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5. 교생 실습-19- >
***
그곳은 조그만 우주.
생명이 잉태되는 성스러운 공간이자, 타락과 부정이 시작되는 음험한 골짜기.
남자는 마치 연어와 같다.
태어난 곳을 향해 회귀하려는 강한 집념이 있다.
때로는 가슴을 당당히 펴며 용기를 드러내고,
때로는 오욕을 견딘 체 자존심을 죽이며,
가끔 어르고, 이따금 협박하고, 혹은 기만하다,
종래에는 설득하여 기어코 목표를 이루고야 만다.
마침내 종착역.
"으쌰!"
무척이나 단순한 자세다.
여자는 개처럼 엎드리고 남자는 뒤에서 허리를 부둥켜 잡는다. 지독스럽게 단순한 행위를 위해, 남자들은 힘든 여정을 묵묵히 견뎌낸다.
고작 한 줌.
한치 조금 넘는 귀두의 자극을 위해.
퍽퍽퍽!
발끝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찌르르 울리는 감각.
자궁 입구에 닿은 것처럼 끝이 자꾸 부딪힌다.
"학학!"
수경이 넋 나간 사람처럼 헐떡였다. 정신 줄을 놓았다는 말이 무슨 뜻인 줄 묻는다면,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라고 알려줄 것이다.
"하흑! 미쳤어! 진짜 엄청나!"
치골 위에 나비가 어지러이 춤을 춘다.
유난히 날개가 까만 나비가 격정적으로 퍼덕거린다.
줄줄 흘러내린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렀고, 충격을 받아 부들거리는 엉덩이 살이 무수한 파동을 일으켰다.
퍽퍽퍽!
무아지경!
나는 시방 목수다.
정을 박아 넣는 목수.
퍽퍽퍽!
그리고 그녀는 구멍이다.
깊고 깊은 구멍.
나의 묵직한 정이 그녀를 뚫어 버릴 듯이 거세게 들어박힌다.
"하아아앙! 아아아앙! 아아아!"
수경은 숫제 이성을 잃었다.
"하악! 씨발! 이 씨발 새끼! 하악!"
급기야 욕설까지 퍼붓는다.
"개새끼! 하악! 존나 잘해! 하악!"
품성은 역시 감추기 어렵다. 이성을 잃을수록, 흥분에 도취 될수록 천박한 품성이 민낯을 드러낸다.
"하아악! 좆나 좋아. 더, 더 쎄게!"
오냐. 원한다면 얼마든지 뚫어주마.
나는 그녀를 부숴버릴 것처럼 돌진했다.
퍼억! 퍼억! 퍼억!
온몸이 붕 떠올랐다 떨어질 만큼 격한 뒤치기.
한 번 박아 넣을 때마다 수경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으으그그그그!"
막바지가 보인다.
그녀는 이미 실성했다.
시야가 좁아지며 오로지 구멍만 들어온다.
그래.
여자는 구멍이다.
넣고 박고 흔들어 재끼는 구멍.
뚫려라, 나의 오나홀이여.
"으읏!!!"
전립선 아래가 전기가 통한 듯 찌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이 순간.
불과 이 몇 초의 오르가즘을 위해 얼마나 많은 왕복을 이어왔던가.
"싼다!"
"안에는 안 돼!"
안될 거면 처음부터 콘돔을 쓸 것이지, 어째서 여자들은 생잦이 느낌을 좋아하면서도 마지막 순간 질내 사정을 거부하는지 모르겠다. 정액을 쏟아내기 직전 겨우 물건을 뽑아내자, 진득한 정액이 그녀의 구멍을 향해 흩뿌려졌다.
찍, 찍-!
"흣, 아, 안에 싼 거 아니지?"
수경의 목소리가 떨렸다. 발랑 까진 주제에 피임도 안 하고 다니나 보다. 하긴 그렇게 준비성 철저한 여자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안심해. 밖에만 살짝 묻은 거야."
"휴-. 위험한 날이란 말이야."
그녀가 안도하며 배드 끝에 머리를 처박고 허물어졌다.
나는 정액이 잔뜩 묻은 그녀의 구멍을 닦아주었다.
