을 퍼준 도훈은 마지막에 남은 진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진아는 또다시 도훈이 자신을 무시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크크. 밥 한번 퍼주는데 왜 저렇게 불쌍한 표정이냐.’

[주인님이 하도 깔아뭉개서 자존심이 많이 다친 모양입니다.]

‘그러게 왜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바짝 엎드려도 따줄까 말깐데.’

도훈은 모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아에게 물었다.

"많이 드릴까요?"

"예? 아, 예··· 아, 아니요. 배불러서 조, 조금만."

도훈이 말을 걸 줄 예상 못 한 진아는 평소답지 않게 허둥댔다. 도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었네요. 자요."

도훈이 밥그릇을 건네며 던진 덕담에 진아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나, 나보고 늘씬하다고 했어. 뭐야, 진짜. 은근슬쩍 몸매 다 훔쳐보고 있었으면서.’

진아는 도훈의 사소한 칭찬에 뛸 듯이 기뻐했다.

도훈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바로 나쁜 남자의 매력이랄까? 백번 잘해주고 한 번 못하면 천하의 쌍놈이 되지만, 매번 못되게 굴다가 한 번만 잘해주면 도리어 감동하는 법이거든. 크크. 넌 나한테 완전히 걸렸어.’

< 482. 교생 실습-2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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