***
"거참, 받으래도 절대 마다하네."
수경은 끝내 요금을 받지 않았다. 섹스가 만족스러웠는지 씽긋 웃으며 도훈의 볼에 키스를 남겼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관리받으러 와. 안 그럼 털이 다시 자랄 때 까슬까슬해서 살짝 따가울 거니까. 이틀 정도는 소독제 꾸준히 바르고."
도훈은 모호하게 대답하며 왁싱 샵을 나섰다.
업적을 끝내고 와서인지 무척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휘유-. 쉽다, 쉬워. 왜 이렇게 여자들이 쉽담?"
[특수직업 업적의 첫 번째 단계니까요. 튜토리얼 정도로 생각하시면 무방합니다.]
‘이제 남은 건 4개인가?’
[네. 여경, 여의사, 치어리더, 아이돌 순입니다.]
‘확실히 직업만 봐선 뒤로 갈수록 난도가 올라가는군. 특히 아이돌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데.’
[인맥을 쌓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겠죠. 또 기회를 잡기도 어려울 거고요. 어쨌든 멀리 보셔야 하는 업적입니다.]
‘알았어. 그나저나 털 밀고 났더니 거기가 휑한 느낌이야. 대머리가 이런 느낌이려나?’
[글쎄요?]
도훈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직 일본에서 출연료를 받지 못해 중고차를 사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집에 도착한 도훈은 정장을 옷걸이에 단정히 정리하며 내일 입을 셔츠를 준비했다. 물을 뿌려 빳빳하게 다리미질을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 우이씨! 얼굴 델 뻔했잖아!"
다리미를 황급히 내려둔 도훈이 발신자를 확인했다.
"강민주?"
[민주 양이 오랜만이군요.]
‘하긴 연락할 때가 되긴 했지.’
"어쩐 일이야?"
-주인님, 실습 잘 하고 계시나 해서요.
민주는 혼자 있을 땐 항상 주인님이란 호칭을 썼다. 다리미에 얼굴을 댈 뻔한 도훈은 애꿎은 민주에게 화풀이했다.
"시간이 몇 신데 전화질이야?"
-네? 아직 9시밖에 안 됐는데···.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도훈을 계속 심통을 부렸다.
"어쭈? 지금 말대꾸하니?"
-제, 제가 어찌 감히···.
"너 내가 기억하고 있어. 너 때문에 부설고등학교 못 가고 이상한 남중으로 실습 간 거 말이야."
-아, 아니에요. 그건 교수님께서 직접···.
"그럼 네가 중간에 그렇게 되지 않게 했어야지."
-죄송해요···.
들떠있던 민주가 금세 풀이 죽었다. 도훈은 이쯤이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고 다시 물었다.
"근데 무슨 일인데?"
-주인님 실습하는 데 힘드실까 봐 응원 좀 해드리려고요.
"응원?"
-내일 저녁 식사 괜찮으세요?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풉-. 얘 봐라. 밥 사준다는 핑계로 따먹히고 싶어서.’
"안 돼."
-네? 혹시 아직도 화가 덜 풀리신 건···.
"그게 아니고 내일 직원체육하고 저녁에 뒤풀이 있어. 내일은 약속 잡기 힘들어."
-아···그럼 모레는 괜찮으세요?
도훈은 민주의 집요한 태도에 결국 수락했다.
"그래. 모레 보자. 너 두고 봐. 내가 남중으로 배정된 거 열 받아서라도 엄청 비싼 거 얻어 먹을 테니까."
-네! 얼마든지 그러셔도 돼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마음에 계속 걸렸거든요···. 혹시 지희한테는 연락 왔나요?
"지희? 송지희? 아니."
-아까 지희한테 전화 와서는 주인님이 어째서 부설고로 안 왔냐고 따지더라고요. 사정을 설명했는데도 어찌나 성화던지···. 혹시 연락 오더라도 신경 쓰지 마시라고요.
민주는 여전히 지희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송지희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도훈의 유일한 전 여친이기도 했고, 최근엔 후장을 따이는 과정을 영상통화로 생중계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송지희 그것도 은근 기다리고 있었구나. 크. 하지만 업적 끝난 애는 어차피 두 번 볼 필요 없지.’
"알았어. 근데 너 지희한테 왜 그렇게 집착해? 내가 지희랑 또 할까봐 겁나?"
-그게···.
"솔직히 말해도 돼."
-···맞아요.
"지희랑은 볼 일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너 귀엽다? 질투도 할 줄 알고."
-아···. 주, 주인님··· 민주 너무 거기가 뜨거워요. 아아···.
뚝-
도훈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어디서 끼를 부려? 바빠 죽겠는데."
다시 다림질에 몰두한 도훈은 심혈을 기울여 줄을 잡았다. 군대에서 휴가 나갈 때 이후로 이토록 다림질에 신경 쓴 적은 처음이었다.
[후후. 굉장히 열심히 시군요.]
‘남자는 옷이 깔끔해야지. 허우대는 멀쩡한데 목에 땟국물 질질 있어봐. 나 그런 거 딱 질색이다.’
[과거 회사 다니실 때도 직접 다리셨나요?]
‘아니.’
[오, 그럼 와이프 분께서?]
‘오입질에 미쳐가지고 남편 버린 년이 그런 거 신경이나 썼겠어? 그땐 세탁소에 맡겼어.’
[주인님은 여전히 화가 덜 풀리신 것 같군요.]
‘당연하지. 칼 맞은 그 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 나중에 내 딸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을 땐 진짜 저주를 퍼붓고 싶더라고.’
[그분은 죗값을 치를 겁니다.]
‘치러야지. 살인교사 및 사체유기로 몇 년 언도 받았더라? 아무튼 그년놈들 밖에 있었음 나한테 진작 뒈졌어.’
[어차피 끝난 일입니다.]
‘그 여편네도 언젠간 출소할 거 아냐?’
[그렇겠죠. 왜 그건 왜?]
‘출소할 때 기다렸다가 확 복수해 버릴까 하고.’
[복수라뇨? 가당치 않습니다. 범죄에 대해선 신께서 용납지 않으십니다.]
‘복수가 꼭 범죄를 수반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대물 좋아하는 그 여자한테 복수할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있거든. 합법적으로다가. 크크.’
[으으! 주인님은 은원이 참으로 철저하신 분이군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있잖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옷 다 다렸다. 일찍 자고 내일은 지각하지 말아야지.’
도훈은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실습 이틀째.
오늘도 수업 참관과 연수가 쉼 없이 이어졌다. 점심을 먹고 난 도훈은 연구부장에게 호출을 받았다.
"교무실 잠깐 와보세요."
"네."
다들 식사를 하러 나갔는지 교무실이 썰렁했다. 연구부장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자세로 도훈에게 말했다.
"대표 실습을 자원했더군요. 지원자가 도훈 학생 뿐이에요."
"그래요? 그럼 제가 대표로 수업하는 건가요?"
도훈은 치마 사이로 드러난 스타킹에 눈을 떼지 못했다. 맨살보다 더 야해 보이는 커피색 스타킹은 연구부장 김한솔의 늘씬한 각선미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이야. 천연기념물치곤 은근 섹시하단 말이지.’
"아뇨. 일단 특수한 상황이라 교감선생님하고도 논의를 거쳐야 해서요."
"특수한 상황이라뇨?"
"이제껏 공개수업을 체육관에서 한 적이 없었거든요. 과목이 공개수업으로 적절한지도 검토해야 하니까."
"아···."
"아무튼, 결정되고 나면, 내일부턴 학교에 남아야 할거에요."
"학교에요?"
"지도안 써야죠. 나중엔 실연도 해보고. 그럼 관리자 불러놓고 수업하는 게 예삿일인 줄 알았어요?
"아···. 아뇨. 알겠습니다."
"도훈 군으로 결정되는 데로 수업 지도안 준비하세요. 지도서랑 교과서는 내가 챙겨 줄 테니까."
"넵."
한솔이 사무적인 태도로 말을 이었다.
"참, 그리고···."
"네?"
"집에 일찍 돌아갈 생각일랑 꿈에도 꾸지 말고요. 가봐요."
한솔은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모니터를 쳐다보며 타자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쌀쌀맞은 태도에 도훈도 슬슬 약이 올랐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여자 같으니. 내가 저 도도한 입술에 잦이 물리고 만다.’
[주, 주인님.]
‘어차피 업적도 해결해야 하잖아. 저런 애들은 대물 맛 좀 봐야 고분고분해지지.’
[하여간 주인님은 여자만 보면 화(?)를 참지 못하시는군요.]
도훈이 교무실을 빠져나오는 데 문밖에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박혜진? 여기서 뭐해?"
"오빠랑 같이 가려고 기다렸어요."
"나랑?"
"네. 연구실 혼자 돌아가려니까 뻘쭘해서요."
혜진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도훈의 입술에 바른 루즈를 보고 생각했다.
‘오늘 신경 좀 썼나 본데? 안 하던 화장을 다 했네.’
[그러게 말입니다. 주인님께 잘 보이고 싶나 봅니다.]
‘담임이 신경 쓰여서 그런가 봐. 질투가 만들어낸 용기랄까?’
"그래. 같이 가."
도훈은 복도를 따라 나란히 걸었다. 급식시간을 맞은 학생들은 운동장에 뛰어나가 공을 차고 놀고 있었다. 도훈은 창밖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보고 말했다.
"저 때는 참 체력도 좋단 말이지. 저렇게 땡볕에 뛰고도 체력이 남아도니까."
"오빠도 그랬어요?"
"응. 어찌나 많이 남는지 밤마다 딸을 잡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
"아, 앗···."
예고도 없이 터진 민망한 얘기에 혜진이 황급히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두 사람 주변엔 아무도 없어 도훈의 얘기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오, 오빠."
"왜? 민망해?"
"네."
"민망할 건 뭐야. 당연한 소린데. 차라리 중학생 땐 나아. 고등학교 가면 더 하거든. 그땐 거의 짐승이나 마찬가지지. 매일 세 번 씩 딸을 쳐도 정액이 마르지 않는달까?"
"아아··· 오빤, 야한 말을 너무 쉽게 하시는 거 같아요."
"너도 그렇잖아. 잘젖녀."
"자, 잘젖녀가 뭔데요?"
"잘 젖는 여자. 오늘도 젖었니?"
"아, 아앗! 아니에요."
"만지기 편하려고 치마 입고 온 거 아니야?"
"그, 그냥 원피슨데요."
"그래. 치마 원피스."
"······."
도훈의 희롱에 혜진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농담이 수위를 넘나들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그나저나 오늘도 시간 없겠는데."
"무슨 시간요?"
"자위하는 법 알려주기로 했잖아. 근데 오전에 실습 끝나자 마자 오후엔 직원체육이니."
"괘, 괜찮아요."
도훈이 바짝 몸을 들이댔다. 어깨가 맞닿을 만큼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나 좁아 보였다.
"정말로?"
"아···, 아, 아니 오빠 말대로 사정이 그러니까."
도훈이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냐."
"네?"
"어차피 우리 체육복 갈아입어야 하잖아. 가자."
"어, 어딜요?"
"어디긴. 체육관 탈의실로."
도훈이 혜진의 어깨를 잡고 체육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혜진은 강제로 연행되는 것처럼 도훈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갔다.
"아, 아···."
방향을 바꾼 도훈이 붙잡은 손을 놓았지만, 혜진은 얼굴이 뻘게진 체 묵묵히 그를 따랐다.
체육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유리창 너머로 아무도 없는 체육관 모습에 놀랐다.
"뭐야? 왜 이렇게 썰렁해?"
"아, 여기···."
혜진이 체육관 입구에 붙은 경고문을 가리켰다.
<점심시간 중 기구분실로 인해 학생 출입을 금합니다.
출입 시 엄벌 조처. -체육부장>
알고 보니 점심 쉬는 시간 중 체육관 이용은 금지된 사항이었다.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참나."
그러나 무심결에 밀어 본 유리문이 쑥 밀려갔다. 도훈이 씩 웃었다.
"다행히 문은 안 잠겼나 본데?"
< 475. 교생 실습-1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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